소설리스트

잠만 자도 랭커-168화 (168/472)

잠만 자도 랭커 168화

잿빛 피부를 가진 저주받은 기사들 이 모여 한 존재에게 고개를 숙여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제국의 황제처럼 황좌에 앉아 그것 을 내려다보는 한 존재.

온몸이 바스러질 것처럼 썩어가는 몸뚱이를 한 그 존재가 그들을 훑었 다.

적막 속에서 썩어가는 몸뚱이를 한 자의 거친 숨소리.

곧 명이 끊어질 것 같은 모습이었 음에도 눈빛만큼은 강렬했다.

야망과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두 눈 빛.

몸은 썩어갈지라도 그 안에 담겨 있는 힘만큼은 그대로였다.

〈타…… 나노스의 후…… 예가 깨…… 어났…… 다.〉

썩어가는 몸뚱이인지라 성대마저 썩어간 것일까.

늘어지며 끊어지는 목소리.

하나 이곳에 있는 자 중 그 목소 리를 못 알아듣는 자는 그 누구도 척! 처억!

당장에라도 명령을 내리라는 듯 저 주받은 기사단이 일제히 움직여 명 령을 받을 준비를 마쳤다.

저주받은 기사단을 보는 그들의 주 인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오오…… 래전 타…… 나노스의 사아…… 도가 봉인…… 한 마왕의 파…… 편이 있다아. 그것을 나에게 가져오도록.〉

힘이 없는 목소리였으나 그 속에 담겨 있는 야망과 열망만은 강력하 게 저주받은 기사들에게 울려 퍼졌 봉인되어 움직일 수 없는 주인을 위해.

저주를 받았으나 봉인되진 않은 자 신들이 나서야 할 때다.

그것이 기사단의 의무이자 존재의 의의!

명을 받든 기사단이 자리에서 일어 났다.

어디로 가라는 정보도, 마왕의 힘 이 어디에 봉인되었다는 정보도 없 다. 그저 명령을 따르기 위해 기사 단은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며 썩어가는 그들의

주인은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강렬한 눈을 감았다.

자신의 충직한 기사들이 자신의 힘 을 회복할 마왕의 파편을 가져올 것 을 굳게 믿으며.

한편 주인의 명에 따라 밖으로 나 온 기사단.

총 30명으로 이뤄진 기사들과 그 기사들을 이끄는 부기사단장과 기사 단장.

그들은 자신들의 기사단을 봤다.

썩어가는 죽음의 저주를 받은 기사 기사단장은 오랜 세월 동안 주인의 곁을 지켜왔던 터라 한없이 약해진 자신의 부하들을 봤다.

썩어가는 죽음의 저주 탓에 마음대 로 죽을 수도 없는 기사들.

하나 주인의 명을 어찌 거역할 수 있겠는가.

〈역병의 기사들은 들어라!〉

척! 척!

약해졌다고는 하나 그 용맹함마저 잃진 않았다.

주인의 명령은 단 하나.

〈마왕의 파편을 회수한다.〉 그들 또한 한때 타나노스를 섬기던 존재들이다.

사도가 어디에 파편을 숨겼는지는 기억하고 있다.

이제 그곳으로 가 주인의 명령에 따라 마왕의 파편을 회수할 뿐.

〈하나 우리는 약해졌다. 지금 타나 노스의 개들에게 발각되는 날 우리 는 주군의 명을 따를 수 없게 된 다.〉

기사들은 그 말에 원통 해했다.

힘이 없어 주군의 명령을 따를 수 없다니.

어찌 원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놈들이 우리의 함정에 속아 시간 을 버리고 있을 때 우리는 치욕스러 우나 우리는 그들의 눈을 피해 가야 한다.〉

그 언제나 당당했던 기사단이다.

그런 그들이 이제는 힘이 없어 숨 어다녀야 한다니.

하나 기사단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 다.

〈명! 받들겠나이다!〉

자신들이 치욕스러운 것은 괜찮다. 하나 주군의 명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제 죽어서 안식을 받는 것이 아닌 영혼이 소멸 하는 저주를 받았다 한들. 모든 몸 을 불살라 명을 이행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의무.

힘은 잃었어도 용맹스러운 기사단 을 보며 단장이 말했다.

〈필라오스 왕성으로 간다.〉

한때 멸망하지 못했던 왕성이자, 이제는 사라진 왕성으로 썩어가는 죽음의 기사단이 움직이기 시작했 다.

유저에게 있어서 사냥터를 고르는 일은 상당히 중요하다.

어떤 사냥터의 리젠이 빠른지, 혹 은 아이템이 떨어지는지.

모두 돈이나 레벨업과 상관이 있다 보니 유저들에게 있어서 사냥터 고 르는 일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 되었 다.

레벨도 빨리 오르면서 아이템도 좋 은 사냥터는 거의 없었으니까. 거기다 안전성까지 생각한다면 그 야말로 머리가 아파질 수밖에 없었 다.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흐음.’

안정성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을 추구할 생각도 없었고, 위험하면 더 긴장감 넘치고 재미있 지 않은가.

애당초 현성이 안정성을 추구했다 면 절대 솔플로 다니진 않았으리라.

‘아이템은 몰라도 경험치는 잘 주 는 곳이 좋은데. 레벨이 애매하단 말이지.’

현성의 지금 레벨은 182.

매인 시나리오 던전을 클리어한 뒤 쭉 그대로였다.

다만 이 레벨이 참 애매한 레벨이 다.

레벨 200대 사냥터를 가서 사냥하 기에는 200대부터 몬스터들이 급격 히 강해지는 데다 몬스터들의 수도 점점 줄어가는 탓에 사냥터를 고르 는 일도 쉽지 않다.

거기다가

‘타나 식량들도 좀 구해야 하는데.’ 보스의 영혼을 먹을수록 성장하는 타나다.

이제 영혼 수확이라는 스킬로 여러 영혼을 컬렉션으로 저장할 수는 있 다. 하지만 그 효율이 보스의 영혼 과 같을 리가 있겠는가. 혹시나 해 먹어본 결과 아니나 다를까 성장치 가 보스의 영혼보다 낮았다.

타나야 강하든 약하든 현성에겐 상 관이 없다.

그러나 요즘 부쩍 강해지고 싶다는 타나의 말을 무시할 순 없는 것 아 니겠는가.

아무래도 현성이 싸우고 있을 때 혼자 쉬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그래서 돕기 위해 보스 의 영혼을 더 먹고 싶은데 마냥 떼 를 쓰기 미안해 눈치 보는 게 참 귀여웠다.

-타나는 강해져서 주인님을 돕고 싶은데 아직 많이 약하다는 것입니 당. 든든히 먹고 싶다는 겁니당. 근 데 주인님 고생하실까 봐 걱정인 것 입니당. 후엥!

하면서 말을 하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보스가 여럿이면서 강력한 사냥터 는 없나?’

아직 레벨 200이 되진 않았으나 200대 보스 정도야 지금도 상관없 다.

레벨 50 때 200짜리 유저를 잡은 적도 있지 않은가.

그때는 정말 운이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만한 능력도 있지 않은 가.

‘200대 초반 말고 200 중반까지도 한 번 봐보자.’

아무리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고 해도 200대 중반까지는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거 같았다. 240에서 250까지.

보스가 여럿 있는 사냥터는 200대 초반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200대 중반을 알아보는 것.

그러던 중 하나 걸리는 사냥터를 발견했다.

“세계의 묘목이라.”

레벨 250의 사냥터.

세계의 묘목.

세계수 이그드라실을 모티브로 만 든 사냥터이자 엘프들이 거주하고 있는 거대한 지형.

그리고 그 가운데 세계수의 모티브 가 되는 세계의 묘목이라는 지형에 서는 강력한 두 보스가 끊임없이 사 냥한다고 한다.

“뱀과 새라면 북유럽 신화의 니드 호그와 흐레스벨그의 모티브가 된 애들인가 보네.”

상당히 관심이 간 것인지 중얼거리 며 사냥터 정보를 훑었다.

두 보스의 치열한 전투 때문에 세 계의 묘목에서 살던 엘프들이 변방 으로 쫓겨나게 되었다는 메시지다.

레벨 250 이상이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이다.

거기다 그곳의 두 보스인 천등새 아르젠타와 강철이무기 니르그는 단 한 번도 잡힌 적이 없는 보스라고 한다.

한때 신화 길드에서 천둥새 아르젠 타와 강철이무기 니르그의 레이드를 한 적이 있다고는 하나 실패했었다.

그걸 본 현성이 묘한 미소를 지으 며 중얼거렸다.

“얘들 잡으면 업적도 뜰 테고, 거 기다가 강력한 보스의 영혼에 더불 어, 좋은 영상감과 광렙까지? 이거 완전 일석사조 아닌가?”

벌써 잡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 다.

영웅 길드와 연관이 있는 신화 길 드에서 레이드를 했는데도 실패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만만치 않다는 얘기니.

하나 그러다 보니 잡았을 때 보상 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현아도 이 신화 길드 에서 영웅 길드로 승급한 거라고 그 랬지?’

어쩌면 현아도 이 레이드에 관해 알고 있을 수도 있겠다.

처음 발견했을 때 레이드를 했다고 알려졌으니 영웅 길드도 연관이 있 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면 현아가 아직 승급하기 전 참여했을지도 모 르는 일 아니겠는가.

이따 현아가 로그아웃을 하면 물어 봐야겠다.

‘근데 쟤들은 왜 싸우는 거지? 그 냥 이데아 설정인가?’

궁금하긴 했으나 그리 크게 관심을 둔 것은 아니었는지 금세 시선을 다 른 곳으로 돌렸다.

“위치는 벨도른 왕국인가?”

지금 현성이 위치한 제국의 동쪽에 있는 벨도른 왕국.

숲과 나무들이 우거지고, 세계의 묘목 덕에 엘프들과 활발하게 교류 를 하는 자연주의 왕국.

이번 목적지가 바로 정해졌다.

그렇게 벨도른 왕국에 대해 검색을 하려는 순간.

취이이이이이익.

현아의 방에서 캡슐이 열리는 소리 가 들려왔다.

마침 잘 되었다는 듯이 현성이 현 아의 방으로 갔다.

“슬슬 밥 먹어야지?”

“웅웅, 아주머니는 가셨어?”

현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자 다소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켜먹는 것보다 아주머니가 해주 신 밥이 더 맛있었기에.

아무리 냉장고에 있는 반찬이나 찌 개를 데운다고 해서 그 맛이 또렷이 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 현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뭣하면 나가서 먹자. 그보다 너 신화 길드에 있을 때 벨도른 왕국의 세계의 묘목 가본 적 있어?”

“세계의 묘목? 아! 아르젠타랑 니 르그?”

“응응, 걔네.”

혹시 몰라 되물었으나 반응을 보니 확실히 뭔지 아는 모양이다.

현성의 물음에 현아가 몹시 분하다 는 듯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내가 걔 둘을 잊으면 사람이 아니 지. 으으!”

“레이드 참여했나 보네? 그만큼 어 려웠어?”

“당연하지! 내가 그때 영웅 길드로 올라가고 처음 있던 레이드였거든, 신화 길드에서도 이덴 오빠랑 베른 오빠까지 참여했었거든. 거기에다가 신화 길드 정예들만 모여서 레이드 도전했던 거야.”

“레벨 250 때‘?”

“응. 우리가 선두로 달리고 있었었

거든.”

말을 들은 현성의 말수가 줄어들었 다.

초정예라 할 수 있는 이들을 데려 갔음에도 이기지 못한 레이드.

역시 아직 잡히지 않은 이유가 다 있었다.

‘진짜 잡을 수 있으려나?’

문득 걱정이 들었으나 고개를 저으 며 현아에게 물었다.

“그때 몇 명이었어?”

“우움, 영웅 길드 7명하고 신화 길 드 정예 18명이었으니까 총 25명 정도였는데, 실패했었지. 인원을 어 차피 많이 데려가야 도움이 안 되니 까 소수로 데려간 거였는데 그래도 힘들더라고. 그때 린 언니 말로는 소수일수록 유리한데 25명에서 더 줄일 수가 없어서 우리는 실패했 지.”

그때가 생각났는지 아른거리는 표 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현아 를 보며 현성은 의문이 가득하다는 표정으로 현아를 봤다.

보통은 수가 많을수록 레이드에 유 리할 텐데 지금 현아의 말을 들어보 면 그게 아니었다. 마치 수가 적을 수록 유리하다는 듯 들리는 말.

현성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리며 물었다.

“왜 소수일수록 유리한 거야?”

“아아, 수가 많아질수록 그 두 보 스가 한 번에 덤벼들거든. 거기다가 아르젠타나 니르그 둘 다 한번 죽으 면 리젠되지 않는 보스몹이라서 그 런지 더 강한 것도 있지. 아! 그리 고 니르그 2페이즈 때는 일정 범위 안 땅에 서 있는 생명체들의 생명을 흡수하거든. 그래서 인원이 많을수 록 체력을 더 많이 회복해서 최대한 소수로 가는 게 좋아.”

“으흠, 그렇군.”

그나마 빛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 다.

소수일수록 유리한 보스라니.

컨셉 한번 잘 만든 거 같다는 생 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현성을 보며 현아가 궁금하다 는 듯 물었다.

“그런데 왜? 걔들 잡으려고?”

“응, 일단은 그럴 생각이야.”

“헐……

최고의 길드가 잡으려 레이드를 했 음에도 실패했던 보스다.

그런 보스에게 도전하려 하다니.

배짱만큼은 두둑하다 할법했으나 현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동레벨 때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강한 아수라가 니르그랑 아르젠타를 레이드 한다? 헐.’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이 들었다.

소수일수록 보스는 한 놈만 달려든 다. 그래서 신화 길드와 영웅 길드 도 30인 이하로 레이드를 데려간 것이었다.

처음 니르그를 상대한 후 아르젠타 를 잡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걸 혼자서 레이드를 한다 하면 어떻게 될까.

‘오빠라면 가능할지도......

상식적으로 혼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보스들이다.

그런데 현성은 아수라이지 않은가.

아수라라면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꿀꺽 침 을 삼켰다.

그때 문득 떠오른 정보가 있었다.

“아! 오빠, 근데 거기 사냥터 지금 블랙 연합이 통제는 아닌데 레이드 부분에서는 아무도 들이지 못하게 하고 있어서 힘들 수도 있을걸?”

신화 길드를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블랙 연합이기에 니르그와 아르젠타에게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 었다.

그러나 그걸 들은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블랙 연합?”

마치 그게 누구냐는 듯 묻는 현성.

그런 현성을 보며 현아는 괜한 말 을 했다는 듯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오합지졸 있어.”

“으흠, 그래도 좀 알아봐야겠네.”

“응, 아무리 오합지졸이라고는 해 도 규모는 한국 서버 최고니까 조심 할 필요는 있지.”

“뭐, 네가 오합지졸이라 했으니 그 래 봐야겠지. 그럼 나갈 준비해, 외 식하게.”

현성이 그렇게 말하며 방으로 들어 가자 현아의 눈이 가늘어지며 방문 을 쳐다봤다.

보통이라면 아무리 실력에 자신이 있다 한들 단체와 싸우기는 꺼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방금 현성의 말을 들어보면 싸우긴 하는데 좀 조심해야겠네. 라 는 투. 보통은 저러기보다 그냥 조 심해야겠다는 듯 말하지 않은가.

근데 그래봐야지 라니.

아무리 봐도 정상인의 반응은 아니 었다.

“으음, 이렇게 보면 오빠도 정상은 아니긴 한데…… 뭐, 설마 진짜 싸 우겠어?”

그렇게 중얼거리다 이내 고개를 저 으며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