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70화
레벨 200이 넘으면 몬스터도 유저 도 크나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
레벨 100 때와 마찬가지로 능력치 의 큰 변화와 경험치 창의 증가 등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유저에게 있 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고렙 이라는 인지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몬스터들도 많은 변화를 겪 게 된다.
강해지는 것은 물론이오, 스킬들을 다양하게 쓰게 되는 전투 감각이 뛰 어나 진다.
하나 그것 때문에 사냥이 어려워지 는 것이 아니다. 모든 200레벨 이상 유저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
-체력이 넘사벽이 된다!
끔찍이도 증가하는 체력.
그로 인해 사냥은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200이 넘게 되면 유저들의 데미지도 상승한다. 그러 나 그것보다 몬스터들의 체력이 훨 씬 월등해진다.
그에 비례해 경험치도 늘어가지만, 사냥시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탓에 레벨 200부터는 고레벨, 혹은 상위권이라는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 레벨 200부터는 유저의 수 가 극감하게 된다.
용병은커녕 유저도 별로 없는 구간 에 용병을 겨우 구해왔는데 무례하 게 굴만큼 머리가 비어 있는 인물이 아니다.
화린은 나란히 서 있는 용병들을 보며 말했다.
“용병들은 니르그와 아르젠타의 어 그로를 관리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 희가 드린 금액이면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사근사근 말하는 모습이었으나 어 딘가 모르게 재수 없어 보이는 미 소.
그러나 그걸 신경 쓰는 이들은 아 무도 없었다.
모두 이미 받은 돈과 아이템이 있 었기에.
그리고 또 다른 목적이 있었기에.
‘생각보다 허술하네. 아니, 내가 다 른 길드 마크가 없는 것도 한몫한 거 같긴 하고. 그보다 돈을 받으면 서 스틸을 할 수 있게 될 줄이야. 너무 좋잖아?’
니르그와 아르젠타를 잡을 수 있는 기간은 현실 시간으로 10일에 한 번이다.
그런 상황에서 블랙 연합을 처리하 고 두 보스를 잡을 확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한 방법이 다름 아닌 스틸.
보스 몬스터를 스틸 할 생각은 아 니다. 물론 블랙 길드가 정말 잡을 거 같다 싶다면 방해라도 해야 하겠 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훼방을 둘 생각은 전혀 없다.
‘그래도 이번이 15회 차 레이드인 데 배울 수 있는 게 있겠지.’
현성이 세계의 묘목에 온 지 현실 시간으로 벌써 4일이나 되었다. 그 사이에 엄청난 속도로 사냥을 한 덕 에 이렇게 용병 제의도 받을 수 있 었던 데다 레벨도 올릴 수 있었다.
‘지금 내 레벨이 185니까. 혼자 보 스를 잡는다면 못해도 190대 초중 반은 되겠지.’
마음 같아서는 타나노스의 고요한 구름 침대를 이용해 그래비티 미티 어를 4연속 난사를 하고 싶었으나 그런다고 두 보스를 잡을 수 있는 확률은 미지수지 않은가.
거기다 그렇게 난사를 해서 죽지 않으면 모든 MP를 소모한 현성은 두 레이드 보스에게 꼼짝없이 당해 야만 한다.
그럴 바에 블랙 연합의 용병으로 들어가 패턴과 같은 것을 파악한 뒤 후일을 노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 다.
아니, 그게 더 나았다.
그래비티 미티어는 틀림없이 엄청 난 스킬이다.
그러나 그래비티 미티어 자체가 만 능 스킬은 아니지 않은가.
거기다가.
‘신화 길드뿐만이 아닌 그 당시 영 웅 길드도 포함해서 레이드에 나섰 는데도 못 잡은 레이드 보스다. 그 래비티 미티어 4방으로 부족할 수도 있어.’
만일 2페이즈까지 깎은 뒤 4연발 그래비티 미티어를 날린다면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초장부터 날리는 것은 엄연히 도박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 불확실성이 있는 요소보다는 패턴이라는 것을 직접 눈으로 익히 고 15차까지 이어진 레이드의 요령 을 가진 블랙 연합의 노하우를 스틸 하는 것이 더 이롭지 않겠는가. 그 렇게 된다면 현성의 차례까지 최소 10일은 더 기다려야 하겠지만, 급할 것도 없었다.
‘지금 레벨 업 속도를 보면 현실 10일 종일 사냥해도 200은 못 찍을 거 같으니까.’
현성이 나름대로 작정하고 사냥을 했다. 그럼에도 현실 시간 나홀 동 안 올린 레벨은 고작 3개. 그 레벨 190을 달성하면 더 높아지는데 현 실 시간으로 10일 안에 200을 찍을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현성이 아니라면 4일간 3 업도 하 지 못했으리라. 아니 1 업이라도 대 단하다는 소리를 들었겠지만, 현성 에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레벨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긴 하 다.
하나 지금은 그것보단 레이드 보스 둘을 잡는 게 중요했다.
‘레벨 250의 레이드 보스 얼마나 셀까?’
그것도 일반적인 레벨 250의 레이 드 보스도 아니다. 죽이는 순간 영영 리젠이 안 되는 희귀 보스다. 상식적으로 일반적인 레이드 보스보다 훨씬 강한 건 틀림 없다. 거기다 현성이 아는 그 영웅 길드와 신화 길드가 힘을 합쳤는데 도 잡지 못한 레이드 보스.
영상도 영상이지만 본인 스스로가 상당히 기대 중이었다.
“용병님들은 2인 1조로 어그로를 관리해 주시다가, 저희가 신호를 주 시면 빠지시면 됩니다. 그때 추가 보상을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초 는 지금 서 있는 순으로 둘씩 짝지 어서 조를 이루겠습니다.” 조에 관한 것은 둘째 치고 어그로 관리에 대해선 아까 듣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뒤에 추가보상이라는 것 을 언급했다.
계약할 때부터 명시한 사항.
레이드 도중 사망 시 추가보상은 없으며 사망했을 시 잃어버리는 아 이템은 일제히 보상하지 않는다는 계약.
그것만이라면 폭리라고 할법한 계 약이다. 하나 그만한 선입금을 받을 터라 다들 이 자리에 있는 것 아니 겠는가.
다들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화린이 고갯짓했다.
그걸 본 길드원이 용병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레이드 전까지 휴식하실 수 있는 방에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다들 길드원의 안내에 따라 방을 나가는 순간 현성은 화린의 옆에 있 던 테이블을 짧게 응시했다.
한 장의 편지.
메시지가 통용되는 곳에서 편지라 니.
꽤나 감상적이지 않은가.
그러나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 았다.
‘퀘스트 아이템인가?’
오래 본 것은 아니나 화린이 그런 감상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거기다 용병이 되기 전 블랙 연합의 길드들이 어떤 길드 인지 알아본 후다.
그러니 절대 감성적인 인물이 아니 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더 보고는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시 력이 닿지 않아 많은 걸 보진 못했 다.
‘던전에 대한 정보 같긴 했는데 으 홈.’
알아보더라도 지금은 알아볼 방도 가 없지 않은가.
일단 머릿속에 넣어두곤 길드원을 따라서 안내를 받았다.
그렇게 걸으면서 현성은 자신의 앞 에 걷고 있는 사내를 봤다.
현성과 마찬가지로 레벨은 비밀, 닉네임은 데스.
무언가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분위기가 풍겼으나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 석은지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기에.
거기다가 유일 등급 직업이라고 하 지 않는가.
실력이 없었으면 애당초 용병으로 발탁되진 않았을 터. 그런데 용병제 의까지 받았다는 것이면 유일 등급 직업이 확실하다는 뜻이지 않겠는 가.
게다가
‘한 조인데 그래도 잘 지내봐야지.’
휴게실을 안내받고 현성과 데스는 그대로 방에 들어섰다.
그런 둘을 안내해 준 길드원은 둘 을 보며 말했다.
“호출 전까지 이곳에서 대기해 주 시기 바랍니다.”
“ 알겠다.”
“예.”
고용주에게 반말이라니.
역시 처음과 같이 인상이 깊은 사 람이 었다.
길드원은 그렇게 살짝 고개를 숙이 고 가는 걸 봐서 현성은 의외라는 듯 길드원이 나가는 것을 바라봤다.
‘무슨 회사 같은 느낌이네. 길드 가.’
다른 길드들은 아무리 손님이나 용 병을 구했다 한들 저렇게 깍듯이 대 하진 않는다.
그런데 저 길드원이 하는 행동을 보고 있자면 직장인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이데아를 하기 전까지만 해 도 현성이 그랬던 것처럼.
게임에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 각이 들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블랙 연합 길드장들이 무슨 재벌 가의 자식들이라더니 진짜 직원일 수도 있겠네.’
게임에서도 고생한다 생각하며 같 은 조인 데스를 봤다.
그러자 눈을 감고 명상을 하듯 있 는 데스.
뭐라 말을 붙이기 힘든 분위기였
다.
‘그냥 닥치고 있어야겠다.’
손발을 맞추려면 어느 정도 대화가 필요하긴 했으나 상대가 저러니 섣 불리 말을 걸기도 뭐했다.
무엇보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보 조하거나 손발이 맞게 할 자신이 있 었기에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러던 그때.
번뜩!
≪......2”
데스가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 뜨더니 현성을 빤히 봤다.
현성은 그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 자 마치 비웃는 데스를 볼 수 있었 다.
“후후, 상대가 아무리 강한 레이드 보스라고 해도 그렇게 긴장할 거 없 다. 나랑 같은 조가 되었으니.”
“??????예?”
얼토당토않은 말에 현성은 그저 멍 하니 데스를 봤다.
그러자 데스는 이해한다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고 있 었다.
무언가 강력한 착각 속에 빠진 것 같은 모습.
황당하다거나 어이가 없는 것을 떠 나서 무슨 자신감일까? 하고 호기심 이 절로 드는 모습에 데스는 그럴 수 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가 하겠지. 후후후, 저놈이 뭔데 저런 말을 하 나 저럴까 싶을 거야. 그런데 아수 라라고 들어본 적 있겠지?”
“……네.”
갑자기 자신의 닉네임을 말하는 데 스를 보며 혹시나 해서 계속 얘기를 들어봤다.
이윽고
“이건 비밀인데 내가 그 아수라의 친구 중 하나다!”
마치 두등! 이라는 효과음이 나와 야 할법한 동작과 표정을 보며 현성 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러곤 생각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친구가 생기 다니. 와 든든하네.’
그러면서 어째서 자신의 주위에 저 런 애들만 모이는 것인지 진심으로 고민했다.
‘나도 문제가 있는 건가?’ 현성이 용병으로 들어가기 전.
이미 폐허가 된 멸망하지 못한 왕 성에 은밀하게 움직이는 이들.
그러곤 그 폐허를 보며 모두가 자 리에서 멈춰섰다.
<…….>
할 말을 잃었다는 듯 조용히 잔해 들을 살피던 기사단장은 조용히 땅 에 손을 짚으며 눈을 감았다.
흉흉하던 눈이 감기고 기운을 탐색 하던 기사단장.
얼마 후 자리에서 일어나 뒤에 있 던 자신의 기사들을 보며 말했다.
〈마왕의 파편은 이곳에 없다. 누군 가 회수를 한 모양이다.〉
누가 회수했냐는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 이는 없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타나노스의 후예가 다녀갔다.〉
다들 이미 알고 있었기에 놀라진 않았으나 무기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보아 분하기 짝이 없는 모양.
자신의 부하들을 보며 기사단장이 말했다.
〈놈도 마왕의 파편을 노리고 있다 는 걸 알았으니 되었다. 아직 놈이 뮐 남작을 죽인 걸 생각한다면 다음 지역을 노리고 있을 확률이 높다.〉
단장은 그리 말하며 망토를 펼쳤 다.
그와 동시에 모든 기사가 망토를 펼쳤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놀랄 정도로 뛰어난 은신이 발동된 것이다.
〈다음 파편이 있는 세계의 묘목으 로 향한다.〉 거대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잠만 자도 랭커 1기화
레이드가 시작되기 전 이 레이드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유저들은 그 레이드 의 분위기를 보고 알아차릴 수 있었 다.
‘뭔가 붕 떠 있는 느낌이네.’
현성이 보는 지금 분위기가 딱 그 러했다.
무언가 맞물리는 느낌보단 어딘가 모르게 붕 떠 있는 느낌.
서로 합이 잘 맞지 않는 느낌이 강했다.
거기다가 무언가 중요한 게 빠진 것 같은 느낌.
‘애당초 블랙 연합은 랭킹 1위 길 드인 신화 길드보다 인원이 더 많은 데 인재가 없는 건가?’
외부에서 용병을 그것도 6명을 구 했다.
30명이 참여하는 레이드에서 말이 다.
과연 그 규모가 큰 길드에서 250 이하의 인재가 그렇게 부족할까? 그런 생각이 들자 확실히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더군다나 아 무리 현아의 말대로 오합지졸이라 한다 해도 15차나 되는 레이드인데 용병을 제외한 24명이 저리도 합이 안 맞는 느낌이 드는 것이 가능할 까.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야. 뭐 이 번에 레이드가 실패하면 나야 좋지 만, 그 여자를 보면 포기한 것 같은 눈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현성이 봤을 때 화린의 눈동자는 탐욕으로 물든 눈동자였다.
욕심이 매우 많고 탐욕스러운 눈. 그런 눈을 한 자가 과연 이곳에서 괜히 시간을 허비할지가 의문이지 않은가. 거기다 현성은 화린의 방을 나오기 전 발견한 편지를 떠올렸다.
‘으흠,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 같 은데.’
화린이 사실 이 레이드가 아닌 다 른 것에 더 눈독을 들이고 있다면 이런 분위기도 가능하긴 할 터.
하지만 무엇이든 확신할 수 없었 고, 굳이 현성이 신경 쓸 바가 아니 었기에 신경을 껐다.
지금 현성에게 중요한 것은 레이드 보스의 패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한 그 림자.
“내가 위험할 때 언제든 지켜주지, 우린 동료 아니겠나?”
“아, 감사합니다.”
대충 무시하고 싶었으나 대답을 하 지 않으면 계속 물어봤기에 대충 대 답을 해주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상한 컨셉, 아니, 컨셉인지 진심 인지도 분간이 안 가는 모습에 고개 를 저었다.
‘허언증도 저런 허언증이 없네.’ 아수라 친구라고 했을 때 현성도 혹시 모르니 유심히 생각해 봤다.
이데아에서는 외모를 큰 폭으로 바 꿀 수 없으니 혹시나 기억에 있는 얼굴인가 하고.
아무리 얼굴을 수정했다 한들 전체 적인 분위기는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처음 본 얼굴일 뿐만 아니라 현성과 아수라의 접점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곤 손가락 안에 꼽는데 그 중 하나일 리가 없지 않은가.
거기다 결정적으로 아수라를 자신 의 손으로 구해준 적이 있다는 말에 현성은 데스가 허언증 말기 환자라 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도 실력은 있는 사람이겠지.’
용병으로 뽑힌 걸 보면 그래도 실 력은 있겠거니.
생각하며 그걸 위안으로 삼았다.
‘여기 풍경이 진짜 장관이네.’
빌딩보다 거대한 나무를 보며 주변 을 살폈다.
세상을 뒤덮는 싱그러운 녹색 빛 들. 거대한 나무, 세계의 묘목은 주 변을 삼키듯 에워쌌고, 세계의 묘목 주변에 펼쳐진 넓은 들판은 그야말 로 낙원을 보는 듯했다. 이런 공간이 곧 있으면 두 레이드 보스로 인한 전장 된다니.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때.
쿠그그그그그그.
휘이이이이이잉!
땅에서는 거대한 진동이.
하늘에서는 강력한 풍압이.
사방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온다!”
“모두 대열 정열하고 대기해!”
“긴장하지 말고! 이번이 15차다! 우리가 기록을 하나 세우자!”
“으아아아!”
요란스러워진 분위기.
다들 긴장을 숨기기 위해 소리를 지르며 열기를 발산한다.
그걸 보며 현성은 아무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이 레이드는 실패다. 확신할 수 있 었다.
‘정돈되지 않은 열의는 손발이 꼬 이기 마련이지. 서로 연습은 하긴 한 거 같지만, 실전과 연습은 다르 지.’
하기야 이곳에서 15차 레이드라고 해도 저들이 15번이나 했을 리는 만무하다.
기존 레이드에 도전하던 이들은 레 벨을 올리고 다른 지역으로 갔을 확 률이 높다.
그리고 지금 남은 이들은 현성이 보기엔 애송이들.
그의 눈에 차는 이가 몇이나 되겠 느냐만 그렇다 해도 대열을 유지하 는 것이나 흥분해서 들썩이는 모습 이 보이는 건 정말 아니지 않은가.
부디 2페이즈는 볼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악!〉
땅에서 튀어나온 강철이무기 니르 그가 하늘을 향해 포효한다.
그리고 그런 니르그를 향해 천둥새 아르젠타도 마찬가지로 니르그를 향 해 포효한다.
〈쿠라라라라라라라락!〉
숙적이라 할 수 있는 두 보스에 현성은 저도 모르게 압도되었다.
저 둘의 모습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고작 그래비티 미티어 4방으로 쓰 러뜨릴 수 있는 괴물들이 아니라는 것을.
‘오만하게 굴지 않은 게 다행이다.’
물론 이것저것 더한다면 혼자서 레 이드도 무리는 아닐 터.
하나 한 마리씩이라면 몰라도 둘 모두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라 생각 이 들었다.
당연한 이야기나 저 둘 중 한 마 리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대단하고 경이로운 일이긴 했지만.
투콰가가가가강!
선공을 먼저 날린 것은 천둥새 아 르젠타였다.
두 날개를 쭉 펼쳐 그대로 휘두르 자 허공에서 천둥이 울리는 듯 충격 파가 발생하며 푸른 파동이 강철이 무기 니르그를 덮쳤다.
까가가가강!
하나 강철처럼 단단한 니르그에게 데미지를 주기엔 역부족이었던 모 양.
그때 니르그가 두 입을 쩍하니 벌 려 은빛 용액을 뿜어냈다.
〈구와아아아악!〉
브레스와도 비슷해 보이는 공격. 하나 아르젠타는 맞아줄 생각이 없 었는지 천둥의 날개를 펼쳐 주변의 보호막을 발동해 은빛 브레스를 막 아냈다.
두 괴수가 서로에게 강력한 공격을 날린 것을 확인한 수장이 다른 이들 을 보며 외쳤다.
“용병들은 니르그 먼저 어그로를 끈다! 어그로가 안정이 되어 있을 때 니르그를 먼저 공격한다!”
드디어 오더가 내려졌다.
오더를 들은 현성이 움직인다.
하나 어그로를 끌라는 말에 참으로 난감하다는 듯 전장을 살폈다.
빌딩보다 거대한 나무에서 나무보 다야 한참 작지만 웬만한 중형 건물 만 한 두 보스가 전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저 틈을 비집고 들어가 어 그로를 끈다?
‘왜 용병을 불렀는지 알겠네.’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길드원이 어디 있겠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기도 했 으나 이것 역시 맞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용병들은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이기에 저곳에 가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
지금 니르그가 신경 쓰고 있는 것 은 오로지 천둥새 아르젠타뿐. 유저 들은 일절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 다고 공격을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 다.
그러나 이런 상태에 레이드의 딜러 들이 나선다면 전멸을 면치 못할 게 틀림없다. 방어력이 튼튼한 니르그 는 유저들을 모두 상대한 뒤 아르젠 타를 상대해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 려 그럴수록 니르그의 체력이 회복 되니 니르그에겐 좋은 일이 될 수밖 에 없다.
따라서 니르그의 어그로를 끄는 것 이 매우 중요했다.
딜러진이 공격하더라도 용병들만 보게끔 하는 어그로.
‘우리가 어그로를 끌면 아르젠타랑 우리만 신경 쓰게 하고 그사이에 딜 을 넣겠다는 거지.’
합리적인 전략.
벌써 15차 레이드이니 이런 전략 을 생각하지 못하는 게 말이 안 된 다.
고용된 6명의 용병이 조를 이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성도 데스와 함께 움직였다.
“우선 최대한 강력한 공격으로 어 그로를 끌죠.” “훗, 내 모든 공격은 모두 강력하 지!”
역시 컨셉 하나는 확실히 유지하는 놈이었다.
현성도 영상에서 보여준 스킬들을 제외하곤, 큰 특징이 없는 카론의 검술과 정말 하등 쓸모가 없어 보였 던 희귀 스킬인 검기 방출을 사용했 다.
카론의 검술 타격과 절단의 속성을 받은 검기가 그대로 방출되었고, 니 르그의 목에 그대로 적중했다.
까가각!
나름 집중하여 공격한 것이었음에 도 별다른 타격이 없어 보이는 공 격.
하나 니르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니르그와 눈이 마주친 현성은 피식 웃으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혹시 몰라 뒤로 이동하던 중 니르 그가 가소롭다는 듯 은빛 덩어리를 쏘아냈다. 아까 아르젠타에게 발사 했던 것과 비교하면 귀엽기 짝이 없 는 덩어리.
하나 그것만으로도 현성의 덩치를 아득히 뛰어넘은 크기였다.
‘막는다.’
공격을 한 뒤 뒤로 물러남과 동시 에 날아온 공격.
아직 현성은 허공에 있고, 천근추 를 사용해 무게로 피하는 건 피하기 힘들다.
그렇다는 건 막는 것 외에 없다는 것.
현성이 자연스럽게 싱클레어의 바 람의 검을 사용하면서 공격을 베려 던 순간.
“하핫! 이 몸이 나설 차례군!”
검은 그림자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현성과 은빛 덩어리 사이로 끼어들 더니 그대로 은빛 덩어리에 직격당 했다.
콰강!
소리로나 보이는 것으로나 상당한 충격을 입었을 터.
그러나 공격을 막은 사람은 아무렇 지도 않다는 듯이 씨익 웃는다.
다름 아닌 현성과 같은 조인 데스.
별 타격이 없어 보이는 것과 양손 에 빛이 넘실거리는 것으로 보아 스 킬을 사용해 공격을 막은 듯했다.
그렇다 해도 타격이 전혀 없진 않 을 텐데 아무런 내색조차 하지 않는 다니.
‘가오가 몸을 지배한 게 저건가? 뭐, 실력은 있어 보이네.’
유일 등급 직업이라는 건 허언이 아니었는지 공격을 여유롭게 막은 것을 보며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곤 다시 놈에게 달려들었다.
다시 검기를 날리곤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놈의 이목을 끌었다.
다른 용병들도 마법이나 근접으로 성가시게 하면서 어그로를 끌었고, 그 결과 니르그가 더 이상 멀리 있 는 유저들에겐 신경도 쓰지 않고, 오직 용병들과 아르젠타에게만 신경 을 쓰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쾅! 콰캉!
멀리서 몇몇 유저가 공격을 날렸음 에도 신경 쓰지도 않았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악!〉
머리끝까지 화난 것인지 포효를 내 지르는 니르그.
그걸 보며 현성이 염동마법과 중력 마법, 천근추를 활용해 니르그를 괴 롭혔다.
허공에서 때리고 뒤로 물러나 니르 그가 고개를 돌리면 아르젠타가 그 틈을 노리고 공기를 찢어발기며 부 리로 니르그를 공격했다.
콰드드드득!
〈키에에에에에엑!〉
제아무리 강철로 된 몸이라지만 방 금 그 일격은 상당히 고통스러웠던 모양.
둘의 전투에 휘말리지 않으려 물러 난 용병들과 달리 현성은 자력돌진 을 사용하며 니르그에게 달라붙으며 바람의 검을 발동한 싱클레어로 꾸 준히 괴롭혔다.
어차피 오늘 레이드가 성공하리란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열심히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나 혼자 딜을 얼마나 넣을 수 있 는지 봐야지.’
주력기라 할법한 스킬들은 모두 아 끼며 MP 관리도 하는 중이다. 그럼 에도 상당히 데미지를 주는 것을 확 인하자 현성은 미소를 지었다.
‘혼자서도 가능은 하겠어.’
그래도 다른 이들이 어그로를 관리 하거나 후방에서 여러 블랙 연합이 공격을 하는 딜이 더 크기는 했으나 현성이 주력기를 사용한다면 얘기는 또 달라질 터.
그러던 중 니르그의 몸부림에 블랙 연합 길드원 몇몇이 떨어져 나간다.
어그로가 잘 관리되고 있더라도 조
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건만 몇몇 이들이 혈기에 이기지 못해 그대로 직격을 당하고 말았다.
‘절대 못 깨겠네.’
방금으로 죽은 인원이 무려 4명이 나 된다.
그리고 그 죽은 인원의 체력을 흡 수하는 니르그.
그걸 보며 몇몇 블랙 연합 길드원 들의 안색이 변해간다.
오합지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 그때 오더를 내리는 공대장이 소리를 질렀다.
“용병들! 관리 똑바로 안 해!?” 방금 같은 상황은 용병이 아닌 죽 은 이들의 잘못이었건만.
이래서 을은 항상 서러움 법.
그 오더를 들은 현성이 인상을 찌 푸리며 바람의 검을 활성화 중인 싱 클레어에 또 다른 속성을 부여했다.
‘관통.’
푸욱!
〈키에에에엑!〉
방어력을 무시하는 바람의 검과 관 통이 만나 이룬 쾌거!
하나 오래 있을 수만은 없었다.
놈의 등에 달라붙으며 다른 유저들 의 공격을 피하기란 쉽지 않았으니.
그래도 어그로는 확실히 끌었기에 그렇게 현성이 검을 뽑고 물러나려 는 때였다.
사아아아아아악.
<……>
<……>
세계의 묘목에서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
그리고 그 바람을 느낀 두 보스가 치열하게 싸우던 와중에 고개를 돌 려 세계의 묘목을 봤다.
그리고 나타나는 메시지.
[경고! 강철이무기 니르그가 분노 합니다!]
[경고! 천둥새 아르젠타가 분노합 니다!]
[두 보스가 더욱 강력해집니다.]
“이, 이게 뭐야?”
“2페이즈가 가려면 아직 멀었잖 아!”
“도, 도망쳐!”
블랙 연합과 용병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오직 현성만이 볼 수 있었다.
일이 잘못되었다는 듯 인상을 찌푸 리는 공대장의 표정을.
‘역시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었 나?’
그걸 발견하자마자 현성은 재빨리 싱클레어를 회수하고 깜짝이동으로 이동하면서 두 보스의 동태를 살폈 다.
다들 어리둥절할 때 저런 표정을 지었다는 것은 무언가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냅다 도망치기 시작하는 공 대장.
그 순간.
우우우우우우우웅- !
슈우우우우우우욱- !
두 날개를 찢어질 듯 벌리는 아르 젠타.
아가리를 벌리고 숨을 깊게 들이마 시는 니르그.
저 공격들은 처음 둘이 등장했을 때 나타난 스킬.
그게 유저들을 향해 쏘아졌다.
투콰가가가가가가가가강 !
〈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천둥의 파도와 은빛 브레스가 유저 들을 덮쳤다.
현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크흑.”
닿는 즉시 소멸하다시피 죽어나가 는 다른 유저들과는 다르게 현성은 그걸 버텼다. 전투 중 몽환의 허리 띠는 이미 횟수가 0이 되었고, 막을 수 있는 스킬은 얼마 되지 않았다.
‘주, 죽겠다.’
방어마법들과 염력 마법, 그 외 방 어할 수 있는 모든 마법들을 사용해 방어했다.
그러나 두 보스의 강력한 공격은 현성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 다.
모든 방어가 끝나갔음에도 은빛 파 도와 천둥의 파도가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 현성이 두 눈을 질끈 감는 다.
‘광전사의 노래.’
10초간 무적이 될 수 있는 스킬.
또 다른 무적기인 죽음의 지휘자는 사용하기 아까웠다.
그렇게 10초가 끝나려던 순간.
공격이 끝나가는 것을 보곤 현성은 바로 은신을 발동해 뒤로 물러났다.
〈카아아아아악!〉
〈쿠라라라라락!〉
필살기에 가까운 두 파도가 주변을 휩쓸었고, 남아 있는 유저는 그 누 구도 없었다.
두 보스가 포효를 내질렀고, 그대 로 세계의 묘목으로 향했다.
‘도대체 뭐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은신 한 현성인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극심한 통증이 현성을 덮쳤다.
“크헉.”
[광전사의 노래가 끝납니다.]
[10초간 받았던 데미지의 50%의 피해를 입습니다.]
[HP가 0이 됩니다. 10분간 불굴의 의지가 발동됩니다.]
[모든 HP와 MP가 회복됩니다.]
그리고 불굴의 의지가 발동되어 겨 우 살아난 현성이 고개를 저으며 니 르그와 아르젠타가 향한 곳을 봤다.
레이드 몬스터가 전투 도중에 갑자 기 이상을 느끼고 어디론가로 간다?
뭔가 이상하다.
거기다가 마지막의 공대장의 그 표 정이 마음에 걸렸었다.
‘공대장은 뭔가 알았던 거 같은데.’
문양을 떠올리니 공대장의 길드는 블랙 연합 중 블랙 스파이 길드.
그리고 용병들을 고용한 것도 다름 아닌 블랙 스파이 길드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은 했 건만.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르기에 보스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따라가 보면 알겠지?” 그렇게 말한 현성은 인벤토리에서 원래 착용하던 모든 아이템을 착용 후 마지막으로 검은색 가면을 쓰며 말했다.
“촬영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