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잠만 자도 랭커-171화 (171/472)

잠만 자도 랭커 172화

어두운 동굴 속.

하지만 일반 동굴과는 벽이 완전히 달랐다.

고목나무와 같은 벽면과 천장. 그 리고 바닥까지 나무로 만들어진 동 굴.

하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흔적은 전혀 없었다.

동굴의 면적조차 상당히 거대해 동 굴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건물 내부라 고 생각이 들 법한 모습.

그 동굴 내부로 들어가는 구멍 앞 에 검은 가면을 쓴 사내가 지켜보고 있었다.

니르그와 아르젠타가 들어가면서 생긴 거대한 구멍.

그런 구멍보다도 훨씬 거대한 동굴 을 지켜보는 검은 가면을 쓴 사내, 현성이 생각했다.

‘살아남은 건 나뿐인가 보네.’

아무래도 살아남은 자는 오직 현성 뿐인가 보다.

누군가 있었다면 현성이 발견했을 테니.

하기야 방금 그 위력에서 살아남을 법한 이가 있을 리가 있겠는가.

현성조차 광전사의 노래를 쓰고도 한번 죽어서 불굴의 의지가 발동 되 지 않았던가.

현성 대신 니르그의 은빛 덩어리를 막아준 데스도 죽었다.

방어력이 그 정도로 뛰어난 데스도 순식간에 죽은 걸 보면 살아남은 이 는 없다 봐도 무방했다.

‘자기만 믿으라더니 닉값 하셨네. 그보다 여기는 도대체 뭐 하는 곳이 지?’ 현성은 동굴을 보며 무언가 찝찝하 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뭐 하는 곳이기에 두 보스 가 서로 치고 박고 싸우다 협력을 하면서 유저들을 죽인 뒤 이곳에 온 것일까.

그러던 중 문득 레이드가 시작 되 기전 봤던 편지가 떠올랐다.

‘이 동굴이 전에 내가 나오면서 본 편지에 써진 던전인가?’

아직 동굴 내부에 들어가진 않았으 나 이곳이 던전이라는 것을 모를 리 가 있겠는가.

거기다 화린의 책상 위에 놓여 있 던 편지.

분명 던전이라고 적힌 글을 보지 않았던가.

‘블랙 연합, 화린, 두 보스, 던전. 이렇게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

중요한 레이드에는 반드시 길드를 책임지는 자 중 하나가 오더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이데아에서는 길드가 회사와 거의 같다.

수익 자체가 게임을 즐기는 이들의 수익을 아득히 넘어설 수 있는 구조 이기에 레이드에 사활을 거는 길드 가 상당히 많다.

그런데 길드 랭킹 2위라면 어떻겠 는가.

더군다나 단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는 보스의 레이드.

그런 레이드의 관리가 소홀하다면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 아니겠는 가.

‘화린이라는 여자가 직접 오더를 안 할 수는 있지. 근데 자리에도 없 었다는 건 다른 거에 신경 쓰고 있 다고 생각할 수 있지.’

책임자가 레이드 오더에 자신이 없 을 순 있다.

그래서 다른 이가 오더를 내릴 경 우도 많다.

책임자가 무조건 레이드에 참여하 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런데 그 레이드를 살피지도 않는 다는 건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것도 1위 길드인 신화 길드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블랙 연합 이 말이다.

이 레이드를 이기면 신화 길드가 놓치고 간 하나를 얻어서 명예라도 얻을 수 있다.

거기다 죽으면 리젠되지 않는 보스 라는 것은 엄청난 아이템을 뱉을 확 률이 높다.

그걸 포기하고 다른 곳에 신경을 쓴다?

객관적으로 봐도 무언가 이상했다.

거기다 보스 둘의 반응이 이상해졌 을 때 공대장의 반응.

분명 일이 잘못되었다는 표정을 지 었다.

‘아무리 오합지졸이라고 해도 이 레이드에 투자하는 게 있을 텐데 이 렇게까지 무관심할 순 없지.’

추측을 넘어서 확신이 들었다.

절대 무관심할 수 없는 상황에 무 관심이라니.

그렇다는 건 화린이라는 자는 이곳 에 신경이 쏠렸다는 말밖에 되지 않 았다.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는 들어가 보면 알겠지.’

가면 뒤로 미소를 지은 채 현성이 동굴 내부로 들어섰다.

그러자 눈앞에 어지럽게 메시지들 이 떠올랐다.

[던전-봉인의 뿌리에 입장하셨습니 다.]

[이 던전은 특수 던전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경고, 던전 내부에 강철 이무기 니르그와 천둥새 아르젠타가 존재합 니다. 두 신수는 침입자를 환영하지 않을 것입니다.]

[던전 내부 인원: 33명(니르그와 아르젠타는 인원으로 취급하지 않습 니다,)]

‘33 명?’

니르그와 아르젠타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들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그런데 두 보스와 현성을 제외하고 32명이나 이 던전에 있다니.

예상한 대로 블랙 연합인 것일까.

‘지금 정황으로 봤을 때 블랙 연합 이겠네. 니르그와 아르젠타는 쟤들 을 죽이려고 들어온 거 같네.’

이곳에 오기 전부터 의문이 들었었 던 생각.

왜 니르그와 아르젠타는 싸우는 것 일까.

그것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는 순간 이었다.

던전 이름만 봐도 알 수 있지 않 은가.

봉인의 뿌리.

즉 무언가 봉인을 하고 있다는 것 이고 그런 던전에 누군가 입장을 하 니 두 보스가 협력을 하고 막기 위 해 이 던전으로 들어왔다.

이 상황만 보더라도 뻔하지 않은 가.

‘여기 봉인된 무언가가 두 보스가 지키고 있는, 혹은 탐내고 있는 무 언가라는 거겠지?’

거기다 이 넓은 던전에서 그 앙숙 인 두 보스가 같이 다닐 거라는 생 각은 하지 않았다. 레이드를 한다면 지금이 절호의 기 회.

둘이 싸우고 있을 때 레이드를 시 도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니르그를 먼저 노린다고 해도 니르 그를 공격하는 아르젠타의 공격도 피해야 한다.

여러모로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 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 던전에서 만일 따로 돌 아다니면 그거야말로 절호의 기회 아니겠는가.

현성이 기뻐하고 있었을 때.

슈우우욱!

“오옷! 이, 이 냄새는! 맛있는 냄 새라는 것입니당!”

갑작스레 타나가 허공에서 튀어나 왔다.

펫 전용 공간에서 탈출한 모양.

현성이 싸우거나 싸우고 있을 때는 잘 나오지 않았는데 맛있는 냄새라 니.

“맛있는 냄새?”

“그렇다는 것입니당! 너무 맛있는 냄새라는 것입니당! 호고곡, 주인님 께서 저를 생각하시구 이곳에 오신 것입니깡? 후에엥!”

너무 좋아서 눈물을 흘리는 타나.

그러곤 감사하다면서 현성의 볼에 부비적거린다.

‘뭐인지는 모르겠지만, 귀여우니 가만히 있자.’

포동포동하고 말랑거리는 두 볼을 현성의 볼에 부비적거리는 것이 너 무 귀여워 가만히 있었는데 그러던 그때.

현성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펫 ‘타나’의 전용 퀘스트가 발생했 습니다.]

[‘퀘스트-마왕의 파편을 찾아라’가 생성됩니다.]

[마왕의 파편을 찾아라.]

-등급: S+

-설명: 타나의 근간을 이루는 힘 은 다름 아닌 마왕의 파편입니다. 하나 그 마왕의 파편이 너무나도 불 안정한 탓에 타나의 성장이 아직 끝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봉인의 뿌리 내부에서 또 다른 마왕의 파편이 느껴집니다.

그것을 회수하여 타나에게 선물로 주십시오.

타나가 매우 좋아하며 성장할 것입 니다.

-제한: 마왕의 파편 보유(타나가 보유하고 있음으로 퀘스트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보상: 타나의 성장.

-실패 시: 타나의 성장이 끝나게 됩니다.

‘……마왕의 파편?’

그러고 보니 타나가 태어날 때 흡 수한 마왕의 파편이 있었다.

다시 한번 타나의 정보를 열어보니 마왕의 파편(1/3)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또 다른 마왕의 힘을 흡수한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하나. 거기다 타나가 성장한다 고 한다.

그 말에 현성은 잠시 망설였다.

‘이대로가 좋은데 말이야.’

아기와 같은 타나의 모습.

사실 이대로만 있어도 충분했다.

타고 다닐 수 있는 드래곤도 아니 고, 비룡도 아니었으나 충분히 귀엽 지 않은가.

그저 보고만 있어도 귀여운 이 아 이를 성장시키면 내심 쓸쓸하진 않 을까 했으나 타나가 어디 가는 게 아니지 않은가.

마치 딸 가진 아버지의 생각을 알 게 된 것 같은 현성이었다.

“그러면 다른 경쟁자를 제거하러 가볼까?”

“좋다는 것입니당!”

신이 난 타나와 그런 타나의 머리 를 쓰다듬는 현성.

그 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쾅!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앙칼진 목소리가 방 안을 휘갈긴 다.

그 목소리를 들은 길드원들은 벌벌 떨며 그저 마른 침을 삼킬 뿐 아무 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여기서 어떻게 말을 해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 니.

앙칼진 목소리를 낸 화린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방금 보고를 한 길

드원을 노려봤다.

꿀꺽.

그야말로 폭풍전야 같은 상황.

다행히도 화린이 화를 가라앉힌 것 인지 깊은숨을 뿜으며 수정구를 봤 다.

한쪽은 레이드 공대장의 시야를 공 유한 수정구였고, 다른 한쪽은 봉인 의 뿌리로 향한 탐사대장의 시야를 공유한 수정구였다.

그러나 지금 둘 다 검게 물들어 있었다.

화린도 블랙 스파이 길드원들도 어 리등절한 상황이다. 탐사대 인원은 정원을 똑바로 맞췄 고, 레이드도 순조롭던 상황이다.

물론 레이드를 클리어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리 크진 않았으나, 이번에 고용한 용병들의 활약으로 해볼 만 하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한순간에 둘 다 망치 게 되었으니 화가 날 법도 하지 않 은가.

하나 그럼에도 최대한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보단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아는 것이 급선무다.

“레이드는 그렇다 치더라도 탐사대 가 한순간에 전멸했다는 건 무슨 일 인지 설명 좀 해보겠어?” 충분히 가라앉히긴 했으나 아직도 분한 듯 목소리가 떨려온다.

그 말에 길드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탐사대의 정원은 똑바로 맞췄습니 다.”

“그건 나도 알아. 그런데 침입자가 들어온 거야? 거기에 대한 대안도 분명 대비 한 걸로 아는데?”

던전의 정원수는 최대가 50명이다.

50명이 넘어가게 될 시 아르젠타 와 니르그가 근처에 있는 모든 유저 를 죽이고 던전으로 들어와 침입자 를 죽이고 만다.

그러나 봉인의 뿌리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아르젠타와 니르그가 싸우는 동안 열리고, 입구의 수는 꽤 여러 곳이었다.

화련이 알고 있는 곳만 3곳이 넘 는다.

다른 곳도 있을 거라는 추정으로 누군가 실수로, 혹은 운이 좋아 들 어와도 정원을 넘기지 않게 40명에 맞춰서 들어가게 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전멸을 했다는 것일까.

“예, 그런데 갑자기 32명의 인원이 던전 내부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32명?”

“예, 그걸로 인해 정원이 넘치게 되었고, 아르젠타와 니르그가 반응 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 말에 화린이 생각에 잠겼다.

한둘이라면 유저가 운이 좋아 들어 왔거나, 혹은 어쩌다 보니 들어온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32명은 그럴 만한 수가 아 니지 않은가.

곰곰이 생각하던 화린이 인상을 찌 푸리며 말했다.

“NPC일 확률이 높겠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 다. 지금 이곳을 저희가 꽉 잡고 있 는데 갑자기 32명이 들어왔을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화린도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이번에도 던전 탐사에 실패 하면 현실 시간으로 10일을 더 기 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적으로 너무 오래 걸릴 뿐 아 니라, 이번에는 다른 정보도 얻지 못하고 허무하게 탐사를 끝낼 순 없 는 노릇.

거기다가.

‘새로 들어왔다는 32명이 신경 쓰 여.’

아르젠타와 니르그가 이미 죽였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아르젠타와 니르그가 죽이지 않았 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갑자기 그 던전에 나타났다면 던전 에 봉인된 무언가를 탐하고 왔을 확 률이 높지 않은가.

그걸 다른 이들이 획득하기라도 하 면 큰일이다.

“우리 블랙 스파이 길드의 비밀 요 원들이 얼마나 남았지?”

“저희를 포함해 10명 정도 됩니 다.”

“걔들 다 지금 모이라고 해. 탐사 대로 꾸린다.”

“예!”

“그리고 이번에는 나도 간다.”

표독스럽게 눈을 뜬 화린을 보며 길드원들은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NPC건 아니건 내가 고른 물건을 탐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