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74화
그래비티 미티어를 발동한 순간.
현성은 무영창에 위대함을 깨닫고 멍하니 그 운석을 바라봤다.
속으로 스킬을 외친 것도 아닌 그 저 생각이라는 작용만으로 발동되다 니.
캐스팅 시간과 딜레이가 없다는 것 은 즉 생각만으로 즉시 발동할 수 있다는 소리가 되니까. 불가능한 일 은 아니다.
그러나 설마 했는데 정말 이게 되 다니.
현성은 강력한 중력장에 들어가자 마자 휘청거리는 기사들을 보곤 미 티어 라이딩을 발동했다.
그래비티 미티어를 발동한 뒤 MP 가 0이 되었으니 피할 수 있는 방 법은 미티어 라이딩뿐이다.
그리고 거대한 충격이 던전을 휩쓸 자 현성은 바로 마나 포션을 마시며 블링크로 허공에 나타났다.
‘미친.’
그리고 밀폐된 공간에서 그래비티 미티어를 쓰면 어떻게 되는지 볼 수 있었다.
벽면과 천장은 미사일이라도 맞은 것인지 잔해조차 찾기 힘들었고, 바 닥엔 깊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곳이 아무리 나무로 만들어진 던 전이라고는 해도 던전 바닥에 저런 구멍이 뚫리다니.
‘경험치도 들어오긴 했는데…… 이 놈들 걔들 맞지?’
현성은 방금 세 기사를 죽이고 나 온 메시지를 봤다.
[썩어가는 죽음의 기사단, 역병의 기사를 쓰러뜨렸습니다.]
[메인 시나리오2에 대한 실마리를 획득하셨습니다.]
[추가적인 실마리를 획득하실수록 메인 시나리오2에 가까워집니다.]
왜 이곳에 저들이 있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다름 아닌 마왕의 파편.
어떤 이유에서 마왕의 파편을 원하 는지 모른다.
아니, 몰라도 된다. 단지 하나만 알고 있으면 된다.
‘뺏겨선 안 되지.’ 지금 현성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타나가 성장한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리 원하지 않았던 가.
그러니 그걸 얻어주고 싶었다.
‘타나는 역소환되었나 보네.’
충격을 받기 전 중력을 견디지 못 하고 역소환된 모양.
아마 그로 인해서 피곤도 쌓였을 것을 생각해 현성은 굳이 소환하지 않았다. 또 괜찮아지면 알아서 나올 타나이지 않은가. 거기다 불사의 권능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진 않았다.
그보다 역병의 기사들이 문제다.
‘은신을 쓰고 있었지?’
현성이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난 뒤 평소와는 다른 모션에 이상함을 느 꼈을 때 덤벼들던 놈들이다.
그렇다는 것은 그 이상함도 놈들이 했다는 것이 된다.
거기다 몬스터의 이름이 ‘역병에 걸린’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던 가.
‘역병으로 인해서 뭔가 더 강해졌 다든가 무언가를 하겠다는 게 틀림 이 없는 거 같기는 한데.’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몬스터 들에게 역병을 걸어 무언가를 한다 는 생각 말고는 잘 들지 않았다.
모든 것이 추측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겠는가.
‘그리 멍청한 집단은 아니고, 이 던전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마왕의 파편을 찾는 이들이 역병을 뿌리고 다닌다.
이런 넓은 던전에서 말이다.
거기다 몬스터가 죽으며 포자처럼 흩어지는 모습.
그런 것들이 조합되자 무언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역병에 걸린 몬스터들의 시야를 공유한다든가. 역병에 걸린 몬스터 들을 통해 탐사를 할 수 있는 거 말곤 떠오르는 게 없는데 이게 확실 하겠네.’
이 던전까지 와서 뻔히 보이는 마 왕의 파편이라는 목적을 두고 흩어 져서 역병을 퍼뜨리고 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굳이 역병을 퍼뜨리고 있다. 그렇다는 것 은 마왕의 파편을 찾는 것과 연관이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는 가.
추측에 불과한 생각이나 가장 타당 성 있는 생각.
현성은 그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지금 상황을 유추하면 블랙 연합 이 이 던전에 있었고, 역병의 기사 단이 들어오면서 이 던전에 니르그 와 아르젠타가 들어와 블랙 연합을 쓸었다는 게 되나? 역병의 기사들은 은신이 뛰어나니까 두 보스에게 아 직까지 걸리지 않은 거 같으니.’
현성도 그렇게 살지 않았던가.
레이드 인원을 모두 죽였을 때 은 신으로 몸을 숨겼었다. 그때, 만일 놈들이 현성을 발견했 다면 모르지만, 놈들은 발견하지 못 했었다. 그렇다는 건 역병의 기사들 또한 발견하지 못했을 확률이 크다.
즉 지금 남아 있는 32명, 아니, 방 금 3명이 죽어 남은 29명은 모두 역병의 기사라는 뜻이 된다.
‘그럼 슬슬 움직여 볼까?’
현성도 은신을 사용하곤 움직이려 는 찰나.
현성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던전 내부 인원: 41명(니르그와 아르젠타는 인원으로 취급하지 않습 니다,)] 방금 현성이 3명을 죽여 30명이 되어야 하는 인원이 어느새 41명이 되었다.
11명이 더 들어왔다는 애기.
현성은 그걸 보며 조용히 턱을 쓸 었다.
‘이거 상황이 재미있게 흘러가네.’
저 11명.
역병의 기사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우연히 이곳에 들어온 이들 은 아니다. 그랬다면 저런 애매한 숫자인 11명이 아닌 2?3에서 풀 파 티인 6명이 들어왔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도 아닌 11명.
즉 사전에 이 던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이들이라는 게 된다.
‘블랙 연합, 아니, 블랙 스파이 길 드의 화린이 왔나 보네.’
이미 현성에겐 모든 정보가 있는 상황이다.
재미있게 흘러가는 이 상황.
현성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방금 들어왔으면 마중 나가줘야겠 네.’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검은색과 푸 른색이 반반 섞인 가면 뒤에 지어지 고 있었다.
던전 전체를 울리는 진동.
그것을 느끼며 니르그는 고개를 들 었다.
〈캬아아악?〉
땅속을 파고들어 광물들을 먹으며 살아가는 강철 이무기.
뱀보다는 웜이라는 몬스터에 가까 운 모습이지만, 이무기는 이무기다.
진동을 느낀 니르그는 바로 자신의 분노를 터뜨렸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악!〉
감히 자신과 아르젠타가 경쟁을 통 해 승자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을 침 입자 따위가 얻으려 하니 분노할 수 밖에.
놈은 빠르게 진동이 느껴지는 곳으 로 몸을 돌렸다.
아르젠타 녀석은 허공을 날아다닌 다. 때문에 저 멀리서 울리는 진동 이 어디서 울리는 것인진 알지 못할 터.
그 전에 자신이 먼저 침입자를 죽 여야 한다.
그래야 아까 싸웠던 상처를 회복할 수 있다.
〈캬아아악!〉
빠르게 이동하는 놈의 머릿속에는 침입자를 먹고 체력을 회복한 뒤 아 르젠타를 죽이는 것 외에는 다른 생 각이 없었다.
아르젠타를 죽이고 저 탐스러운 과 실을 취하기 위해.
블랙 스파이 길드.
다른 블랙 연합에 비해 무력은 약 하다고 알려진 길드다.
하나 그것은 대외적으로 드러난 사 실만 그럴 뿐. 실상은 그러지 않았 다.
다른 이들이 대회에 신경 쓰면서 프로게이머들을 영입할 때 화린은 이데아 내부에 활동하는 실력자들을 영입했다.
그 차이는 명백히 컸다.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의 레벨은 100 미만. 그러나 이데아 내부에서 활동하는 실력자들은 최소가 200이 넘어간다.
어떻게 본다면 블랙 스파이 길드가 숨기고 있는 전력을 생각한다면 다 른 길드 못지않은 전력이라는 것.
지금 모인 10명이 그랬다.
‘전력은 충분한 거 같네?’
그들을 보며 그나마 꿀꿀했던 기분 이 나아졌다.
게다가 던전의 입구는 아직 닫히지 않은 상태.
‘놈들이 뭔가를 했는진 몰라도 던 전 내부에 니르그와 아르젠타가 있 는데도 아직 전멸당하지 않았다는 건 은신 스킬이 먹혔다는 거지.’
던전에 인원이 0이 되고 내부에 니르그와 아르젠타가 있을 경우 던 전의 모든 입구가 닫히게 된다.
그런데 아직까지 열려 있다는 것을 보면 아직 내부에 사람이 있다는 것.
이곳까지 오면서 추측한 내용이 바 로 은신이었다.
‘이 쉬운 걸 그동안 헤매고 있었다 니 믿을 수가 없네.’ 다시 짜증이 밀려오긴 했으나 이성 을 찾았다.
감정적으로 해봐야 될 일도 안 된 다는 걸 그녀도 잘 알았으니.
“다들, 은신 스킬 가지고 있지?”
“예.”
정보를 모으는 블랙 스파이 길드 다.
그런 길드원들이 은신 스킬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될 리가 없지 않은 가.
화린의 말에 모두가 은신을 사용하 고 던전에 들어가려던 순간.
거대한 파동이 울려 퍼졌다.
이 근방에서 일어난 일이 틀림 없 는 충격.
다들 그 충격에 긴장한 듯 멈칫거 리며 모두 화린을 봤다.
그녀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하나 이들을 이끄는 리더답게 빠르 게 생각을 정리했다.
‘저런 진동을 낼 수 있는 건 니르 그나 아르젠타뿐일 텐데. 그렇다는 건 몇몇 이들이 걸렸다는 게 될지 도.’
짐작이지만 타당한 생각이기도 했 다.
“다들 은신 풀지 말고 긴장하면서 이동한다.”
“예.”
선두에 선 것은 화린을 제외한 10 명 중 가장 실력자 셋.
그리고 4명은 화린을 보좌하고 있 었고, 후방엔 마찬가지로 그다음 실 력자 셋이 배치되었다.
은신을 했음에도 혹시 모르는 상황 에 대비하기 위해 진열을 가다듬고 던전 내부로 진입했다. 그러자.
[던전-봉인의 뿌리에 입장하셨습니 다.]
[이 던전은 특수 던전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경고, 던전 내부에 강철이무기 니 르그와 천둥새 아르젠타가 존재합니 다. 두 신수는 침입자를 환영하지 않을 것입니다.]
[던전 내부 인원: 41명(니르그와 아르젠타는 인원으로 취급하지 않습 니다,)]
‘41명이면 처음 들어온 32명 중 2 명이 죽었다는 거겠어.’
현성이라는 불청객의 존재를 알지 못하니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아까 그 강렬한 진동이 그 2명이 죽은 원인이라 생각해도 무방 하다 판단하고 움직이려던 찰나.
화린의 근처에서 화린을 보좌하던 3명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커헉!” “크헉!” “으아칵!”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다들 당 황했다.
그중에서도 화린이 가장 크게 놀랐 다.
그러나 이곳에 모인 이들은 하나같 이 실력자다. 당한 3은 물론이고 다 른 이들 또한 바로 대처할 수 있게 움직였다.
화린 역시 자신의 무기인 채찍을 들고 스킬을 당장에라도 발동할 수 있게 대상을 노려봤다.
〈이곳은 우리의 염원이 담긴 곳.〉
〈주인님의 보물은 네놈들 따위에 게 넘겨 줄 수 없다.〉
〈신선한 죽음을 가진 자들이여 이 곳에서 죽어라.〉
잿빛 피부를 하고 흉흉한 눈을 한 기사 셋.
그들을 보며 화린이 침을 꿀꺽 삼 켰다.
‘도대체 뭐지?’
이 던전에 나오는 몬스터는 뿌리거 인이라는 몬스터들이다.
간혹가다 봉인뿌리라는 몬스터도 나오기는 하나 저런 기사가 나온다 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그렇다는 것은 이곳에 들어온 NPC라는 얘기.
그걸 깨달은 것은 화린뿐만이 아니 었다.
처음 부상을 입은 3인이 뒤로 물 러났고, 다시 공격을 하려고 덤비는 기사들을 향해 다른 이들이 달려들 었다.
부상자들은 뒤로 물러나 치유를 했 고, 화린은 채찍을 사용하며 원거리 로 보조했다.
〈크헉.〉
〈원통하다!〉
〈죽음의 저주가 우리를 좀먹는구 나!〉
한스러운 목소리.
하나 그런 것에 비해 기사들은 상 당히 강력했다.
“크헉.”
심장을 찔린 한 길드원을 보며 다 들 인상을 찌푸렸다.
곧 있으면 죽을 것 같은 길드원. 그러나 살릴 방도가 없었다.
푸욱!
뒤이어 이어진 공격에 길드원 하나 가 당하고 말았다.
그걸 보며 다들 더 활발하게 움직 였으나 정예가 10명이나 모였음에 도 만만치 않은 상대에 진땀을 뺐 다.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길래 이렇게 강해!’
화린이 슬슬 신경질이 나려던 순 간.
한 길드원이 나서서 기사의 목을 베었다.
푸쉬이이익!
“독이다! 뒤로 물러나!”
“해독제!”
죽음과 동시에 독과 같은 연기를 뿌리는 기사의 모습을 보며 당황하 긴 했으나 재빠르게 해독제를 먹고 회복할 수 있었다.
몬스터의 이름이 역병의 기사인데 준비하지 않았을 리가 있겠는가.
다만 이 던전에서는 독을 쓰는 이 들이 없었기에 준비한 해독제가 그 리 많진 않았다.
즉 해독제를 다 쓰기 전에 놈들을 죽여야 한다는 말.
그때 앙칼진 목소리가 울렸다.
“놈들의 기세는 죽었어. 빨리 해치 우지 못하고 뭐 하는 거야!”
그 목소리에 다들 인상을 찌푸렸으 나 어쩌겠는가.
저런 여자가 사장인 것을. 그래도 월급은 잘 나오니 뭐라 할 수도 없었기에 다들 빠르게 기사들 을 처리했다.
여러 공격과 매서운 스킬을 사용하 는 기사들.
거기다 기사 주제에 틈만 나면 은 신을 사용한 탓에 시간이 무려 30 분이나 지체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보스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
꽤나 장시간 이어진 전투는 마지막 기사의 심장에 검이 꽂히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원통…… 하다.〉 푸쉬이이익.
이미 독에 대한 방비는 끝내놓은 탓에 중독되진 않았다.
그러나 결과가 처참했다.
기사 셋을 죽이는 데 죽은 인원이 무려 다섯.
살아남은 이들은 화린을 포함해 고 작 여섯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분개해도 시원치 않을 상황 에 화린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다름 아닌 기사들을 모두 죽이고 나온 메시지 때문.
[썩어가는 죽음의 기사단, 역병의 기사를 쓰러뜨렸습니다.]
[메인 시나리오2에 대한 실마리를 획득하셨습니다.]
[추가적인 실마리를 획득하실수록 메인 시나리오2에 가까워집니다.]
현성이 본 메시지를 발견한 화린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 었다.
이거라면 이 던전 내부에 있는 것 을 얻지 못해도 이득이다.
‘신화 길드가 지금 미친 듯이 메인 시나리오에 대해 찾고 있었다고 했 는데 이걸 우리가 먼저 발견할 줄이 야.’
선점.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이 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정보 장사를 하는 화린에겐 더욱 그랬다.
‘이걸 중구나 펠리아에게 팔면 돈 좀 되겠는걸? 호호호호.’
자신이 사용하는 것보다는 다른 이 들에게 파는 게 더 쓸모가 많다. 돈도 벌 수 있고, 정보는 정보대로 쥐고 있으니 이득 아니겠는가.
그렇게 기분 좋게 웃고 있었을 때.
화린은 보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뒤에서 검은색 과 푸른색이 섞인 가면을 쓴 채 웃 고 있는 두 눈을 한 사내를 말이다.
그리고 그 사내는 그들을 보며 한 마디 했다.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