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76화
점점 말라비틀어져 가는 역병에 걸 린 뿌리거인들.
그리고 그럴수록 니르그의 체력은 점점 채워진다.
그간 현성이 깎아왔던 체력들이 차 오르는 니르그를 보며 현성은 눈앞 이 캄캄해지는 걸 느꼈으나 어쩌겠 는가.
‘하필 이 타이밍에.’
다른 게임에는 2페이즈가 되며 새 로운 체력창이 나오지만 이데아에선 그러지 않는다.
기존 체력에 추가가 되는 개념.
현성도 설정에 관한 것을 보긴 했 으나 잘 기억이 나진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 다.
다시 말해 지금 1페이즈의 체력도 어느 정도 회복했는데 상태는 2페이 즈라는 얘기다. 즉 강력하긴 2페이 즈인데 체력은 거의 두 배가 되었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
‘미치겠네.’
하라면 하지 못할 것도 없다.
하나 놈의 표정을 봐라.
〈캬하하하하학!〉
저건 비웃는 거다.
명백히 비웃는 거다.
현성이 뱀의 면상을 잘 알지는 못 하지만 저 눈매며 씰룩이는 입가, 거기다 웃음소리까지 명백히 비웃는 모습 아니겠는가.
거기다 아까와 같이 흥분한 기색도 없어졌다.
오히려 우쭐거리며 비웃는 모습을 하곤 있으나 눈동자 자체는 매우 깊 었다.
‘상대하기 더 힘들어지겠네.’
거기다 강철의 가시라 해서 몸 주 변을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뒤덮고 있는 저 가시.
저 가시 때문에 또 쉽게 접근하지 도 못했다.
‘뿌리거인들에게 찌른 걸 보면 늘 어나기도 한다는 건데 난감하네.’
확실히 아직까지 잡히지 못했던 이 유를 알 것 같았다.
거기다 영웅 길드와 신화 길드가 협력을 했음에도 못 잡은 이유를.
레이드를 하는 유저들 입장에선 니 르그야말로 악몽에 가까운 보스. 그 리고 그런 보스를 현성은 지금 혼자 잡으려 하고 있었다.
‘MP 관리는 충분해.’
무아라는 사기적인 스킬과 타나노 스의 푹신한 베개, 기타 여러 가지 효과로 MP 회복은 타의 추종을 불 허하는 속도다.
다만 이런 장기전에서 중요한 것은 체력. 즉 HP 관리다.
아무리 현성이라 한들 HP가 모두 소진되면 죽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전투에서 한 대도 맞지 않고 싸우는 것도 불가능하고 말이다. 아 까 그렇게 흥분해 이성을 잃었던 상 태에도 꽤 많은 피해를 입었었던 터 다. 그런데 이제 놈이 정신을 차렸 으니 얼마나 힘들어질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불굴의 의지도 오늘 끝났고.’
하루에 한 번만 발동되는 불굴의 의지도 이미 끝난 지 오래.
처음 레이드에서 아르젠타와 니르 그가 던전으로 향하기 전에 발동되 었기에 오늘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어쩌지?’
허공에서 일단 몸을 피하고 있고, 놈은 계속해서 뿌리거인의 체력을 빼앗고 있었다.
현성도 막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 는 상황.
‘마법은 거의 통하지 않고, 근접으 로 향하면 가시를 피하기 힘들어진 다.’
현성이 저 가시에 조금이라도 허용 되면 현성의 체력은 줄어들고 반대 로 놈의 체력은 늘어나게 된다.
그런 상황만큼은 피해야 하지 않겠 는가.
그래서 체력이 오르는 것을 두고만 보고 있었다.
마법들을 뿌리며 원거리로 견제는 하고 있었으나 고작 그런 것들로는 놈의 흡혈을 막을 순 없었다.
그렇다고 강력한 마법을 쓰자니 저 MP가 아까웠다.
놈에겐 강력한 마법 내성이 존재했 으니.
쿠웅! 쿠웅! 쿠웅!
“끼긱긱기긱긱직!”
뿌리거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하나 둘씩 쓰러져간다.
거기다 뿌리거인들이 죽으며 퍼뜨 리는 포자들.
저걸 보니 니르그와 상황이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체력이 낮아져 가면서 회복은 할 수 없어 초조했던 니르그는 체력이 회복되어 여유를 갖게 되었고, 곧 썩어가는 죽음의 기사가 오고 있다 는 걸 알고 있지 않은가.
그 덕에 더욱 초조해졌다.
아르젠타만큼은 아니더라도 썩어가 는 죽음의 기사들도 상당히 강했으 니까.
거기다 전에 썩어가는 죽음의 남작 을 잡았을 때와는 달리 더 강력한 역병의 기사라고 하지 않은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
모든 뿌리거인이 쓰러지자 드디어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지면 안 된다.’
놈의 가시 중 몇몇 개가 땅을 찌 르고 있다.
정확히 땅에 붙어 있으면 체력이 흡수되는 것이 아닌 저 가시에 찔려 야 흡수가 되나 보다.
문제는 땅에 붙어 있어야 현성의 전투력이 올라간다는 거다.
‘곤란하네.’
휘익
빠르게 놈의 가시가 찔러 들어오자 현성은 그 공격을 피하곤 검을 휘두 르려 했다.
그러나 수십 개의 가시가 현성을 찌르고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곤 현 성은 빠르게 블링크를 사용해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다른 가시들을 확인했다.
늘릴 수 있는 가시의 수가 한정되 어 있는지.
‘한정은 되어 있는데 별 의미가 없 는 거 같네.’
방금 현성이 확인한 수만 수십이 넘어가는데 저걸 어떻게 파악하고 피하겠는가.
공격하려고 접근했다 혹시라도 찔 리게 되면 그대로 게임 오버.
“제길.”
〈캬하하하하학!〉
현성이 분통을 터뜨리자 오히려 신 났다는 듯 더욱 날뛰는 놈을 보며 현성이 입술을 깨물었다. 가면 뒤로 보이지 않은 표정은 이미 상당히 구 겨져 있다.
무슨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 상황.
‘현아 말이 딱 맞네.’
2페이즈가 거의 난공불락이라 하더 니만 그 말이 딱이었다.
방법은 떠오르지 않고 있던 그 순 간.
저 멀리서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휘이이이이이익!
태풍과도 같은 그 소리에 현성의 표정은 더 썩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젠타라니.
거기다 언제 썩어가는 죽음이 들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
그러던 그때.
“아!”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떠오른 것일 까?
탄성을 내뱉은 현성을 보며 니르그 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현성에게 은빛 덩어리를 발사했다.
저것을 피하려고 도망치는 순간 가 시로 놈을 죽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자신의 은빛 덩어리를 발견하곤 가 만히 서 있는 현성.
가면을 쓴 터라 표정도 읽을 수 없었기에 다소 당황했다. 자신의 숙 적으로 인정한 놈이지 않은가.
그런데 아르젠타가 오는 걸 듣자마 자 저런 반응이다?
무언가 이상했다. 분명 무언가 꿍 꿍이가 있겠거니 생각하건 그 찰나. 현성이 그대로 은빛 덩어리에 강타 되었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현성을 강 타한 은빛 덩어리.
그걸 보며 놈은 재빠르게 가시를 늘려 재투성이가 된 현성에게 찔러 넣었다.
푹! 푹! 푹! 푹!
온몸이 찔린 현성.
니르그는 당연히 그게 환영이나 분 신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캬르륵?〉
가시를 통해 넘어오는 이 엄청난 체력을 봐라.
이런 대량의 체력을 주는 게 분신 일 리가 없다. 숙적이긴 했으나 이 런 최후를 보이다니 다소 허망한 표 정을 짓던 니르그는 고개를 저었다.
죽은 침입자 따위에게 관심을 둘 니르그가 아니다.
아직도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다른 침입자들.
그리고 지금은 그놈들보다 더 중요 한 이곳으로 날아드는 아르젠타.
그걸 보며 비릿한 눈으로 아르젠타 를 훑었다.
2페이즈가 되곤 체력도 거의 만땅 으로 채웠다.
그런데 아르젠타 따위에게 질 리가 있겠는가. 자신감이 충만한 놈이 그 대로 돌격했다.
콰가가가가가가강 !
거대한 몸뚱이와 가시들이 바닥을 쓸면서 내는 소리.
그리고 달려드는 아르젠타는 니르 그의 모습에 당황했다.
체력을 회복하는 걸 어떻게든 막기 위해 거대한 소리를 따라온 아르젠 타다. 그런데 이곳에 오니 숙적은 이미 2페이즈가 되어 있고 체력도 거의 가득 차 있는 상태.
〈쿠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하나 도망칠 수 있을쏘냐.
놈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만 한 다.
그렇게 아르젠타가 놈을 보며 부리 와 두 날개를 있는 힘껏 저치더니 그대로 천둥의 파도를 날렸다.
하나 그걸 보는 니르그는 가소롭다 는 듯이 자신의 가시들을 뿜어내며 그대로 파동을 막아섰다.
콰드드드드드득!
챙창챙애앵애앵!
수많은 가시들이 아르젠타의 천둥 의 파도를 막음과 동시에 깨져 나갔 고, 오히려 니르그는 적당한 피해만 입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럼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긴 했으나 그래 봐야 아르젠타와 체력 이 얼핏 비슷했다.
하나 차이가 있다면 아직 니르그는 브레스가 남아 있고, 거기다 2페이 즈라는 것.
거기에 아르젠타의 눈엔 절망이 깃 들었다.
그와 동시에 니르그가 거대한 아가 리에 쩍하고 벌리더니 아르젠타를 향해 은빛 브레스를 내뱉었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드래곤의 브레스에 비하면 초라한 브레스.
하나 지금 이 던전 통로를 가득 메운 저 브레스를 보고 그 누구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르젠타는 그것으로부터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숙적 의 필살기다.
자신 또한 필살기로 맞서야 겨우 방어가 가능한 공격.
그러나 아르젠타는 방금 필살기를 사용하지 않았던가.
다른 공격들로 최대한 막아 보려 했으나 2페이즈가 되어 더욱 강력해 진 니르그의 브레스를 막을 순 없었 다.
〈쿠라라락!〉
고통에 젖은 비명을 지르는 아르젠 타.
그런 아르젠타를 보며 니르그가 비 웃듯 놈에게 달려들었다.
아르젠타 역시 방금 그 일격으로 인해 2페이즈에 도달한 상태.
그렇다 한들 체력이 너무 낮았다.
〈쿠라라라라락!〉
콰 U: U: 1三 L三 1三 =등|
아까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천둥의 파도에 니르그는 관심도 없 다는 듯이 그대로 맞아주었다.
콰가가가강!
여러 강철의 가시가 부서졌으나 아 직 남아 있다.
그리고 놈을 죽여서 체력을 흡수하 면 된다.
아르젠타를 먹어치우고 결국 마왕 의 파편까지 먹어치운 자신은 용이 될 수 있으리라.
콰드드득!
〈쿠라라라락!〉
놈의 날개를 물고 가시로 놈을 찌 르려 했다.
하나 아직 놈의 주변에 건재한 천 등의 보호막이 가시의 공격을 허용 하지 않았다.
거기다 천둥의 보호막으로 인해 놈 을 문 입이 고통스럽긴 했으나 고통 스러운 것은 아르젠타 역시 마찬가 지.
채채채챙!
놈을 찌르려던 가시가 오히려 깨져 나가는 것을 보며 눈을 가늘게 뜨는 니르그.
하나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문제다. 놈을 천천히 먹어 치우고 여유롭게 다른 침입자 들을 죽인 뒤 마왕의 파편까지 취하 면 그만이다.
그리 생각하며 금방이라도 놈을 죽 일 수 있다는 자신에 놈의 처절한 발악을 지켜봤다.
콰드드드등!
콰드드드드등!
쩌정!
여러 천둥이 퍼지며 니르그를 강타 했으나 간지럽지도 않다는 듯 놈을 내려다봤다.
이제 놈을 흡수하면 이런 상처들은 금방 나을 수 있으니까.
<……쿠라아아.〉
모든 힘을 사용한 것인지 바닥에 늘어진 아르젠타.
평생을 숙적으로 살아오며 몇 년이 나 되었을지 모를 전투를 이어나간 둘이다.
그런 놈의 최후를 경건하게 보내기 위해 니르그는 지금 낼 수 있는 가 장 강력한 스킬을 준비하기 위해 쩍 하니 아가리를 벌렸다.
그러던 그 순간.
서걱.
“아 역시 한 번에 죽진 않네.”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들리는 참격 소리.
서걱! 서걱!
쿠웅.
그리고 육중한 무언가가 땅으로 떨 어지는 소리에 니르그는 멍하니 그 상황을 봤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아르젠타의 목 에 올라와 무려 3번이나 빛에 휩싸 여 레벨업을 하는 현성이 니르그를 봤다. 그 순간 세계가 무거워지는 착각과 함께 니르그의 입 앞에 거대 한 운석이 소환되는 것을 보며 현성 이 말했다.
“입 벌려, 운석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