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78화
구름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덮고 베개를 베고 있는 남성.
저자가 타나노스의 후예가 틀림없 었다.
아르젠타와 니르그를 잡고 난 뒤에
저리 평온하게 잘 수 있는 자가 세
상에 몇이나 될까. 그것도 이런 던
전에서 말이다.
무슨 심각한 상처를 입고 잠이 든
것이라면 이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보이는 외견으로 보이는 상 처가 거의 없는데 과연 상처 때문에 자는 것일까.
단장은 고개를 저었다.
〈‘타나노스의 후예라면 저럴 수 있 다.’〉
죽음과 잠의 신이다.
그런 신의 후예가 어디에서 자건 이상할 건 없었다.
단장이 정신을 차린 듯 다른 기사 들도 정신을 차렸다.
하나 사기가 떨어진 건 어쩔 수 없었다.
〈‘공격해야 하는 것인가.’〉
단장조차 의문이었다.
지금은 타나노스에게 저주를 받아 썩어가는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살아 가게 되었으나 그들도 한때 타나노 스의 기사들이었다.
그러니 타나노스에 대한 일화는 당 연히 알고 있었다.
〈몽유병을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 다.〉
부단장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옆에 서 단장에게 말을 걸어왔다.
필사의 각오를 하고 달려온 결과가 상대가 잠을 자고 있다. 거기에 사 기가 꺾이긴 했으나 상대를 만만히 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오기 전 보다 더 긴장하고 있었다.
〈타나노스의 몽유병은 그 어떤 신 들도 막을 수 없다고 하는 재앙이었 지.〉
〈저자도 그 배신자의 후예이니 저 자 역시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단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타나노스의 몽유병은 그런 것이니.
그러기에 그들도 섣불리 접근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대로 가서 마왕의 파편 을 구하기에는 걸리는 것이 너무 많 다.
이곳까지 오고 전에 마왕의 파편을 현성이 회수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 었기 때문. 경쟁자는 사전에 처리하 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몽유병이라 한들 우리를 이길 순 없다.〉
단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전부 전투 준비를 하며 현 성을 둘러쌌다.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 같은 모습.
그때 단장이 외쳤다.
〈놈을 친다.〉
소리를 지르지 않았음에도 무게가 실린 목소리에
모두가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니 달려드려는 순간이었다.
한 기사가 현성의 반경 10m 안에 반경에 발을 들였을 때 구름침대에 서 반응이 나타났다.
쿠르르르릉.
솜사탕과도 같았던 구름침대가 먹 구름과 같이 검게 물들었다. 아니, 먹구름보다도 칠흑같이 어두운색으 로 변해 버린 구름침대. 그것을 제일 먼저 알아차린 단장이 외쳤다.
〈피해!〉
그렇게 외치며 단장이 달려들었으 나 이미 늦었다.
단장의 움직임도 늦었고, 기사의 대응 또한 늦었다.
그 순간 검은 섬광과도 같은 벼락 이 기사의 몸을 꿰뚫었다.
<------!>
고통조차 외칠 수 없는 상황.
거기다 사방이 침묵으로 물들었다.
그 어떠한 소리도 허용할 수 없다 는 듯 사방이 고요하게 물들었다.
그걸 본 단장인 식은땀을 흘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타, 타나노스의 신기다.’〉
얼핏 들은 기억이 있었다.
베개와 이불, 그리고 침대가 모이 게 되면 타나노스의 잠을 방해할 수 있는 자는 그 누구도 없다는 전설.
예전에는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넘 겼던 말이다.
그러나 이제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적막에 휩싸인 주변. 거기다 구름침대로부터 쏘아지는 검은 섬광의 벼락들.
도무지 피할 수도 막기도 힘든 공 격들이 폭풍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뒤늦게 기사들이 알아차리고 방패 들로 벼락들을 막고는 있으나 그것 조차 쉽지 않았다. 무지막지한 공격 에 방패들은 찌그러져가고 있고, 기 사들의 상처는 늘어간다.
〈‘벌써 셋이나 당했나.’〉
자랑스러운 자신의 기사들이 벌써 셋이나 당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이들 또한 그리 여의치 않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팽팽한 선을 이어가는 기사들을 보며 단장이 이 순간까지도 고요하게 자고 있는 현 성을 바라봤다.
〈‘놈만 죽이면 된다.’〉
제아무리 신기라 한들 주인이 죽는 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리라.
후예라는 놈이 여행자라는 이방인 인지라 불사의 힘을 가지고 있다 한 들 이곳에서 더 이상 자신들을 방해 할 순 없을 터.
단장은 그리 마음을 먹고 놈에게로 달려들었다.
검은 벼락이 자신의 눈앞에 번뜩였 을 때 단장은 그 벼락을 몸을 틀어 피하며 놈에게로 달려들었다.
몇몇 벼락은 방패로 튕겨내며 속도 를 늦추지 않았다.
이대로 멈췄다간 자신의 부하들이 죽게 될테니.
이 속에서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었다. 부관 또한 막는 것에 급급할 뿐 움직일 여유는 찾아 볼 수 없다.
〈‘죽어라!’〉
단장이 그렇게 검을 들어 현성에게 내리치려는 순간.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무언가가 단 장의 검을 막았다.
<…….>
그의 검을 막은 것은 다름 아닌 이불.
이불이 부풀어 오르더니 방어막과 같은 모습으로 검을 막아냈다.
마치 자아가 있다는 듯 움직이는 이불에 단장은 당황하지 않았다. 신 기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기에.
〈‘일단 뒤로 물러난다.’〉
다른 수를 찾기 위해 뒤로 물러나 려는 때 검은 섬광이 눈앞을 가렸 다.
단장은 당연히 방패로 벼락을 튕겨 낸 뒤 다시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
<---------!>
극심한 통증이 심장에서 느껴졌다.
상황조차 파악되지 않아 어리둥절 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려 확인하니.
뾰족한 창과 같은 무언가가 심장을 관통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울컥거리며 피가 뿜어져 나오는 상 황에서도 소리 한 점들을 수 없었 다. 오히려 소리를 지르지 못해서 그런지 더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듯한 느낌.
그 순간 단장은 눈을 부릅떴다.
창과 같이 자신의 심장을 찌른 그 베개가 갑자기 속에서 가시들을 뿜 어내었고,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난 듯 단장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구름침대의 검은 벼락들.
그렇게 단장은 잿빛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기사들은 자신의 단장이 죽은 것을 보며 뭐라 외쳤으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뒤이어 검은 벼락이 사방을 휩쓸었다.
잿빛이 되어가는 역병의 기사단.
그런 와중에도 그곳은 한 없이 고 요했다.
모든 기사단이 전멸을 하고 나서야 적막이 깨졌다.
“드르렁 쿠울.”
그리고 자고 있는 현성의 캐릭터가 볼 수 없는 메시지들이 쌓여갔다.
[타나노스의 기면증 스킬이 발동 됩니다.]
[강제로 수면상태에 빠지게 됩니 다.]
[강제로그아웃 때까지 캡슐이 망가 져도 캐릭터는 게임에 남아 있으니 접속을 해제해도 됩니다.]
[타나노스의 알람시계가 발동 중입 니다. 현실 시간으로 2시간 후 캐릭 터에 접속해 계시면 이어서 플레이 가 가능합니다.]
[최적의 수면을 위해 캐릭터가 삼 신기를 꺼내 수면을 취합니다.]
[삼신기의 세트 효과가 발동됩니 다.]
[침입자를 확인했습니다. 극상의 수면을 위해 절대보호가 가동됩니 다.]
[레벨 업!]
[썩어가는 죽음, 역병의 기사단을 몰살시켰습니다.]
[메인 시나리오2에 대한 실마리를 획득하셨습니다』
[수면이 유지됩니다.]
기면증 중 기사들과 몽유병으로 싸 워 오랜만에 기사 아수라 영상을 올 리겠다는 현성의 계획에 차질이 생 긴 순간이었다.
그리고 계획에 차질을 빚은 또 다 른 존재.
역병의 기사단의 주인이 황좌에서 두 눈을 떴다.
〈실…… 패했군.〉
타나노스의 후예로 인해 실패할 것 이라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한들 파편 하나 제대로 얻 지도 못할 줄이야.
이것은 예상 외였다.
생각보다 타나노스의 후예가 강한 것인지. 그도 아니면 대륙에 퍼져 있는 타나노스교의 활동이 거센 것 인진 지금으로써는 알 방도가 없다.
그는 이곳에 묶여 있는 존재였으 니.
〈실…… 망스…… 럽군.〉
늘어지며 죽쳐지는 목소리.
하나 그 목소리를 들은 그의 신하 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계획의 차질이 생긴다면 결코 안 되는 일이었다.
마왕의 파편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 었으니.
〈고…… 작 하나…… 만 가져…… 오면 되는 것…… 을 그…… 것을 실…… 패하다니.〉
그 또한 분노에 몸을 떨었으나 그 것도 잠시.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는 듯 두 눈 을 감았다.
<……>
조용히 썩어가는 죽음의 주인인 성 황의 눈치를 보는 신하들은 두 눈을 감았다.
곧 자신들에게 닥칠 운명을 알고 있다는 듯이.
그때 그가 손짓했다.
〈재물이 되어라.〉
어느 때보다 명확한 말.
그 말이 끝난 후 고개를 조아리던 수천이 넘던 신하 중 절반 이상이 잿빛 가루가 되어 사방에 흩날렸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뽑은 잿빛 기운 을 흡수하는 성황.
그제야 좀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아 있는 신하들을 봤다.
아까와 달리 안도하는 그들을 보며 표정을 구겼다.
어찌 이런 머저리 같은 것들을 수 하로 둔 것인지. 절로 한숨이 나왔 으나 애써 그것을 참으며 입을 열었 다.
〈태…… 만의 기…… 사단이여.〉
성황의 말에 100명으로 이뤄진 기 사단이 충성을 받들며 고개를 숙였 다.
〈예! 성하!〉
우렁찬 그 목소리가 황궁에 울려 퍼졌다.
그것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성황이 태만의 기사단을 봤다. 지금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기사단 중 가장 강력한 기사단이라 할 수 있는 기사단이다.
이들을 보낸다면 필히 마왕의 파편 을 회수할 수 있으리라.
〈역…… 병의 기사단이…… 해오 지 못한 일을…… 완…… 수하도 록.〉
〈명! 받들겠나이다!〉
쿠웅!
주먹으로 강하게 가슴을 치며 일어 난 기사단을 보며 성황은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태만의 기사단이 그렇게 밖으로 나 갔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다 니 한심하군. 한때 교황이라는 자가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닥…… 쳐라.〉
불쾌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
오만하고 불온한 목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목소리에 오직 신하들만이 두려 워 몸을 떨었다.
자신의 신하들을 보는 성황이 말했 다.
〈물…… 러나도록.〉
그 말에 신하들이 거대한 알현실에 서 나가자 성황의 앞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모습을 보아하니 용 같기도 하면서 도 드래곤과도 같은 형상을 한 그림 자. 그것을 보며 성황은 기분 나쁘 다는 듯 중얼거렸다.
〈봉…… 인된 주제에 말…… 이 많구나.〉
-크하하하하하! 고작해야 네놈도 나와 똑같은 처지 아니더냐! 내가 이 빌어먹을 봉인만 풀렸다면 대륙 은 내 손안에 들어왔을 테다!
〈쯧쯧.〉
처지를 모르는 저 오만한 파충류에 게 한소리를 하고 싶었으나 딱히 틀 린 말도 아니었기에 그저 고개를 저 었다.
아무리 그 대단한 황제라 한들 혼 자서 봉인이 풀린 저 파충류라면 고 전을 면치 못하리라.
물론 황제가 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거기다 늘 황제의 곁 에 있는 그 엘프 꼬맹이와 같이 한 다면 저 파충류도 이길 순 없으리 라.
하나 황제와 엘프 꼬맹이에게 치명 적인 상처는 줄 수 있을 터.
아직도 오만에 빠져 저러고 있다는 것이 한심하긴 했으나 어쩌겠는가. 본질이 저런 것이거늘.
〈그래서 어…… 찌 여기까…… 지 왔나.〉
불평 어린 목소리로 따지듯이 묻자 그림자의 형상을 한 놈이 말했다.
-보아하니 후예 놈과 부딪힌 모양 이군. 나도 그 녀석 때문에 내 소중 한 분신을 잃었으나 뭐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흐...... 음.〉 그 생각은 마찬가지였는지 그저 눈 을 감는 성황.
놈은 성황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계획은 어떻게 되는 거 지? 보다시피 이런 몸이라 아직 계 획에 관한 건 잘 듣지 못해서 말이 야.
〈우선 제…… 물을 모…… 은다.〉
-오호, 알겠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며 성황이 눈 살을 찌푸렸다.
예전에도 저러다 당하는 것을 본 적이 한둘이 아니다.
한숨을 쉬며 성황이 말했다.
〈이…… 번에는 제대로 해야 한다 아퀼 레오르.〉
-크하하하하! 물론이다.
그렇게 사룡의 그림자가 사라지자 성황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저 오만방자한 성격에 자신의 주인 에게조차 버려지고 주인을 물려고 했던 것이 놈이다. 과연 일을 똑바 로 처리할지.
하나 어쩌겠는가.
지금의 자신은 저 사룡처럼 그림자 조차 움직일 수 없는 노릇이거늘.
자신의 최고의 손과 발이 되어줄 사룡의 그림자만 믿을 뿐이었다.
〈의식까지는 아직 멀…… 었구나.〉
너무나도 오랜 세월이 걸렸으나 그 만큼 더 인내할 순 있다. 하나 의식 까지 이 몸이 버텨나 줄지.
그저 눈을 감고 자신의 기사단과 제물을 가져올 사룡의 그림자를 기 다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