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86화
믿을 만한 동료는 구하기 쉽지 않 다.
신뢰를 쌓을 기간이 필요하고, 그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한다.
그것이 상호 간에 모두 충족이 된 다면 꽤 믿을 만한 동료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동료를 과연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진짜 길드라도 만들어야 하는 건 가? 하아.’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생각을 해도 입장 제한이 걸린 던전들도 많을 터다.
거기다 던전을 깨다 보면 혼자서는 절대 깰 수 없는 던전도 있을 터. 그런 경우 동료의 유무는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
경험치가 높은 곳이 던전이기도 했 고.
그러나 믿을 만한 사람이라곤 현아 나 굳이 더 따진다면 린과 같은 영 웅 길드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은 레 벨이 높지 않은가. 거기다 친구창에 있는 다른 이들도 지금 현성의 레벨 과 비슷한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특히 키메라 스파이더의 굴로 가야 하는데 최소 230은 되어야 버틸 수 있을 터.
아무리 유일 등급이라도 현성을 따 라잡으려면 230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이를 대뜸 어떻게 구 할 수 있겠는가.
‘거기다 믿을 만하거나 속이기 쉬 운 사람이어야 하는데……
우선은 키메라 스파이더 근처에 있 는 도시에서 다른 이들을 훑어봤으 나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거기다 그냥 본다 해서 실력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린 님에게 말하면 지원은 해주시 겠지만……
그땐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 다.
동맹이라는 걸 구축하기 위해서는 길드를 만들어야 하니까.
길드원을 두지 않는다 해도 현성은 그게 다소 내키지가 않았다.
떠오르는 뾰족한 수가 없다. 거기 에 영웅 길드에는 250대 레벨의 유 저는 없다. 그렇다는 건 신화 길드 원을 지원을 해줄 텐데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정체가 까발려지기 마 련.
그 이유가 가장 컸다.
‘고민이야. 아무나 데려가서 파티 를 풀고 각자 사냥할 수도 없고.’
각 던전마다 파티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던전이 있다.
이곳 키메라 스파이더 던전이 딱 그러했다.
파티를 유지하고 들어가서 파티와 같이 사냥을 해야 하는 시스템. 그 러려면 현성이 좋든 싫든 아수라의 영상을 찍어야 하니 지금은 아수라 라는 신분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던 그때.
“키메라 스파이더 퀸인 퀸 키메라 타튤을 잡을 동료를 구한다. 물론 동료라고는 해도 내 뒤에 숨어서 편 안히 있어도 된다! 자! 자신 있는 자들이여 오라!”
오글거리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 는 사람.
거기다 목소리조차 익숙하다.
다만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저마 다 눈살을 찌푸리며 웬 미친놈이 왔 거니 생각하며 피해 다니고 있었다.
레벨 200이 넘어서부터 이 도시에 있는 유저들의 수는 다른 도시에 비 해 현저히 낮았고, 그러다 보니 파 티를 구하는 이들도 생각보다 적었 다.
그런데 미쳤다고 저런 놈?이 있는 파티에 들어가겠는가.
가뜩이나 이데아에서 인간관계가 협소한 현성이 저런 이를 언제 봤을 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어디서…… 아!’
블랙 스파이 길드에서 같은 조였던 유저.
“나도 모르는 내 친구가 여기 있었 네.”
현성이 모르는 사이에 친구가 된 데스가 이곳에서 파티를 구하고 있 었다.
아르젠타와 니르그에게 죽었던 데 스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엘프하임과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이 었고, 엘프하임에서 잡을 수 있는 몬스터들보다 이곳의 몬스터들이 훨 씬 강력했기 때문.
강하기도 강하지만 그만큼 경험치 가 짭짤하니 레벨 200이 넘은 유저 들도 이곳을 찾는 이들이 꽤 많았 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인간사회 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아니 겠는가.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을 찾을 이들 은 수두룩했다.
그럼에도 파티가 구해지지 않아 상 당히 곤욕을 겪는 이가 하나 있었 다.
“쯧. 아둔한 안목들을 가지고 있군. 내 실력도 알아보지 못하고 나와 파 티를 하려는 사람이 없다니 말이야.
= = = ” XXX.
꽤 어려 보이는 외모.
고등학생이라 해도 믿을 법한 외모 였으나 두건을 얼굴에 두르고 있어 서인지 크게 부각되진 않았다.
침울해진 눈을 하며 고개를 떨궜 다.
‘컨셉을 이상하게 잡은 걸까?’
인터넷에서 글을 보면 파티를 구하 기 위해서는 다소 재미있게 컨셉을 잡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데스도 그걸 보고 배운 것.
그래서 이데아를 시작했을 때 그런 식으로 처음 친구를 구했었다.
다만 데스의 실력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다른 친구들이 따라가지 못 해 홀로 200레벨을 넘기게 되어버 렸다.
그래서 처음 친구를 구했을 때처럼 컨셉을 잡고 살아왔으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더 멀어지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제야 자신의 컨셉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그만둘 수가 없었 다.
현실에서는 단 한 번도 생기지 않 았던 친구가 이데아에서 이런 컨셉 으로 친구를 처음 사귀었는데 어떻 게 버릴 수 있겠는가.
그 강렬한 기억 때문에 쉬이 포기 할 수도 없었다. 하나 쓸쓸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그때.
처벅, 처벅, 처벅.
누군가 데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나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 건 가.”
목소리를 최대한 굵게 깔고 분위기 있게 말하는 데스.
물론 듣는 사람이 보기에 거북할 정도로 오글거리는 느낌이었으나 본 인은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솔직히 하면서도 좀 멋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목소리를 신경 쓰느라 자신의 앞에 선 남자에 대해서 깊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데스의 앞에 선 남자는 하얀색 가 면을 쓰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물론입니다.”
“오호, 혹시 퀸 키메라 타듈을 잡 을 용기가 있는 자인가?”
“크흠, 그렇다고 보셔도 무방합니 다. 같이 파티하시겠습니까?”
사내의 말에 데스는 뛸 듯이 기뻤 다.
솔직히 말해 코가 시큰거리며 눈물 까지 나올 지경이었으나 간신히 참 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 다.
“그럼 내 손을 잡아라. 내 손을 잡 는 그 순간, 우리는 생명을 나눌 형 제나 다름없는 동료가 될 수 있을 터! 자! 잡아라!”
누가 들어도 오글거려 손을 내밀기 는커녕 오그라들어 손을 펼 수조차 없을 거 같은 대사.
그러나 사내는 작게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시끄럽군. 우리의 결성을 세계가 축복해 주는 모양이야.”
도무지 들어줄 수 없었는지 사내도 흠칫하며 손을 떨었으나 멈추진 않 았다.
이미 결정한 거 무를 수도 없다고 판단한 모양.
그렇게 데스의 손을 잡자 파티 결 성이 되었다.
[Lv.194 아수라 님이 파티에 가입
했습니다.]
≪......2”
순간 그 메시지를 본 데스는 인지 저해라도 당한 마냥 멍하니 메시지 를 봤다.
아수라.
그가 누구인가.
그제야 데스는 주변에서 떠드는 소 리를 들을 수 있었다.
“미친. 아수라 아니야?”
“장비들을 봐봐 영상에서 보던 거 랑 똑같아.”
“미친. 본인이라니.”
“아! 그러고 보니 여기 보스도 기 록 있는 보스잖아.”
“근데 솔플이 아니라 동료를 구한 다고?”
“던전 입장 제한 걸려서 파티 하는 거 같은데? 보니까 아무나 데려가는 거 같아.”
“아무래도 영상도 찍어야 하니 눈 에 띄는 사람을 데려가나 보네.”
꽤 많은 이들이 떠드는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지금 파티를 한 사람이 진짜 아수 라라는 것을.
꿀꺽.
‘어, 어쩌지?’
데스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가 따로 없었다.
하얗게 물든 도화지와 같은 머릿 속
데스를 보는 아수라, 그러니까 현 성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미리 알아보길 잘했네.’
사실 모르는 이와 파티를 결성하고 그 영상이 아수라 유튜브에 올라가
만일이라도 현성의 얼굴을 기억하 는 이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닉을 공개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전에 현아와 실험을 해본 적이 있었다.
파티결성 메시지도 닉네임을 바꿀 수 있는지 없는지.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참으로 다행이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친구추가 또한 닉네임을 바꿔서 할 수 있었으니 역시 전설 칭호다웠다.
‘그보다 내 친구가 왜 이러실까?’
손을 잡고 아직까지 전기에 감전이 라도 된 듯 부르르 떨며 아무런 말 을 하지 않고 있는 데스를 보며 무 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그때 데스의 머릿속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상태였 다.
‘아아, 뭐라 해야지? 팬입니다? 파 티 해주셔서 감사하다 해야 하나? 으어아으아! 어쩌지?’
아수라라는 엄청난 유명스타와 파 티를 한다는 것은 중2병 걸린 고등 학생인 데스에겐 너무나도 강한 자 극이었다.
그 덕에 아무 말 못 하고 가만히 서 있는 데스.
더 시간을 주고 싶지만 현성도 어 쩔 수 없었다. 지금도 슬슬, 사람들 이 모이며 스크린샷을 찍는 사람들 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곳에 오래 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일단 데스 님? 자리를 옮기시는 건 어떨까요?”
그 말에 데스가 번뜩하고 정신을 차렸는지 현성을 보며 말했다.
“아아, 그러도록 하지. 이곳은 너무 잔챙이들이 많아서 말이야.” “……아, 네.”
습관이란 참 무서웠다.
그저 평범하게 대답을 하려던 것이 습관 때문에 저런 말을 하게 되다 니.
그걸 인지한 데스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으아으아어오아!’
뭐라 하고 싶었으나 이미 컨셉은 돌이킬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컨셉을 밀고 나갈까 했으나 그렇게 되다 아수라 가 다른 사람들처럼 질려서 떠나면 어쩌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현성을 따라 커피숍에 가는 동안 깊은 생각을 했고 데스는 한 가지 결론을 낼 수 있었다.
‘그냥 입을 다물고 내 실력을 보여 주면 친구추가 받을 수도 있지 않을 까?’
그런 기대감이 몸을 휩쓸었고, 씰 룩이는 입가를 느끼며 두건을 쓰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어린 외모 때문에 가린 것이었으나 이럴 때는 참 다행이었다.
그렇게 커피숍에 도착한 둘은 나란 히 앉았다.
당연하지만 현성은 가면을 쓰고 있 고, 데스는 두건을 쓰고 있었다.
커피와 다과를 시키긴 했으나 건드 는 사람은 없었다.
“먼저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유튜 브에서 아수라라는 채널을 운영 중 인 유튜버입니다.”
말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현성을 봤다.
물론 그 모습이 더 오만방자해 보 이긴 했으나 내막을 모르는 현성이 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데스도 자기가 어떻게 보일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고.
이미 데스를 겪어봤던 현성이었기 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거기다 전에 몇십 분간 같이 레이 드를 하지 않았던가.
그때 봤던 실력이라면 발목 잡을 일은 결코 없다고 확신했다.
“파티를 구하시고 있어서 말을 건 겁니다만, 저는 지금 찍고 있는 영 상 때문에 이번 퀸 키메라 타튤을 잡으려고 합니다. 물론 대규모 레이 드 인원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솔로 레이드 위주로 영상을 찍기 때문에 이번에는 데스 님과 같이 레이드 하 는 모습을 찍어도 될까 싶어서 말씀 을 드리는 겁니다.”
어쩔 수가 없었다.
던전에 들어가서 죽어달라고 할 수 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거기다 보스를 잡을 때 일정 이상 데미지를 깎지 못한다면 보상을 얻 을 수도 없었으니 현성은 자신의 기 여도가 90% 이상 넘을 자신이 있 었다.
데스가 뛰어나기는 해도 객관적으 로 봤을 때 자신이 그 정도 분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레이드 도중에 죽으실 수도 있지. 뭐 전에 레이드 하는 걸 보면 일반 몬스터에게는 절대 죽을 거 같진 않 고 말이야.’
거기다 파티를 구하는 방식을 보니 여태까지 솔플로 해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레벨 250을 잡을 수 있는 레벨까지 올렸다?
그렇다는 건 그만큼 실력이 있단 증거다.
확실히 그걸 보기도 했고.
그래서 현성이 이런 제의를 하는 것이었다. 아수라 채널이긴 해도 아 수라만 나오는 영상은 자칫 루즈해 질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까지의 반응을 본다면 그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만일을 대비하 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었다.
하나 데스의 머릿속은 그런 것 따 위가 아닌 다른 것으로 가득 찼다.
‘세상에! 내, 내가 아수라랑 영상을 찍는다고? 나랑!?’
꿀꺽.
이런 특별한 기회를 얻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두근두근거리는 설렘을 안고 데스 가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말 했다.
“이미! 그대와 나는 목숨을 나눈 사이! 물론이지! 나는 상관없네!”
그렇게 외치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쳐다봤다.
거기다 아수라와 같이 사냥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더 들뜬 목소 리로 외쳤다.
“하하하! 이제 당신과 나는 친구 다!”
현성은 그걸 보며 속으로 생각했 다.
‘혹시라도 나중에 길드 만들게 되 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저 사람은 뽑지 말자…… 같이 있다간 자신이 더 괴로워질 거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데스조차 속으로 괴 로워하고 있었으나 역시 습관이란 참 무서운 것이었다.
이제는 이데아 안에선 허풍이나 중 2병과 같은 말이 아니면 내뱉기 힘 들어진 데스.
그걸 보며 실력은 몰라도 저건 좀 고민할 거 같다고 생각했다.
‘하아…… 왜 내 주변엔 이런 사람 만 꼬이는 건지.’
아직까지 이유를 깨닫지 못한 현성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