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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186화 (186/472)

잠만 자도 랭커 187화

레이드에 들어가기 전 가장 기본적 으로 하는 것이 브리핑이다.

어떤 보스인지 어떤 기술을 쓰는지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 당연 하게도 보스에 대한 정보를 미리 각 자 알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나 데스와 현성은 오늘 파티를 결성했고, 오늘 잡기로 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보스에 대한 영상은 보셨습니까?”

“패턴은 아십니까?”

“??????후우.”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데스.

그러면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고 개를 숙이고 있다. 사전 정보를 알 아오지 않아 현성에게 상당히 미안 한 모양.

‘아니, 그러면 왜 퀸을 잡으러 가 자고 소리를 쳤는지 이해할 수가 없 네.’ 분명 데스가 파티를 구할 때 한 말은 퀸을 잡으러 갈 동료를 구한다 했다.

그래서 데스를 선택한 것인데 막상 까보니 아는 게 전혀 없었다.

평소에 혼자 보스를 돌거나 용병으 로 많이 뛰었던 터라 정보를 잘 알 지 않아도, 그들이 잘 알려주었기에 준비를 잘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두 명이서 잡게 될 줄 데스가 어찌 알았겠는 가.

“후우, 제가 간략하게나마 알려드 리겠습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잠시 컨셉이 풀려 초롱초롱한 눈을 하며 고개를 숙이는 데스.

데스는 그걸 인지하지 못했지만, 현성은 그걸 보며 데스가 생각보다 어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어린 게 문제가 되진 않으니 까.’

일단 어려도 실력은 있지 않았던 가.

마침 현성도 탱커가 필요했던 터라 마음에 들었다.

“우선 착용 장비들을 보니까 탱커 계열 같은데 맞습니까?”

“아, 예. 아, 아니, 흠 그렇다. 최강 의 방패라 할 수 있지.”

하기는 싫었으나 이미 처음부터 컨 셉으로 나왔으니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생각했는지 다시 컨셉으로 밀 고 나가는 데스.

그걸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으 나 나름 재미있었기에 참고 들어주 었다.

“일단 유일 등급이지만, 탱킹과 어 그로, 딜도 조금 가능하다. 왜 최강 의 방패라 했는지 이해되었겠지?”

“으흠.”

그 말을 들은 현성이 고개를 끄덕 전에 니르그의 은빛 덩어리를 직격 받고도 별 타격이 없어 보이기까지 했으니 탱킹 능력은 확실하다는 걸 안다.

하나 그렇다 한들 지금 잡을 퀸 키메라 타튤은 니르그보다 훨씬 까 다롭다.

우선 니르그 때는 서로 상처를 입 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보스인 아 르젠타가 있었으나 퀸 키메라 타튤 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

강함만 따진다면 니르그가 훨씬 강 하겠지만, 퀸 키메라 타튤은 완벽한

레이드 보스이다.

니르그는 체력을 흡수하는 특수 능 력 때문에 정원이 30명 이상이 넘 어가게 되면 레이드에 방해가 되었 으나 타튤은 그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2명이서 백이 넘어가 는 인원의 딜을 내야 깰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게 만만할 리는 없 지 않은가.

‘어쩌면 니르그보다 힘들지도 모르 겠네.’

현성이 니르그를 잡은 것은 솔직히 운이 좋았다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퀸 키메라 타튤의 경 우 그런 요행을 바랄 수가 없는 상 황. 그래서 평소 같으면 보지 않았 을 퀸 키메라 타튤의 레이드 영상으 로 패턴이나 여러 상황을 확인하고 온 것이다.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

“그럼 타튤의 패턴에 대해 말씀드 리겠습니다.”

퀸 키메라 타튤.

그 고고한 여왕을 최초로 깬 것은 다름이 아닌 신화 길드였다.

랭킹 1위 길드이자. 공식 랭킹 1위 의 유저 이덴이 참여했기에 가능했 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리고 그 최초로 깬 그 레이드의 기록이 최고의 기록으로 아직까지 깨지지 않았다.

여러 길드에서 호시탐탐 노렸으나 퀸 키메라 타튤은 만만한 상대가 아 니었다.

그리고 그 타튤을 잡기 위해 던전 에 들어온 이들은 아직도 상당히 많 았다.

‘저 사람들이 다 길드들이라는 거 네.’

저마다 제각기 다른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이들.

그들을 보며 현성은 난감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나 때문에 더 몰린 거 같네.’

아직 동굴 입구에 불과한 곳이긴 했으나 여러 길드가 보이는 이유가 뭐겠는가.

거기다 현성이 데스를 데리고 브리 핑하고 있는 시간에 몰려온 것일 가 능성도 높다.

그동안 꼭꼭 숨어서 다녀왔던 아수 라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 리가 없다. 거기다 이 곳에 오고 파티원을 구했다는 사실 도 이미 퍼졌을 터.

그러니 제각기 다른 길드 사람들이 던전 초입에서 현성을 발견하고 어 디론가 연락을 보내는 것 아니겠는 가.

‘경쟁이 만만치 않겠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 유 명인사가 되면 불편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괜히 데스에게도 민폐를 끼친 것인 가 하며 미안한 마음으로 고개를 돌 아보자 상당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스대는 것을 보자 바로 미 안한 마음이 사라졌다.

‘괜한 걱정을 했네.’

중2병 환자가 관심을 받는 게 얼 마나 좋은 것인지 잠깐 잊고 있었 다.

현성은 의기양양해진 데스에게 물 었다.

“우리가 올 걸 알고 몰려온 모양이 네요. 레이드는 힘들 수도 있을 거 같긴 한데 일단 던전을 빠르게 주파 해보죠.”

“믿기만 하라고!”

관심이 쏠려서인지 더 씩씩한 목소 리로 말하는 데스.

부디 사고를 치지 않으면 좋겠다.

그래도 리베우스보다는 낫지 않겠 는가.

스스로 위안을 하며 빠르게 검을 쥐고 달려갔다.

거기에 맞춰 선봉에 서는 데스.

다른 길드들도 둘을 보기는 했으나 따라오진 않았다. 연락을 해서 이제 역할이 끝난 것일까. 그도 아니면 어차피 둘의 목적이 보스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거기까진 모르겠으나 그런 걸 굳이 신경 쓰진 않았다.

사냥이 시작되었으니.

“키에에에에에엑!”

거대한 목소리로 외치는 키메라 스 파이 더.

몸은 매우 괴상하기 짝이 없었다.

여덟 개의 거미의 다리는 사자의 발이나 독수리의 발 등등 제각기 다 리가 달랐고, 거미의 머리는 사람의 머리 였다.

꿈에 나올까 무서운 비주얼에 데스 가 움츠러들었는지 멈칫했다. 그러 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두 팔에 빛 을 휘감았다.

‘전에 봤던 스킬이군.’

은빛 덩어리를 막을 때 쓰던 스킬.

보아하니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되 는 스킬인 모양이다.

그대로 데스가 먼저 나아가 놈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콰강!

놈도 그냥 맞지는 않았다. 먼저 사 람의 팔과 비슷한 다리로 데스의 주 먹을 막고는 그대로 입에서 실을 뿜 어내 데스를 묶으려 했다.

그러나.

콰득!

“하압!”

“퀘에엑!”

놈의 팔에서 벗어나며 뒤로 물러나 는 동시에 놈의 턱을 힘껏 걷어차는 걸 보며 현성은 다소 감탄했다.

상당히 좋은 움직임.

현실에서도 운동을 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법한 센스였다.

‘퀸 키메라 타튤하고 싸울 때도 안 죽을 것도 같은데?’

전에 데스가 죽은 것은 니르그와 아르젠타의 이상행동 때문이었다.

마왕의 파편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사실 그게 아니었다면 끝까지 살아 남았을지도 모르는 일.

머릿속에서 데스에 대한 평가를 두 단계 위로 올린 뒤 현성이 빠르게 검을 쥐고 달려들었다.

아직 어그로가 다 끌리지 않았으나 데스는 그것을 말리지 않았다. 오히 려 데스가 뒤로 빠지면서 현성이 쉽 게 공격할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 준다.

‘판단도 좋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절단 속성 과 바람의 검 스킬을 사용해 싱클레 어의 절삭력을 극대화 시켰다.

아직 놈은 머리를 걷어차여 정신을 못 차린 상태. 공격하기엔 지금이 딱 좋았다.

망설일 것도 없이 그대로 오른쪽에 있는 다리 네 개를 그대로 베어버렸 다.

“키에에에에엑!”

순식간에 다리 절반이 베인 키메라 스파이 더.

놈이 현성에게 달려들려는 순간 왼 쪽에서 데스가 나타나더니 두 손으 로 크게 박수를 쳤다.

처엉!

무언가 묘한 소리가 울리더니 키메 라 스파이더의 8개의 홀린 듯 데스 를 봤다.

[키메라 스파이더가 착란상태가 되 어 10초간 아군과 적군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메시지를 보며 현성은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공격이 몇 번 더 이어지자 놈의 육체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걸 보며 데스는 침을 꿀꺽 삼켰

‘데미지가 도대체 얼마나 되면 몇 번 공격하지 않아도 죽는 거야.’

현성이야 이게 일상이었으니 그러 려니 했으나 데스에겐 아니었다.

아무리 유일 등급 직업이라 한들 저런 것은 처음 봤다.

데스도 실력이 뛰어나고 직업 등급 도 높아 다른 이들과 다르게 솔로로 플레이할 수는 있다고는 하나 그렇 다 한들 키메라 스파이더 같은 몬스 터를 상대로 최소 5분 이상은 끌어 야한다.

그런데 지금 봐라. 채 1분이 지나

기도 전에 한 마리를 끝냈다.

‘개쩐다.’

분명 현성의 레벨은 194였다.

전에 니르그의 레이드 때는 파티가 아닌 공격대였기에 레벨 표기가 되 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파티이기에 현성의 레벨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레벨 200이 안 된다는 것 도 놀랐는데 방금 데미지를 보고 솔 직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단 일격으로 다리 네 개를 베고, 그 뒤 몇 번 더 공격하니 놈이 죽 다니.

‘진짜 둘이서 퀸 키메라 타튤을 잡 을 수도……

데스는 그런 생각을 하자 무언가 손이 떨려왔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 때문에 못 잡 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과 걱정.

이데아를 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부 담감이 었다.

여태껏 자기보다 잘하는 사람은 많 이 봐왔으나 현성처럼 저리 압도적 인 사람은 고렙을 제외하고 처음이 다. 그것도 자기보다 레벨이 낮은 이가 말이다.

‘자, 잘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을 하고 있던 때.

현성이 의아하다는 듯 데스를 봤 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자신감이 넘 치던 사람이 갑자기 침울해진 걸 보 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완전히 모습이 달랐으니까.

‘긴장하신 건가?’

현성이 보기에는 딱 그랬다.

긴장한 사람처럼 손을 떨면서 주먹 을 불끈 쥔다.

‘퀸 키메라 때문인가 보네.’

확실히 둘이서 잡기에는 조금 힘든 보스긴 하지만 현성은 데스를 보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잡을 수 있을 겁니다.”

확신 어린 눈빛을 하며 데스를 봤 다.

그리고 그 눈빛을 본 데스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아수라 님이 있는데 뭐 가 문제야! 그래 가보자!’

자신감을 다시 찾은 모양인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데스가 소리를 질 렀다.

“으아아!” 그걸 보며 현성은 주변을 둘러보았 고, 방금 그 소리로 인해 몬스터들 이 몰려오는 걸 보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다음엔 가만히 있어야겠다.’

“아수라가 키메라 스파이더굴 내부 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보고를 들은 단정한 외모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 랭킹 3위이자 공식 랭킹 10 위에 있는 남자 아로민.

길드 또한 자신의 닉네임을 따서 만든 그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 했다.

“퀸 키메라를 잡을 때 방해하고 죽 일 수 있으면 죽이도록.”

“……알겠습니다.”

길드 간부는 그 말을 듣고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긴 했으 나 길드장의 명령을 거부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수라를 죽여 무슨 이득을 얻는지 이해할 순 없지만, 개인적인 원한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그냥 알겠다고 하며 고개 를 숙였다.

“나가 봐.”

“예.”

그렇게 혼자 남은 아로민이 미리 와있던 손님을 보며 중얼거렸다.

“거래 조건이 놈을 죽이지 못해도 정보만으로 자금을 지원해 주신다고 하셨지요?”

“물론입니다.”

그렇게 허공에서 나타난 루시퍼를 보면서 아로민이 피식 웃었다.

지금 그의 상황이 뻔해 보였으니 까.

대회에 있었던 복수를 위해 아수라 를 치려고 하는 것으로 보였으니 그 럴 만도 했다. 하나 그런 미소를 보 고도 루시퍼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아로민 길드도 저희 길드의 연합으로 들어오시는 걸로 알고 있 겠습니다. 그럼.”

루시퍼가 사라진 그곳.

홀로 남은 아로민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떨어진 금화 주머니 를 쥐곤 침을 꿀꺽 삼켰다.

‘앞으로 이데아의 판도가 엄청나게 바뀌겠어.’

그리고 그 시작이 아수라라는 것을 상기한 채 눈을 감았다.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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