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89화
쿠구구구궁.
거대한 보스방의 문이 열린 후 다 시 닫히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아로민 길드와 그 의 연합 길드들의 움직임이 더욱 분 주해졌다.
“둘러싸는 진형으로!”
“다른 한 놈은 몰라도 아수라는 반 드시 레이드에 성공한다! 그때를 노 려야 해!”
“진형을 강화해!”
“1시간이 넘어도 이대로 진형을 유 지해야 한다!”
시끄럽게 떠드는 길드원들.
다들 아수라라는 거물을 노린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긴 했지만, 몇몇 이들만 긴장을 했고, 대부분의 인원 들은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만한 인원이지 않은가.
고작 유저 하나를 상대하기에는 과 분하다 생각이 들 만했다.
이곳에 모인 230레벨 이상 유저만 150명이다. 아수라라는 유저가 아무 리 거물이라 한들 비슷한 레벨대의 이만한 전력을 어떻게 이기겠는가.
그저 세계적인 거물을 죽일 수 있 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들뜬 이들 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불안하군.’
아로민 길드 간부 폴란은 분위기를 살피곤 표정을 굳혔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아수라가 이길 수가 없는 상황.
레이드를 깬다는 것만으로 대단하 지만, 그 후 이만한 전력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먼저 이들이 덤볐 다면 폴란의 생각은 필패라고 생각 하는 중이다.
보고에 의하면 일반 몬스터라지만 10초 안에 끝난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거짓 보고를 할 가능성은 희 박하다.
그렇다는 것은 아수라가 그만한 능 력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뜻. 그런 자를 상대로 멀쩡한 상태에서 지금 모인 전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저 허수아비 신세가 될 뿐.
하나 레이드가 끝나고 난 뒤에는 다를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불안감은 대체……
머릿속으로는 분명 자신들이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모인 이들 중 희귀 등급 직업만 50명이 넘어 간다.
아로민 길드와 연합 길드에서 200 레벨 이상 모든 희귀 직업들을 모이 게 했으니. 거기다 매우 적기는 하 나 5명이나 되는 유일 등급도 있다.
폴란 역시 그 유일 등급 증 하나.
‘그래 너무 긴장하지 말자. 아수라 의 거대한 그림자 때문에 괜히 겁을 먹은 것뿐이야.’
마음의 위안을 하고 있었을 때.
문에서 진동이 울리더니 문에 표기 된 거대한 벽화에 희미한 빛이 들어 오기 시작했다.
각각 수많은 키메라 스파이더 군단 과 그 뒤에 9개의 눈을 한 거대한 거미, 마지막으로 수많은 눈을 한 여인이 서 있는 벽화였다.
각각 의미하는 바는 퀸 키메라 타 튤의 페이지를 의미했다.
저렇게 모든 벽화에 희미한 불이 들어와 있다는 것은 1페이즈라는 뜻 이다. 2페이즈로 넘어가면 차례대로 군단의 불이 꺼지게 되고, 마지막 3 페이즈 때는 수만은 눈을 한 여인의 벽화만 켜지게 된다.
그리고 퀸 키메라를 잡게 되면 불 이 꺼지고 문이 열리게 된다.
‘1페이즈가 까다롭긴 하지.’
폴란도 퀸 키메라를 깨본 경험이 있는 자다.
아쉽게도 신화 길드의 기록은 깨지 못하긴 하나 그 다음가는 기록의 보 유자.
그러기에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퀸 키메라 타튤의 첫 번째 페이즈 를.
‘키메라 스파이더 군단 천 마리를, 이동속도와 공격속도가 30% 저하된 상태로 싸워야 하지.’
공격대 100명이 들어가도 쉽지 않 은 페이즈.
거기다 일반 키메라 스파이더에 최 소 2배는 강력한 여왕의 친위대들인 지라 상대하기 더 까다로웠다.
거기다 이동속도와 공격속도가 무 려 30%나 저하가 되지 않는가.
난해하기 짝이 없는 그 상대를 고 작 둘이서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 했다.
쿠그그 그그그 그그그 그긍 . 투툭, 투투투툭.
“뭐, 뭐야?”
당황한 것은 폴란뿐이 아니었다.
모두가 당황하고 있던 찰나.
폴란이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리고 주변에 있는 자신의 부하에게 물었 다.
“아수라가 들어가기 직전 가면의 색이 뭐였나!”
“파, 파란색이었습니다.”
옆에서 당황하긴 했으나 빠르게 대 답하는 부하.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폴란은 망연 자실한 표정으로 석문을 바라봤다.
‘마, 마도사 아수라.’
푸른색 가면이 의미하는 것을 떠올 리곤 자연스레 얼마 전에 보았던 아 수라가 쓰는 운석을 떠올렸다.
그의 스승인 대륙 최고의 대마도사 인 유리아에게 전수받은 스킬.
거기에 죽어 나가는 몬스터들을 떠 올리곤 입술을 깨물었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 법한 것은 아 직 1페이즈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운석 한 방으로는 힘들었는지 키메라 스파이더 군단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얼마나 죽였을지, 얼마나 남았을지 알지 못했기에 답 답했다.
결과를 기다려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던 찰나.
옆에 있던 부하가 폴란에게 입을 열었다.
“폴란 님…… 군단 문양에 불이 꺼 졌습니다.”
이제 어이가 없는 것을 떠나서 지 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신화 길드에서도 1페이즈 때는 거 의 10분 이상을 소모했다고 알렸다. 그런데 고작 둘이서 3분 만에 1페 이즈를 클리어했다고?
신화 길드도 적은 수의 인원으로 클리어하고 최고 기록을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긴 했지만 그 수가 무려 50이나 된다.
그런데 아수라는 고작 두 명으로 3분 만에 클리어를 했다.
‘……같이 갔던 동료가 생각보다 강력한 건가.’
그런 생각을 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아수라만 할 까.
이 모든 것은 아수라의 영향일 것 이리라.
그렇게 판단한 폴란이 큰소리로 외 쳤다.
“모두 긴장해라! 1시간도 안 걸릴 거 같다!”
그 말에 아까까지만 해도 가볍게 생각하던 이들의 표정이 무겁게 가 라앉았다.
아수라는 이곳에서 죽을 것이라 확 신하는 표정들과 눈빛들이 빠르게 사라져 갔다. 저런 엄청난 광경을 보고도 그런 것이 남아 있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터. 다들 긴장을 하고 석문을 보고 있 었을 때.
다시 한번 거대한 진동이 사방을 휩쓸었다.
쿠그그 그그그그그그 그그긍 !
부르르르르.
투투투툭.
충격의 파장으로 천장에 있던 종유 석들이 떨어졌으나 다들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단 하나.
왜 저 충격이 또 나왔냐는 것이다.
꿀꺽.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마른 침 을 삼켰다.
그 와중에 폴란은 거대한 거미의 벽화에 불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걸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벽화를 봤다.
퀸 키메라 타튤.
레벨 250이 넘은 폴란이 잡아봤던 몬스터 중 가장 까다롭고, 가장 강 력한 보스다.
그 사실은 아직까지 변하지 않았 다.
아로민 길드에서 290 레이드 보스 를 잡아본 적도 있었으나 패턴만큼 은 퀸 키메라 타튤에 비하면 못하다 생각했다.
‘첫 번째 페이즈는 군단, 두 번째 는 유저의 능력들을 하나씩 봉인하 는 눈이었지.’
일정 이상 데미지를 받으면 퀸 키 메라의 눈이 하나씩 감기게 된다.
처음에는 물리공격 무효라는 엄청 난 사기 때문에 물리 딜러들과 탱커 들은 어떻게든 어그로를 끌라고 하 고 마법진들만 죽어라 공격을 하게 된다.
그 뒤에 첫 번째 눈이 감기게 되 면 엿이라도 먹으라는 듯 마법 공격 무효가 발동된다.
그 후 차례로 방어력 무효, 회복무 효, 원거리 공격 무효, 근거리 공격 무효, 시야 봉인.
이렇게 8개의 효과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 아홉 번째 눈은 그 야말로 지옥이었다.
‘시야 봉인도 짜증 나긴 하지만, 가장 어려운 건 2페이즈 아홉 번째 눈이지.’
마지막 눈의 효과는 다름 아닌 모 든 스킬 무효다.
그 어떤 스킬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오직 평타로만 잡아야 한다.
그런 와중에 눈에서 레이저를 뿜고 거대한 몸을 움직이며 유저들을 죽 이려 하는 거대 퀸 키메라 스파이더 를 상대로 평타로만 공격을 해 페이 즈를 클리어해야 한다.
그러고 끝나는 것도 아닌 마지막 세 번째 페이즈가 시작이 된다.
‘3페이즈는 그렇다 치더라도, 2페 이즈가 벌써 희미해지다니.’
석판의 불이 희미해졌다는 것은 벌 써 다섯 번째 눈인 원거리 공격 무 효가 발동되었다는 뜻이 된다.
도대체 어떤 플레이를 하기에 저런 속도가 가능한 것일까.
그렇게 그걸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 을 때 부하가 입을 열었다.
“……1 페이즈 3분 지났고, 지금 2 페이즈 돌입한 지 5분쨉니다. 그런 데 벌써 불이 꺼져가려는 걸 보면 ……아마 최단 기록으로 클리어할 거 같습니다.”
폴란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이 머리로 이해가 되진 않는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이지
않은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폴란은 아무런 말 없이 주변을 둘 러봤다.
분명 1페이즈가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보스방 내부에서 들린 진 동이 퍼지기 전에는 어수선했다.
다들 들떠있는 마음이 가득했고, 이길 수 있으리란 자만이 넘쳐나던 분위기.
그러나 지금은 싸늘하게 가라앉았 다.
과도하게 긴장하는 것은 전투에 도 움이 안 된다. 오히려 독이 된다. 그런데도 폴란은 긴장을 풀라는 말 을 하지 못했다.
자기 또한 과도한 긴장으로 손을 벌벌 떨고 있었으니.
그리고 그때.
“……2페이즈 돌입 10분 15초. 2 페이즈 클리어 되었습니다.”
“총 시간이 얼마나 되지?”
“1페이즈부터 2페이즈 클리어까지 13분 35초입니다.”
“2페이즈 클리어까지가 13분 35초 라.”
저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을 상대해 야 한다.
그러나 후퇴는 이미 없다고 들은 상황.
폴란은 눈을 감고 아로민 길드의 길드장 아로민에게 들은 명령을 떠 올렸다.
-전멸해도 상관없다. 아수라에 대 한 약점이 될 만한 걸 알아와야 한 다.
그 명령을 떠올리곤 생각했다. 과연 저런 괴물에게 진정 약점이란 있는 것일지.
그리고 폴란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 괴물이 밖으로 나올 시간이 얼 마 남지 않았다고.
‘길어야 5분이다.’
3페이즈는 그저 살아남기만 하면 되는 구간이다.
그사이에 달을 넣는다면 더 빨라지 는 곳.
하나 그만큼 엄청난 공격을 퍼붓기 때문에 공격대 대부분이 사망하는 구간이다. 처음 시야 봉인 때 가장
많이 죽고 그다음이 이 3페이즈.
천 개의 눈이 떠오르며 그 모든 눈이 감기면 저절로 사망하게 되는 패턴.
눈은 공격을 다 하면 하나씩 눈을 감게 된다. 물론 공격을 해서 감기 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 단축 을 위해서라면 공격해서 눈을 감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아수라라면 그저 피하기만 할 인물이 아니다.
그래서 5분으로 생각한 것이다.
“다들…… 준비하도록.” 조용히 외친 말이었으나 모두가 들 을 수 있었다.
그만큼 적막에 휩싸이고 있었으니.
모두의 숨소리들이 들릴 만큼 싸늘 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그리고 그때.
폴란의 예상대로 5분이 지나지도 않았을 때 석문에 보이던 모든 빛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나타나는 메시지.
[퀸 키메라 타튤이 사망했습니다.]
[신기록을 달성한 파티가 있습니 다! 18분 47초! 아수라 님과 데스 님의 파티가 신기록을 달성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특수 아이템 퀸 키메라 타튤의 영 약을 공적치에 따라 분배합니다.]
그 메시지를 본 즉시 폴란이 외쳤 다.
“모두! 전투 준비!”
“ “아아아아아아아악! ” ”
긴장을 조금이라도 떨치기 위해 소 리를 지르는 아로민 길드원과 그 연 합의 길드원들.
다들 그리 긴장하고 있었을 때. 거대한 석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모두 공격해라!”
“원거리 법사들 위주로 폭격을 날 려 어서!”
“다들 퍼부어! 어서!”
“지금이 기회야!”
다들 떠들며 석문이 열린 틈에 폭 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강! 퍼 버 버 버 버 버버버버벙!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 익!
수백, 아니, 수천의 마법들이 날아 가며 대규모 공성전이라도 하는 듯 한 모습을 보였으나 다들 마른침을 삼켰다.
무엇이 그리 초조하게 만든 것일 까.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
“주, 죽었나?”
누군가 그 말을 했고, 모두가 원망 어린 눈으로 그 말을 한 길드원을 봤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폭격으로 인 한 흙먼지를 뚫고 무언가가 나타났 다.
“저, 저게 뭐야.”
“이, 이게 말이 돼‘?”
“아, 아니.”
다들 멍하니 바라보는 존재.
그 몸집만 건물보다도 거대한 몸. 그리고 선명하게 빛나는 9개의 눈.
마지막으로.
〈감히 인간들 따위가!〉
썩어들어가는 것 같은 목소리까지.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아는 존재의 모습이었다.
“퀸 키메라 타듈.”
폴란은 멍하니 그 퀸 키메라 타튤 을 봤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유저 아수라를 공격했습니다, 적 대상태에 돌입합니다.]
그 말과 함께 퀸 키메라 타튤의 머리 위에 서 있던 검은 가면을 쓴 아수라, 현성이 입을 열었다.
“레이드 하신다고 해서 특별히 데 려왔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퀸 키메라 타률의 몸에서 천 마리의 군단이 튀어나왔 다.
그것도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 며 기존보다 더욱 강력해진 군단이.
타나노스의 영혼놀이.
그것이 오랜만에 발동되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폴란은 부르르 몸을 떨며 자신의 무기를 꺼내 외쳤 다.
“죽는 한이 있어도 아수라를 죽인 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발악과도 같은 모습에 현성은 그것 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어디 한번 해보시죠.”
모든 것을 현성의 옆에서 지켜보던
데스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짱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