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91화
“후우.”
보스 레이드 레이스.
지금 현성이 잡을 수 있는 레벨대 의 250까지의 보스들을 모두 잡았 다. 그것도 대부분의 기록들을 절반 이상 단축한 채로.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현성이라도 실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래도 해냈다는 것이 중요하다. 몇몇 보스들은 패턴이 난해하긴 했 으나 재도전은 하지 않을 수 있었 다. 그중 가장 난해하다 할 수 있었 던 보스.
‘웬만하면 신궁 아수라랑 투견 아 수라로만 상대하려 했는데 말이야.’
다른 보스들은 모두 신궁 아수라와 투견 아수라로만 잡은 반면, 퀸 키 메라 타률은 모든 아수라를 동원해 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마도사 아수라의 그래비티 미티어 가 아니었다면 절대 기록 단축은 꿈 도 꾸지 못했으리라.
모든 HP와 MP를 회복시켜주는 타나노스의 구름침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영상이나 보내자.”
이번에 얻은 영상은 두 개.
하나는 현성이 퀸 키메라 타튤을 잡은 영상, 그리고 그 후에 아로민 길드와 싸우는 영상. 이렇게 두 가 지였다.
후자의 경우 전투라기보다 일방적 인 학살에 가깝긴 했으나 어찌 되었 든 먼저 싸움을 건 건 아로민 길드 아니었던가.
어찌 되었건 잘못을 한 것은 현성 이 아닌 아로민 길드다.
퀸 키메라를 잡은 후 영상을 끊고 재촬영을 하길 잘했다.
이로서 아로민 길드는 빼도 박도 하지 못할 것 아니겠는가.
거기다 혹시 몰라 보스 방에 들어 가기 전 영상도 확보해 두었다.
그저 길드와 싸우는 영상만 올린 뒤 문제가 된다면 올릴 심산으로 말 이다.
‘대략 이렇게 적으면 되겠지?’
현성은 캡슐에서 저장한 영상 2개 와 마지막 혹시 몰라 저장한 보스 방에 들어가기 전 영상까지 첨부해 서 자세한 설명까지 적었다. 이 정도만 적어도 재환이 알아서 처리해 주리라.
“우그갸가가쟈!”
파일을 메일로 보낸 후 기지개를 켜며 거실로 나갔다.
생각보다 오늘 소모한 집중력이나 정신력이 상당한 모양.
평소의 현성이었다면 더 게임을 하 거나 낮에 마친 운동을 마저 하겠다 고 설쳤을 확률이 높았으나 지금은 그저 기지개를 켜며 피곤함을 호소 하고 있었다.
이 모습만 봐도 퀸 키메라 타튤이 얼마나 힘든 상대였는지 알 수 있었 다.
“ 하아아아암.”
심지어 하품까지 하는 현성이 거실 로 나가자 TV를 보고 있는 현아를 볼 수 있었다.
뭘 보기에 저렇게 집중하면서 보는 것일까.
“와아.”
심지어 감탄까지 한다.
무슨 아이돌의 영상? 아니면 연예 인들의 영상?
호기심을 자극한 나머지 현성은 궁 금하다는 표정으로 TV가 있는 소파 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보인 것은 다름 아닌 푸른 바다가 펼쳐진 아름 다운 전경.
거기에 생각했던 아이돌들이나 연 예인들이 나오기는 했으나 현아의 눈이 꽂힌 건 그들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저 푸른 바다.
“흐음.”
“아, 오빠 나왔어? 뭐 바빴나 보 네? 호출 거절까지 하고 게임 한 거 보니까.” “레이드 중이었어.”
“오오! 새로운 영상?” “뭐, 그렇지. 이것저것 일이 있긴 해서 근데 이건 뭐야?”
“응? 아아, 연예인들이 무인도 같 은 데 가서 생존하는 그런 예능인데 저기 바다 진짜 예쁘지? 아아, 바다 가고 싶다.”
마침 여름이기도 했고, TV에 바다 가 비춰지는 걸 보니 현성도 마찬가 지로 바다에 가고 싶어졌다.
바다에 가본 게 도대체 얼마 만인 가.
‘그러고 보니 부모님 돌아가시고 한 번도 못 가봤지.’
부모님 일도 그랬지만, 현성이 너 무나도 바빴다.
거기다 현아의 다리까지.
그렇게 여러 가지 요건으로 가지 못하게 되었다.
으레 직장인들이 휴가를 내더라도 집에서 쉬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던가.
더군다나 현성은 휴가도 사용하지 않고 아플 때만 쉬는 사람이었는데 바다를 갈 틈이 어디 있었겠는가.
‘부모님 계실 때도 자주 갔던 건 아니지.’
기껏 가봐야 경기도 근처에 있는 계곡이나 조금 규모가 있는 워터파 크 정도.
생각을 해보니 바다를 가본지 정말 오래되었다.
현아는 직접 갈 생각은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인지 그저 부러운 시선으 로 TV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여유도 나고, 굳이 매일 게 임을 할 필요도 없잖아.’
랭킹이야 진작 늦었고, 강함은 어 느 정도 있다고 자부할 만하지 않은 가.
현성의 기준으로 아직 멀긴 했으나 여유를 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거기다.
‘현아 다리도 나았고.’
현아 다리가 나으면 이리저리 놀러 가자고 해놓고 아직까지 못 갔다는 게 내심 미안했는지 현성의 표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이왕 가는 거 이번에 가는 게 좋 지 않을까.
그러던 생각이 들자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동 수단이 문제구나.’
그나마 과거에는 부모님이 면허가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 가신 뒤 현성이 가장이 되었으나 차 를 살 여유도 면허를 딸 시간도 없 었다.
그러다 보니 현성은 무면허의 차도 없었다.
바다를 가기 위해서는 그나마 자기 자동차가 있으면 좋지 않은가. 그래 야 교통도 편하고 놀러 다니기도 편 하고.
그나마 면허라도 있으면 렌트라도 했을 텐데, 그러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현아를 데리고 고속버스 를 탄다든가, 기차를 타는 것은 생 각하지도 않았다.
‘이제는 괜찮다고는 해도 아직 사 람들이 많은 곳은 불편하고 스트레 스받을 수도 있어.’
장애인으로 살아왔을 때의 사람들 의 시선.
현성도 잊지 못하고 있는데 본인인 현아는 어떻겠는가.
그 증거로 병원에 상담을 하는 것 과 스터디를 제외하면 현아가 스스 로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없 었다.
현아 본인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밖을 나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일 수 있다며 이미나의 말을 기억하고 있 었기에 고속버스나 기차는 애당초 배제했다.
거의 체크메이트의 상황.
그러던 그때.
“아!”
“응? 오빠 왜?”
무언가 좋은 생각이 번뜩인 것인지 소리를 낸 현성.
현아는 그런 현성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아야 우리 바다 가자.”
“으잉? 바다? 진짜로?”
“물론이지.”
“언제 언제?”
신이 난 것인지 들뜬 채 말하는 현아.
피식 웃으며 현아를 보는 현성이 입을 열었다.
“내일이라도 당장 가면 되지.”
“내일? 수영복이나 여러 것들 챙겨 야 하지 않아?”
“그러니까 지금 디마트에 가서 밤 에 캠핑할 거리나 수영복사면 되 지.” “오오오!” 활력이 넘치는 모습을 보니 현성도 절로 기분이 좋았다.
그러던 그때.
현아도 이상하다는 듯이 현성을 보 며 갸웃거렸다.
“그러면 우리 버스나 기차 타고 가 는 거야?”
사람도 사람이지만, 무엇보다 버스 나 기차를 타면 불편하기 마련.
지금 현아가 신경 쓰는 것도 그런 것일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 를 저었다.
“아니, 우리는 차를 타고 갈 거야.”
“응? 오빠 면허 없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는 현성.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여전히 고개 를 갸웃거리는 현아를 보며 말했다.
“잘 보고 있어 봐.”
보스 레이드 레이스.
기록을 단축하면서 타임 어택이라 고 봐도 무방한 영상.
보스들과 싸우며 기록을 단축하는 아수라의 영상을 보고 있는 재환은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감탄하고 있 었다.
‘미쳤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철저하게 계산 이 된 채로 움직이는 플레이.
상위 0.1%도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다.
마치 생각하는 대로 그대로 움직이 는 듯이.
거기다가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은 또 어떤가. 빈틈을 기가 막히게 찾 아 그곳만을 유난히 노리는 아수라 를 보며 재환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내 친구지만 진짜 독종이다.”
신력이 담긴 화살에 자력돌진 스킬 을 불어넣어 무조건 명중할 수밖에 없게 만든 화살.
그것으로 급소만을 노리는 것을 봐 라.
저리 악랄할 수가 없다.
하나 그 모습이 세련되어 보이기까 지 했으니 영상이 얼마나 출중한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오늘 보낸다는 영상이랑 이것들을 어떻게 편집을 해서 30초짜리 예고 편을 만들지?’ 어디가 하이라이트고, 어디가 명장 면인지 찾는 게 너무 어려웠다.
모두가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 으니.
하나 예고편을 만들고 총 영상을 만들게 되면 아무래도 반응이 더 좋 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해외 팬들을 위한 자막도 조금씩 달 고 있었으니 제작 기간이 조금 더 늘어나게 되었다.
‘곤란하네.’
영상 자체는 흠잡을 곳이 없다.
그러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어디에서 자를지, 어디에서 효과를 줄지가 너무 애매했다.
‘내가 직접 촬영하면 또 모르겠는 데 현성이가 자동 촬영으로 찍기는 하지만 진짜 영상촬영용 캐릭터를 만들어서 현성이 영상을 직접 촬영 하면 좋기는 할 거 같긴 한데 말이 야.’
이번 대회 이후에 만들어진 새로운 계정 종류.
바로 영상촬영용 계정이었다. 다양한 유튜버들이나 영상을 제작 하는 이들을 위해 만든 캐릭터로 영 상을 보다 쉽고 좋은 연출을 뽑을 수 있게 만든 계정이 존재했다.
이제는 산업이 되어버린 이데아였 기에 그리 놀라지도 않았으나 문제 는 현성의 의사였다.
‘촬영용 계정이 경험치나 레벨에 구애받진 않는다고는 해도 누군가 자기를 찍는다는 느낌이 싫을 수도 있지.’
자신이 설정으로 자동영상촬영과 달리 누군가 자신의 플레이를 보며 영상을 촬영하는 것 아닌가. 그것을 싫어하는 이는 충분히 있을 수 있었기에 재환도 아직 말하진 않 긴 했으나 이번에 한번 물어는 봐야 겠다며 생각했다.
그간은 현성을 생각한 것도 있었으 나 재환 역시 바빴으니.
그나마 직원들이 재환의 회사에 적 응하기 시작하면서 재환의 업무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지금에서야 진 짜 사장이 된 것처럼 어느 정도 여 유도 가질 수 있었다.
‘일단 나중에 물어보자.’
똑똑똑.
재환이 있는 회의실의 문을 두드리
는 한 여성.
다름 아닌 민희였다.
재환이 회사를 만들 때부터 같이 있던 창립 멤버.
그런데 뒤에 있는 사람들은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인원들이었다. 민희와 재환과 같이 창립 멤버인 민재와 연 아도 있었다. 하지만 민희와 그 둘 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한 달을 조금 넘긴 신인 직원들이었다.
파릇파릇한 이들도 있었으나 대부 분 꽤 실력이 있는 사람들을 뽑았기 에 나이가 있어 보이는 이들이 상당 했다.
그런데도 그들의 눈만큼은 20대 저리 가라는 듯 반짝이는 모습.
보지 않아도 뻔했다.
“영상 같이 보자고요?”
끄덕끄덕!
다들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재환 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들 일은 끝낸 모양이군요. 그럼 들어와서 다 같이 보시죠.”
재환의 말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다들 회의실 의자 하나를 잡아 앉았 고, 도도하던 민희 역시 마찬가지였 다들 착석한 것을 확인한 재환이 멈춰 있는 스크린 속 영상을 다시 재생시켰다.
시작되는 영상과 함께 회의실의 소 리는 오직 전투 소리로 가득 차 있 었다.
이곳은 영상을 최종적으로 확인하 는 회의실 중 하나였기에 사운드는 영화관 저리 가라 할 수준으로 뛰어 났다.
영상의 화질 역시 마찬가지.
그러던 그때.
부르르르르, 부르르르르르.
뒤에서 울리는 진동 소리에 다들 인상을 찌푸리며 재환을 노려봤다.
그래도 사장인 재환인데 저리 노려 보다니.
그러나 재환 역시 그럴 수 있다며 조용히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곤 밖 으로 나왔다.
이미 재환은 본 영상이었고, 편집 을 하면서도 볼 영상이었기에 큰 미 련이 없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 지 그렇지 않았다면 재환도 휴대폰 을 끄고 계속 감상했을지도 모른다.
“양반은 못 되는 놈이네.”
피식 웃으며 휴대폰에 떠오른 이름 을 보며 전화를 받았다.
“어, 그래 현성이냐?”
재환이 전화를 받자 현성의 목소리 로 웬 생뚱맞은 말이 들려왔다.
-너로 정했다!
u......
현성의 운전기사가 결정되는 순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