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95화
히죽히죽.
“하아.”
현성은 뒤를 히죽이며 자신을 따라 오는 검은 옷을 입은 사제를 봤다.
눈을 감은 것 같은 실눈에 기다란 검은 머리. 그걸 덮고 있는 후드가 더워 보였으나 본인은 그리 신경 쓰 지 않아 보인다.
저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절로 주먹 이 떨려왔으나 고개를 저었다.
‘때리면 오히려 좋아할 게 틀림없 어.’
저자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봐야 저 자에게는 포상일 터.
그러니 최대한 참았다.
참았지만 상당히 힘들었다.
“히잉, 주인님 힘들어 보이는 것입 니 당.”
옆에서 현성의 안색을 살피던 타나 가 걱정 어린 표정을 했고, 그걸 들 은 남자. 리베우스가 히죽이며 입을 열었다.
“우후후후, 괜찮습니다. 이제 제가 왔으니 주인님의 기분이 좋아지실 겁니다요! 오우!”
“좋은 것입니당! 우갸갸갸!”
타나를 보면 힘이 났는데 그 뒤에 졸졸 따라오는 리베우스를 보니 절 로 힘이 빠졌다.
그래도 다행이라 할법한 것이 바로 이것.
[당신의 펫, 타나가 리베우스의 스 킬 ‘죽음의 전율’을 복제합니다.]
[당신의 펫, 타나가 전설 등급 스 킬을 복제했습니다. 조금 성장합니 다.]
리베우스의 스킬 하나를 복제했다 는 것.
그것도 버프 스킬이었다.
전에 받아본 리베우스 버프. 이젠 리베우스가 없어도 될 만큼 강력한 스킬이었으나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리베우스.
하기야 리베우스를 본 지 오래되기 도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혹시나 싶어 리베우스를 보 며 물었다.
“리베우스, 교단에서 뭐 할 일 없 니?”
“있습니다요! 하지만 그런 일들보 다 교단의 가장 중요하신 분인 주인 님을 보좌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 습니까요?”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부르르 떨리는 눈으로 눈을 감고 리베우스는 무시한 채 지금 주어진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카페에 들어 가 노트와 팬을 꺼냈다.
이런 것까지 구현이 되어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하며.
‘일단은 아로민 길드가 왜 나를 노 렸냐는 건 둘째 치고 추후에 다시 공격을 할 이유가 있느냐가 중요하 네.’
상상이 가는 이유는 생각보다 많았 다.
첫째는 기록을 깬 것에 대한 보복. 퀸 키메라 타튤에 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현성이 그곳을 노렸다고 한 들 아로민 길드와는 크게 상관이 없 는 구역이었으니.
굳이 현성과 아로민 길드와의 연관 을 떠올린다면 기존 기록을 없앤 거 말고는 없는데 한창 잘나가는 길드 랭킹 3위인 아로민 길드가 현성을 건들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뭔가 노리는 게 있는 건가?’
아수라에 대한 정보를 알린 것은 거의 없다.
영상에서도 현성이 어떤 아이템을 얻었는지에 대한 것은 알려준 적도 없으니 어떤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공격한다는 것도 어불성설.
남는 것이라고는 메인 시나리오2에 관한 것뿐이다.
‘어렵네. 거기다 길드랑 죽음의 사 도에 관한 것도 있지.’
지금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메인 시나리오2에 관련된 것도 있 고 죽음의 사도, 거기다 집으로 돌 아오면서 재환이 말한 길드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재환의 말이 맞아.’
언제까지 혼자 독불장군으로 나설 순 없다.
우선 영상을 재환이 찍어준다는 것 자체는 반대할 여지가 없는 점은 당 연하다. 그런데 동료를 구해야 한다 는 것은 조금 꺼려졌다.
누가 뭐라고 한들 현성의 속도보다 빠른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으 니.
비슷한 레벨대의 사람을 구해도 금 방 현성이 나아갈 게 뻔하고, 현성 보다 높다 한들 언제까지 그게 유지 할 수 있으리란 보장도 없다.
하지만 단체를 만든다는 의견 자체 는 현성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아로민 길드처럼 나에게 덤 빌 길드들이 많을 텐데 언제까지 혼 자 버틸 순 없지.’
아무리 타나노스의 영혼놀이가 있 다고 한들 게임 시간으로 10시간 간격으로 덤빈다면 현성도 어쩔 도 리가 없다.
현성보다 레벨이 높은 이들을 수백 수천을 상대할 순 없는 노릇 아니겠
이번이 우연이었고, 현성이 앞으로 숨어다닌다 한들 영영 다른 길드와 시비 붙을 일이 없진 않을 터.
‘일단 나도 레벨 제동이 슬슬 걸리 겠지.’
아무리 현성이 빠르다 한들 레벨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사실. 그걸 생각해서 현성보다 레벨이 높 은 이들로 길드를 만들면 되겠지만, 어디 그것도 쉬운 일이겠는가.
‘후우. 일단 뭐를 하든 레벨을 올 려야 하는 건가. 거기다 죽음의 사 도도 만나야 하네.’
꿈의 사도 엘리시움이 말한 말로 유추를 한다면 죽으면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다만 지금 만날 생각은 추호도 없 었다.
‘곧 200이다. 200레벨 찍고 각성하 고, 잠의 사도 퀘스트 깨고 난 뒤에 죽음의 사도를 만나야겠다.’
당장도 죽으라면 죽을 수 있으나 우선순위를 정했다.
먼저 200레벨을 찍는 것.
레벨이 달리더라도 벌써 250대의 보스들을 휩쓰는 현성이다.
그러면 200레벨 때 얻는 스킬과 각성들을 하게 되면 얼마나 강해지 는 것일까.
그때의 상황을 보고 길드를 어떻게 할지 정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레벨을 어떻게 빠르게 올리지…… 하아.’
이제부터 레벨 올리는 것이 정말 지옥이라는 것이다.
보스들을 솔플로 잡다시피 했음에 도 아직까지 레벨 196밖에 안된 것 을 보라. 아무리 빠르게 잡더라도 현성이 봤을 땐 현실 시간으로 일주 일은 사냥을 해야 200을 찍을 거 같았다.
레벨 200 이전도 이러는데 200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듣기에는 일반 등급들도 경험치바 가 10배 이상 늘어난다는데 그렇게 치면 현성은 100배 아니겠는가.
침울해하고 있던 그때 현성의 눈에 거슬리는 리베우스가 히죽이는 것을 발견했다.
“......
“오우! 무슨 일이십니까요?”
“오오오오!”
그렇다 리베우스가 있었다.
버프보다도 훨씬 유용하게 쓰이는 리 베우스!
“리베우스! 네가 할 일이 있다!”
“오우! 맡겨만 주십시오!”
그러고 몇 시간 후.
거대한 사막지형 한가운데 모래폭 풍을 몰고 다니는 이가 있었다.
쿠그그 그그그그그긍 .
모래로 되어 있는 사막 전체가 울 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수많 은 발소리들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모래폭풍은 다름 아닌 몬스터들이 었다.
수백, 아니, 천에 달하는 수가 모 이자 그저 달리는 것만으로 모래폭 풍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주변에 있는 몬 스터들이 듣고 또 몰려 그 수가 증 식을 하듯 점점 늘어갔다.
고레벨이라고 한들 오금이 저릴 만 한 그 광경에 쫓기고 있는, 아니, 모래폭풍을 몰고 다니는 이가 외쳤 다.
“오우! 주인님 이거 짜릿하네요!”
“응, 네가 좋으니 나도 좋다.” 방긋 웃으며 모래폭풍을 몰고 다니 는 리베우스와 그것을 보며 하늘에 서 구름침대를 타고 다니며 디아나 를 꺼낸 현성이 신력의 화살을 소환 했다.
그냥 둬서 리베우스를 죽여줬으면 좋겠지만, 고작 레벨 270대의 몬스 터들이 리베우스를 죽일 수 있으리 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자신이 먹어치워 경험치로 환산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리라.
신의 힘이 담긴 화살.
거기에 현성은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범위 마법을 담았다.
블랙아웃.
강력한 중력으로 사방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공격하는 중력마법!
그 마법이 신력의 화살에 들어갔 고, 그대로 화살이 무거워졌다. 현성 은 그 화살을 정확히 리베우스를 향 해 날렸고, 리베우스는 신났다는 듯 이 소리를 질렀다.
“오우!”
화살이 리베우스에게 닿는 그 순간 블랙아웃이 화살에서 터져 나왔다.
사방을 짓누르는 중력에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짓눌렸고, 그대로 몸들 이 터져 잿빛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잿빛 가루 안에서 웃으 면서 튀어나오는 리베우스.
“오우!”
“칫
통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하긴 했지만, 역시나 멀쩡한 모습에 현성 은 혀를 찼다.
죽는 게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데 미지만 입었으면 좋으련만 저런 모 습을 보니 데미지를 입은 건지 아닌 건지 구분도 안 된다.
‘그래도 덕분에 경험치는 상당히 올렸네.’
역시 리베우스의 도발 능력은 상상 을 초월했다.
가볍게 몸을 푼다고 몇 마리만 몰 고 오겠다는 게 저 정도다.
특히 사막이라는 지형 자체가 소리 로 적을 탐지하는 몬스터들이 많은 곳.
그러다 보니 가볍게 몰아도 천에 달하는 몬스터를 몰 수 있는 것이었 다. 문제는 그런데도 아직 레벨을 1 도 못 올렸다는 것.
“주인님 더 몰아와도 됩니까요? 이 거 정말 신납니다요!”
“얼마나 더 몰아올 수 있어?”
“으흠.”
현성의 말에 잠시 고민한 리베우스 가 말했다.
“이 근방에 있는 놈들 싹 다 몰아 올 수도 있습니다요!”
그 말에 잠시 기가 질린 현성이 멍하니 리베우스를 봤으나 이내 정 신을 차렸다.
암. 리베우스라면 이게 정상이다.
오늘 처음 접속해서 들은 말이 황 실을 쥐잡듯이 찾았는데도 없어서 안타까웠다고 하지 않았던가. 리베우스가 현성과 관련된 자가 아 니었다면 진즉에 황제에게 죽었을 터였으나 아마 봐준 듯싶었다.
‘이 근방에 있는 애들을 다 몰고 오면 블랙아웃만으로는 안 되겠는 데?’
위력과 범위가 거대한 스킬이 신력 의 화살에 담겨 더 강력해지긴 했지 만, 그래도 방금 몰아온 몬스터들보 다 많아진다면 어떻게 될지 또 모른 다.
아마 여러 번 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다 몇몇이 도망치게 되면 잡기 도 애매해진다.
‘그래비티 미티어?’
그냥 그래비티 미티어를 쓰는 것도 조금 모자랄 거 같았으나 신력의 화 살에 담는다면 어떻게 될까.
위력이 3배 늘어나고 모든 공격이 치명타가 되게 되니 충분히 가능할 터.
현성은 리베우스를 보며 오케이 사 인을 날렸다.
이 근방에 있는 몬스터를 모두 몰 아오라는 사인을.
“오우! 알겠습니다요!”
그렇게 신이 난 리베우스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고, 현성은 이 근방에 떨어진 자신의 아이템들을 염력 마법으로 모두 회수했다.
이럴 땐 정말 편리한 마법이 아닐 수 없었다.
‘좀 걸리겠지?’
아무리 리베우스라 한들 이 근방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몰아오는 것은 꽤 시간이 걸릴 터. 그동안 방금 소 모한 MP를 회복하자며 마나 포션 을 마셨다.
구름침대의 효과를 써도 되긴 하나 그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마나포션으로도 채울 수 있다면 굳 이 하루에 3번만 쓸 수 있는 신기 가 아닌 마나포션을 사용하는 게 이 롭지 않은가.
그렇게 현성이 MP를 다 채운 순 간.
멀리서 모래폭풍이 보이기 시작했 다.
“ 벌써?”
시간을 보니 고작 10분도 안 된 시간이다.
근데 그 안에 이 근방에 있는 몬 스터들을 모두 모았다? 정말이지 보 고도 믿기지 않았으나 모래폭풍의 규모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사실인 모양이다.
상공 높은 곳에 떠 있음에도 들리 는 대지의 진동.
쿠그그 그그 그그그그긍.
이건 고작 천으로 만들 수 있는 진동이 아니다.
수천? 어쩌면 만이 넘는 수일 수 도 있다.
현성은 그 생각에 멀리 보이는 모 래폭풍을 봤다.
망원경 같은 아이템을 꺼내 보니 저 멀리서 달려오는 리베우스를 볼 수 었다. 그런 리베우스의 입이 빠 르게 움직이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 거리며 자세히 봤다.
-오! 우! 오! 우!
역시 한결같은 놈이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고 는 100m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신 력의 화살을 소환했다. 그리고 그 신력의 화살에 그래비티 미티어를 담기 전 사전 작업을 했다.
‘타격.’
그래비티 미티어와 가장 잘 어울리 는 카론의 검술 속성인 타격.
그것을 화살에 먼저 담은 뒤 몬스 터들을 노려봤다.
거대한 몬스터들도 섞여 있는 것을 봐서는 보스도 있는 모양이다.
이 근방에 있는 놈들을 모두 몰아 오겠다더니 정말 보스까지 몰아온 모양. 이 정도라면 1업은 따 놓은 당상.
‘딜이 좀 모자라면 바로 구름침대 효과 써서 한 방 더 먹여주마.’
현성은 그리 생각하며 타격이 담긴 신력의 화살에 그래비티 미티어를 담았다. 그리고 발사를 하려는 순간.
틱!
≪<.....아 그래비티 미티어가 담긴 신력의 화 살이 그대로 추락했다.
사냥의 신기 디아나가 신력의 화살 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만 것.
그리고 추락하는 신력의 화살을 본 현성은 그대로 눈을 번쩍 뜨며 외치 려 했다.
“과, 광전사의……
허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엄청 난 질량을 포함한 신력의 화살이 땅 에 닿았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천지개벽과도 같은 빛에 닿은 모든 것이 소멸했다.
풀차지 그래비티 미티어. 그것의 통산 3배의 위력에 항상 치명타만 나게 해주는 신력의 화살.
그것들이 합쳐지자 이데아에서 핵 과 같은 위력의 폭발이 사막에서 터 지고 말았다.
그 어떠한 소리도 용납하지 못한 채 모래들을 모두 증발시켰고, 거기 에는 현성도 포함되었다.
[광전사의 노래가 발동됩니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 법한 메시지.
그리고 그 후에 떠오른 메시지를 봤다.
[레벨 업!]
보스도 포함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많은 경험치를 준 모양이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10초가 지났음에도 빛은 꺼질 생각하지 않 는다는 것.
사방을 녹이고 그 후 거대한 풍압 이 몰려들었다. 얼마나 뜨거운 것인 지 현성은 두 손으로 얼굴을 방어하 는 리베우스를 봤다.
그조차 피부가 타들어 가는 모습에 현성은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절망적인 메시지가 떠 올랐다.
[광전사의 노래가 끝납니다.]
[10초간 받았던 데미지의 50%의 피해를 입습니다.]
[HP가 0이 됩니다. 10분간 불굴의 의지가 발동됩니다.]
[모든 HP와 MP가 회복됩니다.]
[HP가 0 이 됩니다.]
[사망하셨습니다.]
10초 이상 이어진 폭발.
그야말로 핵이라 불러도 무방한 그 폭발에 휘말린 현성은 불안해하며 메시지창을 봤다.
설마 여기서 그냥 죽게 되면 기껏 올린 레벨이 다운되게 된다.
그 아찔한 순간 현성의 눈에 보인 메시지 하나.
[자격을 충족시켰습니다.]
[강제로그아웃이 아닌 명계로 소환 됩니다.]
슈우우우욱.
빨려 들어가는 소리.
그대로 현성은 거대한 빛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유일하게 남은 리베 우스.
“오우! 주인님! 엄청 화끈하십니다 요!”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 확 인하자 리베우스는 모든 폭발이 끝 나고 난 뒤 사방을 둘러보며 현성을 찾았으나 있을 리가 있겠는가.
“주인님?”
불렀음에도 반응이 없는 걸 보자 사태의 심각성을 안 리베우스가 울 먹이며 외쳤다.
“주인니이이이이이임!”
리베우스가 현성을 찾아다니고 있 었을 때.
현성은 하늘이 어두컴컴한 곳으로 이동되었다.
상당히 이질적인 세계.
그리고 그 세계에서 현성을 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한 중년인 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흐으윽, 오래 기다리고 있었습니 다. 신이시여! 죽음의 사도 아케론 이 인사드립니다.〉
몇 개월 동안 현성을 기다렸던 죽 음의 사도가 눈물을 흘리며 절을 하 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