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96화
(죽음의 사도 이름을 카론-〉아케론으로 수 정했습니다. 소설 쓰는 중에 실수가 있던 모 양입니다. 착오를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살았다는 생각보다도 자신의 앞에 있는 충격적인 모습에 현성은 자연 스레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 봐라. 안도감에 한숨을 내 뱉으려는데 웬 중년 아저씨가 쳐다 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기다리 고 있다. 어떻겠는가.
거기다 자기를 보며 넙죽 절한다. 이 게임에 타나노스와 연관이 되면 대부분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었으나 이런 장면들이 도무지 익 숙해지지 않았다.
“이, 일어나시죠.”
〈아아, 이런 신 님 앞에서 이런 추 태를…… 죄송합니다. 후예가 되신 후로 줄곧 기다려 왔습니다.〉
“??????네?”
후예가 된 후로 줄곧 기다렸다고 한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가.
현성이 후예로 전직한 지 어언 두 달. 그렇다는 것은 게임 시간으로 무려 10달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렸 다는 것.
그 말에 현성이 멍하니 있자 그동 안의 설움 때문인지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혹여나 자리를 비우면 신 님이 나타나실까, 이 자리에서 줄곧 기다 려왔습니다. 신 님을 조금이라도 기 다리게 하는 것보다 제가 기다리는 게 나으니까요. 오래 기다리며 신 님이 죽지 않으셨다는 안도감과 동 시에 너무나도 불경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용서를!〉 계속해서 절을 하는 사도를 보며 현성은 당황했다.
중년인이 눈물을 흘리는 것만으로 도 불편한데 그러면서 자신에게 절 을 하다니.
가뜩이나 현실과 구별이 잘 안 되 는 이데아에서 저걸 보니 더욱 불편 했다.
“이, 일어나시지요.”
〈흐으윽,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물론이지요. 그러니 제발 일어나 주시죠.”
〈감사하나이다!〉
현성의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 어나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는 죽음의 사도.
그를 보며 현성이 생각했다.
‘사도마다 다 성격이 다르구나.’
제일 처음 본 사도인 잠의 사도는 사이코도 이런 사이코가 따로 없었 다. 그다음에 본 꿈의 사도 엘리시 움은 말 그대로 꿈처럼 자애롭고 인 자한 성격이었다. 마지막 죽음의 사 도 아케론은 죽음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참 소심해 보이는 성격이었다.
반가워서 눈물을 흘리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지만 그 뒤에 보이는 모 습을 보면 충성심을 떠나 상당히 눈 치를 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도 저리 현성을 힐끔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현성의 입장에선 부담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잠의 사도보다야 훨씬 낫 지.’
사이코나 또라이보다는 소심한 게 100배 낫지 않은가.
〈그러면 편한 곳으로 모시겠습니 다.〉
죽음의 사도 아케론이 고개를 숙이 자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 다.
아까까지만 해도 검은 하늘이 떠 있는 광야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 런데 지금은 그런 광야는커녕 풀하 나 보이지 않는 세련된 방안.
그것도 벽이나 여러 면을 봤을 때 게임의 배경인 중세라기보다 현대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는 방이었다.
“와……
〈제, 자랑이라 할 수 있는 곳입니 다. 부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 요.〉
감탄하는 현성을 보고도 저리 말하 고 있다.
보면 그저 가식이 아닌 진심이 담 긴 말이다.
진심으로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반응을 보 고 있음에도.
‘중증이 네.’
보통이라면 흐뭇해하거나 뿌듯해할 반응에도 저런 모습이라니.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으나 어쩌겠는가. 저리 만들어진 캐릭터 이거늘.
현성은 주위를 둘러보다 아케론을 보자 아케론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 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부디 편하신 곳에 앉으시길.〉
“아, 예. 그러도록 하죠.”
타나노스의 후예가 죽으면 명계로 오는 것은 처음 알았지 않았는가.
거기다 아직 죽음의 페널티도 받지 않은 상태.
레벨도 1이 올라 197인 상태였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접속해 있지 않 았던가.
이렇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터. 그리고 그 이유를 이제 아케론이 설 명해 줄 것이다.
〈지금 몹시 궁금하실 겁니다. 아무 리 불사인 여행자라 한들 죽으면 일 정 시간 동안 이 세계에 발을 붙이 지 못하건만 신 님께서는 왜 아직도 이곳에 있는지 말입니다.〉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아케론이 말을 이었다.
〈타나노스께서는 죽음과 잠, 그리 고 꿈을 다스리시는 신이십니다. 다 른 신들은 고작 하나만 다스리시지 만, 위대하신 타나노스께서는 세 가 지의 것을 다스리시는 존재이시지 요. 그리고 저는 그중 과분하게도 죽음의 힘을 이어받은 사도이지요.〉
“그렇군요.”
죽음, 잠, 꿈.
어떻게 본다면 세 가지 모두가 연 관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들.
고대의 사람들은 죽음과 잠을 동일 시 보기도 하였다. 거기다 이곳 이 데아의 사람 중 몇몇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상당수이 다. 그러니 타나노스교가 아직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걸 굳이 나눈 이유가 있지 않을 까.
거기다가
‘타나노스에게 저주를 받은 썩어가 는 죽음이 메인 시나리오와 연관이 되어 있으니까 사도들의 말을 들어 보면 메인 시나리오에 더 가까워지 겠네.’
그럴싸한 추리.
현성은 아케론의 말에 더 귀를 기 울였다.
〈제가 타나노스 님을 대신하여 이 명계를 다스리는 이유가 바로 후에 나타날 타나노스 님의 후예, 즉 새 로운 신 님에게 죽음을 초월하는 법 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이죠.〉
“예‘?”
아케론의 말에 현성이 벙쪘다는 듯 이 되물었고, 아케론은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을 초월하는 법.
게임 용어로 말한다면 페널티를 줄 일 수 있는 법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 아니겠는가.
현재 죽으면 얻는 페널티는 꽤 많 다.
첫째가 바로 모든 유저들이 싫어하 는 레벨 다운.
둘째는 현실 시간으로 24시간 동 안 접속 불가.
셋째는 스킬 경험치 감소.
다른 것들도 조금 더 있으나 제일 심각한 것은 이렇게 세 가지다.
잘 죽지는 않는다고 한들 죽었을 때의 페널티가 없다는 것은 엄청난 이득 아니겠는가.
그래서일까 현성은 아케론의 말에 더 집중했다.
〈죽음을 초월한다는 것은 죽어서 부활할 때의 시간이라던가, 약해지 는 것을 막아주는 것입니다.〉
“오호.”
현성의 예상대로다.
페널티 자체를 없애는 건 불가능한 모양.
하지만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거 같다. 그것만 하더라도 어디인가.
“좋은 걸요?”
〈그러기 위해서는 송구하오나 시 련을 하나 받으셔야 합니다.〉
“시련이요?”
〈예, 죽음을 초월하기 위해서는 사 신을 휘하에 두셔야 합니다. 영혼을 회수하는 사신들을 휘하에 두실수록 죽음을 초월하실 수 있으신 것이지 요. 시련에 통과하게 되신다면, 신 님께서는 죽음을 초월하실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실 겁니다.〉
지금 아케론이 말하는 저 힘이란 스킬을 말하는 게 분명할 터.
다만 그 시련이라는 것이 걸렸다.
‘어렵겠지.’
무려 죽음 페널티를 약화시키는 것 이다.
그런데 그 시련이 쉽다면 말이 되 겠는가. 무려 죽음을 초월하는 스킬 인데 말이다.
현성이 미소를 짓자 아케론은 다행 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 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준비가 되신다면 말씀해 주십…….>
“저는 지금도 좋습니다.”
〈허어.〉
아케론의 말을 끊고 대답하는 현 성.
자신감 넘치고 기대된다는 그 표정 에 아케론은 감탄을 했다.
만용과 오만을 떠나 자기 자신을 저리도 믿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 니다. 혹여나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이 대부 분이건만.
현성은 과감하게 하겠다고 말을 한 다.
〈좋습니다. 그러면 모시겠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가 고개를 숙이자 주변의 풍경이 변하면서 콜 로세움 같은 경기장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관중들.
사람들의 형상을 했으나 사람들과 는 달리 매우 고요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아 여기 명계니까 다들 죽은 사람 이려나?’ 명계의 사람들은 조용할 수도 있겠
거니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던 중 아케론이 현성에게 설명을 해주었 다.
〈이곳에서 영혼을 다루는 사신들 에게서 승리를 하실 때마다 그 사신 을 휘하로 두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이곳에서의 모든 스킬은 봉인되며 육체적으로 싸우셔야 합니다.〉
“으흠, 그럼 능력치는 어떻게 되는 거죠?”
〈사신들은 신 님의 능력치대로 복 제가 되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 셔도 됩니다. 하지만 사신들의 힘은 매우 강력하니 부디 조심하시기를.〉 “오호. 스킬은 봉인되는데 능력치 는 그대로라.”
아케론의 말을 되뇌는 현성을 보며 아케론은 인자하게 웃었다.
그간 이곳에 나타나지 않고 저런 힘을 얻었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이 대단하다는 뜻이 된다.
그러니 이 시간까지 죽지 않고 버 틴 것 아니겠는가.
〈‘부디 시련을 잘 통과하시길.’〉
아케론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현성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하나만 잡아 도 상관없는 거죠?”
〈예, 많이 잡을수록 휘하의 사신이 늘어나지만 상처를 치유할 수 없는 곳이니 부디 조심해 주시옵소서.〉
“아하, 알겠습니다.”
씨익 웃는 저 미소를 보니 있던 걱정도 사라지는 기분이었기에 아케 론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대로 자리 에서 사라졌다.
죽음의 사도가 이곳에 있으면 사신 이 소환되지 않았으니.
그렇게 아케론은 자신의 집무실로 사라지고 후우 한숨을 내뱉었다.
〈좋으신 분이구나.〉 전대 신, 타나노스는 상당히 괴팍 하다 해야 할지, 이상하다 해야 할 지 모르겠으나 우선 정상은 아니었 다.
다른 신들과는 달리 자유분방하였 고, 자신을 모욕하더라도 그러려니 넘어갔다.
오직 악신들에게만 철퇴를 내리고 그 아래인 피조물들에겐 신경도 쓰 지 않는 신.
그러기에 피조물들을 살피라고 사 도를 탄생시킨 것 아니겠는가.
이것부터 이상했다.
〈다른 신들은 자신의 신도 중 사 도를 정하는 반면 타나노스 님께서 는 우리를 탄생시키셨지.〉
신이 만들어낸 사도.
그러니 다른 사도와 비교했을 때도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타나노스는 신들을 다스리고, 타나 노스의 세 사도는 대륙들을 굽어살 피며 평화롭게 지내던 날도 그리 길 진 않았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지신 것일까.〉
어느 날 갑자기 타나노스가 사라진 것.
그 덕에 사도들이 고생이 많았다.
〈추측으로는 어딘가에서 주무시고 있다는 얘기가 가장 유력하긴 하지 만…….>
그렇게 중얼거리던 중 고개를 저었 다.
이제는 타나노스를 신경 쓰기보단 새로운 신인 후예를 보좌할 때다.
비록 명계를 다스리는 아케론이 대 륙으로 나갈 순 없지만, 그가 이곳 에 올 때마다 강해질 수 있는 발판 을 마련하는 것이 아케론의 역할이 었다.
〈‘이번에 죽음을 초월하시더라도 최대 10명의 사신을 휘하로 삼으시 겠지.’〉
강하더라도 한계는 있는 법.
상처를 치유할 수 없고, 스킬을 사 용할 수 없는 곳에서 자신과 같은 능력치를 지닌 이를 몇이나 이길 수 있겠는가.
솔직히 말해 10명도 높게 본 것이 다.
그것도 1명을 상대 후 1명을 쉴 틈 없이 상대하는 것이니.
〈그래도 잘된 일이지.〉
초반에 죽었다면 이것도 그리 쉽지 않았을 터.
하나 어느 정도 강해졌을 때 현성 이 왔으니 10명으로 본 것 아니겠 는가.
잘된 일이라며 기뻐하고 있을 때 아케론의 눈에 밀린 자료들이 보였 다.
〈그동안 나는 밀린 업무를 봐야겠 어.〉
다음에 현성이 찾아오게 되면 어떤 시련으로 강하게 만들어줄지도 생각 을 해놔야 한다.
그렇게 현성을 기다리며 밀린 업무 를 시작하고 있을 때였다.
10시간 정도 흘렀을까.
누군가 그의 집무실 문을 두드렸 다.
똑똑똑.
〈들어오게.〉
그의 말에 누군가 들어왔다.
다름 아닌 얼굴이 피떡이 되어 있 는 사신 하나. 그걸 보며 아케론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 다.
〈무슨 일인가?〉
-그, 그것이.
〈으음?〉
-신 님께서 아직도 전투 중이십니
다.
〈뭣이?〉 정말 놀란 것인지 아케론이 자리에 서 일어났을 때.
아케론은 그제야 시간을 확인한 건 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을 느꼈 다.
무려 10시간 동안 전투를 하고 있 었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스킬만 못 쓴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치유도 못 하는 곳에서 그게 가능한 일이긴 한 것일까.
〈내가 직접 가겠네.〉
아케론이 그렇게 말하자 사신이 울 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아케론은 그대로 경기장 관 람석으로 이동했다.
서걱! 후웅! 휙휙휙휙!
서걱!
수많은 사슬을 피하며 하나씩 천천 히 공격해 나가는 남자.
그리고 그런 남자를 둘러싸며 당황 하면서도 빈틈없이 낫을 휘두르나 하나씩 처치되어가는 사신들을 보며 아케론은 멍하니 상황을 파악했다.
1 대 10.
고작 10명을 처치하는 게 아닌 동 시에 10명을 상대하는 현성을 보며 기가 막히다는 듯 봤다.
낫을 허리를 뒤로 젖혀 피하곤 검 을 휘둘러 공격을 하는가 하며 일부 러 쇠사슬에 감겨 딸려가서 주먹으 로 사신의 얼굴을 무차별적으로 공 격한다. 그걸 보는 관중들은 대부분 고개를 돌렸다.
〈이, 이게 무슨…….>
명계의 주민들마저 고개를 돌리게 하는 잔혹함!
그렇게 또 다른 사신이 사라지자 남은 사신은 고작 3명.
10명이 있을 때도 아무것도 못 했 는데 남은 셋이 무엇을 할 수 있겠 는가.
그렇게 남은 3명도 현성의 검에 쓰러지자 현성이 외쳤다.
“오우!”
자신도 모르게 리베우스의 환호성 을 지른 현성.
그리고 그걸 본 아케론 옆에 있던 사신이 입을 열었다.
-여, 역시 타나노스 님의 후예는 다르시네요. 벌써 저걸로 200명째입 니다.
<…….>
아케론도 아무런 말은 하지 않았으 나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 었다.
역시 타나노스의 후예는 아무나 하 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