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97화
“허억, 허어, 허억.”
상처 치유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맞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그게 말이 쉽지 어디 가능 한 일이겠는가.
라고 아케론은 생각했었다.
〈말도 안 돼.〉
보고도 믿기지 않는 모습에 아케론 은 입을 열었다.
이게 도대체 가능한 일이긴 한가.
지금 눈앞에 보이는 현성은 상처는 전무하다시피 한데 체력과 정신력이 점점 바닥이 나 지쳐가는 상황이다.
방금 막 잡은 사신들을 보며 현성 이 포효했다.
“으아아아아아!’’
그저 지쳐가는 사람의 포효.
아무런 힘도, 아무런 스킬도 담겨 있지 않은 포효다.
그러나 그걸 들은 명계의 주민들이 나 사신, 그리고 죽음의 사도 아케 론은 흠칫 몸을 떨었다.
저것이 신의 후예.
아니, 최강의 신인 타나노스의 후 예이다.
그 모습을 눈에 각인한 아케론이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
한 명의 박수 소리는 점차 멀리 퍼져 나갔고, 전염이라도 된 듯이 이윽고 관중석에 앉은 모든 이들에 게 전염되었다.
짝짝짝짝짝짝짝!
와아아아아아아아아? !
경기장이 떠나가라 울리는 박수 소 리와 함성 소리.
거기에 현성은 심장이 세차게 뛰었 다.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다. 그 후에 는 점차 오기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도전이었다.
‘힘들었다.’
공격을 한 대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로서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현성이 10명의 사신을 불러 싸운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을 의식하게 만들면 상대의 움 직임은 더 도드라지니까.
‘그냥 싸웠으면 이렇게 못 싸웠겠 지.’
10명의 같은 능력치를 상대하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러나 상대가 현성을 이기는 것이 아닌 한 대라도 맞추기 위해 움직이 게 된다면?
조금은 쉬워지게 된다.
한 대라도 맞추기 위해서 움직인다 면 머릿속에서 상대를 이겨야 한다 는 생각이 점차 사라진다. 그리고 머릿속에 이길 마음이 없는 이를 상 대하는 것은 이미 졌다고 생각하는 이와 싸우는 것과 같다.
‘진짜 겨우 이겼다.’
승리로 인해 얻은 저 함성 소리.
짜릿하기 그지 없었다.
이 광경을 보기위해서는 아니었으 나 절로 뿌듯해졌다.
어떻게든 스킬 효과를 좋게 보기 위해 잡은 것이었지만 말이다.
‘뭐 경험치도 한몫했지.’
거기다 사신들이 주는 경험치가 그 야말로 엄청났다.
잡은 사신이라곤 천 마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1업을 해서 198이 되었다.
이제 정말 200이 머지 않았다.
수만의 몬스터를 잡아야 하나 오를 까 말까 한 레벨이 하나를 올렸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이겠는가.
고작 천도 안 되는 사신을 잡고 말이다.
기뻐할 사이도 없이 현성의 눈을 어지럽히는 메시지들.
[명계에 있는 모든 사신을 굴복시 키셨습니다.]
[모든 사신을 휘하로 삼으셨습니 다. 업적을 달성합니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칭호 ‘사신들의 왕’을 획득하셨습 니다.]
[타나노스의 후예가 가진 히든피스 를 획득하셨습니다.]
[권능 ‘죽음을 초월하는 법’을 획득 하셨습니다.]
‘ 벌써?’
퀘스트를 받지 않은게 이상하다 생 각을 하긴 했는데 설마 히든 피스였 을 줄이야.
거기다가 뜻밖에 업적과 칭호까지 얻을 수 있었다.
모든 능력치가 20씩 상승하는 것 은 이제는 힘든 일.
이미 선점당한 것이 상당한 와중에 저런 업적을 달성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으니.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일 이었으나 현성은 크게 신경 쓰지 않 았다. 히든피스로 권능까지 얻은 마 당에 전설 칭호와 업적이 대수겠는 가.
먼저 전설 칭호부터 확인했다.
[사신들의 왕(전설)]
-설명: 모든 사신을 힘으로 굴복 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칭호이다.
-옵션: 사망 시 받는 모든 페널티 가 20% 감소한다.
‘오!’
죽음을 초월하는 법과 겹치는 효 과.
사망 시 받는 모든 페널티가 20% 감소한다니.
접속 제한이 24시간에서 19시간쯤 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 봤을 때는 애매하다 할 수 있다. 고작해야 5시간 줄이는 것이니. 그러나 이제 여기서 죽음을 초월하는 법을 얻었으니 얘기가 달 라진다.
‘이건 무슨 권능이려나.’
[죽음을 초월하는 법(권능)]
〈패시브〉
?Lv.Max.
-설명: 죽음을 탄생시킨 것은 다 름 아닌 타나노스이다. 그에게 있어 죽음이란 그저 장난에 불과하다.
죽음을 초월하는 법은 죽음의 신이 가진 권능이며 총 3가지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휘하의 사신: 666명〉
-효과1: 시험을 통해 사신을 굴복 할 수 있으며 휘하 사신의 수만큼 사망 시 페널티를 줄일 수 있다.(1 명당 1%로 최대 30%까지 적용) 현 재 30% 적용
-효과2: 사망 시 휘하의 사신 수 만큼 사신 상태로 돌입한다. 사신 상태일 때는 모든 공격을 무효화하 며 모든 공격력을 2배로 만들어 준 다. 지속시간이 종료되면 사망하게 된다. 사신 상태의 지속시간은 휘하 사신의 수만큼 유지가 된다.(1명당 1초로 최대 1분까지 적용.) 현재 사 망 시 사신 상태 분 지속.
-효과3: 사신 상태일 때 휘하의 사신들을 모두 소환한다, 사신 상태 가 유지되는 동안 사신들의 능력치 는 모두 사용자의 50%로 적용된다. 현재 소환되는 사신의 수: 666명.
“미친.”
죽어야 발동되는 스킬. 사실 그리 써지지 않길 바라는 스 킬이겠지만 만일이 있지 않은가.
정말 힘든 보스를 잡았을 때 죽었 다던가, 다른 길드에게 공격을 당해 죽는다면 이제 반대로 죽여줄 수 있 는 스킬이 나왔다.
‘이 악물고 잡은 보람이 있군.’
무려 666명의 사신을 소환하고 1 분간 무적 상태가 되는 스킬.
그야말로 희대의 사기 스킬이라 할 수 있는 스킬이다.
‘1분이면 뭐든 하지.’
사신의 능력치가 50%밖에 적용되 지 않는다는 게 아쉽긴 했으나 그게 어디인가.
666명이나 되거늘.
예로부터 물량이 답이지 않았던가.
현성이 권능을 보고 감탄을 하고 있었을 때.
경기장에 아케론이 나타났다.
“아
아케론의 표정을 본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고 말았다.
어디서 많이 본 표정이다.
그것도 타나노스교 안에서 말이다.
〈정말이지 이 아케론은 감복할 수 밖에 없었나이다! 감히 신 님의 능 력을 과소평가한 죄를 물어주시옵소 서!〉
눈물을 흘리며 다시 절하는 아케 론.
그걸 보며 현성은 한숨을 푸욱 쉬 었다.
시련이 끝나자마자 명계의 힘으로 육체적인 피로가 풀리긴 했으나 정 신적인 피로는 오히려 더 쌓인 듯싶 다.
절로 피곤해지는 상황이나 이제는 익숙해진 것인지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제발 일어나세요.”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를 해 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차라리 또라이였으면 상대하기 편 했을거라 생각하는 현성이었으나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리베우스를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차라리 저게 낫지.
저거는 그래도 예의와 충성심이 보 이기라도 하지 않은가.
리베우스는 그냥 광기만 보이니 문 제였기에 다신 그런 생각을 하지 말 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편히 쉬실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하겠나이다.〉
아케론이 고개를 숙이자 전과 같이 풍경이 변했다.
그리고 보이는 푹신해 보이는 침 대.
어찌 된 것이 제국 황실에 있는 침대보다 더 좋아 보였다.
‘하긴 신을 모시는 사도니까 더 그 런가?’
또 타나노스가 잠을 관장해 오고 있지 않은가.
잠에 대해 민감할 수도 있었으니
이 정도쯤이야.
바로 쉬라고 자리를 비켜줄 줄 알 았던 아케론이 그 근처에 있는 소파 에 안내했다.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것일까.
〈고생 많으셨습니다. 설마 모든 사 신을 굴복하실 줄은 상상도 하지 못 했습니다.〉
“아, 그럴 수 있죠.”
현성도 못 했는데 아케론이라고 그 걸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렇다면 죽음을 초월하는 법은 이제 익히셨을 것으로 사료됩니다만 맞습니까?〉
“예, 이미 익혔지요.”
〈역시 타나노스 님의 후예이신 신 님이십니다.〉
그것과 타나노스의 후예와 무슨 상 관인진 모르겠지만 현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케론은 그렇게 말하며 허공에 손 을 휘적거리더니 현성의 앞에 내밀 었다.
〈아직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신 신 님께 시간을 잡아먹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오나 부디 이것을 받아주셨으 면 합니다.〉
“오오, 이건?”
〈제가 가지고 있는 타나노스 님의 유물, 즉 신물이옵니다. 원래라면 본 교단에 있어야 하는 물건이오만, 어 찌 된 것인지 명계로 흘러 들어왔더 군요. 그래서 이렇게 본래 주인이신 신 님께 바치는 것입니다.〉
신물.
다르게 말한다면 신 등급 아이템!
그것을 지금 얻을 수 있다니.
거기다 방금 죽음을 초월하는 법이 라는 권능까지 익히지 않았던가. 그 런데 여기에 신 등급 아이템까지 받 는다니!
“오오오.”
현성은 아케론이 건넨 상자를 보며 감탄을 하며 그것을 열려고 했다.
본래 주인에게 돌아가는 물건. 얼 마나 흐뭇한 광경인가. 아케론 또한 그 모습을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바 라보고 있던 바로 그때!
슈슉!
〈으잉?〉
현성이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 졌다.
두 눈을 끔뻑이며 그것을 바라본 아케론.
〈어, 어디 가신 거지? 화, 화장실 이 급하셨나?〉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혹시 나 싶어 화장실에 다녀온 아케론.
하나 있을 리가 있겠는가.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현성을 찾았 으나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 다음에 오셨을 때 꼭 전 해드려야겠군.〉
그렇게 말하며 신물을 품에 넣었을 때.
문득 현성이 후예가 되고 얼마 만 에 이곳에 왔는지를 떠올렸다.
<……곧 오시겠지? 아니, 이곳으로 안 오시는 게 제일인 것을 알긴 하 다만, 가만 있어 보게. 죽음을 초월 하는 법을 배우셔서 이곳으로 오려 면 명계의 입구를 찾으셔야 하는 것 아니신가? 흐어어어억!〉
한동안 아케론의 절규가 명계에 울 려 퍼졌다고 한다.
60억의 지원이란 그리 간단한 돈 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금액. 그런 지원을 받았으니 블랙 스파이 길드도 행동으로 보여야 했다. 그들 의 목적은 아수라의 위치를 알아내 는 것이다.
더 좋은 것은 정체를 알아내면 좋 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이겠는가.
도중에 퀸 키메라 타튤의 토벌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고는 하나 그 걸로는 부족했다. 잠깐 보스를 잡는 것이었으니 잡아 둘 수도 없었고, 위치를 안다고 하기도 애매했다.
그리고 그것은 블랙 스파이 길드도 마찬가지였다.
‘못 할 줄 알았는데.’ 루시퍼는 카페의 앞에서 자신을 보 고 있는 화린을 봤다.
의기양양한 표정.
솔직히 말해 항상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아수라를 어떻게 위치를 알아낼 수 있겠는가.
루시퍼는 그저 헛돈을 쓰는 것이라 생각했으나 한국에 있는 길드 중 정 보를 가장 많이 쥐고 있는 길드인 블랙 스파이 길드에 투자를 하라는 보스의 말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 하지 않았던가.
“흐음 그러니까 메인 시나리오2를 발견한다면 아수라가 나타난다?”
“응, 바로 그거야.”
“우리는 그 장소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건가?”
“그렇지.”
“어떻게 확신을 하지?”
루시퍼의 말은 합리적이었다.
온다는 확신도 없었고, 증거도 없 다. 하지만 화련은 확신한다는 듯이 루시퍼를 보며 말했다.
“우선권이지. 퀘스트 우선권. 이데 아에서는 서브스토리 퀘스트가 연계 되는 경우 처음 스토리를 깬 사람에 게 우선권을 주거든, 그런데 메인 시나리오라고 해서 그게 과연 없을 까? 힘들게 먼저 클리어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는 건 당연하지.”
“흐음. 일리 있는 말이군.”
루시퍼도 수긍했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그리고 우선권을 소지한 사람에게 퀘스트 시작지점을 알려주는 건 당 연한 거 아니겠어?”
“좋군. 그래서 그 퀘스트는 선점을 한 것은 맞는가?”
“당연하지. 우선 우리는 썩어가는 죽음이라는 단체를 확인해 실마리를 파악했지. 그리고 그들이 뭐를 노리 는가에 대해 조사를 했고, 그 결 과……
탕!
화린이 거칠게 테이블 위로 올려놓 은 사진 한 장.
그걸 보며 루시퍼가 고개를 갸웃거 리자 화린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썩어가는 죽음을 발견한 곳과 다른 곳들의 공통점을 확인해 본 결과 여기밖에 없었지. 보스들이 무언가를 탐하고 서로 싸우는 지역. 아마 썩어가는 죽음은 그 보스들이 노리는 그 무언가를 노리고 왔겠지. 그렇게 되면 한 곳밖에 남아 있지 않아.”
“그런데 이 사진은 뭐지?”
화린의 설명은 이해할 수 있다. 그 러나 사진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 다.
보스들이 다 죽어 있었고, 지역 자 체가 초토화되어 있는 모습.
화린은 그걸 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바로 얼마 전에 이 지역의 보스들이 다 죽고 지역 자체가 초토 화되는 일이 있었지. 이게 과연 우 연일까?” “흐음.” 바보가 보더라도 뭔가 있다는 것을 알법한 상황.
그리고 화린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수라가 처음 이렇게 사 냥터 하나를 초토화시켰던 지역이 있어……
“……멸망하지 못한 왕성.”
“그렇지. 거기야. 그리고 우리가 당 했던 세계의 묘목과 이 지역, 마지 막으로 멸망하지 못한 왕성을 이은 이 삼각형 중심에서 대기를 하고 있 던 도중 바로 몇 분 전에 그전까지 만 해도 없었던 유적이 하나 생겨났 지.”
화린의 모든 말을 들은 루시퍼는 솔직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만 있다면 누구라도 이어볼 법 한 것이긴 했으나 그 정보를 획득했 다는 게 대단하지 않은가.
솔직히 이 정도로 일을 해낼 줄은 알지 못했지만, 감탄해야 했다.
“몇 분 전이라. 그럼 빠르게 준비 를 해야 아수라를 잡겠군.”
“그렇지. 내가 급하게 부른 이유를 이제 알겠어?” 그렇게 여유롭게 웃고 있던 그때. 콰앙!
“기, 길드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야?”
화린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가뜩이나 자신의 수하 격이었던 루 시퍼 앞에서 자존심을 굽히고 있던 때다. 그런 상황에 저리 갑자기 나 타나다니.
길드 간부라면 지금 이 대화가 얼 마나 중요한지 아는데도 저렇다는 건 급한 일이라는 걸 이해했기에 최 대한 억누르며 물었다.
그리고 길드 간부는 화상통신을 할 수 있는 수정구를 건네며 말했다.
“이, 이걸 보시죠.”
?으아아아악! 내 신물 내놔!
-사, 살려줘!
?으아아아악!
-아, 아수라가 여길 어떻게 온 거 야!
-보, 본부!
검은 가면을 쓴 자가 칼부림을 하 는 상황.
누가 보더라도 아수라였다.
그리고 그걸 본 루시퍼가 피식 웃 으며 중얼거렸다.
“작전은 실패군.”
붉어진 얼굴을 하며 부르르 떠는 화린이 수정구를 봤다.
-내 신물! 으아아아아아!
영문을 모를 소리를 지껄이며 주변 을 초토화시키는 아수라.
그리고 그걸 보며 길드 간부에게 말했다.
“길드원 모두 투입시켜!”
그런 화린을 보며 루시퍼가 비웃음 을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도 거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