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198화
신물을 얻으려는 순간 현성의 눈앞 에 떠오른 메시지.
[메인 시나리오2가 개방되었습니 다.]
[메인 시나리오2 마왕의 유적이 생 성됩니다.]
아마 이것은 모든 유저에게 가는 메시지일 것이다.
현성은 메인 시나리오2를 건들지 않았으니 다른 이가 열었다는 얘기 고, 그렇다는 것은 다른 유저들에게 도 공개가 되었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 뒤에 떠오른 메시지는 오직 현성에게만 떠오른 메시지.
[메인 시나리오2에 대한 우선권을 확인합니다.]
[마왕의 유적으로 소환됩니다.]
그 메시지를 보고 빠르게 움직이려 했으나 이미 풍경은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보이는 다른 유저들.
현성은 반사적으로 가면을 쓰고 나 서 상황을 파악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넌 뭐야!?”
“가, 가면을 봐!”
“아, 아수라?”
현성의 사고는 상당히 빨랐다.
상황을 훑어보고 이곳에 모인 이들 마크를 확인했다.
블랙 연합의 마크와 블랙 스파이 길드의 마크.
봉인의 뿌리에서 썩어가는 죽음의 기사를 죽였던 것도 저 블랙 스파이 길드다. 이 유적을 현성보다 빠르게 발견한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들도 이미 실마리를 얻었을 테니. 다만, 하필 이 순간 이 유적을 발견해 자 기를 소환하다니.
“……내 신물.”
“다들 전투 준비!”
그나마 사태 파악이 빠른 간부 하 나가 외쳤다.
그와 동시에 현성도 외쳤다.
“내 신물 내놔아아아악!” 검을 휘두르자 뻗어 나가는 검기.
그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절단의 기운.
현성의 힘이 더 강해져서일까, 그 도 아니면 숙련도가 높아진 것일까.
혹은 그 둘 다일 수도 있다.
허공을 가르는 검기는 흉흉했고, 그것을 본 탱커들은 일제히 방패를 들었다.
하나 방패는 제구실을 채 하지 못 하고 그대로 반 토막이 나고 말았 다.
방패가 가진 내구도를 무시하는 위 력.
현성은 그러거나 말거나 왼손에는 단검을, 오른손에는 싱클레어를 쥐 었다. 그리고 허망하게 잘려 나간 방패와 깎여 나간 체력을 보며 절망 하는 탱커들에게 향했다.
“으아아아악! 내 신물 내놔!”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 같은 검.
하나 하나하나가 유려하게 휘둘려 져 모두 탱커들의 급소를 노렸다.
푸욱! 서걱!
허공에 무한의 단검이 가진 효과인 분신을 소환해 놈들의 급소에 찔러 넣곤 발동하는 폭렬수리검.
단검류나 투척류 무기를 폭발시키 는 스킬.
무기가 일회용이 될 수 있지만 무 기의 공격력만큼 데미지를 주었기에 꽤 강력한 스킬이다.
단검의 분신은 무한의 단검이 가진 공격력과 똑같았다.
“크아아아악!”
“사! 살려줘!”
“으아아아아아악!”
“아수라가 여길 도대체 어떻게!” 그야말로 아비규환.
오합지졸이 따로 없는 모습이었으 나 정신을 똑바로 차린 이도 있었 다.
‘왼쪽에 셋, 오른쪽에 둘. 정면에 다섯인가.’
유적을 등지고 길드원들과 대치 중 이다.
위치상으로 현성이 조금 더 유리한 상황.
거기다 상대의 힘을 보아하니 레벨 이 300이 넘어가는 유저는 하나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한다면.
‘할 만하지.’
현성은 먼저 수가 가장 많은 정면 을 향해 거리를 좁혔다.
압도적인 능력치에 놈들이 달려드 는 것보다 더 빠르게 거리를 좁힌 현성.
놈들은 현성보다 낮은 순발력으로 그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그리고 느 린 확인처럼 어쩔 수 없이 늦어진 반응.
거기에 현성은 검을 휘둘렀다. 슈우우웅.
여러 손들 사이를 유려하게 빠져나 가며 급소만 찌르는 단검.
자신의 몸에 닿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듯 사각이 없게 물 흐르듯 움직이며 공격들을 막는 장검.
짧은 단검은 빈틈을 찾아 정확하게 급소를 노렸고, 긴 장검은 기다란 면적으로 신들린 듯 움직여 모든 공 격들을 막았다.
퍼펑!
모든 공격을 막을 순 없었다.
폭발이 일어나며 현성이 뒤로 밀려
하나 상처를 입은 모습은 전혀 아 니었다. 그리고 그때.
퍼퍼퍼퍼펑!
더 많은 폭발이 전방에 있던 다섯 의 급소에서 터져 나갔다.
무한의 단검 분신을 이용한 폭렬수 리검.
거기에 터져나간 유저들은 더 이상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었다.
잿빛 가루가 되어 사라진 유저들에 게 현성은 시선을 두지 않았다.
아직도 다가오고 있는 유저들이 있
었으니.
‘더 늘었네. 오른쪽에 넷, 왼쪽에 다섯.’
몇 명이 더 늘?긴 했으나 상관없었 다.
지금 현성은 신물을 놓쳐 화가 난 상태이고, 이 상황이 메인 시나리오 2를 깨기 위해 온 블랙 스파이 길 드였기에.
다른 길드였다면 몰라도 블랙 스파 이 길드에겐 양보할 수 없었다.
‘이놈들이 아로민 길드를 고용했을 수도 있다.’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없진 않지 않은가.
2위와 3위 길드가 협력을 한다.
오랫동안 1위를 차지해 온 신화 길드를 위협하기에는 신예인 아수라 를 노리기 딱이긴 했으니.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나를 보 자마자 죽이려고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어.’
최대한 이성적으로 판단한 현성이 었다.
먼저 왼쪽에서 달려드는 상대를 향 해 현성은 단검을 빼고 스테프를 쥐 었다.
그에 따라 가면도 색이 변했다.
‘미리 사두길 잘했어.’
생각에 따라 색이 변하는 가면.
캐릭터를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이 템 중 하나였기에 얻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현성의 가면이 반은 검은 색, 반은 파란색이 되자 왼손에는 마법진이 생겨났고 오른손에서는 흉 흥한 검기가 피어났다.
마법은 왼쪽에 있는 사람들을 향 해, 흉흉한 검기는 오른쪽으로 있는 사람들을 향해 날아갔다.
콰가가가가가가강 ! 시이이이이잉!
순식간에 열네 명이 잿빛이 되어 사라지자, 사람들이 움츠러들었다.
잠잠해진 틈을 타 현성의 가면은 또다시 색이 변했다.
“……주 죽어!”
누군가 그리 외쳤고 이번엔 한꺼번 에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현성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람들 을 중 가장 선두에 선 사람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싱클레어의 효과 바람의 검과 카론 의 검술의 타격과 절단. 마지막으로
달빛의 기운을 머금은 월검낙화의 검기까지.
그 모든 기술들을 담은 검을 휘두 른 것이다.
가장 선두에 선 유저의 발걸음이 멈췄다. 자신도 모르게 멈춘 발걸음. 그리고 자연스레 고개를 내려 자신 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그 유저뿐만이 아니다. 그 주변에 모여 있는 모든 유저들이 자신의 가 슴을 봤다.
무기로 막았고, 방패로 막았고를 떠나 모든 이에게 나 있는 붉은 혈
그것을 끝으로 열이 넘는 수의 길 드원이 잿빛으로 사라졌다.
단 일격으로 만든 풍경에 길드원들 은 멍하니 그걸 바라봤다.
이길 수 없다.
너무 사기적이지 않은가.
공포가 머리에 새겨지는 것은 한순 간이었다.
손은 떨리고 다리는 떨어지지 않는 다.
현성은 그런 이들을 보며 단검과 검을 잠시 놓곤 허공에서 활을 소환
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쏘아지는 화살 의 비.
“……이길 수 없어.”
누군가 그리 외쳤고, 그대로 하늘 에서 비가 내렸다.
노란 화살의 비가.
슈슈슈슈슈슉.
광역기가 담긴 화살도 있었고, 중 간중간 여러 마법이 섞인 화살도 있 었다.
상당히 여러 종류의 스킬들.
그렇게 만들어진 풍경은 상당히 볼 법했다.
“다 잡았네.”
MP가 바닥이 나긴 했으나 잡기는 다 잡았다.
신물 때문에 화풀이도 어느 정도 있었으나 메인 시나리오를 놓칠 수 는 없지 않은가.
또 먼저 덤빈 것은 저들이 아니던 가. 거의 비슷하긴 했지만.
일단 상대는 백이 넘는 길드원들이 아니었던가.
그보다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보다 카론 스승님은 왜 알려주 지 않으신 거지?’
일단 유적이 발견되자마자 소환이 된 것은 다행이었다.
우선권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우선권이 어떤 것인지 몰랐 기에 황제에게 전에 부탁하지 않았 던가. 그런데 황제가 알리기도 전에 메인 시나리오2가 개방이 되었다.
‘뭔가 이상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언가 이상했다.
처음 메인 시나리오1에서는 황제에 게 사실을 알리라 했다.
그렇다는 것은 메인 시나리오2는 황제의 개입이 있다는 게 정설.
그런데 황제가 아직 알아차리지 못 했는데 메인 시나리오2가 발동이 되 었다?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게 틀림 없다.
‘시나리오가 꼬였다면 나 때문인 가?’
하기야 현성이 방해한 게 워낙 많 지 않은가.
애당초 마왕의 파편만 해도 그렇 고, 현성의 존재 자체가 그랬다.
타나노스에게 저주받은 이들이 메 인 시나리오의 주축이다. 현성은 그 런 타나노스의 후예다. 이것만 놓고 봐도 무언가 꼬이기 딱 좋아 보이는 상황.
거기다 이미 현성이 마왕의 파편 두 개나 획득하지 않았던가.
전에 보아하니 상당히 중요해 보이 는 걸 보면 그것으로 인해 꼬였을 확률도 상당히 높았다.
‘어찌 되었건 예정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거지. 거기다 마왕의 유적 이라.’
현성이 생각했을 땐 이곳에서의 임 무는 예상이 되었다.
그렇게 누구보다 먼저 유적 내부로 들어서자 퀘스트가 떠올랐다.
[메인 시나리오2-마왕의 부활과 썩어가는 죽음의 기사단]
-등급: 메인 시나리오.
-설명: 바야흐로 중앙 대륙이 난 세일 때. 이곳에는 마왕이 강림한 적이 있었다. 등장만으로 한 왕국이 멸망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 간 마왕.
그 마왕은 어느 강력한 신의 사도 에 의해 갈가리 찢겨 봉인 당했다.
하나 봉인은 봉인일 뿐 죽은 것이 아니다.
마왕의 파편이 대륙 곳곳에 흩어져 있었으나 마왕의 빈 육신만으로도 충분히 대륙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무슨 목적인지 마왕의 빈 육신을 차지하려는 썩어가는 죽음의 기사 단.
마왕의 파편 세 개의 행방을 알 수 없다.
이미 그들의 손에 넘어갔을지도 모 르는 상황. 그런 상황에 마왕의 빈 육신까지 빼앗길 순 없다.
마왕의 유적을 탐사하고, 썩어가는 죽음의 기사단보다 먼저 마왕의 빈 육신을 사수하라.
-목적: 마왕의 유적을 탐사하여 썩어가는 죽음의 기사단을 막아라.
-제한 시간: 썩어가는 죽음의 기 사단보다 먼저 마왕의 육신을 찾아 라.
-제한: 200 이상 300 미만 유저. (신 등급 직업을 확인했습니다, 수 행 가능합니다.)
-보상: 명예의 전당 등록, 썩어가 는 죽음의 본거지 공개, 막대한 경 험치, 선택형 스킬 레벨 업, 등급 선택형 아이템 뽑기 상자.
-개인 실패 시: 사망, 메인 시나리 오2 자격 박탈.
-메인 시나리오 전체 실패 시: 마 왕의 부활, 썩어가는 죽음의 봉인 해제.
메인 시나리오1보다 훨씬 길어진 퀘스트창.
그것을 대충 읽어본 현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마왕의 육신?’
거의 빈껍데기라고 할법한 육신을 차지하려 한다니.
하기야 마왕의 파편을 회수하려는 놈들이 육신을 회수한다 해서 이상 할 것은 없었다.
그러나 거슬리는 것이 하나 있었 다.
‘마왕의 파편 세 개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현성, 정확히는 타나가 가지고 있 는 파편은 2개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는 뜻은.
‘놈들이 하나를 얻었나 보네.’
타나의 성장을 위한 마지막 파편을 빼앗긴 모양이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마왕의 빈 육신뿐.
이유는 모르지만 썩어가는 죽음의 기사단이 그것을 노리고 있다고 한 다.
그것을 막는 것이 메인 시나리오2.
‘타나가 마왕의 빈 육신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주면 좋아하겠지.’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허공 에서 포탈을 열고 나타난 타나가 자 그마한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 다.
“호고곡, 요기에서 저랑 같은 냄새 가 난다는 것입니당!”
“오호 그래?”
“넹! 같은 파편의 냄새가 난다는 것입니당!”
그 말은 즉 이미 썩어가는 죽음의 기사단은 유적 내부에 있다는 소리 다.
“빨리 가자.”
“그렇다는 것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