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잠만 자도 랭커-208화 (208/472)

잠만 자도 랭커 208화

칠흑의 창.

그것을 처음 본 소감은 이랬다.

‘미친, 장난 아니다.’

무기라기보다 예술작품과도 같은 그 모습에 현성은 저도 모르게 창을 쥐어 보았다.

무겁지 않고 오히려 가볍기만 한 창.

그 칠흑의 창을 강하게 쥐자 반발 력이 느껴진다.

우우우우우웅.

청아한 소리.

주인을 반기기라도 하는 듯한 그 모 습에 현성은 반색하며 창의 정보를 띄웠다.

[듄페오르 (전설+)]

-종류: 무기

-설명: 한때 신이었던 자의 신기 로써 현재는 온전한 힘을 잃은 무기 이다. 거부할 수 없는 죽음으로 신 은 죽었으나 그 신기만은 아직도 현 세에 존재해 많은 영웅을 만들었다 고 전해진다.

이 창에 공격당하는 자는 그 어떠 한 방어도 하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 다.

-제한: 창에게 인정받은 자(사용 가능).

-옵션: 모든 방어 무시, 마력 감응 최상.

긴 설명과 다르게 심플한 옵션.

하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옵션이 었다.

‘모든 방어 무시?’

그 외에 다른 옵션이라곤 마력 감 응 최상이라는 옵션밖에 없었으나 방어 무시 하나만으로 사기적이라 할 수 있는 무기였다.

모든 방어를 무시한다.

다르게 말한다면 방어에 특화된 몬 스터를 아주 간단하게 쓰러뜨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방어를 무시한다 해서 체력까 지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긴 하 나 이것만 놓고 봤을 때는 너무 강 한 거 아닌가 걱정이 들 만했다.

‘근데 그냥 전설 템도 아니고 전설 + 등급인 데다 과거 신기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거기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뽑은 것 도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전에 인공지능으로 인한 밸런스 패치로 인해 다소 겁이 나긴 했다.

‘으음, 근데 제한이 창에게 인정받 은 자라는 건 뭘까.’

어떻게 보면 참 애매한 제한이 아 닐 수 없었다.

창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다니.

기분부터가 애매하지 않은가.

그러는 그때 창이 부르르 떨었다.

우우우웅.

“이게 그 에고 소드, 아니, 에고 스피어인가?”

지금 현성이 쓰는 장검인 싱클레어 에도 정령이 봉인되어 있다고는 하 지만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에고라고 해서 말을 하는 것은 아 니지만, 자아는 존재하는 듯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뽐내는 창.

그런 창을 보며 라이는 기분 나쁘 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하와와, 이미 죽은 신의 잔재라니, 하급 유령 같은 느낌인 것이와요.”

“크흠.”

부르르르르.

라이의 말에 부르르 떠는 창.

솔직히 말해 현성도 비슷하다고 생각 하긴 했으나 굳이 입을 열진 않았다.

거기다 이 창이 바라는 것은 하나 였으니.

‘자아가 있다면 사실상 지능이 있 다는 얘기인데 내가 신의 후예라는 걸 알고 바로 인정한 걸 수도 있겠 네.’

신에 대해서 1도 모르는 현성이다. 그러나 일단 신의 후예이지 않은가. 타나노스의 능력과 힘을 계승 중이 니 한때 신기였던 놈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그때 문득 드는 생각이 있 었다.

‘디아나도 신기인데 자아가 있다고 느낀 적은 없는데.’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확실하지 않 지 않은가.

거기다 모든 신기가 같을 수는 없 는 노릇이니.

우선 현성은 창이 마음에 드는지 요모조모 살핀 뒤 미소를 지었다.

‘어찌 되었건 창기사? 창술사? 암 튼 간에 새로운 스타일을 또 보일 수도 있겠어.’

지금 만든 것만 하더라도 상당히 많다.

사냥꾼, 기사, 마도사, 신궁, 투견 까지.

벌써 다섯이나 있는데 거기에 하나 가 또 추가되다니.

그러나 현성은 자신 있다는 표정이 다. 하기야 실전 무술학원에서 배우 면 그만인 데다가 사실 무기라는 것 에 대한 요령을 이미 다 익히고 있 던 현성이었다.

상대가 어떤 무기를 쓰느냐에 따라 어떻게 대처할지도 달라지게 마련. 그 때문에 여러 무기를 다뤄 봤는데 그 경험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이제 퀘스트를 볼 차롄가.’

보상 목록 중 당장 깔 것은 딱히 없었다.

본거지로 가는 지도는 어떻게 보더 라도 메인 시나리오3을 위한 우선권 같은 모양이다.

원정대를 소집할 수 있다는 걸 보 면 아무래도 직접 원정대를 지휘할 수 있는 역할이 부여되는 모양.

이번처럼 마구잡이로 소환되는 우 선권은 아닌 듯싶다. 그리고 남은 것은 명예의 전당인데……?

‘이건 뭐하는 건지 모르겠고.’

명예라 하니 큰 의미는 없는 거 같았다.

있다 하더라도 당장은 필요 없을 터.

그렇다면 남는 것은 레벨 200을 넘긴 뒤 얻은 퀘스트.

‘사도가 중앙 대륙에 없다라.’

어디로, 아니, 도대체 왜 사라진 것인진 알 수 없으나 현성에겐 오히 려 좋았다.

뺀질거리는 얼굴은 리베우스만으로 족하다.

그놈까지 본다면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닐 것 같다.

이제 남은 것은 레벨 200 때의 직 업 퀘스트.

사도의 흔적을 찾는 것이 대체되었 다면 도대체 어떤 퀘스트일까.

‘ 퀘스트창.’

[타나노스의 사도를 찾아라!(연계)]

-등급: S+

-설명: 오래전부터 신들은 자신의 사도를 정해 지상에서의 일을 맡겼 다고 전해집니다. 타나노스 또한 사 도가 존재합니다.

후예를 정하지 못한 타나노스는 훗 날 자신의 후예를 위해, 안배를 모 두 사도에게 전했고 사도는 그 안배 들을 대륙 각지에 숨겨 두었습니다.

그 흔적을 얻고 사도를 찾아내십시오.

(신 등급 직업 전용 퀘스트는 대륙 에 영향을 끼칩니다.)

-첫 번째 흔적:(완료)

-두 번째 흔적:(완료)

-세 번째 흔적:(완료)

-네 번째 흔적: 타나노스의 꿈속 으로 들어가 과거의 일을 경험하라.

타나노스의 꿈은 원하는 즉시 이동 할 수 있습니다. 단, 꿈속에 들어갔 을 경우 그곳에서 죽었다 한들 꿈에 서 나올 수 없습니다. 오직 조건을 충족해야만 꿈속에서 나올 수 있습 니다.

이를 유념하시고 입장하시기 바랍 니다.

(레벨 200 때 획득하는 스킬은 타 나노스의 꿈속에서 나온 뒤 개방됩 니다.)

-다섯 번째 흔적: ???(레벨 300 때 해금됩니다.)

-여섯 번째 흔적: ???(레벨 400 때 해금됩니다.)

-제한 시간 없음. 흔적을 다른 이 에게 뺏길 경우 실패.

-보상: 흔적을 찾을 때마다 신의 권능 스킬, 혹은 신기 선택.

-실패 시 레벨 1로 하락.

‘타나노스의 꿈속이라.’

꿈속에 들어가 과거를 경험하라니.

생각지도 못한 퀘스트였다.

사도의 흔적을 찾는 퀘스트에서 대 체되는 것이다 보니 그와 관련된 퀘 스트일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뜬금없는 퀘스트가 튀어나왔다.

‘원하는 때 들어갈 수 있는 건 좋 은데 클리어할 때까지 나오지 못하 는 건 좀 그러네. 그래도 과거의 일 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좀 재미있 을 거 같군.’

게임 세계의 과거로 돌아가다니.

생각보다 더 재미있을 거 같다. 더 군다나 다른 누구도 아닌 타나노스 의 과거이다. 어쩌면 썩어가는 죽음 에 대한 것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이제 황실 전용 던전에도 갈 수 있겠어.’

그간 메인 시나리오 때문에 레벨을 올리지 못했던 현성이다.

그런데 이번 메인 시나리오2에서 레 벨 300 미만까지 참가할 수 있었다.

이걸 생각하면 다음에는 300 이상 도 참가할 수 있을 터. 이제부터는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

이번에 현성이 레벨 232가 되었다 한들 아직도 레벨 300 이상의 유저들 과 견줄 수 있다는 확신은 부족했다.

더군다나.

‘이번에 300 후반대 애들과 붙게 되면 힘들어져.’

이번이 레벨 200에서 300 사이였 으니 운이 나쁘다면 300 이상 400 미만이라 할 수도 있을 터. 그렇게 되면 현성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다만 운이 좋은 것은 다름 아닌 현성이 메인 시나리오3을 열 수 있 는 자격이 있다는 것.

만일 다른 이가 얻었다 해도 마찬 가지다.

‘염치는 없지만, 카론 스승님한테 가서 좀만 미뤄 달라고 하면 되는 거니까. 일단 최소 레벨 300까지는 올리자.’

레벨 300.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

레벨 190대에도 200 후반대 몬스 터들을 잡았는데 레벨 300은 더하 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현성은 타나노스의 꿈속 에 들어가 새로운 스킬도 개방할 수 있다. 레벨을 충분히 올린 뒤 퀘스 트를 완료하고 메인 시나리오를 해 도 되는 것.

물론 그동안 썩어가는 죽음이 가만 히 있진 않을 터.

‘태만의 기사인가 뭔가 하는 애들 까지 잃었는데 가만히 있을 리는 없 겠지.’

그러니 최단 기간에 레벨 300을 달성해야만 한다.

거기다가.

‘원정대면 이번에는 영웅 길드의 힘을 빌리긴 해야겠어.’

아무리 현성이라 한들 아군 없는 원정대를 꾸려서야 이득이 될 게 하 나도 없다. 적어도 아군이라 할 수 있는 영웅 길드와 신화 길드를 데리 고 온다면 좀 편해지리라.

다만 그전에 썩어가는 죽음이 섣불 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플레이어들이었다면 그저 넋 을 놓고 있어야겠지만, 현성은 달랐 다.

‘그건 나중에 말하고 일단은 타나 노스교들 움직이게 해야겠어.’

아무리 대륙의 흑막이라 할 수 있 는 썩어가는 죽음이라 한들 타나노 스교도 만만치 않다. 애당초 그들 또한 과거엔 타나노스교이지 않았는 가.

거기다 그걸 대신할 만한 인물도 있었고 말이다.

“리 베우스.”

현성이 무게 잡힌 목소리로 말하자 리베우스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주인님.”

그리고 그런 리베우스를 경멸 가득 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현성.

늘 경멸 가득한 표정으로 봤으나 이번엔 진짜 실망했다는 눈빛으로 가득했다.

그걸 본 리베우스의 두 눈동자가 세차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뿐인 주인님 아니겠는가. 주인을 모시고 있는 입 장에서 주인이 실망했다는 것은 하 늘을 잃는 것과도 같은 일.

지금 리베우스가 그랬다.

“난 정말 실망했다.”

괜히 있어 보이기 위해 굵직한 목 소리를 내는 것이 퍽 우스워 보였으 나 진지해진 리베우스에겐 전혀 그 렇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한 치 꾸밈없이 사과를 하는 리베 우스의 모습에 현성은 잠시 죄책감 이 들었으나 이 정도에서 멈출 거였 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으리 라.

“이번에 네가 마족을 놓친 것으로 얼마나 큰일을 당할 뻔했는지 아

나?”

“……알고 있습니다.”

축 처진 모습.

누가 보더라도 안쓰러워할 만한 모 습을 한 리베우스를 보며 현성은 냉 혹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엎지른 물은 주워 담을 수 없지.”

“하지만 만회할 기회를 주겠다.”

M | W

실낱같은 희망.

그 말에 리베우스는 고개를 치켜들 며 현성을 봤다.

현성은 그 모습에 최대한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썩어가는 죽음을 저지해라. 그들 이 움직이게 된다면 곤란해진다. 최 선을 다할 수 있겠나.”

“예! 물론입니다요!”

“그럼 가서 타나노스교에 내 말을 전해라.”

“오우! 죽는 한이 있더라도 놈들을 저지하겠사옵니다 !”

“그래. 가라!”

현성도 연기에 심취한 나머지 외치 자 리베우스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 라졌다.

그걸 보며 ■흡족하게 웃는 현성.

그리고 그런 현성을 보며 라이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하와와, 저런 사람이 주인이라니 저도 앞으로 고생일 것 같다는 것이 와요.”

“크흠.”

괜히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어린아 이처럼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린 현성이 말했다.

“우리도 가자. 황궁으로.”

정말 오랜만에 두 스승님을 만나 뵐 때가 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