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10화
제국의 수도는 늘 번잡스럽다.
유저건 NPC 이건 수도는 항상 붐 비고 있었다.
대로변에는 항상 마차와 사람들로 가득 찼고, 늘 북적거렸다. 그런데 지금 무슨 일인지 사람들이 모두 거 리를 멈춰서 길을 트고 있다.
마치 홍해 갈라지듯 갈라지는 인 파.
그 가운데 현성이 서 있었다.
‘ 미친.’
제국의 NPC들이야 현성을 몰라볼 리가 없다.
황제가 이미 예전에 공고를 올려놨 으니. 그런데 유저들조차 이렇게 순 순히 길을 트고 자신을 볼 줄은 꿈 에도 몰랐다.
이래서 마치.
‘황제가 행차하는 거 같잖아.’
어떻게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자식도 가족도 없는 황제의 유일한 제자. 거기다 황제의 총애는 물론이 오, 대륙의 재앙이라 불리는 유리아 의 제자이기까지 하지 않은가. 사실 상 대륙의 차기 주인이라 봐도 무방 한 게 바로 현성이다.
뛰어난 능력치로 웅성거림이 잘 들 려 대륙의 차기 주인이란 말도 오가 는 걸 들은 현성이지만 애써 무시하 며 황궁까지 그대로 걸었다.
‘편하긴 하지만 좀 부담스럽네.’
그나마 가면을 써서 붉어진 얼굴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 면 다행이었다.
그것보단 설마 명예의 전당이란 것 이 이렇게 파급력이 높을 줄이야.
‘결국 명예밖에 없는 칭호인데 말 이야.’
현성이 다시 재접속을 하자마자 확 인해 본 결과 명예의 전당에 등록이 되어도 별달라질 게 없었다.
기껏해야 능력치가 오르나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평소와 별다를 게 없었다.
그냥 이름 한 번 띄워주는 게 다 인 모양.
근데 그런 것치고 파급력이 엄청났 다.
“와, 벌써 레벨 300대 몬스터 잡는
다며?”
“아니, 거의 두 달 전만 해도 100 미만인데 벌써 300대?”
“실질적으로 강함의 차이가 있으니 못해도 200 초중반 아니겠어? 그것 만 해도 대박이긴 하지만.”
“그것보다 세계 최초 명예의 전당 등극이잖아. 그게 더 대단하지.”
“와, 아수라 실물 처음 봐.”
예전에야 시끄러운 게 싫어 가면을 안 쓰고 돌아다녔으나 이젠 그랬다 간 큰일 난다.
어떤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장비 를 바꿔 착용한 뒤 가면을 벗고 돌 아다닐 순 없지 않은가. 저번에 아 로민 길드의 습격도 있었기에 주의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가면을 벗어 정체를 밝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숨어다닐 필요는 없다 생각했다.
거기다
‘내 위치를 묘하게 잘 찾는 느낌이 란 말이지.’
추격당하는 것 같은 기분 때문에 쉽사리 가면을 벗지 못하는 것도 있 다.
‘ 피곤하구먼.’
이래서 유명인은 피곤한 법이다.
자유가 사라지는 기분에 다소 짜증 이 났으나 그로 인해 누리는 것도 있지 않은가.
이 정도는 감수 할 만했다.
그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황궁까 지 걷는 동안 황실 근위병들이 나타 나 무릎을 꿇고 인사했다.
척! 쿠웅!
“황제 폐하의 하나뿐인 제자이시 자, 제국의 가장 빛나는 별 유리아 님의 제자님을 뵙나이다!”
“뵙나이다!”
“아아??????
실로 부담스러운 광경.
거기에 현성은 고개를 젓고 싶었으 나 보이는 시선들이 있지 않은가.
거기다가.
“세상에.”
“어머나!”
유저들은 몰라도 그 말에 NPC들 이 반응해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여 현성에게 예의를 갖췄다.
방금 근위병들의 말에 반응한 것.
최소 황제의 이름을 말했는데 예를 갖추지 않는다면 목이 달아날 수도 있다.
그렇게 인파 사이에서 근위병들에 게 인사를 받는 것도 모자라 주변에 있는 NPC들이 고개를 숙여 현성에 게 예를 표한다.
한 번쯤 받아보고 싶은 짜릿한 경 험이었으나 현성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으아으어 아으악.’
민망함과 부끄러움에 바들바들 떨 리는 어깨와 손.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근위대장 이 현성을 보며 척! 하며 절도 있는 자세로 주먹을 가슴에 두드리며 외 쳤다.
“황제 폐하의 제자이시자, 제국의 가장 빛나는 별 유리아 님의 제자이 신 아수라님을 마중 나왔습니다! 지 금부터 제가 호위하겠습니다!”
“……어, 그래.”
이제는 존대보다 반말이 더 익숙해 진 현성.
이런 놈들이 득실거리다 보니 존대 를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건 당연했다.
또 이런 사람들에게 존대를 하면 자기가 잘못했다면서 말을 낮추라기 일쑤. 그런 귀찮은 꼴을 보기 싫어 서라도 그냥 편하게 말하자 근위대 장의 표정이 뿌듯함으로 가득 차오 르는 걸 볼 수 있었다.
“안내하겠습니다!”
몇 번째 오는 황궁이건만 이렇게 늘 안내가 필요한 것인지.
절로 한숨이 나오며 생각했다.
‘유리아 스승님에게 바로 올 수 있 는 좌표 좀 알려달라고 해야겠어.’
이런 대접은 한 번이면 족하다.
차라리 MP를 다 소모해도 좋으니 순간이동으로 수도에 들어서자마자 황궁으로 갈 수 있는 좌표를 받는 게 더 편할 거 같았다.
솔직히 말해 현성은 왜 이렇게까지 자기를 높게 봐주는지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또 아수라 길드는 뭔지. 하아.’
사칭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눈에 띄어 글들을 확인해 보니 어 느 갑부가 비싼 돈 주고 아수라라는 길드를 샀다고 한다. 굳이 사칭을 하려면 그런 거액을 쓸 이유가 있겠 는가.
기껏해야 아수라라는 이름에 끌려 길드를 산 갑부리라.
다만 그 갑부라는 것이 조금 걸렸 다.
‘설마 린 님은 아니겠지?’
길드 협력관계를 맺자고 한 린.
거기다 린도 꽤 잘사는 집안이라 하지 않았던가.
산하인 신화 길드 길드장이 진성그 룹 총수의 아들이라 듣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런 이의 사촌이면 린 또한 상당히 부자라는 뜻이지 않겠 는가.
현재로써는 가장 유력하다.
‘아수라 길드 사서 선물로 주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길드 운영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사람이다.
자금도 자금이지만 사람이 없으면 길드가 돌아가겠는가.
떡하니 길드를 준다 해도 현성 혼 자 돌아갈 리가 만무하다. 그렇다고 사람까지 같이 주는 것은 오버지 않 은가.
‘그렇게까진 안 하겠지.’
아직 갑부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 는 현성으로선 그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하며 황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는 도중 부끄러운 일이 있긴 했 으나 그런 걸로 나갈 멘탈이 아니었 다.
그렇게 안내를 받던 도중이었다.
“오구구구구구! 우리 아수라 왔 쪄?”
어디선가 익숙한 경쾌한 목소리.
그 소리에 근위대들이 은근에서 빠 르게 물러났다.
불이 붙은 듯한 빠른 움직임.
그리고 무언가 현성에게 매달렸다.
포옥!
아프다기보다 푹신한 감촉이 먼저 들었고 현성은 자신에게 매달린 사 람을 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유리아 스승님 안녕하셨습니까?”
“웅웅! 우헤헤헤!”
뭐가 그리 좋은지 방긋방긋 웃는 유리아.
아무리 봐도 스승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외모와 행동이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꼬마인데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니.
솔직히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 편이었다.
‘처음 등장했을 땐 좀 무섭긴 했 지.’
그러다 계속 만나다 보니 엄청난 허당인 것과 순전히 사춘기 소녀라 는 것을 알았을 땐 마냥 귀엽게만 느껴졌다.
현아가 사춘기일 때는 너무 어두웠 던 나머지 이런 유리아가 그저 귀엽 기만 했다.
그러던 그때.
유리아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근위 병에게 눈을 부라린 뒤 고갯짓을 했 다.
척! 처억!
그러자 바로 고개를 돌리는 근위병 들.
근위병이라면 고된 훈련과 수련으 로 힘들 줄 알았건만 저런 감정노동 까지 해야 하다니. 순간 짠해졌으나 그게 어디 현성이 알 바인가.
그보다 유리아가 뭘 하는지가 더 궁금했다.
보통 이런 반응일 때는 현성에게 좋은 것이 떨어졌기에.
아니나 다를까 유리아는 조심스럽 게 자신의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꺼 내 현성에게 스리슬쩍 건네주며 중 얼 거렸다.
“세계의 의지가 나나 카론이 너한 테 뭔가 주는 걸 막고 있어서 이렇
게 가끔씩만 줘야 해. 넘 서운하게 생각 말구, 스승님들이 잘 해결할 테니까 알았지?”
“아유 서운하기는요.”
고맙기만 하다.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현성은 유 리아에게 받은 반지를 봤다.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반지다. 거기다 그 주변을 은은하게 감싸는 빛까지.
현성은 그걸 보며 저도 모르게 침 을 꿀꺽 삼켰다.
동시에 허리줌에서 울리는 진동.
“이, 이건……
“전에 보니까 아수라, 네가 그거 좋아하는 거 같아서 제일 좋아 보이 는 걸로 찾아왔지! 엣헴!”
빨리 칭찬해 달라는 듯 양팔을 허 리에 올리곤 가슴을 쭉 펴는 유리 아.
그리고 상당히 뿌듯한 표정을 하는 유리아를 보며 현성은 자기도 모르 게 유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허어, 진짜 감사합니다, 스승님!”
“우헤헤헤.”
머리를 쓰다듬어지자 상당히 좋아 하는 유리아를 뒤로 한 채 현성은 반지를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허리에서 진동하는 검.
싱클레어가 진동하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는 싱클레어에게 장착시킨 아 이라스의 실패작1이 진동하는 것이 다.
또 다른 실패작을 만났기에 말이 다.
“아이템 정보.”
[아이라스의 실패작7(전설十)]
-종류: 무기소켓
-설명: 아이라스가 마지막으로 만 든 실패작이다. 이 소켓에 꽂은 무 기들은 그 성능이 월등해진다. 실패 작이 모일수록 숨겨진 옵션이 드러 난다.
-제한: 아이라스의 실패작 보유자.
-옵션1: 소켓에 최대 6개의 무기 를 소장할 수 있다. 모든 등급의 무 기를 소장할 수 있으며 소장된 무기 들은 자유롭게 소환이 가능하다.
-옵션2: 소장된 무기들은 모두 성 능이 30% 상향되며 무기의 옵션을 사용할 때 소모되는 소모량을 50%
로 줄인다.
-옵션3: 우???(봉인되어 있습니다.)
-옵션4: ????(봉인되어 있습니다.)
-옵션5: ????(봉인되어 있습니다.)
-옵션6: 으???(봉인되어 있습니다.)
-옵션7: 으???(봉인되어 있습니다.)
현성이 지금 가지고 있는 아이라스 의 실패작은 2개이다.
하나는 검에 착용할 수 있는 아이 라스의 실패작 1.
또 다른 하나는 스테프와 같이 마 력 무기에 장착시킬 수 있는 아이라 스의 실패작3.
그런데 이번에 유리아가 얻어온 것 은 다름 아닌 아이라스의 실패작7이 다.
가장 마지막 번호의 실패작.
근데 이미 실패작이라고 하기에는 등급이나 성능이 엄청나다.
‘모든 등급의 무기를 소장하고 그 소장한 무기를 자유롭게 소장한다. 그리고 소장된 무기들은 모두 성능 이 30%나 오르는 것도 모자라 아 이템 스킬 소모량을 50%로 줄인다 고?’
과연 전설+ 등급이라 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하나 그 뒤에 보이는 아직 개방되 지 않은 옵션이 무려 5가지가 더 된다.
설명을 보니 아이라스의 실패작을 모을수록 개방되는 모양.
‘무기 소환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 면 나랑 딱 맞는 스킬이다.’
어차피 가면의 색을 자유자재로 바 꾸는 것은 현실 돈으로 49,900원에 살 수 있는 아주 저렴한 아이템이 다.
언제든지 금이 가도 상관이 없는 아이템.
그저 패션으로만 사용하는 것이었 지만, 무기는 항상 도중에 인벤토리 에 넣고 다시 꺼내는 과정이 번잡스 럽기는 했다.
디아나만 소환이 가능한 터라 신궁 아수라만 스위칭이 자유로웠다.
그런데 이제 이 아이라스의 실패작 7만 있다면 그 어떤 아수라로 스위 칭을 하더라도 빠르게 스위칭을 할 수 있을 터. 현성에게 안성맞춤인 아이템이 아닐 수 없었다.
“ 와아.”
현성이 그렇게 감탄하고 있던 그 때.
유리아가 화들짝 놀라며 현성에게 검지를 들어 입술에 가져다 대며 쉿 하며 윙크를 했다.
눈치가 빠른 현성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반지를 착용했고, 그 순간 허공이 갈라지며 황제가 나 타났다.
“유리아. 같이 만나기로 해놓고 먼 저 가다니.”
다소 짜증이 난 어투의 황제.
그런 황제를 보며 유리아가 움찔거 렸으나 어색하게 웃자 황제는 고개 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어디 유리아가 말을 안 들은 게 한두 번인가.
그냥 넘어가야겠다, 마음을 먹고 현성을 봤다.
“오호.”
“우히히, 우리 제자 장난 아니지? 우리 아수라가 이 정도라니까!”
유리아가 한 것도 없는 주제에 뿌 듯해하자 황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역시 대단하군. 이제 황실 전용 던전에 들어가도 될 것 같네.”
현성이 그렇게 원하던 말이었다.
“기대되네요.”
자신의 말에 제자가 흡족해하자 마 음에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 강해지는 것을 저리도 즐기는데 스승 된 마음으로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 다.
“내가 안내하겠네.”
“나도! 나도 할래!”
유리아가 그러거나 말거나 고개를 끄덕이자 유리아는 현성과 같이 황 제를 따라 황실 지하로 내려갔다.
역시 황실 전용 던전은 지하에 있 어야 제맛 아니겠는가.
상당히 밑으로 왔음에도 끝이 보이 지 않는 계단.
현성은 상당히 기대된다는 듯이 미 소를 지었고, 이윽고 제일 밑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와.”
“히히, 장난 아니지?”
유리아의 말에 현성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보이는 거대한 탑.
“이곳이 바로 황실의 비밀 던전일 세.”
황제의 말에 현성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며 그 탑을 봤다.
모든 탑이 황금으로 뒤덮인 탑.
그리고 그 탑을 본 것만으로 업적 으로 인정되어 모든 능력치가 +5가 상승했다.
황제는 그런 현성을 보며 입을 열 었다.
“저 안에 있는 괴수들은 기존 괴수 들보다 훨씬 강하지. 그리고 훨씬 많은 보상을 내놓는다는군. 100층까 지 정복을 한다면 꽤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걸세. 그럼 무운을 빌겠네.”
황제는 그리 말하며 뒤를 돌았고, 유리아도 아쉽긴 해도 제자의 수련 을 방해할 순 없다는 듯 황제를 따 라나섰다.
그 둘이 다시 계단을 오르는 것을 보지도 않고 현성은 가면을 고쳐 쓰 며 말했다.
“물론이죠.”
광렙의 때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