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19화
서아와 레이먼은 당황한 듯 현성을 봤다.
지금 알고 있는 정보로는 최대 200 이상 차이가 나거나 100 이상 차이 나는 상대이다. 벌써 300을 찍 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 니.
레벨 차이가 무려 100 넘게 난다. 하수라고 한다면 하수.
그런 그가 자신들에게 싸움을 걸어 온 거다.
다른 놈?이었다면 코웃음도 치지 않 았을 상황. 하나 상대가 다르지 않 은가.
한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최고의 플레이어. 만일 그가 초창기에 시작했다면 지금 이데아의 메인 시나리오는 이미 완료되었다고 말이 오갈 정도였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그 점을 인정 했다.
서아와 레이먼까지 말이다.
‘어쩌면 좋지?’
현성이 왜 저러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 방금 보스전은 그리 재미있었다고 할법한 전투는 아니었 다.
셋이 강력한 것도 있었으나 메인 시나리오의 주보스라고 하기에는 솔 직히 손색이 있다 생각이 들 정도.
거기다 솔직히 궁금하지 않은가.
저리 강해진 현성이 지금은 어디까 지 통할지 말이다.
‘현성 씨답네요.’
그러나 섣불리 선택할 수 없었다.
현성의 레벨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하나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었다.
‘지금 싸우면 진다.’
‘지금은 힘들 것 같군요.’
서아와 레이먼이 같은 생각을 했 다.
교황의 부름으로 만나서 타나노스 교의 주인을 보필해야 한다며 퀘스 트를 주었건만, 지금 그 주인이라 할 수 있는 현성과 싸워야 하다니.
그걸 떠나서 지금 체력과 상태로는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라는 것.
무엇보다 상대가 너무 막강했다.
‘나도 이제 좀 강해졌어.’
레벨 298.
이제는 엄연한 랭커의 축에 속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레벨이다.
하나 현성의 앞에 있는 두 사람은 그것을 뛰어넘은 사람들. 적어도 현 성이 생각하기엔 그랬다.
거기다 이미 서아의 실력은 대회에 서 확인해 본 바가 있지 않은가. 이 번에 레이먼도 마찬가지. 이번 전투 로 드러난 모습만 보더라도 여태까 지 봐온 유저 중에 최상위에 속한 다.
린도 린이었으나 솔직히 말해 레이 먼보다 뛰어나다는 느낌은 들지 않 았다.
현성이 이번 전투에서 최대한 창 관련 스킬만 사용한 이유도 그거다.
저 둘과 싸워보고 싶어서.
‘저 둘이 합류했을 때부터 메인 시 나리오는 안중에도 없었지.’
처음 저 둘이 사신으로 대동했을 때 타나노스교에서도 지원을 보낸 것이라며 원정대에 합류시켰다. 한 참 창기사의 스킬을 시험하고 있었 기에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 하나 원정대를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꼭 참고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처음에 레이먼을 봤을 때 세상이 참 좁다 생각했다.
그리고 든 생각은 현실에서도 강자 인 레이먼이 이곳에서는 어떨까.
호승지심.
도장에서도 요즘 거의 박빙의 승부 를 하고 있는 레이먼이지 않았던가.
이곳에서는 과연 어떨지 기대도 되 었고, 레벨이 오르고 스킬들도 강해 진 지금 서아와도 얼마나 격차를 줄 였는지 궁금했다.
‘아퀼레오르의 그림자를 잡을 때는 나랑 비슷해 보였어.’
지금 현성이 낼 수 있는 전력의 스타일.
창기사 아수라로 비슷한 느낌이다.
템도 사실상 최상이라 할 수 있는 옵션들에 다양한 스킬들로 뒤를 받 쳐주니 강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지금 이 상태라면 저 둘과 싸우더 라도 꽤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진다하더라도 배울 점이 분명 있으 리라.
진심이에요?” 서아가 다소 긴장했다는 듯 낫을 들고 물었다.
그녀도 긴장할 만한 실력자라는 증 거기도 한 모습.
옆에 있던 레이먼이 싱글생글 웃으 며 말했다.
“진심이 아니면 묻지도 않았겠죠? 솔직히 아수라가 현성 씨인 걸 알고 이런 일이 일어날 거 같긴 했는데 재밌네요.”
말과 달리 평상시보다 더 진지한 표정이 되어가는 레이먼.
레벨 400이 넘은 두 실력자라 한 들 방금 본 현성의 강력함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말해 현성이 이렇게까지 빠 르게 강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마족 리베우스 때부터 막대한 경험 치를 얻었고, 거기다 기회의 탑이라 는 희대의 사기 던전까지 다녀온 차 아니겠는가. 운까지 따라주니 이렇 게까지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다.
생각보다 아퀼레오르와의 전투가 시시하지 않았던가.
강하긴 했으나 그리 싸울 맛이 나 는 상대는 아니었다. 창기사 아수라 가 강한 것도 있었지만 너무 공격이 단조로운 것도 한몫했다.
하나 저 둘이라면 다를 터.
둘 다 말은 하지 않았으나 그저 조용히 무기를 들어올렸다.
현성과 같이 강력한 회복 수단이 없는 둘이다.
그러기에 현성은 저 둘을 한 번에 상대할 생각이다. 그리고 그건 현성 도 마찬가지.
지금 불리한 건 현성이 아닌 저 둘이었으니까.
움찔.
팽팽한 긴장감.
그때 레이먼의 손가락이 꿈틀거렸 다.
투우우우우우우웅 !
그리 가까운 거리도 아닌 곳에서 구름침대를 최고속력으로 움직인 현 성.
그 스피드에 둘이 뒤늦게 반응했 다.
까가가가가가강!
눈 감았다 뜨니 미간을 뚫으려 내 뻗은 창.
레이먼은 그것을 검면으로 막았으 나 충격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것 인지 그대로 뒤로 튕겨져 나갔다.
“크흠.”
데미지가 없는 것은 아니었는지 웃 는 상이었던 낯짝이 다소 찌푸려졌 다.
그리고 그사이를 노려 서아가 사신 을 대동하며 현성을 공격하려는 순 간.
멈칫!
“뭐, 뭐지?” 사신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곤 고개를 조아리며 현성에게 외쳤다.
-왕에게 인사드리옵니다.
-저희는 급한 일이 있어서 그 만…….
그 말을 끝으로 서아가 소환했던 사신들이 사라졌다.
어이가 없는 상황에 현성은 웃으며 바로 서아의 낫을 공격했다.
만일 사신들의 돌발행동에 멈칫하 는 게 없었다면 쉽게 막진 못했으리 라.
까가가강!
투우우웅!
‘힘이 세네.’
방금 서아의 일격으로 밀려나긴 했 으나 큰 데미지는 입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근력이 현성보다 우월 하다는 것은 알았다.
‘모든 능력치는 내가 뒤쳐져. 그나 마 내가 스킬들과 컨트롤로 상대해 야한다.’
아까 레이먼을 날릴 수 있었던 것 도, 전설 등급 스킬 ‘찌르기’ 덕이 다.
이젠 그저 능력치로 상대해선 안된 다.
동레벨대의 상대들이 아니니.
갖은 방법을 동원해 상대해야 한 다.
‘그걸 한번 해야겠어.’
현성은 그렇게 씨익 웃으며 구름침 대의 위에 탄 현성의 가면이 변하기 시작했다.
찬란해보이던 은빛에서 피처럼 붉 은 가면으로.
그리고 동시에 장비가 해제되며 붉 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재대로 해보죠.”
“아하하. 좀 위험할 거 같은 생각 이.”
“……힘 좀 합치죠.”
아무리 체력이 떨어졌고, 대부분의 스킬들의 쿨타임이라고는 해도 레벨 400을 넘긴 둘을 상대한다는 것 자 체가 엄청났다.
상황 자체로만 본다면 불리하기 짝 이 없긴 하나 생각해 보라.
저들은 이미 레벨 400을 찍은 비 공식 랭 커들이 다.
그러나 현성은 아직 300도 안된 유저.
어떤 상황이던 간에 이런 상황에서 저 둘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것은 틀림 없었다.
‘간다.’
현성이 다시 움직이자 구름침대로 최대 속도를 낸 것보다 빠른 속력으 로 레이먼과 서아에게 달려들었다.
사신이 사라졌다 한들 그것에 의지 하던 서아가 아니다.
죽음의 기운을 두른 낫으로 크게 한번 휘두르자 초승달 모양의 기운 이 뻗어나갔고, 그 순간 붉은 아지 랑이가 뚝하고 끊겼다. 그리고 현성의 손에 쥐어진 것은 묵빛을 하고 있는 한 자루의 창과 무거운 별의 세트.
중력마법과 동시에 천근추로 무거 워진 몸으로 그대로 창을 내질렀다.
“피해!”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
서아의 기운을 가볍게 깨트리고 뻗 어 나가는 현성의 찌르기.
드래곤의 브래스와 맞먹는 그 포를 발견한 레이먼이 검을 휘둘러 튕겨 내었다.
검에 서려 있는 기운을 보아하니 저것도 마찬가지로 스킬인 모양. 하 나 그리 여유롭진 못했다.
덜덜덜덜.
“생각보다 더 강하시네요.”
“정신 차리고 싸우죠.”
합심을 하는 둘과 그런 둘을 보는 현성.
“다시 갑니다.”
다시 색이 바뀌는 가면.
그걸 보며 레이먼이 중얼거렸다.
“한명이 아니라 여러 명을 상대하 는 기분이네요.” 서아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 며 낫을 고쳐쥐었다.
그래도 엄연히 비공식 랭커인데 질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렇게 셋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무슨 일인지 예전에 베네아 인근에 나타났던 고성이 다시 나타났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아 했다.
“싹 쓸어! 성을 지켜라!”
“생각보다 강하잖아!”
“그래도 할 만해! 레벨 별로 나오 는 것보다는 이게 진짜 전쟁 같잖 아!”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고, 이 게 실감 난다고 좋아하는 이들도 있 었다.
확실한 것은 유저들의 참여로 인해 상황이 그나마 나았다는 것이다. 그 들이 없었다면 그나마 멀쩡한 지금 의 도시들도 작은 마을들처럼 썩어 가는 죽음에게 점령당했으리라.
그것도 철혈의 제국이라 불리는 카 린 제국은 그렇지 않았다.
척! 척! 척!
수도로 모였던 기사들은 방어할 수 없는 마을들에 파견이 되어 마을들 을 지켰고, 다른 왕국들과는 달리 완전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어 를 해냈다.
거기다 대륙오천이라 불리는 절대 자가 둘이나 있는 것도 크게 한몫했 다.
유리아는 빠르게 제국 주위를 날아 다니며 폭격을 했고, 황제는 검 한 자루로 수만이 넘는 언데드들을 잡 았다고 한다.
거기다 제국 곳곳에 검은 사제복을 입은 사제들이 언데드들을 주먹으로 분쇄하고 다녔기에 제국의 피해는 정말 미비하다 할 수 있었다.
린이 있는 베네아도 마찬가지.
“여기도 다 끝난 모양이네요.”
그 말에 다른 이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상황을 정리 중이긴 하나 남 아있는 적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 이지 않았다.
“훌륭하군요.”
그 말에 린이 뒤를 돌아보자 매우 험악한 인상과 우락부락한 근육으로 사제복이 터질 것 같은 한 중년인을 발견했다.
타나노스교의 교황, 프란시스.
그가 이곳까지 행차한 것이다.
“이제 사룡의 유적은 저희가 관리 를 하겠습니다. 이곳을 지켜주는 데 힘을 보태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저희야 잔당처리들 만 했을 뿐인걸요.”
겸손 따위가 아니다.
그게 사실이었으니.
린은 그렇게 말하며 용을 타고 다
니며 혹시라도 또 다른 적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 같은 캐럿을 봤다.
제아무리 추기경이라 한들 용을 타 고 다니다니. 거기다 본신의 능력까 지 뛰어났다.
사실 캐럿만 있더라도 처리가 가능 한 일이었으나 영웅 길드와 신화 길 드가 나서서 수만이 넘는 언데드 군 단을 막았기에 생각보다 빨리 처리 할 수 있었다.
“황제께 가시면 충분한 보상을 받 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교황의 말에 린이 대표로 말했고 길드원들이 모두 정렬을 하며 물러 나기 시작했다.
그런 이들을 보며 교황이 흡족하다 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저희 교에 충직한 종인 두 분도 만만치 않은 강자지만, 저 린이라는 분도 상당히 강자시군요. 역시 주인 님다운 포부인 것 같습니다.”
현성이 이곳으로 보냈다는 것을 알 았기에 교황은 자신들이 모두 처리 하는 것이 아닌 몇몇은 저들에게 넘 겨주며 실력을 확인했다.
그리고 저들 또한 현성을 따르는 이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기뻤던가.
점점 종교가 커져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들뜬 교황의 앞에 캐럿이 이 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여기에도 리베우스는 없습니다.”
“흐음.”
저들을 현성이 보냈으니 이곳에 리 베우스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근데 리베우스는커녕 그 비슷한 개 미조차 나오지 않았으니.
“일단 기다려보죠. 리베우스라면 무언가 일을 벌여서 자기 위치를 드 러 내겠지요.”
“그건 그렇죠.”
말은 그렇게 했어도 걱정은 들었는 지 교황의 눈은 깊어져만 갔다.
하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 다. 당장 보이지 않는 리베우스보다 사룡의 유적이 훨씬 중요하다.
“다들 유적 봉인에 더 힘을 쓰도록 하십시오.”
“오오오오우우우우우!”
기운찬 대답.
너무나도 기운이 넘쳐 머리가 지끈 거리는 걸 뒤로하는 교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