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21화
썩어가는 죽음이 만든 참상은 상당 했다.
각 지역에서 그 레벨대에 따라서 언데드들이 주변 마을들을 급습했 다.
플레이어들이 많이 막았다고는 하 나 피해가 없진 않았다.
아니, 먼저 움직인 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피해를 입긴 했으나 그리 심각하진 않았다. 그 나라에서 주력으로 활동하고 있 는 대형 길드들이나 중형 길드들이 빠르게 나선 덕분이었다.
아직도 잔당들이 남아 플레이어들 이 고생하고 있을 때.
운영진 또한,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번에는 유저관리팀이 아닌 개발팀에서 더 분주했다.
“하아, 무슨 대형 이벤트가 이렇 게……
“……그동안 논 거 생각하면 이래 도 싸지.”
하기야 출시된 지 1년 만에 대형 이벤트이지 않은가.
물론 그게 겹겹으로 2번이나 연속 으로 터졌다고 봐도 무방했으니 어 쨌든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더군다나.
“하아, 북미 서버 애들은…… 으 드 ”
“천공의 신! 으득!”
몇몇 개발자들이 무언가를 욕하고 있을 때 중앙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 던 흑발의 여성이 일어나 외쳤다.
“다들 잡담할 시간에 상황 분석 안 하십니까? 지금 중앙 대륙만 봐요? 동부 대륙이 저렇게 움직이는 데 잡 담할 시간이 나나 보죠?”
“죄, 죄송합니다!”
“다, 당장 가겠습니다!”
“후우.”
개발팀장 민유라 또한 예민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듭된 대형 이벤트.
이건 그럴 수 있다.
한 번은 현성 혼자 깼다고 할 일 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다음에 나온 변경된 시나리오3이 문제였지 않은가.
마왕의 파편을 회수하지 못했기에 썩어가는 죽음이 그런 감행을 한 것 이고, 그 덕에 죽어 나가는 것은 개 발자들이었다. 또 이번에 보상을 어 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벌써부터 들어오는 민원들을 조금 만 살펴도 골치가 아플 지경.
‘민원팀은 적당히 거르라니까, 이 정도나 가져오고……
사실 그녀도 안다.
이게 걸러진 것이라는 것을.
“하아.” 갈수록 짙어지는 다크서클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있겠는가.
거기다가.
‘천공의 신과 사냥의 신이 움직였 다. 투신은 아직 모르지만, 움직일 가능성이 크지.’
그들의 공통점.
모두 현성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는 것이다.
우선 투신과 사냥의 신은 각각 권 능과 신기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 덕에 자신들의 사도에게 줄 권능과 신기가 사라졌다.
그로 인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 다.
한데.
‘하아, 신이 왜 저리 기회주의자 야.’
신답지 않은 신.
천공의 신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기 회주의자의 설정을 가지고 있는 천 공의 신.
솔직히 설정을 한 것은 민유라긴 했다.
하나, 설마 이럴 줄 누가 알았겠는 가.
‘타나노스가 사라졌다는 걸 알자마 자 바로 행동에 나설 줄이야.’
타나노스의 후예.
그러니까 현성이 나타난 걸 감지하 자마자 제일 먼저 움직인 신이었다.
다른 신들은 과거 타나노스를 알고 있으니 겁을 먹어 움직이지 않았던 반면 후예라는 말에 먼저 반응한 천 공의 신.
그로 인해서 북미 서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저가 움직이지 않았 던가.
거기다.
‘저놈은 왜 저기…… 하아.’
언제부터 이렇게 꼬인 것일까.
명치에 무언가로 꽉 막혀 있는 것 같은 답답함.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일어난 일인 것을.
‘그 유저가 나타나고부터야.’
이 모든 게 타나노스의 후예인 현 성이 전직하고 나서부터 꼬였다.
처음 현성이 고성을 꺼내지 않았다 면 이번 메인 시나리오3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아니, 그전에 마왕의 파편은 어떤가. 마왕의 육신은 또 어땠는가.
하나 더 이어가진 않았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봐야 뭐 하겠는가.
‘일이나 하자.’
푸념만 하고 있을 사이 일이나 하 는 것이 더 이로웠다.
그러던 그때.
“팀장님! 유저관리팀에서 연락입니 다!”
“유저관리 팀이요?”
분명 어제 조민우 팀장에게 들었을 땐 이제 별일 없으리라 들었다. 확실히 큰 산인 메인 시나리오3이 끝났으니 유저관리팀은 개발팀보다 한산해졌으리라.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라니.
‘긴급이 아니면 나한테 연락 잘 안 하시는 분인데……
무언가 찝찝했으나 어쩌겠는가.
연락을 안 받을 수도 없으니.
민유라는 개발원의 말을 듣고 개인 개발실로 들어왔다.
아까는 개발실에 직접 나와 있는 민유라였기에 직통으로 오지 못한 모양.
“예, 민유랍니다.”
-아, 네. 개발팀장님. 좀 문제가 생겨서 연락드렸습니다.
목소리에부터 힘이 없다.
삶을 포기한 이의 목소리가 저러할 까.
그 목소리에 불안해진 민유라가 마 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무, 무슨 일인가요?”
-뚫렸습니다.
“예?”
-플레이어들끼리 대륙 간 이동을 막는 결계가 뚫렸습니다.
“아, 네.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상 당히 빠르네요.”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동부 대륙에서 벌써 출항을 했나 보네요. 몇몇이나 넘어옵니까?”
지금 대륙을 넘을 수 있는 전력을 보유한 것은 다름 아닌 북미 서버 다.
그 외에 중국과 일본 서버도 꽤 전력이 있긴 하나, 북미 서버에 비 한다면 별것 아니다. 물론 중앙 대 륙, 한국 서버만큼 치열한 곳도 없 지만.
그래도 대륙 간 전쟁을 한다면 상 당히 골치 아파지는 것은 사실.
하나 북미 서버에서 한국 서버를 공격하려던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 니었으니 그러려니 생각했다.
이미 한국 서버에 몇몇 세력까지 두지 않았던가.
그런데 예상과 다른 말이 튀어나왔 다.
-아니요.
“예?”
-동부 대륙과 중앙 대륙을 막는 결계가 아닙니다.
“그, 그럼?”
-모든 결계가 깨졌습니다.
“ 응?”
-10분 전 천공의 신이 네 명의 신 과 함께 결계를 깼습니다. 그리고 일본 서버에서도 한국 서버로 침공 을 준비 중입니다.
일본 서버가 침공하는 것?
솔직히 그럴 법하다.
아무리 온화한 성격을 가진 플레이 어 츠요이라고 해도 신기를 바로 눈 앞에서 빼앗기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사실을 신이 알려줬다 면?
당연히 침공하고도 남았을 거다.
“……그리고 다른 곳은요?”
-북미 서버는 오히려 잠잠합니다. 전체적인 상황을 보진 못했지만, 그 래도 급한 건 일본입니다.
“……대륙 전쟁이 일어나는 건 그 럴 수 있지만, 북미 서버가 곤란하 네요.”
-예, 아무래도 일본이 어떻게 하는 지 본 뒤에 움직이겠죠.
중앙 대륙. 그러니까 한국 서버의 저력을 확인 후 침공을 하겠다는 얘 기다.
거기다 지금 천공의 사도가 행하려 는 것을 대략 알고 있지 않은가. 시 간을 조금만 들이면 각성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그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그거 하나 때문에 일본 전체를 이 용할 줄은……
원래라면 츠요이가 그리 쉽게 움직 일 이는 아니었을 터.
하나 분통을 터뜨릴 만한 일이 있 었고, 또 그걸 타나노스의 후예가 했다, 사냥의 신이 말했을 터다. 자신의 사도와 후예를 싸우게 하기 위해.
‘신 등급 직업들끼리 싸우면……
안 된다. 그래선 절대 안 된다.
‘여기서 더 현성 유저를 강하게 만 들면 안 돼.’
이러다가 진짜 황제와 버금가는 힘 을 가질 수도 있으리라.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이 출격한 전력이 생각보다 뛰어납니다. 그리고 일본인 동서 대 륙 쪽에서 도착했을 때 정글 지형인 지라 잠입에 너무 유리합니다. 미리 정보를 알고 있지 않은 이상에야 일 본 전력이 모두 도착할 때까지 모를 확률이 높습니다.
“끄으응.”
그렇다고 이걸 공지에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본 유저들이 자행으로 움직였다.
이건 이데아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자유도에 위배 되는 행동이 아니라는 거다.
이걸 공지로 알려야 했다면 여태까 지 현성이 하는 행동들 모두 알렸어 야 하지 않은가.
근데 그것은 불가능하다.
‘막고는 싶은데 그럴 수 없다.’
어떻게든 시스템에 간섭해서 대륙 간의 결계를 다시 치고 싶으나 불가 능하다.
‘신들이 코드를 직접 사용하고 다 섯 이상의 신이 행한 행동은 이데아 로도 복구하기 힘들어……
자신의 제어에 따르지 않은 세상.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다른 세상이 아닐까 생각해서 만들었었다.
근데 그걸로 인해 발목이 잡힐 줄 이야.
‘신 등급 직업끼리 싸우면…… 진 짜 큰일 나는데……. 으으, 그렇다고 현성 유저를 막을 수도 없고.’
-그래도 현성 유저는 걱정 안 하 셔도 될 거 같습니다. 이번에 로그 아웃을 하고 다시 일어났을 땐 레벨 이, 레벨이다 보니 200제 퀘스트를 깰 것 같습니다.
“아! 타나노스의 꿈속에 들어가는 거요?”
-예.
“후우! 다행이네요.”
현성이 아니라도 일본 전력을 막을 수 있는 존재들은 많다.
아무리 일본이 물량으로 밀어붙여 도 한국 전체적인 수준과 상당히 비 교가 되니.
거기다 상위 플레이어도 한국이 훨 씬 많지 않던가.
지형적으로 일본이 유리하다 해도 그것도 시간문제. 현성과 츠요이만 싸우지 않으면 된다.
그걸 파악한 민유라는 고개를 끄덕 이며 대답했다.
“하아아아, 알겠습니다.”
?……예, 힘내십시오.
“예, 팀장님도요.” 둘은 서로를 측은하다는 듯 말하며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쾅! 코}가가강!
그녀의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말았 다.
그리고 밖에서 대기 중이던 한 개 발원은
“……아, 보고할 거 있었는데 이따 들어가야겠다.”
다소곳하니 문 앞에서 잠잠해지길 기다렸다.
전쟁이란 생각보다 큰돈이 들게 마 련이다.
특히 다른 대륙 간의 전쟁은 더 돈이 들 수밖에 없다.
하나 반대로 말하면 큰돈이 있다면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게 된 다.
바다를 가르며 움직이는 함선.
수용 인원이 족히 천은 넘을 것 같은 거대 함선들이 함대를 이뤄 진 격하고 있다.
바다의 몬스터들이 나오는 족족 힘 을 합쳐 쓰러뜨리는 유저들.
“얼마나 남았지?”
“앞으로 한 달은 더 가야 할 것입 니다.”
한 남자의 말에 함장이 대답했다.
함대를 이끄는 함장조차 말을 높이 다니.
이 남자가 얼마나 높은 직위에 있 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될 터.
츠요이.
얼마 전 일본 공식 랭킹 1위를 차 지했고, 대형 길드 3곳을 통합함과 동시에 사냥의 신을 모시는 신도들 을 이끌어 나라를 점령한 사내.
그의 분노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 였다.
‘……아수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
분노를 참을 수 없는지 이까지 갈 리는 그의 모습에 함장도 뒤로 물러 섰다.
아수라가 올렸던 영상에 나온 활.
그 영롱하고 아름다운 활을 보자마 자 눈치챌 수 있었다. 그게 사냥의 신의 신기라는 것을. 미리 준비를 한 덕에 길드들을 통 합하고 나라 또한, 점령하긴 했으나 한국 서버에 쳐들어갈 순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사냥의 신이 길을 뚫었다면서 신벌 을 내리라는 계시가 내려졌다.
‘이건 기회다.’
한국 서버.
늘 눈엣가시 같던 존재들이다.
게이머로서는 도전하고 싶은 하나 의 벽이기도 하며 분노의 대상인 아 수라가 있는 서버.
그곳을 점령한다면 츠요이 또한 강 자의 벽을 넘어서는 것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미국의 지원도 있다.’
이유는 모른다.
결계가 깨진 후 자신이 천공의 사 도라면서 연락을 취해 온 한 남성.
그가 지원해 줄 테니 전쟁을 하란 다.
명령대로 움직이는 것은 츠요이의 스타일은 아니다.
하나.
‘지원이 없다면 힘들었을지도.’ 복수를 위해서는 그 정도야 감수할 수 있다.
더군다나.
그가 알려준 정보.
‘신 등급 직업끼리 전투를 하면 죽 은 상대가 가진 권능과 신기 하나를 빼앗을 수 있다지?’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아수라가 강한 건 사실이다.
하나, 그 또한 개인이다.
이 물량에 아수라가 이길 수 있으 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무한한
힘을 가지지 않는 이상 자신들을 이 길 수 없으리라.
“기다려라, 아수라.”
츠요이가 그렇게 눈을 불태우고 분 노를 되새기며 진격하고 있었다.
자신이 타고 있는 함대를 수백 채 나 이끌고.
츠요이가 그러고 있을 때 현성은.
“와, 초밥은 역시 스시지!”
태평하기 그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