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22화
텅 비어 있는 섬.
그렇다고 해서 바위섬도 아니었다.
원래라면 무언가 많은 섬이었겠지 만, 지금은 그 위에 오직 한 사람만 이 바닥에 앉아 한가로이 파도를 바 라보고 있었다.
“후우, 드디어 300에 가까워졌다.”
남자, 현성의 중얼거림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레벨.
게임에선 레벨이 강함의 지표라 할 수 있다.
직업, 상황, 상성 등 여러 가지 상 황이 있긴 하나, 대부분의 강함은 레벨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
게임을 플레이한 지 어언 두 달하 고도 며칠이 흘렀다.
그런데도 현성은 레벨 298이라는 기록적인 레벨을 달성했다.
그것도 일반 등급 직업에 비하면 경험치 바가 10배는 어려움에도 말 이다.
‘내기는 뭐 이긴 거나 다름없 고…… 신경 쓸 건 퀘스트인가?’
3달 안에 1,000위 안에 들기로 한 내기.
물론 현성의 직업은 이미 밝힌 지 오래다. 그렇다 한들 내기는 내기지 않은가.
현재 1,000위에 해당하는 이가 현 재 309다.
진짜 얼마 남지 않은 수치.
다만, 아직 복병이 남아 있었다.
‘네 번째 흔적이라.’
이제 298레벨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
미룬다면 퀘스트 실패로 레벨이 1
로 돌아갈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이거 뭔가 있어 보이지?’
[타나노스의 사도를 찾아라!(연계)]
-등급 : S+
-설명 : 오래전부터 신들은 자신 의 사도를 정해 지상에서의 일을 맡 겼다고 전해집니다. 타나노스 또한 사도가 존재합니다.
후예를 정하지 못한 타나노스는 훗 날 자신의 후예를 위해 안배를 모두 사도에게 전했고, 사도는 그 안배들 을 대륙 각지에 숨겨두었습니다.
그 흔적을 얻고 사도를 찾아내십시 오.
(신 등급 직업 전용 퀘스트는 대륙 에 영향을 끼칩니다.)
-첫 번째 흔적 : (완료)
-두 번째 흔적 : (완료)
-세 번째 흔적 : (완료)
-네 번째 흔적 : 타나노스의 꿈속
으로 들어가 과거의 일을 경험하라.
타나노스의 꿈은 원하는 즉시 이동 할 수 있습니다. 단, 꿈속에 들어갔 을 경우 그곳에서 죽었다 한들, 꿈 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오직 조건 을 충족해야만 꿈속에서 나올 수 있 습니다.
이를 유념하시고 입장하시기 바랍 니다.
(200 때 획득하는 스킬은 타나노 스의 꿈속에서 나온 뒤 개방됩니 다.)
-다섯 번째 흔적 : ???(레벨 300 때 해금됩니다.)
-여섯 번째 흔적 : ???(레벨 400 때 해금됩니다.)
-제한 시간 없음. 흔적을 다른 이 에게 뺏길 경우 실패.
-보상 : 흔적을 찾을 때마다 신의 권능 스킬, 혹은 신기 선택.
-실패 시 레벨 1로 하락.
과거의 일을 경험하라.
왜인지 모르게 메인 시나리오와 연 관된 냄새가 폴폴 풍겼다.
‘타나노스의 과거라고 하면 썩어가 는 죽음일 확률이 높겠어.’
아는 것이라고 그거밖에 없긴 하지 만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꿈의 사도인 엘리시 움과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세 명의 사도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하나 가장 가능성 높은 것은 썩어 가는 죽음이 왜 타나노스에게 버림 을 받았는가다.
‘그걸 알면 메인 시나리오를 더 쉽 게 깰 수도 있겠지.’
지금도 충분히 쉽게 깨고 있는 중 이다.
그런데 타나노스교 교황 프란시스 가 준 정보에 의하면 다른 신들이 결탁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쉽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러려면 더 강해지거나 그들에 대 해서 아는 게 필수다.
하나 망설여진다.
‘쉽지 않을 거 같아.’
타나노스의 꿈속.
죽어도 꿈속에서 부활한다고 한다.
다르게 말하면 난이도가 상당하다 는 뜻 아니겠는가.
기존의 퀘스트들도 난이도가 상당 하긴 했다. 그런데 저런 경고는 주 지 않지 않았던가.
그 때문에 얼마나 걸릴지 현성이 보더라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만일 그사이에 썩어가는 죽음이 다 시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이번 일로 좀 병력을 잃었다고 해 도 신들하고 결탁하는데 어느 정도 회복하겠지. 아니, 더 강해질 수도 있어.’
다른 신들.
솔직히 말해 신들이 직접 나서진 못할 터.
다만 그 신들의 사도들이 있지 않 은가.
또 다른 신들의 신 등급 직업도 있을 거다.
거기다 이미 적대 상태인 신들도 있다.
‘투신하고 사냥의 신하곤 이미 틀 어 졌겠지?’
권능과 신기를 가져갔다.
권능은 그렇다 치더라도 신기는 타 나노스조차 3개밖에 없던 거다.
그런 신기를 하나 빼앗았다.
거기다 200레벨이 되자 모든 신이 현성을 인지했다고 한다. 즉, 타나노 스의 후예를 인지했다는 것이나 다 름없다.
더 강해져야 한다.
다른 신 등급 직업들이 얼마나 강 한지는 알 수 없다.
하나 적어도 레이먼이나 서아 정도 는 되지 않겠는가.
‘서아 님이나 레이먼 씨 정도만 돼 도 못 이겨.’
서아나 레이먼 둘 다 정상적인 상 태에서 싸운 것이 아니지 않은가.
거기다 현성은 완전 멀쩡했던 상 태.
그런 핸디캡을 가지고 있음에도 현 성이 졌다.
둘의 상태가 만일 멀쩡했다면?
‘한 사람만 상대해도 힘들어.’
고작해야 전설 등급도 그렇다.
다른 신 등급 직업이라면 현성처럼 늦게 시작할 리가 없지 않은가.
‘신 등급같이 까다로운 조건을 깨 려면 컨트롤이 그다지 떨어질 리도 없고.’
다시 말해 타나노스의 꿈속에 들어 가 200 때 받는 스킬을 얻어야 가 능성이 생길 터다. 거기다 레벨 300 을 달성하면 얻을 수 있는 영역 선 포.
그게 생긴다면 또 모른다. 현성이 그것들만 얻는다면 어느 정 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아직도 타나노스의 꿈속에 들 어가기 망설여졌는지 입술을 깨물며 고민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하와와, 큰일이와요. 주인님이 다 른 신들에게 미움받는 것이와요.”
“뭐?”
갑자기 등장한 라이.
그리고 그런 라이의 뒤에서 똘망똘 망한 눈으로 울먹이고 있는 타나가 보였다.
언제 또 나온 것인지.
그보다.
‘뭔 말을 들었기에 또 울라고 하는 거지?’
라이도 솔직히 귀엽긴 귀여웠다.
흔히 말하는 츤데레 같은 모습. 그 래 봐야 타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 니다.
“후엥, 주인님은 신들 못 이긴다는 것입니강?” “으응?”
“라이가 그런 것입니당. 주인님은 신들에게 미움받고 있어서 곧 천벌 을 받을 거라고 한 것입니당. 그러 니까, 우리가 도와야…… 흡냐냥.”
“어머머? 타나 언니 그런 말을 하 면 안 되는 것이와요.”
그러면서 타나의 입을 가리는 라 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대뜸 시비를 걸라고 나온 줄 알았 더니 그래도 주인이라고 걱정했다 니.
솔직히 감동이지 않은가.
이번에는 진짜 시비인 줄 알았건 만. 신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인가 보다.
그런데.
“신들에게 미움받고 있다는 건 어 떻게 알았어?”
“하와와, 그런 것은 기본인 것이와 요.”
저 우쭐거리는 표정.
전에는 좀 재수 없다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자신을 걱정해 준다는 내심을 알았으니 솔직히 좀 귀엽게 보이긴 했다.
그때 라이가 알려주지 않자 타나가 빵긋 웃으며 말했다.
“우갸갸, 라이는 천사라는 것입니 당. 그러니까 신의 말씀을 전하고, 나는 악마니 신의 시련을 전하는 것 입니 당!”
“하와와……
버티다가 결국 타나에게 선수를 놓 친 라이.
눈매는 흥! 하면서 고개를 돌렸으 나 내심 타나가 부러운 듯 눈치를 보고 있었다.
현성은 그런 타나와 라이를 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천사는 말씀을 전하고, 악마는 시 련을 전한다라.’ 무언가 컨셉 한번 잘 잡은 게임이 구나 싶었다.
그보다.
“그러면 라이 네가 신들의 말씀을 대략 안다는 거야?”
“하와와, 조금만 알 수 있다는 것 이와요.”
“그 조금이 어느 정도인데?”
“흐응??????
또 뜸을 들이긴 했으나 머리를 쓰 다듬어 준 게 마음에 들었는지 이내 입을 열었다.
“신들이 지상에 보내는 계시들은 웬만하면 들을 수 있다는 것이와 요.”
“오호, 그 과정에 신들이 너의 존 재를 알 수 있나?”
“하와와, 주인님으로 인해서 타나 노스 님의 힘을 받은 저의 기운을 신들이 느낄 수 있을 리가 없는 것 이와요.”
“그렇단 말이지?”
비릿한 미소.
그리고 그런 미소를 지으며 현성은 라이를 보며 말했다.
“맛있는 거 먹고 싶지 않니? 레벨 높은 몬스터의 시체.”
“……흐응, 그런 거…… 꿀꺽, 먹고 싶지 않은 것이와요.”
말은 그렇게 해도 군침이 도는지 침을 꿀꺽 삼키는 라이.
다 넘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그걸 보며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몸을 풀었다.
‘이건 뭐 걸리지 않는 경찰 무전기 를 가지고 있는 도둑들이나 다름없 잖아.’
자신을 범죄자로 비유하는 게 좀 그렇긴 했으나 이보다 적절한 비유 는 없었다.
이젠 마음 놓고 다녀와도 될 것 같았다.
‘내가 없는 사이 신들과 결탁한 썩 어가는 죽음이 뭘 할지 몰랐는데 이 제 좀 안심할 수 있겠어.’
섣불리 타나노스의 꿈속에 들어가 지 못했던 이유.
간단하다.
현성이 전쟁에 참여하지 못해서 지 게 될까 봐?
그따위 오만한 생각이 아니다.
그저.
‘내가 없는 사이에 끝나면 재미없
그런데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 아도 된다.
‘라이가 언제 쳐들어올지 들을 수 있을 거야.’
신의 계시를 들을 수 있다?
그렇다는 건 놈들이 어떤 작전을 짤지 대략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 가.
“자, 그럼 라이. 맛있는 밥 먹을 까‘?” “꾸울꺽, 흐응.”
“호고곡! 타나도 먹고 싶다는 것입 “대신에 그동안 신들에게 들은 계 시를 알려줄 수 있을까?”
씩 웃는 현성의 미소.
마치 악동의 모습과도 같아 보였 다.
항해란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그러기에 나침판이 매우 중요하다.
하나 츠요이에겐 나침판 따위 중요
하지 않았다.
[사냥의 신이 메시지를 보냅니다.]
[잘 가고. 있다. 사도여.]
무려 신이 위치를 알려주고 있으 니.
잠입하기 쉬운 위치.
그리고 어디로 잠입하고 어떻게 사 냥을 해야 하는지.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의 관여는 하지 못했건만.
‘천공의 신과 관련이 있는 것 같 군.’
천공의 사도와 연락이 닿은 것도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관여하는 이유도 모두 타나 노스의 후예 때문.
신이 강하면 강할수록 신의 사도는 강해진다. 그리고 그 반대도 마찬가 지.
만일 신 등급 직업이 다른 신 등 급 직업을 죽여, 다른 신의 힘을 얻 는다면 그 신도 그 힘을 취할 수 있다.
그렇게 공포심 가득하던 신들이 타 나노스의 후예에 욕심을 내는 것도 당연한 상황.
‘이대로만 가면 된다.’
[사냥의 신이 메시지를 보냅니다.]
[가서 간악한 타나노스의 후예를 죽여라. 내 신기를 가져간 그놈을! 처단하라! 그리고 쟁취하라! 놈의 힘을! 놈의 신기를! 똑같이 갚아주 는 것이다!]
분노가 가득한 메시지. 그리고 그것만큼은 츠요이도 공감 했다.
그보다.
‘아수라가 신 등급 직업일 줄이야.’
아수라의 영상에서 신기를 쥐고 있 는 것을 봤고, 사냥의 신은 신기를 가져간 게 타나노스의 후예란다.
그렇다면 당연히 아수라가 타나노 스의 후예 아니겠는가.
‘후예라.’
신의 후예.
자신도 신 등급 직업이지만 사도라 는 이름이다.
그런데 후예라니.
누가 보더라도 특별해 보이지 않은 가. 그러니 사냥의 신이 저리 적극 적일 테지만.
아직 이 정보를 풀진 않았다.
혹시라도 타나노스의 후예를 노리 고 있지 않은 신 등급 직업까지 끌 어들일 순 없으니.
‘타나노스의 권능과 신기를 나눠줄 순 없지.’
천공의 사도는 이미 알고 있는 듯 하니, 둔다 해도 경쟁자를 더 늘릴 수야.
‘네놈이 간을 보는 것을 후회하게 해주지.’
그런 다짐을 하고 있을 때.
아무도 듣지 못하는 소리로 특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와와, 다 들은 것이와요. 끄윽.
아주 포식을 한 것 같은 웃음소리.
하나 그걸 들은 이는 아무도 없는 채로 소리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