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24화
이제는 회사 규모도 상당히 커지고 있는 재환의 회사.
밀려드는 영상 의뢰들.
그로 인해 직원 한 명당 다루고 있는 사람이 최소 10명은 넘어갔다.
그 정도로 인기가 많아진 셈.
재환도 이젠 세무 회계가 복잡해질 지경까지 회사 규모가 커졌다.
다만 재환의 일은 크게 변한 건 없었다.
‘이번 영상도 대박이네.’
불과, 어제 보내준 영상.
사룡 아퀼레오르의 그림자와 전투 한 장면.
거기다 사전에 미리 말한 것인지 서아와 레이먼의 영상까지 깔끔하게 나와 있었다.
둘이 촬영을 허락했다는 증거.
거기다.
‘현성이가 질 줄이야.’
서아, 레이먼과 싸운 대련 영상까 지.
나중에 현성이 귓속말로 대련 영상 도 올릴 수 있게 허락을 받았다고 했으니 올려도 되기는 했으나 다소 찝찝한 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수라가 지는 영상?’
센세이션하긴 할 터.
아수라는 늘 승리했고, 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
거기다 현성의 비기라던가 서아와 레이먼의 비기도 나와 있다 보니 올 리기 조금 뭐했다.
서아와 레이먼이 허락한 이유는 현 성을 제외하면 다른 누구든 자신이 있기 때문. 그건 현성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재환은 더 올리기 싫었다.
‘아직 아수라는 지면 안 되긴 하는 데……
적절한 것도 지금이긴 하다.
사룡 아퀼레오르의 그림자를 격퇴 후 싸웠으니 변명의 여지도 있다.
거기다 상대는 둘이지 않은가.
현성은 멀쩡하긴 했으나 정신적으 로 지쳐 있었고, 다른 둘은 게임 캐 릭터들이 지쳐 있었다. 그렇다 한들 2 대 1로 싸웠고, 불리한 점은 서로 상쇄되 었다.
독자들이 보기에는 그저 2 대 1로 싸우는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겠으 나, 조금만 생각이 있는 자들이라면
현성이 얼마나 유리했는지 알 수 있 을 터.
그럼에도 진다?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지. 숨길 수는 있어.’
그게 유튜브의 묘미 아니겠는가.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하나 현성은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재환 역시 그리 생각했다.
‘지는 영상을 올린다면 지금이 적 기다.’
아직 다 성장하지 못했다는 인지를 줄 겸 여기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려면 패배하는 영상을 올리는 것도 좋지 않은가.
이미 상대들에겐 허락을 다 받은 상태라니.
거리낌도 없겠다, 이것까지 편집하 기로 마음먹었다.
더군다나.
‘다음 영상은 타나노스의 꿈속이라 니.’
솔직히 기대되었다.
다음 메인 시나리오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스토리.
그걸 단독 공개하는 것 아니겠는 가.
이젠 아수라 유튜브가 그저 유튜버 의 유튜브가 아닌 하나의 TV 채널 로 성장할 수도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내 일은 아니긴 한데, 내가 다 설 레네.’
현성에게 말을 해도 그놈은 이해 못 하니.
재환이라도 설레는 게 맞지 않는 가.
‘그놈은 좀 더 자기가 얼마나 대단 한지 알아야 해.’ 지금 메인 시나리오들도 사실상 현 성이 다 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다.
그런데 놈은 너무 겸손한 면이 없 지 않아 있다.
그저 게임을 즐기는 중이긴 하다.
자기가 강하다는 건 인지하지만 사 회적으로 얼마나 대단한지는 인지하 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친구로서 그런 건 좀 자각을 해줬으면 좋겠건 만.
‘뭐, 차차 알아가겠지.’
조급해 봐야 뭐가 좋겠는가.
천천히 알려주는 게 좋다.
‘타나노스의 꿈속이라…… 뭐가 나 와도 대박이지.’
솔직히 말해 썩어가는 죽음의 과거 가 나오면 재환이 생각한 것처럼 하 나의 TV 채널로 성장할 수 있는 발 판이 되리라.
하나 꼭 좋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그래도 대박은 대박이다.
‘타나노스라는 신에 대해서 나온 게 거의 없으니까.’
타나노스에 관해서 나오기만 해도 대박이지 않은가.
더불어.
‘언제까지 현성이 직업을 숨길 수 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던 그때.
부르르르르, 부르르르르르.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그리고 재환의 휴대폰에서 유일하 게 진동이 울리는 대상.
“어, 현성아.”
-아, 여보세요‘? 통화 괜찮냐?
그 말에 재환은 피식 웃었다.
회사를 이렇게나 키워 준 은인이자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장본인 주제에 저런 말이라니.
“야, 안 괜찮으면 끊게?”
-설마, 끊을 리가. 할 말은 하고 끊어야지.
“그래, 그래서 무슨 일인데? 새로 운 영상? 너 근데 접속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어?”
평소 게임을 로그아웃 제한까지 아 슬아슬하게 하는 현성이다.
그런데 시계를 보니 마지막으로 연 락하고 나서 5시간밖에 지나지 않았 다.
현성의 기준으로 접속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연락한 셈.
그리고.
-아…… 다름이 아니고 타나노스 의 꿈속 영상 있잖아.
“어어, 안 그래도 그거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뭐냐? 썩어 가는 죽음?”
-그렇지. 그거밖에 없긴 했지. 해 봐야 사도들 이야기긴 한데 썩어가 는 죽음 과거 이야기 맞아.
“오오오!”
이건 진짜 대박이다.
조금만 손을 보고 영상을 다듬는다 면!
그러던 그때.
-근데 재환아. 이건 영상에 안 을 리면 안 되냐?
“으음?”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안 올리면 안 되겠냐니.
“뭔 소리야? 대박 영……
-내가 쪽팔려서 그래. 크흠, 미안 하다. 암튼 영상은 못 보내준다. 미 안!
진짜 자기 할 말만 하고 끊는 현 성.
그리고 끊어진 전화기를 보며 재환 은 멍하니 전화기를 보고만 있었다.
이러는 게 한두 번인가.
설레던 마음을 잠시 고이 접고 다 시 일을 시작한 재환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미친놈.”
* * *
그러니까 현성이 재환에게 전화를 걸기 5시간 전.
그러니까, 아직 타나노스의 꿈속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거기다 잘 풀리고 있던 때로 돌아 간다.
‘ 대주교라.’
타나노스의 사제 직급은 대략 여섯 가지로 나뉜다.
사제, 수도자, 주교, 대주교, 주기 경, 교황.
실질적으로 간부라 볼 수 있는 추 기경과 교황을 제외한다면 일반 사 제가 올라갈 수 있는 최고봉은 어떻 게 본다면 대주교.
주교까지 오르는 것도 힘들기는 하 나 가능은 하다.
그런데 저 주교가 대주교라는 직급 을 언급했다.
‘추기경 바로 밑이다.’
지금 당장 교황이나 추기경에게 잠 입이란 사실상 불가능.
대주교라면 그 바로 밑이니 그곳에 잠입하고 있다가 추기경이나 교황을 만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지금 이 과거 말고 현실의 타나노 스 교에서도 대부분 추기경이나 대 주교급들만 교황 프란시스를 자유롭 게 만날 수 있지 않던가.
하나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다.
‘다만…… 대주교급에게도 내 은신 이 먹히냐인데.’
주교들의 레벨은 대략 200이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녀석은 대략 200대 중반.
보였던 주교 중에서 가장 강했기에 따라왔는데 잘되었다.
다만 주교가 200에서 200대 중반 까지 있는데, 대주교는 최소 300대 는 되지 않겠는가.
‘대주교가 300대라면 거기까진 할 만해.’ 저들이 지금 현성에겐 몬스터로 취 급이 되는 건진 몰라도 레벨을 알 수 있었기에 가능하다. 다만 저들은 플레이어가 아니지 않은가.
‘대주교가 영역 선포만 쓰지 않았 다면 잠입은 가능해.’
추기경부턴 들키리라 생각이 들지 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
지금은 대주교만 신경 써도 모자라 다.
문득 생각해 보면 은신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임무도 잘 모르고, 조건도 모르는데 그냥 잠입해서 교황 떡! 하고 죽이면 어이쿠! 조건 완료했습 니다! 이렇게 될 거 같지는 않은 데……
현성의 생각대로.
그렇게 끝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 는 그가 그간 당해 온 것들을 생각 해 봐라.
주로 잠의 사도에게 당한 것들이긴 하였으나 타나노스와 관련된 건 무 엇이든 쉽게 끝난 적이 없다.
더군다나 지금은 타나노스의 꿈속 아니던가.
심하면 더 심했지 못하진 않으리 라.
‘결국, 위장 신분처럼 내가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건가.’
눈에 띄는 건 쉽다.
솔직히 말해, 그냥 그래비티 미티 어를 발동하고 크하하하! 하고 웃기 만 해도 눈에 엄청 띈다.
다만 좋게 띌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저들의 마음에 좋게 띄는 법.
‘모르겠다.’
솔직히 모르겠다.
까놓고 말해서 타나노스와 관련된 NPC랑 친해지려고 해본 적이 없지 않은가.
기껏해야 추기경인 캐럿과 교황인 데, 그들조차 이미 현성의 타나노스 기운을 느끼고 전율해 거의 복종하 다시피 했으니 친해진 거 아니겠는 가.
‘어라?’
타나노스의 기운?
현성은 혹시나 한 마음에 자신의 직업창을 열어보았다.
[직업 : 타나노스의 후예.] 하기야 타나노스의 꿈속이라고 직 업이 바뀔 리는 없다.
그리고…….
‘나 그럼 타나노스의 힘을 아직 가 지고 있는 거잖아?’
타나노스교 한정 치트에 가까운 힘!
타나노스의 힘만 가지고 있다면 추 기경? 교황까지 보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뭣하면 현성이 타나노스의 새로운 사도다! 라고 외치면 그만 아닌가.
증명할 방법이라곤 기운을 확인하 는 것밖에 없는 NPC들이라면 충분 히 믿을 터.
하나 이렇게 썩어빠진 종교가 그걸 어디까지 받아주느냐다.
‘대략 마력을 조절하듯이 조절하면 타나노스의 기운도 조절할 수 있으 려나?’
당연하지만 타나노스의 사제들도 타나노스의 힘은 가지고 있다.
‘신성력’이라는 이름으로.
현성 또한 여러 패시브 스킬과 권 능들로 도배가 되어 있기에 자연스 레 그 기운이 흘러나온다고 언제 리 베우스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일단은 게임이지 않은가.
무협처럼 무슨 깨달음이나 그런 것 이 있을 필요는 없었다. 그저 생각 하는 것으로 나름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인지 메시지가 떠올랐다.
[타나노스의 기운을 조절했습니다.]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에겐 이것도 그리 쉬운 건 아닌지 업적이 떠올랐다. 하기야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컨트 롤이 다르니 그럴 수 있다.
자타공인 이데아 최강의 컨트롤 아 니던가.
이 정도야 가벼웠다.
‘이거면 사제나 주교로 보여도 이 상할 거 없겠어.’
그리고 무언가로 눈에 띄게 한다 면?
대주교에게 좋게 보여서 승진만 할 수 있게 한다면 그걸로 그만.
다만 주교들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되었다.
‘레벨 200대 후반 정도의 마력으로 생각하면 되려나?’
마력이야 유리아에게 배워 어느 정 도 읽을 수는 있다.
그것 또한 스킬이었으니.
그러나 타나노스의 기운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전무.
방금 기운을 조절할 수 있는 이에 게 뭘 바라겠는가. 더군다나 이곳은 무협이나 판타지 세계관이 아닌 게 임 속이다.
그런 게 가능했다면 편하긴 했겠지 만.
‘뭐 대략 200대 후반 마력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지. 마법형 직업들 마 력 정도면 충분하겠지.’
기운은 그렇다 치고 문제는.
‘나도 저런 혐오스러운 코스프레를 해야 하나.’
물론 주교들이 다 살이 올라 있는 건 아녔다.
다만 추악한 모습을 따라 하긴 조 금 그렇지 않은가.
본능적인 혐오감.
하나 퀘스트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
‘그럼 대중 흉내를 어떻게 내야 하 는 거지? 광신도처럼 보이기만 하면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을 문득 하던 중.
현성의 머릿속에서 광신도라는 이 미지가 떠올랐다.
-오우!
‘아, 아니야 그건 아니지.’
이번엔 아예 눈을 감고 광신도의 이미지를 다시 떠올렸다.
희미해진 그놈 그림자.
그리고 다시 떠오른 광신도는 방긋 웃으며 외쳤다.
-오우! 주인님이십니까요?
휙! 휙!
혹시라도 놈이 메신저를 보낸 것인 가?
아니다.
이곳은 타나노스의 꿈속이지 않은 가.
그런데 어떻게 놈이 메신저를 보낼 수 있겠는가.
‘아아, 안 돼.’
현성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광신도 의 이미지.
그건 딱 한 종류밖에 없었다.
-오우! 영광입니다요!
그리고 선택권은 없었다.
‘그냥 레벨 1로 돌아갈까?’
진지하게 죽고 싶어진 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