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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225화 (225/472)

잠만 자도 랭커 225화

대신전.

신을 모시는 종교라면 응당 있어야 할 건축물.

하나 그 대신전이 타락한 듯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대신전을 감싸고 있는 검은 연기.

죽음의 신을 모시는 신전이라 그런 것인가. 그도 아니면 이곳이 타락했 기에 이런 것인가. 그것은 알 수 없

하나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암흑 기사들이 철저히 입구를 지키고 있 었다.

이 안을 들켜선 안 된다는 듯이.

처억

“이 앞은 주교급 이상만 들어갈 수 있다.”

“제, 제발 저희 아이를 봐주십시오. 이, 이렇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 한 번만 자비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이의 아비.

그런 아비를 막고 있는 암흑 기사

는 같잖다는 듯 외쳤다.

“타나노스 님을 모시는 자라면 응 당 죽음을 받아라.”

싸늘한 외침에 아비의 억장이 무너 져 내렸다.

그런 그를 보며 암흑 기사는 미소 를 지었다.

죽어가는 아이.

저 아이가 죽는다면 이 죽음의 기 운이 모일 터. 그것이야말로 타나노 스 님께 제물을 바치는 것 아니겠는 가.

“오히려 네가 부럽구나! 아이를 제 물로 바칠 수 있다니!”

“아아, 그, 그런.”

썩을 대로 썩어버린 말에 아비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은 미쳤다.

정상이 아니다.

하나 갈 곳이 없다.

“아아?…”

그렇게 절망에 빠져 있는 그때.

처억-!

암흑 기사들이 막고 있던 창을 거 두며 외쳤다.

““대주교님을 뵈옵습니다!””

우렁찬 외침.

그 말에 아이의 아비는 몸을 떨었 다. 이 입구를 경비하는 기사들조차 저런데 그들이 모시는 대주교라는 자는 어떻겠는가.

빨리 떠나지 않으면 위험하다.

죽어가는 아이이나, 마지막이라도 편히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일 으키려 할 때.

인자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주십시오.”

그 말에 아이의 아비는 자기도 모 르게 고개를 들었다.

나긋하나 힘이 있는 말.

거기에 압도되었다.

고개를 드니 보이는 인자하기 짝이 없는 청년의 얼굴이 보였다. 이 청 년이 대주교이리라.

주교들은 모두 탐욕에 찌든 자들이 라면 이 청년은 달랐다.

진정 신을 사랑하는 모습이 보였 다.

그 모습에 아비는 저도 모르게 눈 물을 흘렸다.

“아아…… 타나노스 님이시여.” 그 외침에 청년, 아니, 대주교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모두에게나 죽음은 찾아옵니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그것을 피할 순 없습니다. 타나노스 님께서 그렇듯. 하나 이 아이는 아직 그때가 아닙니 다.”

따스한 손길이 아이에게 닿았다.

그러자.

“응애애애애-!”

날카로운 울음소리.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그 울음소리 에 아비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고개 를 숙여 보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감사표 현이 이것밖에 없었으니.

하나 청년은 괜찮다는 듯 방긋 웃 으며 말했다.

“모든 것은 타나노스 님의 뜻대로. 이제 집으로 가서 아이를 돌보십시 오.”

“감사합니다! 대주교님! 감사합니 다!”

거듭 인사를 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아비를 보며 암흑 기사 중 하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대주교를 보며 물었다.

“외람된 질문이옵니다만, 어찌 저 아이를 살려주신 겁니까?”

지금 저 아이가 죽는다면 죽음의 기운을 뽑을 수 있을 터다.

타나노스교?

예전에야 광명을 누리고 모든 대륙 에 힘을 떨치던 종교였다. 하나 지 금은 조금 다르지 않은가.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예전의 타나노스교와 같다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그걸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이 또 한 없었고.

특히 이곳에서 가장 죽음의 기운을 중시하는 이는 다름 아닌 대주교이 다.

그런데 왜 아이를 살려주었는지가 궁금했다.

그러자 대주교는 당연하다는 듯 고 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해를 할 수 없군요.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저 아이가 살아갈수 록 더 많은 생명을 죽일 것을, 왜 지금 저 아이의 죽음만으로 만족한 단 말입니까? 인간은 살기 위해 죽 음을 낳는 존재! 그러니 죽이는 것 보다 살리는 게 더 유익한 죽음의 에너지로 돌아올 게 당연하지 않습 니까?” 오싹-! 광기 어린 눈동자.

아까까지만 해도 있던 인자한 그 미소와 눈빛이 어디로 사라진 것인 지 그 안에 광기와 어둠만이 넘실거 렸다.

암흑 기사 또한 그 기백에 눌려 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아, 그보다 곧 손님들이 올 겁니 다.”

“주교회의인가요?”

“아하하, 예. 이번에도 힘을 원하는 이들이 계속 연락을 취해 와서 이번 에 한 번에 모이는 걸로 했습니다.”

““예!””

힘차게 대답한 그들을 보며 대주교 는 말을 이었다.

“참, 일반 사제들과 수도자들도 올 테니 막지 마십시오. 이번에 승급까 지 하려던 참이었으니. 새로운 주교 들을 뽑는다면 좋은 일 아니겠습니 까? 물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비릿한 미소.

하기야 각 지부마다 기도로 죽음의 기운을 뽑아낸다.

그런데도 멀쩡한 사제와 수도자가 있다면 주교가 되고도 남을 인재들 이다.

대주교 또한 그렇게 이 자리에 오 를 수 있었으니.

그리고

‘전쟁이 곧 다가온다.’

다른 종교들을 집어 삼킬 성전이.

교황이 명한 그 전쟁이 곧 다가온 다.

쇠락했다고 한들 최강의 종교는 당 연 타나노스교다. 나라와 비교해도 강대한 그 힘.

이것이라면 분명 이 대륙을 지배할 수 있으리라.

중앙대륙만 손에 넣는다면 다른 대 륙들은 따놓은 당상이다.

그렇게 모든 세계를 지배한다면 이 세계를 타나노스께 선물할 생각이 다.

“아아, 영광스러운 교황이시여. 어 찌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황홀함에 몸을 떨며 안으로 들어가 는 대주교.

대주교를 보는 암흑 기사들의 몸이 작게 떨려왔다.

하나 그 떨림은 마냥 공포에 젖은 떨림이 아니었다.

희열. 그리고 환희!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그 꿈에만 그리던 일을 행할 수 있다니. 그것도 자신들의 세에서 말 이다!

“모든 것은 타나노스 님을 위해!”

“죽음을 위해!”

“영원한 잠과 꿈을 위해!”

저마다 구호를 외치며 눈을 빛냈 다.

더는 빛나지 않고 썩어가는 자신들 의 눈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말이다. 몇몇의 사제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탐욕에 찌들어 있는 주교들이 모여 있는 대회장.

잔잔한 음악과 함께 온갖 먹거리들 이 즐비하게 나열되어 있는 테이블 들.

회장이라기보다 연회장, 파티장을 연상케 하는 모습에 대부분의 사람 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자기만 따로 보는 줄 알고 있었건 역시 대주교는 녹록지 않았다.

이렇게 대회의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거기다가.

“흥! 천박한 사제와 수도자들이라 니.”

“내 말이 그렇네.”

탐욕스러운 돼지주교가 외치고 그 옆에 호리호리한 주교가 외쳤다.

둘은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투덜거렸으나 손에 쥔 술잔이나 음 식은 절대 놓는 법이 없었다.

“그보다 퉁투이, 자네 뭐 들은 거 있나?”

“크흠, 나는 그저 죽음의 기운이나 더 얻을 수 있을까 하고 온 걸세. 듣긴 뭘 들어.”

뒤룩뒤룩 살이 쪄 숨은 잘 쉬어지 는 걸까 싶은 주교.

그런 주교 옆에 있는 삐쩍 마른 주교가 말했다.

“낄낄, 그 소문 못들은 모양이군.”

“으음? 비쉴 자네는 뭐 들은 거라 도 있나?”

평소 친하게 퉁퉁이와 비실이. 아 니 퉁투이와 비쉴이었기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해주었다.

“전쟁을 할 거란 소문이 돌고 있 어.”

“뭬야?!”

“쉬, 쉬쉬. 조용히 하게. 여기 지금 귀가 몇개인 줄 아나?”

“아아아, 미안하네. 그보다 그게 무 슨 말이지?”

그 말에 비쉴은 음흉한 미소를 지 었다.

“내 동기 중 하나가 교황성에서 근 무하는 건 알고 있으니 말이 쉽겠 군.”

“설마!” 퉁투이는 침을 꿀꺽 삼키곤 주변을 둘러봤다.

누가 듣기라고 했을까 봐 말이다.

교황성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동기 의 말.

그렇다는 것은 교황성에서 떠도는 소문이라는 것인데. 이쯤 되면 소문 이 아닌 사실일 수 있다 생각했다.

“허어! 역시 교황성하다우셔!”

“낄낄! 자네라면 좋아할 줄 알았 네!”

그런 둘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깊은 후드를 눌러쓴 한 수도자가 조 용히 숨을 내쉬었다.

“오우우우우.” 무언가 자기 암시라도 거는 것일 까.

하나 주변 사람들은 그자를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무언가 광기 넘치는 모습이 가까이 하기 껄끄러웠던 터.

같은 수도승들이나 그 아래 직급인 사제들조차 말도 걸지 못했다.

권위와 오만으로 똘똘 뭉친 퉁투이 와 비쉴이 그런 그자를 신경 쓸 리 는 만무했다. 그리고 설마 이렇게 떨어졌는데 이걸 들었으리라 생각하 지도 않았고.

“전쟁이라…… 그렇다면 이번엔 진 짜 중앙 대륙을 먹는 겐가?”

“낄낄낄, 그렇다고 봐도 되지.”

“흐음.”

하나 그 말에 다소 의문이 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 리는 퉁투이.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 비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에 죽음의 기운을 그렇게 얻고 싶어 하던 퉁투이다. 그런데 전쟁에 저런 의문을 품을 줄이야.

“우리 전력만으로는 힘들 텐데 결 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가?”

“낄낄, 그게 걱정이었구만! 하여간 자네 몸을 자네만큼 챙기는 이는 못 봤다네!”

“푸크흐, 당연하지 않은가. 이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끄윽.”

“그건 말이지……

비쉴이 이야기를 꺼내려는 순간.

척! 척! 처억! 처억!

암흑 기사들이 행진하며 누군가를 호위하며 이곳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호위를 받는 이는…….

“아하하, 이곳까지 모인 주교, 수도 자, 사제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이 대신전을 관리하고, 이 근방의 구역을 다스리는 대주교 토라이입니 다.”

그 말에 대주교를 처음 보는 이들 도, 원래 봤던 이들도 모두가 무릎 을 꿇고 기도를 하듯 목례를 했다.

이것이 이곳의 예.

그러나 한 수도승만이 반응이 조금 늦었다.

계속 영문 모를 ‘오우’ 하는 소리 와 함께.

그 정도야 신경 쓸 거리가 아니었 기에 다른 이들은 다 무시하고 있었 으나 대주교만이 조금 달랐다.

‘ 대단하군요.’

저 버벅거린 수도승의 몸에서 나오 는 신성력.

그야말로 대단했다.

순수하기 짝이 없는 죽음의 힘.

오직 타나노스의 사제들에게서만 나오는 그 힘이 저리도 순수하고 강 력 하다니.

어쩌면 자신이 가진 힘보다 더 강 대하다 생각했다.

‘저자야말로 타나노스 님을 사랑하 는 자이군요.’

자신은 이미 대주교에서 멈췄다.

추기경?

바라지도 않는다. 하나 저자라면 다르다.

‘키울 만한 인재를 발견했군요.’

흡족한 미소. 이로써 타나노스 님 께 도움이 되었다 생각해서 그런 것 인지 매우 흡족해하는 대주교.

그러던 그때.

쿠우우웅-!

거대한 지진과 함께 대회장 전체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결계로 막혀 있을 터인데?”

“이 기운은?”

다들 의문이 가득할 때.

대주교의 표정만이 악귀와 같아졌 다.

마치 혐오스러운 냄새를 맡은 사람 마냥. 이윽고.

콰가가가가강!

〈캬아아아아아아악!〉

콰드드드드드등!

쩌저저저저저적!

날개를 펼칠 때마다 천둥이 휘몰아 친다.

거대한 새는 대회장의 천장을 뜯어 내고 그 안에 있던 주교들과 사제 들, 수도자들을 봤다. 더러운 것들을 본 듯 토악질이 나올 것 같은 눈빛.

그리고 살기등등한 그 눈빛에 주교 들은 물러섰다.

‘신수? 신수 따위가 이곳을 어떻 게?’

대주교 또한 불쾌하기 짝이 없었으 나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놈을 봤다.

분명 신목을 지키는 신수 아르젠타 가 틀림이 없을 터.

천둥을 휘몰아치는 신수, 아르젠타.

놈이 왜 이곳에 나타났을까. 그런 의문이 가득했을 때.

다들 얼어붙은 그 자리에 소리를 질렀다.

“오우! 이런 더러운 이단 같으니! 확실합니다…… 요! 척살! 척살을 해야 합니다…… 요! 타나노스 님의 힘을 모르는 저 이단에게! 죽음의 영 광을! 오오오오오우우우우우!”

광기 가득한 외침이 들려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자기 최면을 걸고 있었던 조용한 수도승.

그가 움직였다.

‘아 죽고 싶다.’

속으론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수 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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