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27화
현성의 속내를 모르는 대주교는 그 저 흡족할 수밖에.
저런 능력을 가진 데다 저런 광기 라니.
더군다나 타나노스에 대한 저 충성 심을 봐라.
‘목숨이라도 불사를 수 있는 충성 심.’
욕심이 생겼다.
저자라면 이용할 가치가 더 올라간
‘멍청이는 아니겠지.’
광신도들을 모두 멍청이라고 보는 것은 옳지 못하다. 자기 또한 광기 에 사로잡혀 있으나 냉철한 자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다른 광기를 두른 이를 무시할 리 가 없지 않은가.
하나 다른 이에 비해 다루기 어려 울수록 좋았다.
‘그럴수록 그자의 충심을 얻을 수 만 있다면 절대 배신할 리 없다.’
씨익.
처음에는 그저 자기보다 위로 올릴 자를 찾았었다.
하나 저런 자를 잘 이용만 한다 면?
‘내가 위로 오를 수도 있다.’
추기경.
꿈에도 그리던 그 벽에 도달할 수 있다.
강함도, 능력도 부족하다. 하나 자 신 만큼 신앙이 넘치는 자는 또 없 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 힘을 채워 줄 저자가 자신의 손안에 들어오기 만 한다면!
‘지금도 나보다 강하다.’
전투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래서 알 수 있다.
저자가 얼마나 강한지.
자신이라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가늠이 안 되던 신수다. 그런 신수 를 가볍게 처리하다니. 저자가 가진 신앙이 어느 정도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체면을 위해 마지막 일격은 자신이 날려 다른 주교들의 감탄을 자아냈으나 반대로 저자의 흥을 깼 으니 그리 좋은 수라곤 생각 들지 않았다.
‘강하지만 아직은 추기경보단 아니 다.’
대주교 토라이. 그는 알고 있다. 기존 추기경들이 얼마나 괴물 같은 이들인지.
저자가 거기에 근접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나 방금 보여준 무력이 다 라면 아주 근소한 차이로 질 것이 다.
추기경은 그런 자리니.
하나 무력만으로 추기경이 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 부족한 건 내가 채우면 된다.’ 가능하다.
추기경이 될 수 있다.
썩어빠진 탐욕에 움직이는 가짜들 이 아닌.
타나노스 님을 위한 충실한 종인 자신이 추기경이 되어야 한다.
그는 진심으로 그리 믿었다.
“대주교님은 대주교님이군, 저런 신수를 한 번에……
“그렇다 해도 그동안 놈을 상대하 던 저 수도자도 대단해.”
“확실히 주교를 뛰어넘는 힘이었 어……
“제길. 이래서야 내 밑에 있는 수 도자를 올릴 수 없게 되겠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다들 한탄을 하고 있을 때.
대주교가 입을 열었다.
“ 어수선하군요.”
그 말에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다들 무언가 원하기에 이곳에 찾아 온 것인데 그걸 줄 수 있는 대주교 에게 밉보일 수 있겠는가.
다들 조용해지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그것은 현성도 마찬가지.
‘보상이 줄었겠지? 하아.’
100%와 85%는 다르다.
그 이후 메시지는 일부러 꺼서 보 진 않았다.
보게 되면 또 실망하진 않을까 해 서. 보긴 봐야 하지만 그나마 좀 기 분이 나아질 때 보려고 했다.
‘일단 여기에 집중하자.’
지금 척 보아도 저 대주교라는 놈 이 현성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모르는 멍청이는 없다.
탐욕에 절어 있는 주교들과 좌절하 고 있는 수도자들, 그리고 간절한
사제들 모두가 현성이 대주교의 눈 에 들었다는 걸 알고 있다.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이런 활약을 펼쳤는데. 모르면 그 게 더 이상한 거다.
‘잠입은 성공했고, 이제 정보만 더 모으면 된다.’
이대로만 간다면 순조로울 터.
거기다가
‘아까 들으니 무슨 전쟁을 준비한 다고 했으니 여기서 무력을 보여주 는 것도 좋아.’
현성이 아르젠타를 소환한 이유도 다름 아닌 그것 때문이다.
전쟁이란 얘기를 들었으니 그것을 대주교가 모를 리는 없다고 판단했 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무력을 보 여준다면 마음에 들 수 있다 생각했 다.
아직 저 대주교라는 놈을 잘 알지 는 못한다.
하나 방금 일격이나 놈의 눈빛을 봤을 때 유추할 수 있는 것들이 있 다.
‘절대 지금 자리에 만족할 놈은 아 니다. 그리고 머리를 나름 굴릴 줄 아는 녀석이고.’
놈의 눈에 보이는 광기.
그리고 자신을 볼 때 그 탐욕 가 득한 모습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저 대주교라는 놈은 자신을 이용해 무엇을 이득을 취하려고 할 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놈을 위로 올려주면 올려줄 수록 더 잠입하기 쉬워진다.’
씨익.
이거면 충분하다.
연기는 이미 갈피가 잡혀 있지 않 은가.
‘리베우스, 그놈만 따라 하면 된 다.’
타나노스교에서는 거의 치트키라 볼 수 있는 리베우스.
그놈만 연기하면 된다.
만능이라 봐도 무방한 연기.
많이 쪽팔리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견뎌야 하는데.
‘뭐 영상으로 안 남기면 되니까 보 는 사람도 없으니 다행이지.’
이곳에 유저가 올 리도 만무하고 현성이 유튜브에 올리지만 않으면 되니 다행 아니겠는가.
하나 현성은 몰랐다.
자신이 리베우스 연기를 하며 괴로 워하는 모습을 보며 여러 유저관리 팀이 즐거워하고 있단 사실을.
그리고 그곳 팀장인 조민우 팀장은 우울할 때마다 보겠다며 규칙을 어 겨가며 영상을 저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물론 퍼뜨리지만 않으면 규칙을 어 긴 것도 모르기에 현성이 알 방도는 없었다.
“회장이 정리되기 전까진 회의는 잠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오 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축객령.
다름 아닌 꺼지라는 소리였으나 반 발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곳에서 대주교는 절대 권력을 가 지고 있었으니.
그때.
“당신은 저를 따라와 주시죠. 오늘 일에 대한 포상은 당연히 드려야 하 니.”
싱긋 웃으며 말하는 대주교.
포상이란 본디 공식 석상에서 주는 것이 당연하다.
즉 지금 이 자리에서 주는 게 백 번 옳으나 그렇지 않는다는 것은?
계획대로 되고 있다.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
씨익 미소가 나오는 것을 참곤 현 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오우!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완벽한 리베우스 같은 대답이었다.
그 말에 흡족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주교가 그렇게 몸을 돌려 대회장 을 나갔고, 그 뒤를 현성이 따랐다.
암흑 기사들은 대주교의 말을 이해 한 것인지 그 누구도 따라오지 않았 다.
어둡고 기다란 길.
죽음의 대신전다운 길이었다.
그 기다란 길을 빠져나와 계단으로 오르자 거대한 문이 나왔다.
“이곳이 제 집무실입니다. 들어오 시지요.”
“오우!”
이젠 현성이 리베우스 연기를 하는 것인지 리베우스가 현성인 것인지 헷갈릴 정도.
활기찬 대답에 잠시 놀라긴 했으나 대주교는 미소를 지은 채 문을 열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대주교다운 방이라고 해야 할까.
신을 모시는 성직자치고 과분하다 고 해야 할까.
매우 거대한 그 집무실을 보며 현 성은 당연하다 생각했다.
종교 자체가 썩어 있는데 이 정도 쯤이야.
“자, 여기 앉아서 이야기를 좀 나 누시죠.”
“오우! 알겠습니다요.”
말투는 장난스럽지만 눈빛과 표정 만큼은 달랐다.
나름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대주교에게 알리기 위함.
그것을 보며 대주교는 생각했다.
‘역시 보통내기는 아니군.’
예상했던 바다.
이미 추측하고 있지 않았던가. 지 금 자신의 앞에 앉은 자는 미쳤지 만, 냉철한 자신과 같다고. 절대 머 리를 안 쓰는 타입은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자리에서 바로 움직일 리는 없으니까.
“오늘은 수고 많으셨습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요! 타 나노스 님의 신전을 더러운 발로 짓 밟고 살아남은 자가 있어서는 안 되 는 것입니다요!”
“좋은 마음가짐이군요.”
둘의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이 의견엔 이견이 없는 모습.
그 모습을 보며 둘은 확신했다.
‘리베우스 같은 놈이네.’
‘역시 정상은 아니군.’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내색하진 않았다.
각자 노리는 바가 비슷했으니.
서로 상대를 이용하려는 것은 같았 으니 내색할 리가 만무하겠는가.
그러던 그때.
먼저 본심을 꺼낸 것은 다름 아닌 대주교였다.
“주교를 임명할 수 있는 것은 대주 교의 관할이지요. 사실 추기경들께 서 가능한 일이오만, 요즘은 사정들 이 있어 모두들 바쁘신 와중이라 대 주교들이 주교 임명권을 가지게 되 었지요.”
그 말에 현성은 눈을 빛냈다.
사정이 있다?
아까 들었던 전쟁이라는 것이 거짓 은 아니라는 것.
정보가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거기다 처음 주교가 말했을 때 정 보를 얻었다는 메시지도 확인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역시 이 방법이 직방이었다.
“제가 이 얘기를 꺼낸 이유를 모르 는 바는 아니시겠지요?”
대주교의 말에 현성의 눈이 더욱 깊어졌다.
물론 연기긴 했으나 연기만 봤을 때 거의 영화배우 뺨치는 연기력!
하기야 리베우스도 완벽히 연기했 는데 이 정도쯤이야 가볍지 않겠는 가.
“물론입니다요. 저에게 제의를 하 시는 거라 생각됩니다요.” “아하하하, 역시 제 안목이 틀리지 않았군요. 그리고 당신이 그 자리에 서 그렇게 나선 이유도 이거라 생각 이 듭니다.”
“오우.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요.”
“만족스럽군요.”
“오우.”
메크로 수준의 답변.
하나 대주교는 패턴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제의하 겠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 만족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 자리가 아닌 더 높은 곳으로 올라 타나노스 님을 생각도 않는 저 나태한 추기경들이 아닌 제 손으로 타나노스 님의 위대 함을 전파하려 합니다.”
광기와 진심이 번들거리는 두 눈.
탐욕보단 신앙, 신념보단 광기가 담긴 눈.
그걸 보며 현성은 확신했다.
‘리베우스 같은 놈이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이놈은 순수하지 못해.’
리베우스는 또라이에 광신도다. 광 기가 번들거리며 절대 빈말로도 정 상이라 할 수 없다. 하나 그가 가지 고 있는 신념과 신앙은 순수하다 못 해 백지와도 같다 할 수 있다.
그리고 광기가 그 백지를 코팅해 절대 더럽혀지지 않는 신념과 순수 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만은 현성도 인정할 정도.
하나 이자는 그렇지 못했다.
‘이래서 타락한 종교란.’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러기에 저는 저보다 강력한 당 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저는 추기경 이 되고 싶으나 힘이 부족하나 능력 은 충분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다를 수 있지 않습니까. 당신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추기경이 되고 싶다라.
그리고 무엇보다.
‘내 힘이 더 세다.’
확실히 마지막 그 일격을 본다면 강력하긴 했으나 부족하다 느끼긴 했다.
단번에 15%의 공적치를 가져간 놈이긴 하나 기운을 모은 것일 수도 있고, 단발성 필살기일 수도 있다.
그에 비해 현성은 너무나 가볍게 아르젠타를 상대하지 않았는가.
현성은 미소를 지었다.
“오우…… 대주교님.”
“예, 말씀하십시오.”
“저는 타나노스 님의 충직한 개입 니다요.”
“개는 주인을 위해서 움직이는 법 입니다요. 하나 그 개를 관리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요.”
번쩍.
대교주의 눈의 번뜩 떠오른다.
현성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것.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썩어빠진 신념을 가진 자들을 물 사냥개가 되어드리겠습니다요. ”
“아하하하하! 좋습니다!”
“오우!”
역시 계획대로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