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29화
〈끼요오오오오옷!〉
천공의 지배자라는 이름이 잘 어울 리는 모습의 모습.
사자의 얼굴을 한 주제에 부리를 가지고 있고, 몸통은 또 파충류의 그것이다.
거기다 부리를 가지고 있는데 왜 날개는 피막의 날개인지.
파충류인지 조류인지 포유류인지 모를 모습.
그 모습의 놈을 보며 현성은 중얼 거렸다.
“신기하게 생겼다.”
처음 보는 몬스터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임무.
심지어 서브 퀘스트로 떠오르기까 지 하는 퀘스트이다.
[서브 퀘스트-혹한의 날개 스페리 얼을 퇴치하라.]
-등급: 서브
-설명: 과거의 타나노스교 대주교 토라이가 내린 임무이다. 성공적으 로 완수하라.
-제한: 플레이어 ‘현성’.
-보상: 토라이의 신뢰.
-실패 시 신뢰도 하락.
보상도 없고 실패도 리스크가 나름 크다.
그야말로 손해라고 할 수 있는 퀘 스트.
그러나.
“마음에 들어!”
게임 시간으론 며칠이 지났다.
대략 일주일 정도.
현실에선 현성이 나갔다 들어갔다 했으나 요즘은 운동도 잠시 내려놓 고 전념하고 있는 터라 비어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거의 1?2시간만 쉬며 로그아웃될 때까지 하다 다시 1?2시간 하는 강 행군.
하나 그간의 체력이 있기에 크게 무리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우!”
이제는 익숙해진 그 감탄사.
거기에 무슨 도발 효과라도 담겨 있는 것인지 혹한의 날개라고 불리 는 스페리얼이 덤벼들었다.
〈끼요오오오오오오옷!〉
후웅!
쩌저저 저저저저적 !
혹한의 날개가 허명이 아닌 것인지 날개를 휘두른 것만으로 사방이 얼 어붙기 시작했다.
하나 현성을 얼게 만들 정도는 아 니었다.
티티티티티티 티 팅 !
그저 창을 앞으로 내민 것뿐인데 모든 냉기를 갈라 버리는 위력.
듄페오르도 슬슬 손에 익기 시작하 니 이런 것도 사용할 수 있었다.
모든 방어를 무시하는 힘.
반대로 절대 방어와도 같은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성의 손이 움직였다.
마치 짐승이 앞발로 무언가를 할퀴 듯 움켜진 손.
그러자
콰등!
파동이 퍼지고 소리가 뒤늦게 펴져 나간다.
혹한의 바람에 뒤이어 날아드는 얼 음송곳들이 산산이 부서져 나간다. 마치 별이라도 떨어지듯 반짝이는 허공.
그것을 보며 스페리얼은 당황했다.
〈끼요옷?〉
여태까지 자신에게 이렇게 대항한 적은 없었다.
이 인근의 포식자이자. 이 일대 창 공의 지배자였던 자신을 누가 건드 느냔 말인가.
한데 이놈은 무엇일까.
자신을 건드는 것은 물론이고 강력 하기까지 하다.
이 일대에 이런 놈■이 있었다니.
놈은 지배자지만 오만하진 않다. 그러니 이곳을 군림할 수 있었다.
〈끼요오오오옷!〉
불안감을 느끼고 하늘로 날아오르 자 이윽고 그 자리가 폭사되었다.
콰드드드드등!
천둥의 힘.
이렇게도 이용할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공격이란 이렇게 까다 로운 법이다.
‘진짜 장난 아니네.’
범위 공격이다.
거기다 위력도 상당하다. 지금 스 페리얼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혹한의 날개라는 위명과는 다르게 표정이 상당히 굳어져 있다.
방금 그 일격을 맞았더라면 무사하 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다.
그저 보이지만 않는 것이 아닌 위 력까지 겸비한 공격.
놈의 경계태세가 강화되었다.
〈끼요오오옷!〉
휘익! 휘익! 휘익.
쩌저저저저적.
다른 방안이라도 찾기 위함일까.
그도 아니면 처음부터 전력으로 나 서려고 하는 것일까.
놈■이 거대한 날개를 펼쳐 토네이도 를 만들어 자신에게 둘렀다.
혹한의 바람이 놈을 얼렸고, 놈의 비늘 위에는 단단한 얼음 갑주까지 생겨났다. 방어력을 생각한다면 뛰 어나진 편.
하나 현성은 그걸 비웃는다는 듯 주교의 옷을 입고는 비웃듯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슈슉.
순간이동.
그가 나타난 곳은 다름 아닌 놈의 정면.
놈은 놀랄 새도 없이 본능적으로 날개를 휘둘렀고, 현성은 창을 뻗었 다.
곱게 뻗어 나가는 창.
정말 가벼운 찌르기.
하나 그 속에 담긴 위력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끼요욧-!〉
거대한 창.
현성의 창을 본 스페리얼은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검은 기운을 두른 거대한 창.
적어도 자신의 몸집보다 거대하다 느껴진 그 창이 자신의 날개와 충돌 했다.
충돌?
아니다. 충돌이 아니다.
날개는 산산이 부서지며 사라졌다. 세계가 파괴된다면 이런 것일까. 모든 것을 분쇄하는 신화 속 창이 이러할까.
닿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그 창 에 스페리얼은 한쪽 날개와 반쪽 몸 뚱이를 잃었다.
혹한의 날개, 그리고 이 일대의 지 배자였던 스페리얼이 그렇게 추락했 다.
쿠궁-!
아직 목숨은 살아 있다.
발버둥을 칠 수 있다.
하나 그러지 않았다.
더는 추해지기 싫었기에.
마지막은 깔끔하게 가고 싶었다.
그리고 그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현성의 창이 다시금 움직였다.
푸욱!
그 허무하기 짝이 없는 가벼운 소 리.
거기에 별이 하나 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성은 자신의 귓 가에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만족스 러운 미소를 지었다.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타나노스의 꿈속에서 얻은 모든 경험치는 조건을 완수 후 현 세계에 돌아갈 때 누적된 경험치를 한 번에 받습니다.]
이번이 네 번째 임무다.
다르게 말한다면 아르젠타를 포함 하면 레이드급 보스들을 벌써 다섯 이나 잡았다는 소리.
그 경험치가 어떻겠는가.
그리고 거기까지 가는데 보스들만 잡았겠는가?
‘경험치가 아주 짭짤하겠어.’ 흡족한 미소가 귀에 걸리며 현성이 중얼거렸다.
“촬영 종료.”
이번에도 역시 좋은 영상이 되었 다.
보이지 않는 공격.
남들이 보더라도 파훼법이 딱히 없 는 공격.
아무리 현성이라도 조금 걸리긴 했 다. 다른 이들은 자신의 정보를 알 고 현성은 모르지 않은가. 그 덕에 대인전에선 조금 불리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단순히 그것을 컨트롤로 극복해 왔 다.
그런데 이젠 그럴 걱정은 하지 않 아도 되지 않은가.
‘보이지 않는데 자기들이 어쩔 거 야.’
파훼법?
만들어보라고 해봐라.
점점 더 사기가 되어가는 현성.
그렇다고 제재도 할 수 없었기에 관리자들의 속이 타들어 가는 소리 가 여기까지 들렸으나 어쩌겠는가.
현성이 그냥 강한 것을.
그렇게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려던 찰나.
“헤에 헤엑! 자, 잠시마…… 헤 엑!”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절벽에서 손이 하나 올라왔다.
“ 으음 2”
그리고 올라오며 벌벌 떨고 있는 한 사람.
이스트링.
현성의 보좌이자 대주교 토라이에 게 임무를 현성에게 하달해 주는 존 재.
그런 그를 보며 현성이 미소를 지 으며 입을 열었다.
“오우! 오셨습니까? 이제 가는 것 입니다요!”
“헤에엑. 헤엑!”
철푸덕.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쓰러진 이스트링.
솔직히 첫날부터 퀘스트를 받긴 했 으나 이번이 네 번째.
며칠이 지났으나 처음 퀘스트를 제 외하곤 다른 3개는 모두 오늘 하루 만에 깬 것이다.
대주교야 천천히 깨라고 리스트를 그냥 보내 준 것이었겠지만, 가만히 있을 현성이겠는가. 또
‘가만히 있어 봐야. 할 것도 없고.’
현성이 그냥 근처에 있는 몬스터를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쉬는 동안 이미 쓸어버려서 남아 있는 몬스터도 그리 많지 않았 다.
타나노스의 꿈속.
특이하게도 이곳에는 리젠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 한 번 몬스터를 죽이면 다 시 생성되지 않는 세계였다.
그러니 현성이 퀘스트에 목을 매는 것이었다.
‘이거 말고 경험치를 얻을 기회는 없으니까.’
임무를 받아야 지부 밖으로 나갈 명분이 생기지 않은가.
그리고 그 주변을 이동하며 몬스터 를 처리할 수 있으니.
“오우, 기절한 척은 30분만 하시고 출발하는 것입니다요.”
그 말에 이스트링이 움찔거렸다.
역시 기절한 척이었다.
누구를 속이겠는가.
이스트링은 이미 포기했다는 듯 숨 을 푸욱 쉬며 최대한 쉬기 위해 여 전히 눈을 감고 최선을 다해 쉬었 다.
하나 그런다 해서 30분 안에 회복 될 피로가 아니었다.
“오우! 그럼 출발합시다요!”
“오우??????
현성도 저 기분 잘 안다.
빌어먹을 오우새X라고 생각하겠 지.
현성도 그리 생각했으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의 보좌는 이스트링이고 대주교의 감시역인 것 O
그렇다고 현성이 그를 업고 날아가 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그럴 선행을 베풀어줄 마음도 없었 고.
“해옉! 헤엑!”
그래도 인근 몬스터들은 싹 쓸어주 지 않는가.
힘들긴 하지만 안전은 하니 이스트 링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의 뒤 를 따랐다.
“끼에에엑!”
“크워아아악!”
“꼬아아아아악!”
“삐이 이야아아아악!”
“ 빌어먹 으으으으으으을! ”
여러 몬스터들의 비명 소리와 중간 에 들리는 사람의 비명 소리.
누구의 비명 소리는 알았으나 아무 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임무가 중요했기에.
‘경험치 대박이겠지? 흐흐흐!’
솔직히 지금은 퀘스트의 조건보단
경험치가 더 기대되는 현성이었다.
현성의 임무.
그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설마하니 리베우스를 따라 해 대놓 고 저리 잠입할 줄이야.
거기다.
“후우, 대주교의 심복이 될 줄이 야……
그것도 야망이 넘쳐나는 토라이에 게 말이다.
역시 현성 유저가 관여되면 잘되는 꼴을 못 봤다.
거기다 아르젠타를 소환해 얻은 스 킬.
그걸 보며 조민우 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저걸 얻은 이상 둘의 조우는 막지 못하겠죠?”
그 말에 현성의 흑역사를 보러 놀 러 온 민유라가 심각한 상황에 입을 다물었다.
가뜩이나 다른 신 등급 직업과 싸 워 권능을 뺏기지 않게 하려고 머리 를 싸매고 고민 중이었는데 천둥의 신의 힘을 획득하고 말았다.
아무리 영락되었다고는 해도 몰락 한 신의 힘이다.
거기다가.
“아직 천등의 신, 살아 있지 않습 니까?”
“……그렇죠.” 민유라의 대답에 조민우는 고개를 저었다.
옛날 영화를 좋아하는 민유라.
그랬기에 현재 세계관에는 넣지 않 았으나 과거에 힘을 잃고 다시 힘을 찾은 천둥의 신 이야기를 넣은 적이 있었다.
영락하여 시련을 겪고 더 강한 힘 으로 돌아오는 천둥의 신.
“근데 여기서 만일 현성 유저가 몰 락한 천둥의 신을 죽이면……
“……현재 있는 세계관의 천둥의 신이 죽죠.”
“그러면……
“그 권능하고 신기도 얻겠죠?” 혹시라도 막을 수 있냐는 말은 하 지 않았다.
그런 게 있었다면 이미 민유라가 막았을 테니.
다행이라 할 것은 그나마 천등의 사도는 없어서 유저가 피해를 볼 일 은 없다는 것인데 그래도 밸런스가 너무 깨지게 된다.
사실 타나노스의 후예라는 직업 자 체가 밸런스가 심각하게 무너진 직 업인데 이렇게까지 되면 더는 막을 방도가 사라진다.
“역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현성 유 저답네요.”
“그러니까요.”
민유라도 그 말에 동의했다.
솔직히 현성이 저기서 아르젠타의 영혼을 소모해 아르젠타를 소환할 줄도 몰랐고, 그로 인해 저 시대에 있던 아르젠타가 나타날 줄 누가 알 았겠는가.
그리고
“이제 몰락한 천둥의 신이 현성 유 저를 찾아가겠네요……
“ 화면은요?”
“아무리 몰락했어도 신은 신이라, 화면에 잡히지 않습니다.”
“하아, 일단 경과 지켜봐 주시고 보고 언제든지 넣어주세요. 여기서 천둥의 신이 가진 권능하고 신기까 지 얻으면 큰일 나는 거 아시죠?”
조민우 팀장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 를 끄덕였다.
거기다 아직 신 등급 스킬도 아닌 데 거의 신 등급 스킬과 맞먹게 사 용하는 현성의 컨트롤을 봐라.
여기서 권능과 신기까지 얻는다고?
이젠 정말 온전한 상태의 서아와 레이먼이라도 이길 수 없을지도 모 른다.
“예, 알겠습니다.”
“하아, 스트레스 풀려고 하다가 스 트레스받고 가네요. 가볼게요.”
그렇게 가려던 민유라가 아차 했다 는 듯 조민우 팀장을 보며 말했다.
“참. 그 영상 저한테도 보내 주세 요!”
“하하, 이미 보내드렸습니다.”
“ 호호호.”
이렇게라도 웃는 둘이었으나 도저 히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