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30화
초췌하기 짝이 없는 모습.
물에 젖은 망아지처럼 오들오들 떨 고 있는 이스트링.
그 모습이 꽤나 불쌍해 보일 법도 했으나 현성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우, 이 정도면 경험치가 으흐흐 흐 ≪
“아아??????
이스트링이 대주교에게 받은 임무 는 다름 아닌 현성을 안내하는 것. 그리고 또 다른 것은 그를 감시하 는 것이었다.
물론 현성도 알고 있을 터.
그래서 꽤 빡빡한 스케줄로 그를 다뤄 어떻게든 지치게 해서 본성을 보라는 명령 또한 받았다.
그가 진짜 충실한 광신도인지, 아 니면 탐욕스러운 자인지.
대주교 토라이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
그가 뭐라고 믿겠는가. 거기다 제 정신으로 보이지 않는 그를 영입하 기엔 리스크가 있다. 그도 현성이 나쁜 이라고는 생각하 진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 얼마나 현성이 미쳤는지 파악하기 위함.
그저 연기였는지 아니면 진짜인지.
그리고 이스트링은 확신할 수 있었 다.
‘저, 절대 정상이 아니야. 저게 연 기라면 본 모습도 만만치 않은 미친 놈임이 틀림없어!’
바들바들.
이스트링은 몸을 떨며 자신의 등 뒤를 돌아봤다.
모두 시체밖에 없는 모습.
이 숲을 부르는 명칭은 통곡의 숲 이다.
몬스터들이 모여 통곡한다 하여 붙 여진 이름. 그러나 귀를 기울여 봐 라.
고요하기 짝이 없다.
그 어떤 소리도 용납하지 않는 숲.
이 숲이 어떻게 통곡의 숲이겠는 가. 고작 단 한 사람에 의해서 정화 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몬스터가 죽었으니.
“이제 임무는 끝난 겁니까요?”
꿀꺽.
저 말이 저렇게 공포스럽게 들릴 줄이야.
그러나 이제 안심할 수 있었다.
대주교가 준 임무는 이게 끝이었으 니.
“예! 그렇습니다!”
아주 밝게 대답하는 이스트링.
드디어 다시 지부로 돌아가 쉴 수 있겠다는 생각만 만연했다.
이렇게 나온 지 벌써 일주일이나 되지 않았겠는가.
물론 게임 시간으로 일주일이면 현 실 시간으로 2일도 안 되는 시간이 었지만.
하나 현성은 이스트링의 꿈과 희망 을 아주 말끔하게 밟아버렸다.
“오우! 그럼 다른 스팟으로 데려다 주시는 것입니다요!”
“예?”
“응?”
서로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 웃거린다.
현성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이스트 링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현성은 그 되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그리고 이스트링이 떨리는 말로 물 었다.
“저, 저어, 그, 그 스팟이라는 것 “당연히 이 근방 몬스터들이 활개 를 치는 곳을 말하는 것입니다요!”
이제는 리베우스가 다 된 듯 자연 스러운 모습.
가끔 현아에게도 그러는 걸 봐선 좀 자제해야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 지만 아직은 더 연기해야 할 때 아 니겠는가.
“그, 그, 그 방금 대주교님의 임무 는 끝나셨는데……
그 말에 현성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 렸다.
그리고 묻는 질문.
“대주교님이 그것만 끝내고 더 이 상 몬스터를 잡지 말라고 하셨습니 까요?”
“ 예‘?”
“타나노스 님을 모시는 신전 근처 에 몬스터들이 활개를 치는데 그걸 그냥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요? 당 연히 대주교님도 허락하실 겁니다 요. 더군다나 이 일로 인해 타나노 스 님의 이름이 드높아질 터! 제 말 이 틀렸습니까요?”
아니다, 틀리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 맞는 말이다.
타나노스 신전 근처에 몬스터가 활 개를 친다?
어느 사제가 그걸 지켜만 보고 싶 겠는가.
당연히 척살하고 소멸시키고 싶은 마음이 당연하다. 하나 그 일대 주 교들은 나태하고 힘이 있는 자들은 높은 분들의 명령만 받는다.
그러니 이게 해결될 리가.
그러나 현성은 직접 움직이자는 것 이다.
솔직히 멋있긴 했다.
‘ 대단하다.’
대주교를 모시는 몸.
이스트링 또한 신앙이 낮은 이도 아니다.
대주교 또한 야망은 있되, 그의 신 앙이 거짓된 것이 아닌 것처럼.
단지 삐뚤어졌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으나 그의 신앙은 적어도 진심 이었다. 그리고 그의 밑에 있는 이 스트링 또한 그러했다. 그러니 자신은 힘이 없는데 힘이 있는 주교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혐오했었다.
그런데 현성을 보아라.
‘힘이 있고 그걸 실행하려 하다니. 내가 어리석었다.’
그저 힘들다며 징징거리던 자신이 한심해질 지경.
그런 깨달음을 얻고 이스트링이 눈 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대주교 님 또한 기뻐하시고, 타나노스 님께 서도 흡족해하실 것입니다. 제가 안 내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렇게 깊이 인사를 하는 이스트 링.
그런 그를 보는 현성의 미소가 매 우 진했다.
그를 비웃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웃음이 터져 나온 것.
“모든 것은 타나노스 님의 뜻대 로!”
본인이 후예니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다.
그의 계획대로 몬스터 사냥을 더 할 수 있었으니.
리젠이 안 되는 몬스터들.
경험치가 과연 적겠는가. 게임의 법칙으로 생각했을 때 그럴 리가 없 지 않은가.
‘흐흐흐, 폭업이다!’
현성의 속도 모르고 그저 순진한 생각을 하며 이스트링이 외쳤다.
“이곳입니다!”
“오우!”
현성의 마수에 제대로 걸려든 이스 트링이었다.
현재는 대륙 오천이 없었을 때.
아니, 정확히는 카린 제국이 제국 이기 이전, 그러니까 카론 황제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중앙 대륙 을 비롯해 모든 대륙은 교황들이 지 배했었다.
그리고 먼 오래전.
현성이 있는 이 시대. 타나노스교 가 몰락하기 이전에는 사실상 모든 대륙은 타나노스교의 수중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든 종교가 그렇듯 권력을 가지게 되면 타락하게 마련.
과거 천주교에서도 그러한 일이 있 지 않았던가.
그것처럼 타나노스교의 몰락엔 그 런 내막이 숨겨져 있었다.
“교황 성하를 따릅니다.”
고개를 숙인 호화스러운 복장을 한 중년인.
그리고 그의 머리에 얹어 있는 왕 관이 그가 누구인지 알려주었다.
“그대의 왕국에 축복이 있길.”
신성력을 사용한 것도 아니다.
그저 말과 제스처만 취하는 모습.
하나 그럼에도 모락 왕국의 국왕 카잇 마운틴은 흡족한 표정이었다. 타나노스교를 뒷배로 삼을 수 있었 으니.
아니, 뒷배도 아니다, 그저 국가로 인정해 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으 니 그거에 만족한 것.
타나노스교는 그만한 힘이 있었다.
하나.
‘만족스럽지 않다.’
중앙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국왕이 그에게 와서 고개를 숙인다.
하나 교황은 무엇이 그리 만족스럽 지 않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 다.
“이만 물러나시길.”
공손해 보이려고 한 것인지 부드럽 게 말하려 하나 그 속에 담긴 강압 적인 뜻까진 그러지 못했다.
일국의 왕이 듣기엔 너무하다 할 수 있는 처사.
아무리 강국이라도 속국이 아닌 이 상 다른 나라의 국왕을 저리 대할 순 없다.
하물며 종교다. 국왕에 대한 존중 과 예의를 갖춰야 하나 그러지 않았 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
“감사하옵니다. 공물은 창고에 배 정해 두도록 하겠나이다.”
그 말에 대답조차 하지 않는 교황.
카잇 마운틴 킹도 당연하다는 듯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 그를 보며 교황은 인상을 구 겼다.
아무리 이런 권력을 가졌다 한들 만족스럽지 않다.
‘그분은 무슨 짓을 해도 우리를 보 지 않는구나.’
처음부터 타나노스교가 이리 썩어 빠진 것은 아니었다.
교황 또한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충실한 신앙심.
그것을 받들어 진심으로 타나노스 를 믿고 섬겼다. 하나 그는 결코 응 답 따윈 하지 않았다.
다른 모든 종교에서 받는 흔한 계 시조차 받지 못했다.
신의 사도라는 작자들도 사라진 지 오래.
그래서 엇나가기 시작했다.
무관심한 부모에게 관심받고 싶어 하는 아이처럼.
잘못되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천벌을 받아 증명하 고 싶었던 것이다. 타나노스는 존재 한다는 것을. 자신을 통해 모든 이 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썩어빠진 짓을 했음에 도 천벌은 내려지지 않는다.
‘정말…… 진정, 그것이 맞는 것이 옵니까.’
슬픈 눈.
그리고 그런 그의 주변에서 나타난 검은 그림자.
-아직도 생각하는 중이냐. 교황?
“또 왔군. 사룡.”
죽음의 용.
죽음을 다루는 드래곤이자, 타나노 스의 신수라고 할 수 있는 존재.
그 어떤 드래곤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함을 가진 존재.
그놈이 자신의 그림자로 이곳에 왔 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네놈이 섬 기고 있는 그 타나노스라는 놈은! 우리를 버리고 사라진 놈이다!
“흥, 어리석군.”
-지금 네가 쓰고 있는 힘은 그저 그놈의 찌꺼기에 불과한 힘이라는 것을 왜 아직도 모르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
놈은 격분하고 있었다.
그렇게 따르던 주인의 부재에 혼란 스러워서.
그리고 분노해서.
어째서 자신을 버렸냐고, 어째서 우리를 버릴 수 있냐고.
따질 수도 없다.
그러니 그를 배신해야 한다.
그것이 놈의 의견이었다.
‘정말인 것일까.’
버림받았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처음 교황이 되던 때만 해도 계시를 받지 않았던가. 그로부터 수 백 년이 흐르긴 했다.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계시는 없었다.
그럼에도 믿고 따랐다.
한데 그분의 신수인 사룡이 저리 말하니.
‘아니다, 그분은 존재한다.’
그 생각에 교황은 확고한 믿음으로 외쳤다.
“그분께서 돌아오셨을 때 썩어빠진 이 종교를 다시 개혁하실 터! 그때 는 너도 천벌을 받고 말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말도 안 되는 소 리! 그랬다면 내 본체가 이리도 멀 쩡할 리가 있겠는가!
콰가가가가가강!
본단이라 할 수 있는 신전 지붕.
그곳에 거대한 손이 나타났다.
놈의 본신.
그 강력한 육체가 이곳에 드러났 다.
놈의 그림자는 빨려들 듯 본체로 흡수되었고, 놈이 외쳤다.
〈말해봐라! 교황! 그놈이 살아 있 다면! 나를! 우리를! 왜 버렸는지 말이다!〉
부르르르르르.
고작 외침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외침에 대지가 진동하며 하늘이 갈라졌다.
크르르르르.
낮게 으르렁거리는 그 소리에 교황 은 안쓰럽다는 듯 놈을 봤다.
놈 또한 자신과 마찬가지로 지친 것이다.
외면하고 싶은 거다. 그러니 저리 타나노스를 부정하는 것일 터.
그때.
〈신은 죽었다.〉
이상한 소리.
무언가 공명하는 그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서의 신은 죽었다.〉
‘그, 그럴 리가 없다.’
타나노스가?
그랬다면 다른 신들이 저리 멀쩡했 을 리가 없지 않은가.
어떻게든 타나노스교를 핍박하기 위해 나섰을 터.
그런데 어떻게 그가 죽었다 생각할 수 있겠는가.
하나.
수백 년의 세월.
그 세월 동안 조금씩 생겨난 의문 과 의심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 지? 왜 계시를 하지 않는 것이지?〉
누가 말하는 것일까.
사룡은 아니다.
지금도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뭐라 떠들고 있다.
단지 그 소리를 듣지 못할 뿐.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는 그 모습에 교황의 눈이 점점 가라앉아 갔다.
〈너는 버림받은 것이 아닌 남겨진 것이다.〉
“ 아아.”
그 말.
고작 한마디 말이다.
그런데 그 말에 교황은 눈물을 흘 렸다.
자신은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고. 그가 자신들을 저버린 게 아닌, 그 저 그가 죽었기에 응답할 수 없던 것이라고.
그렇게 ‘세뇌’당했다.
〈네가 그의 의지를 따라야 한다.〉
이젠 저 목소리가 누구인지 중요하 지 않다.
단지.
“사룡.”
〈무슨 일이냐.〉
“개혁이 필요할 것 같다.”
〈뭐‘?〉
“타나노스가 없다면 우리가 그가 되면 된다.”
광기 어린 눈빛.
그 모습에 사룡은 전율했다.
드디어 때가 왔노라고.
타나노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교황은 생각했다.
‘내가 그분의 뜻을 이어야 해!’
눈에서 더는 빛을 찾아볼 수 없었 다.
그리고 그런 교황의 눈을 보며 낄 낄거리며 웃는 한 존재.
하나 아무도 그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