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31화
“ 으흠?”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리는 남자.
후드를 깊게 눌러써서인지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얼핏 보이는 외견 으로는 상당히 젊어 보이는 남자였 다.
플레이어는 아니다.
플레이어였다면 그의 머리 위에 표 시가 있었을 테니.
“무슨 일이십니까?”
동부대륙의 최강자이자 권력을 쥐 고 있는 존재.
천공의 사도가 물어온다.
그런 그를 보며 후드를 깊게 눌러 쓴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하하하, 별일은 아닙니다.”
경쾌하게 웃는 남자를 보며 천공의 사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수긍한 것이 아닌 여기서 더 물어봐야 알려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NPC지만 똑똑한 자다.’ 천공의 사도.
현실에서도 막강한 부와 명예, 권 력을 쥐고 있는 사내였으나 그는 NPC를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플 레이어들보다 훨씬 경계했다.
그들이야말로 이 게임의 주민들.
그러니 오래 살아온, NPC일수록 플레이어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 이 강하다 여기는 자였다.
그러기에 그와 협력하는 것 아니겠 는가.
‘천공의 신도 저자에겐 함부로 대 하지 말라 했다.’ 신조차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존 재.
건드려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뜻이 아니 었다.
‘우리의 계획이 무너진다고 했지.’
천공의 사도는 눈치가 빠른 편이었 다.
천공의 신이 나서서 중앙 대륙으로 갈 수 있게 해준 이유가 바로 저 사내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감히 건들 수나 있겠는가.
이런 일로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 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
‘루시퍼는 잘 움직이고 있는 거 같 군.’
바로 얼마 전의 보고.
일본 서버의 군이 그리 머지않은 때에 상륙할 거라는 정보.
그리고 천공의 사도는 그것을 물심 양면으로 돕기로 했다.
자존심 강한 츠요이도 아수라의 힘 과 중앙 대륙의 힘을 알기에 그걸 거부하진 않았다.
“동서 대륙 쪽을 믿고 계십니까?” 헤실거리며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 로 묻는 사내.
자신과 같이 신의 사도라 할 수 있는 그 사내를 보며 고개 저었다.
“전혀요. 이번에 제가 영입한 루시 퍼와 블랙 길드라는 곳이 협력을 한 다 해도 그들은 패합니다. 타나노스 의 후예. 그러니까 아수라가 그리 약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습니 다.”
“아하하하. 잘 알고 계시는군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방긋 웃는 사내.
그를 보며 천공의 사도는 말을 이
“하나 그들은 저희를 가리려는 커 튼과도 같은 존재들이죠.”
“그렇습니다.”
“사룡의 정수. 그것만 얻는다면 저 희까지 패배할 리는 없지요.”
“역시 현명하시군요.”
“이 모든 게 타나노스, 아니, 잠의 사도님의 정보 덕분이니 감사할 수 밖에 없지요.”
그리 말하면서도 천공의 사도는 의 아하다는 듯 그를 봤다.
잠의 사도.
타나노스를 따르는 사도이다. 그런 데 왜 타나노스의 후예인 아수라를 죽이려고 하는 것일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많다.
하나 확증이 없다.
‘나를 먹여서 더 강하게 하려는 계 획일 수도 있지.’
잠의 사도이니 그럴 수도 있다 생 각했다.
천공의 사도에게 들은 잠의 사도는 정상은 아니었으니.
하나 미리 대비를 하고 있다면 못 막을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이쪽은 대비책이 있다는 게 장점 이지.’
잠의 사도는 모르는 무언가.
그거라면 아수라를 이기고도 남을 터.
거기다 천공의 신에게 따로 받는 정보들까지.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은 모두 정보에 따라 달렸다. 상 대의 정보를 어느 정도를 아느냐와 그 정보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느 냐.
그것에 따라 승패가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천공의 신이 사도인 당신에게 메 시지를 보냅니다.]
[모든 것은 하늘의 뜻대로 흘러가 고 있다. 전쟁과 싸움이 우리와 함 께한다.]
‘후후, 그럼요, 그럼요.’
잠의 사도는 들을 수 없는 신의 메시지.
오직 천공의 사도만이 들을 수 있 는 메시지를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 던 그때.
어디선가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 하와와.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류들을 봤다.
대주교 토라이.
솔직히 말해 현성이 강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보다도 더 강력한 타나노스의 힘이 느껴졌었으니.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이야.
대주교는 자신의 앞에 방긋방긋 웃 고 있는 현성을 봤다. 그리고 그 옆 에 죽어 나가는 이스트링. 그러나 표정만큼은 뿌듯해 보였다.
극한까지 세뇌를 걸어 피곤해도 덜 피곤하게 만들었기 때문.
그걸 보며 대주교 토라이는 마른 침을 삼켰다.
‘이스트링이 감화되었군요.’
나쁘진 않았다.
솔직히 말해 현성이 한 업적은 엄 청 났으니까.
대주교의 지부 대신전과 현성의 지 부뿐만이 아닌 이 인근 일대의 모든 몬스터를 척살했다.
그리고 그 증거들이 명백하게 정리 되어 있었다.
이 정리된 자료들은 모두 이스트링 의 수고일 터.
‘과로사로 죽지 않은 게 다행이네 요.’
고작 2주다.
놈을 알고 지낸 지 이제 2주인데 이 근방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척살 하다니.
힘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집념과 독기. 그리고 그걸 해낼 수 있는 행동력까지.
거기다
‘자료들을 보면 동선에 비효율적인 부분은 단 한 곳도 없죠.’
효율적이기까지.
도대체 부족한 게 무엇일까.
솔직히 말해 두려울 지경이다.
‘제가 감히 다룰 수 있는 것인가.’
하나 전에 말한 것을 생각해 봐라.
자신을 개라고 표현했다.
그러니까 시키는 일과 충직함은 있 으나 누구를 다루는 일에 서툴다는 것.
그러나.
‘이스트링을 다룬 걸 봐선 그리 사 람을 못 다루는 건 아닌 거 같고, 그저 싫은 모양이군요. 하긴 그게 편하긴 할 수 있지요.’
그리 판단했다.
지금 저 방긋거리는 면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진 대주교 토라이는 알 길이 없다.
하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저놈이 적어도 자신에겐 아직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 정도 실적이라면 곧 있 을 심사에 매우 유리하다는 것.
‘이 정도면 충분하지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현성이 방긋거리는 얼굴로 물었다.
“추기경이 되시기까지 부족한 업적 입니까요?”
“이 정도라면 충분하고도 남습니 다.”
“오우! 그렇다면 얼마나 남은 것입 니까요?”
단도직입적인 물음.
하나 그 표정이 너무 해맑다.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렇군요. 죽음의 밤까지 5일 남 았으니 그때 아마 승급할 수 있으리 라 봅니다.”
죽음의 밤.
그게 뭐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대주교 토라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주교가 되신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실 만합니다. 대주교들이 일정
주기가 되면 모여 심사라든가 여러 것들을 거친 뒤 교황 성하, 혹은 추 기경님들에게 힘을 받는 일을 말하 지요. 그리고 자격이 있는 자라면 대주교 중 추기경이 되는 이들도 있 지요.”
“오우. 토라이 님 말고는 다른 후 보도 있는 것입니까요?”
“물론이죠. 대주교 빌, 디케, 토멕 이렇게 셋이 유력하나 이 정도 성과 라면 충분합니다. 제가 그동안 갈고 닦아온 것도 많고요.”
죽음의 기운.
그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하나 현성은 상관없다는 듯 자리에 서 일어났다.
그러곤 토라이를 보며 말했다.
“그러면 혹시 모르니 남은 5일. 그 중 4일간 이 인근에 있는 남아 있 는 몬스터들을 척살하러 다녀오겠습 니다요! 오우!”
“아아, 그럼 안내는……
“괜찮습니다요. 이제 지형은 알아 놨습니다요! 자료들도 바로 통신구 를 통해 보내도록 하겠습니다요! 오 우!”
그런 외침과 함께 사라지는 현성. 그리고 사라지는 현성을 보며 토라 이는 눈을 갸름하게 떴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살펴주시지 요.”
- 예.
- 예.
그 말에 대답을 하는 두 그림자.
강함으로는 현성은 물론이고 토라 이 본인보다 더 약한 자들.
하나 그 은밀함이나 정보를 수집하 는 일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뛰어 난 자들이었다.
대주교 토라이조차 저들이 숨기로 마음먹으면 찾을 수 없다. 그러니 믿고 보낸 것.
현성을 완전히 못 믿는 것은 아니 다.
그러나 완전히 믿는 것도 아니다.
‘조심해야 나쁠 리가 없으니까요. 거기다가 이렇게 대놓고 가고 싶어 할 때 다른 이와 접선을 할 만큼 머리가 나빠 보이지 않으니 별다른 건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은 들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조심해야 나쁠 것?
당연히 없다.
속도야 느려질 수도 있으나 그런 타격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신중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알아낸다면 그것이야말로 좋은 일.
거기다.
‘아까 말했던 빌, 디케, 토멕이 보 낸 스파이일 확률도 있으니깐 말이 죠.’
항상 스파이는 조심해야 하는 법.
이곳은 타나노스교이다.
어떠한 권모술수가 나와도 이상하 지 않을 곳. 정치판보다 훨씬 더러 운 곳.
그러니 이 정도야 당연하다.
‘별생각이 없어 보이는 자들이야말 로 위험한 법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는 대주교 토라이.
아쉽게도 현성은 아무 생각이 없었 다.
‘흐흐흐, 경험치 개꿀!’
이렇게 사냥을 하고 꿈속에서 나왔 을 때 얻을 레벨업만 생각하고 있는 현성이 었다.
빠르게 날 듯이 움직이는 현성.
그리고 그 뒤를 쫓아오는 두 그림 자.
현성은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 다.
‘죽음의 밤이라.’
거기다 전쟁도 섞여 있다.
‘지금 알고 있는 건 일본이 침략하 기까지 약 2주 반? 그 정도 남았다 는 건데……
솔직히 말해 일본의 전력은 알지 못한다.
거기다 놈들이 침략하려 한다는 것 은 이미 라이가 알리고 다니지 않은 가.
황제에게도 알렸고, 황제는 또 암 암리에 다른 길드들에게 퀘스트를 내리고 있을 터.
거기다 다른 대륙오천들도 존재한 다.
전쟁.
그것만큼 제자를 성장시킬 만한 개 기는 없으니.
‘그 사람들은 얼마나 강해졌을지 궁금하네.’
솔직히 전에도 싸워보진 못했다.
기껏해야 수왕의 제자 뮤벨하고만 싸우지 않았던가.
다른 제자들의 실력은 어떤지 기대 되기도 했다. 하나 그뿐만이라면 걱 정 안 한다.
‘영웅 길드나 신화 길드도 있으니 까.’
그들만으로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 닌가 싶을 정도.
그런 생각이 들자 조금 불안하긴 했다.
아무리 신 등급 직업이라 한들 영 웅 길드원들은 다들 강력했으니까.
물론 현성보다 강력하냐 묻는다면 모르겠지만.
‘이제 꿈에서 나오면 또 모른다.’ 전에는 몰랐으나 이젠 다르다.
이젠 레벨도 충분하고 새로운 스킬 도 얻지 않았는가.
전쟁.
‘이곳에서도 전쟁이 일어나는 걸 해결하고 이곳에서 나가서 또 전쟁 인 건가?’
연이은 전쟁.
기대되기 짝이 없다.
현성이 그리 안일하게 기대하고 있 던 그때.
토라이의 대신전, 아니, 타나노스의 본단이 있는 중앙대륙으로 넘어오는 한 존재가 있었다.
콰드드드드드등!
벼락이 치며 바다를 갈랐고, 그 위 에 둥둥 떠다니는 해양 몬스터들과 생명체들.
그들의 죽음은 신경도 쓰지 않은 존재가 온몸에 파동을 두르며 대륙 을 횡단하고 있었다.
〈아버지……. 제게 내린 시련! 반 드시 꺾고 말겠습니다.〉
올곧은 푸른 눈과 노랗게 물든 기 다란 장발의 머리.
그리고 튼튼해 보이는 근육질 몸매
어디 할리우드 배우라고 해도 믿을 법한 완벽한 존재가 중앙대륙을 향 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