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37화
그동안 왕국을 함락하자는 의견이 나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무수히 나왔으나 그동안 함락되지 않았던 이유.
간단하다.
NPC의 저력이 생각보다 강력했으 니.
처적!
“흐음.”
생각보다 강하다.
츠요이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인 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 옆에 있 던 화린과 루시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보다 왕국의 저력이 강하군.”
“이곳은 중앙 대륙이니까요.”
“그렇군.”
그 간단한 말에 츠요이는 수긍했 다.
아무리 그가 자긍심이 높다 하더라 도 중앙 대륙의 강함은 잘 알고 있 었으니까.
그렇다 해도 그는 일본 제일.
아무리 NPC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는 아니다.
이곳에서 죽는다 하여 일본으로 전 송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대륙에서 죽을 경우 죽음 페널티가 2배로 적 용이 되었으나 이곳에서 다시 부활 할 수 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그러던 그때.
콰가가가강!
“이 오랑캐 녀석들! 왕국 제일 검! 이 판텔라우스가 상대해 주마!”
등장과 함께 십수명을 쓸어버리는
NPC.
척보아도 강력한 녀석.
거기다 자기 스스로 왕국제일검이 라 외치지 않는가.
저리 나왔다면 약한 게 오히려 이 상하다.
등장과 동시에 십수 명. 그리고 그 뒤로 검을 휘두르며 폭풍을 쏟아내 며 쓰러뜨리는 수만 수십명.
적어도 몇분 사이에 100을 넘는 플레이어들을 베어내는 것을 보며 루시퍼가 물었다.
“나서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저따위에 내가 나서는 것도 우습 다. 중앙 대륙의 전력이 강하다 한 들 그것은 중앙 대륙뿐만이 아니지. 우리 또한 정예군이다.”
그 말과 함께.
까가가가강!
“크흑.”
작은 단검과 왕국 제일 검이라는 판텔리우스의 바스타드 소드가 충돌 했으나 밀려난 건 판텔리우스였다.
단검과 바스타드 소드.
누가보더라도 바스타드 소드가 유
리해보이지만 그 반대였다.
힘역시 그 반대.
자객과도 같은 모습의 사내.
그리고 그런 사내의 옆에 비슷한 차림의 사내들이 몇이나 더 있었다.
몇몇은 사무라이의 모습을 몇몇은 자객 그러니까 닌자의 복장을 한 사 내들.
공통점이라면 모두 일본 전통의상 과 같다는 것.
그런 이가 무려 12명이나 된다.
“……오, 오랑캐 주제에 실력이 있 군.”
말은 그렇게 했으나 부들거리는 두 손.
저 인원이 모두 덤빈다면 자신 또 한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 다.
하나 이곳에서 목숨을 버릴 수 있 겠는가.
각오는 되어 있었다.
이 십만의 군대를 보고 이미 각오 는 했다.
죽을 각오 없이 지킬 수 있는 것 이 아니라며 이미 목숨은 버리고 왔 다. 그런데 무엇을 망설일쏘냐.
“와라!” “……나 혼자 하지.”
“알았다. 4호에게 맡기고 나머진 왕국을 점령한다.”
그 말에 처음 단검으로 놈을 밀어 낸 사내 하나만 남고 뿔뿔이 흩어졌 다.
그걸 본 판텔리우스는 멈칫했다.
저놈들을 잡아야 하는 것인지 저놈 과 싸워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런 고민을 했다는 것 자 체가 자존심이 상한 것인지 분개했 다.
“제길!”
하나 이성을 잃진 않았다.
상대를 무시하는 행위도 하지 않았 다.
방금의 격돌로 저 닌자 복장을 한 사내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으 니.
장검인 바스타드 소드를 휘두른다.
후우우웅!
바람이 휘감긴 칼날.
주변을 초토화시킬 그 폭풍의 칼날 을 마주하며 놈은 그림자처럼 바닥 에 빨려들어 간다.
콰가가가가강!
지면이 뒤집어지며 땅이 갈라진다.
하나 거기에 피와 살점은 튀기지 않았다.
그걸 확인하기도 전 판텔리우스는 몸을 둘려 수평으로 검을 휘둘렀다.
화아아아아아 아악 !
또다시 폭풍이 휘몰아치며 판텔리 우스를 축으로 토네이도가 생겨났 다.
타탁.
아무리 사내여도 풍압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인지 그림자에서 변형해 지면에서 빠져나왔다.
그럼에도 고요해 보이는 눈동자.
그 깊은 눈동자가 판텔리우스를 초 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차이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자는 판텔리 우스다.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 그 에 반해 저 4호라 불린 닌자 사내 는 지켜야 할 것이 없지 않은가.
저자는 왕국, 동료는커녕 오직 이 싸움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 차이가 승패를 이미 결정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기랄!”
스스스슥 자연스럽게 허공에 녹아든 4호.
놈이 다시 사라지자 판텔리우스는 땅에 깊이 검을 찔러 넣곤 외쳤다.
“폭풍대지!”
직관적인 이름과 같이 말 그대로 검을 찔러넣은 땅에 폭풍이 휘몰아 쳤다.
그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며 그 위 력이 수십의 플레이어들을 몰살하고 있었을 때.
판텔리우스의 등 뒤에서 섬뜩한 소 리가 울렸다.
푸욱-!
“커헉.”
그것이 기점이었다.
왕국 제일 검이라는 판텔리우스가 고작 그것에 무너지진 않았다.
하나 이후 상처는 점점 늘었고, 움 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리고 그때 결정타로 목에 쑤셔 넣은 단검.
그것이 폭발했다.
퍼버버벙! 털썩.
그것을 끝으로 판텔리우스가 사망 했다.
경험치와 아이템을 얻은 4호는 아 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허공에 녹아들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직 할 일이 많았으니.
멀리서 전투를 지켜보던 츠요이와 화린, 루시퍼.
츠요이는 루시퍼를 보며 물었다.
“그리 놀라지 않나보군.”
“뭐, 그렇죠.”
“흐음, 역시 한국 서버는 다르다는 건가.”
다른 분야에서는 모른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압도적인 국가.
그 작은 인구로 한 서버를 만든 것부터 그들의 실력을 알 수 있지 않은가.
‘방금 4호가 처치한 놈이 대략 300 후반대의 NPC였는데도 그리 놀라지 않는다라.’
그렇다는 것은 블랙연합에서도 나 라를 함락시킬 전력이 있다는 얘기 가 된다.
그럼에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 걸리는 것이 많았다.
이를테면.
“대륙오천의 움직임은?”
대륙오천.
중앙 대륙에 거주하고 있는 다섯 하늘.
그들이 움직인다면 제아무리 신의 사도건 무어건 소용 없다.
그저 패퇴를 하고 남을 테니.
혹시나 하고 물었으나 화린의 대답 은 생각 외였다.
“이웃 나라 파비움 왕국에 대륙오 천 불락 텅스턴이 거주 중이기는 하 지만 파비움 왕국을 건드는 게 아닌 이상 움직이진 않을 겁니다. 거기다 다른 대륙오천들은 워낙 움직이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주의할 것이 있다면 아수라의 스승으로 알려진 황제와 재앙 유리아. 그중에서도 유 리아겠죠.”
“흐음.”
유리아의 악명은 동서대륙에서도 상당히 유명했다.
대뜸 마법 재료 찾으러 왔다가 산 하나를 날려 먹은 적도 있었기에 다 른 대륙에서도 그 이름은 유명했다.
유명세로는 대륙오천 최강자인 황 제보다 유명할 정도.
그랬기에 껄끄럽다는 듯 인상을 찌 푸렸다.
“하지만 유리아나 황제의 경우 이 번에 썩어가는 죽음이 준동했을 때 도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철저히 제 자를 방임주의를 하겠다는 거겠죠.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거 같습니 다.”
츠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 데 더 뭐라 할 이유도 없었고, 이들이 모은 정보는 츠요이 가 어떻게 다시 알아볼 수 있는 것 의 종류가 아니었으니.
거기다 너무 거기에 몸을 움츠러들 면 안 된다 생각했다.
아무리 대륙오천이라 한들 한 번에 쓸리겠는가.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 다.’
지금은 그저 아수라가 없는 틈을 타서 신화 길드의 준비가 끝나기 전 에 왕국을 차지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작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클리어.”
“이곳도 클리어입니다.”
“이곳도 마찬가지.”
“여기도 정리 완료되었습니다.”
하나 둘 씩 들리는 완료 수식.
그걸 들은 츠요이가 마지막 관문인 내성을 봤다.
구구구구구구구. 쿠궁!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나타난 사무라이들과 닌자 들.
그들이 성문을 열고나오며 외쳤다.
“모두 정리했습니다.”
“좋군.”
그렇게 펄하버 왕국은 그날 몰락했
일본 함선과는 다른 함선.
지금 그 함선이 한 섬에 정박하려 하고 있었다.
아주 작은 섬.
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기운은 어마어마했다.
정박하기 위해 닻을 내리고 여러 분주한 일이 일어나는 그 와중에 한 사내가 천공의 사도에게 다가와 수
정구슬을 건네주었다.
“루시퍼로부터 연락입니다.”
“흐음.”
정기보고는 아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으니.
그렇다는 것은
-보스, 저 루시퍼입니다.
“알고 있지. 그러니 연락을 받은 것이다. 듣기 좋은 보고겠지?
유들유들하게 묻는 천공의 사도.
하나 그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는 루시퍼는 최대한 주의를 해오 는 편이었다.
까딱 잘못했다가 자신의 인생이 어 떻게 될지 보지 않아도 뻔했으니.
그러니 최대한 공손하게 입을 열었 다.
-보스를 만족시킬 보고임이 틀림 없습니다.
“오호,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군. 일본이 왕국을 함락했다라. 벌써 기분이 좋아. 우리 루시퍼가 유능한 덕에 기분이 좋군.”
-감사합니다.
“마음에 들어.”
-우선 계획대로 진행할까 해서 연 락 드렸습니다.
계획대로.
그 말에 마음에 든다는 듯 천공의 사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대로라…… 아수라가 신살자 의 칭호를 얻은 것은 의외지만 여태 까지의 칭호들의 유형들을 봤을 때 신을 상대할 때나 강해지는 칭호일 게 분명해. 신의 하수인인 사도들에 게 강해지는 칭호는 아닐 터. 신의 사도는 엄연히 플레이어니까.”
-예, 저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변동 사항은 없는 거 지?”
-현재로썬 그렇습니다.
아직까진 그렇다.
불안한 말이긴 하나 오히려 천공의 사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변수 없는 계획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잘 알고 있으 니.
“알겠다. 우선 계획대로 움직이도 록.”
- 예.
“곧 볼 수 있겠어. 기대하고 있으 라고.”
싱긋 웃는 천공의 사도에게 고개를 숙이며 루시퍼가 인사했다.
-예! 알겠습니다.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에 천공의 사도는 흡족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 며 정박한 함선에서 천천히 내려와 섬에 상륙했다.
그리고 그 옆에 마찬가지로 싱글벙 글 웃으며 천공의 사도를 보는 후드 를 쓴 사내.
잠의 사도가 천공의 사도를 보며 말했다.
“일이 재미있게 되어가고 있는 모 양이군요?”
“예, 아주 흡족하죠.”
“아하하하, 아수라를 잡을 수 있으 면 너무 좋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서로 겉과 속이 다를지 같을지는 모른다.
하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서로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는 건 틀림 없었다.
그러던 그때 섬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한 인물과 그 인물의 주변에 떠다니는 검은 용의 그림자.
썩어가는 죽음의 황제와 사룡의 그 림자였다.
〈결……국, 오……셨군요.〉
- 빌어먹을.
잠의 사도를 본 황제는 참 묘하다 는 듯 인상을 찌푸렸고, 사룡의 그 림자는 대놓고 분개했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사룡 아퀼레오르를 봉인한 것은 다 름 아닌 잠의 사도 본인이니.
잠의 사도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다 는 듯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하! 오랜만이군요. 두 분 다. 모습을 보니 건강하게 잘 지내
신 모양입니다.”
울컥했으나 반응하진 않았다.
저 밉살스러움이야말로 잠의 사도 그 자체였으니.
그러나 왜 이런 짓을 저지르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놈……이 우……리를…… 도울 때 손……을 잡아……야 한다.’〉
-‘인정하마.’
썩어가는 죽음의 황제와 사룡의 그 림자, 그리고 잠의 사도.
척봐도 많은 것이 있어보였으나 천 공의 사도는 그것 따위 알 바가 아 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자 저희에게 사룡의 정수를 넘겨 만 주신다면 이름 잃은 신의 정수를 드리겠습니다.”
천공의 사도가 한 말에 분개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저 신의 정수를 얻어야지만이 어떻 게든 되었으니.
사룡의 그림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심장 부위에 손을 가져다 놓은 후 무언가를 꺼냈다.
마치 동양의 용들이 승천할 때 쥔다 는 여의주와 같은 모양의 흑의 구슬. 그 영롱한 빛을 보며 천공의 사도 는 만족스럽다는 듯 자신의 인벤토 리에서 마찬가지로 무색의 영롱한 구슬을 꺼냈다.
하나 그 빛은 사룡이 꺼낸 구슬 보단 약했다.
〈이…… 게…….>
-드디어군.
사룡과 교황이 감격을 하고 있는 그 순간.
<?!> -?!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사룡의 손에 쥐어져 있던 구슬이 연기가 되어 신기루마냥 사라져 버 린 것.
그걸 보며 잠의 사도는 전혀 웃지 않는 얼굴로 웃었다.
“아하하하하! 이거 한 방 먹었네 요. 설마 타나노스의 꿈속에 들어갔 을 줄이야.”
“그, 그게 무슨?”
“그러니까 지금 아수라가 타나노스 의 꿈속에 들어가 사룡을 죽이고 정 수를 취했다는 얘깁니다.”
“ 예?”
얼토당토 않는 소리.
그 말에 천공의 사도가 얼빠진 소 리를 내자 잠의 사도가 웃음기 가득 한 목소리와 반대되는 흉흉한 눈빛 을 뿜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 계획에 차질이 생 겼다는 것이지요. 아하하하.”
생각보다 일이 꼬였다.
거기에 웃음을 터뜨리는 잠의 사 도.
그 불길한 웃음소리를 듣는 이 중
움직일 수 있는 자는 그 누구도 없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