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42화
펄하버의 수도 인근에 있는 산.
그리 높은 산은 아니었다.
그리고 전투가 있는 곳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어 잘 보이지도 않는 그곳 에 세 명이 나란히 서서 그것을 지 켜보고 있었다.
마치 잘 보인다는 듯이.
“오우, 역시 저희 사제들다운 움직 임 입니다요.”
흐뭇한 목소리의 리베우스.
그를 보며 교황이 다소 의외라는 듯이 그를 보며 물었다.
“너도 참여할 줄 알았는데 의외 군.”
“그러니까 말이에요.”
그 옆에 있던 캐럿조차 동감했다.
저들이 이단이 아니지만, 타나노스 를 믿지 않으면 이단이라 생각하는 리베우스가 그들과 싸우는 것을 마 다하다니.
솔직히 의외이지 않은가.
타나노스교의 미친개 리베우스답지 않았다.
거기다 이곳에서 마냥 구경만 할 것이라면 리베우스가 물고 온 정보 를 통해 대기 중인 대륙 동쪽에 있 는 숲에 대기하고 있는 것이 낫지 않은가.
그러나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리 베우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 다.
“예‘?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요‘? 이곳에서 주인님께서 오실 건데 이 곳에서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 겠습니까요! 거기다 주인님이 오셨 는데 감히 제가 전장을 쓸어버린다 면 주인님께서 또 실망하실 겁니다 요!”
자신의 기준으로 말하는 리베우스.
그러나 현성을 떠올렸을 때 확실히 그럴 거 같아 차마 교황이나 캐럿이 뭐라 말하진 못했다. 전투에 환장하 지 않던가.
하나 그것으로 고개를 숙이진 않았 다.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 덕이는 세 명.
“용맹무쌍하신 분이시니 당연히 그 럴 수밖에 없지요.”
“그렇죠.”
교황과 캐럿조차 이리 말할 정도인 데 리베우스는 어떻겠는가.
그나마 정상이라고는 하나 타나노 스를 따르는 교황과 추기경이다.
그 신앙심이 얕을 리가 있겠는가.
깊으면 오히려 깊었지 얕진 않았 다.
그들이 봤을 때 전황.
“생각보다 버티는 군요.”
타나노스교 사제가 200명이나 투 입된 전장.
그럼에도 비등비등한 전황을 보며 솔직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는 훨씬 많긴 하나 타나노스 일 반 사제들이 누구인가.
다른 종교에선 주교급 힘을 가진 이들.
그런 이들이 무려 200이나 모여 있다.
타나노스교의 주교급은 다른 종교 의 추기경급이 된다. 그리고 타나노 스교의 추기경들은 다른 종교의 교 황을 넘어서는 힘을 가졌다.
다른 종교의 주교급으로 200.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할 수 있 는 전력이 저리 모였는데도 압도적 인 상황을 연출하지 못하다니.
츠요이의 군단이 그만큼 강하다는 얘기.
“주인님이 오시면 매우 기뻐하시겠 군요! 오우!”
신나하는 리베우스.
전 같으면 뭐라고 한소리 했을 법 도 한데 이번에는 캐럿과 교황 둘 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
“우갸갸갸갸! 주인님이 왔다는 것 입니당!”
“하와와, 저 사람들은 큰일 난 것 같사와요.”
아기천사와 아기악마.
그 둘의 말에 셋이 눈을 번쩍였다.
왔다는 것은 이 대륙에 왔다는 소 리다.
아직 이 장소에 왔다는 소리는 아 니다. 하나 그럼에도 셋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인님의 환영식을 만들어야겠습 니다요.”
“오랜만에 옳은 소리를 하는 군.”
“그러니까요. 그럼 시작할까요?”
캐럿의 용과 교황의 근육이 꿈틀거 렸고, 리베우스의 검은 기운이 뿜어 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주인을 모시기 위해.
* * *
외날의 검과 화살의 강철촉이 충돌 한다.
터-----엉!
파동이 퍼지며 상당한 충격이 사방 으로 흩어진다.
거기에 휘말리는 다른 병사들이 밀 려난다.
그 첫 합에 주변에 있던 병사들은 느꼈다.
저기에 휘말리면 위험하다고. 결코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그들만의 무대가 만들어졌 다.
최소 30m는 되어 보이는 넓이.
그곳에서 외날의 검을 쓰는 린과 활을 쓰는 츠요이.
그 둘은 서로를 보며 느꼈다.
‘쉽지 않겠어.’
‘강하군.’
이제야 레벨 400을 달성한 츠요이 와 이미 410을 넘긴 린.
레벨이 다는 아니라고는 하나 무시 할 수는 없다. 거기다 400부터는 레 벨 1 하나하나가 올리기 힘든 경지.
그런 경지가 무려 10이나 차이 나 는데 츠요이가 버티는 것으로 부족 해 호각으로 나서는 것이 대단했다.
이것이 신 등급 직업의 위력.
린 또한 전설 등급 직업이었음에도 레벨의 우위를 점할 수 없을 정도로 츠요이의 직업은 강력했다.
‘스킬이 까다롭다.’
유도탄처럼 날아오는 화살들.
하나 성가신 건 그뿐만이 아니다.
빠른 속력으로 외날 검을 휘두르며 화살들을 막으면 그 틈을 타고 츠요 이가 거리를 좁혀온다.
‘벤다!’
‘쏜다!’
거리가 가까우면 아무래도 검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당연한 일. 그럼에도 츠요이는 거 리를 좁히고 있다.
‘거리를 벌려서 화살을 쏴봐야 신 등급 스킬이 아닌 이상 무리다.’
신 등급 스킬을 무한정으로 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게 무리 이니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거리를 벌려봐야 공격을 넣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 틈을 이용해 공격을 할 수 있 을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기에.
컨트롤에선 엇비슷해 보이나 속도 면에선 린이 우위에 서 있다.
이럴 땐 알아도 피하기 힘든, 막기 힘든 화살을 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거리를 좁혀서 쏴야 한다.’
‘단번에 승부를 낸다.’
린 또한 그것을 바로 알아차렸고 자신 또한 거리를 최대한 좁히기 위 해 츠요이에게 접근했다.
아직 검은 닿기 이른 거리.
그때 츠요이의 손에서 화살이 떠났 다.
슈욱!
가뜩이나 짧은 거리.
그곳에서 린의 검 또한 휘둘러졌 다.
치이이이잉!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리며 반으로 갈라지는 화살촉.
그리고 그 뒤에 날아들던 화살 대 또한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현성이 저 레벨 때 보여주었던 신 기가 린에게서 다시 재현되었다.
그러나.
‘이런!’
‘됐다!’
갈라진 두 화살.
그곳에 마력이 씌워졌다. 누가 보 더라도 알 수 있었다. 저것은 스킬 이라고.
그것도 하나만 담긴 것이 아니다.
파란색과 붉은색. 그리고 노란색이 함께 빛난다.
그리고 갈라진 두 화살이 마치 뱀 처럼 머리를 꺾어 린에게 달려든다.
콰? 강!
강대한 폭격음.
화살에 담긴 힘은 그리 적지 않았 던 것인지 그 폭풍 사이로 린이 빠 르게 튀어나오며 바닥을 쓸며 뒤로 밀려났다.
강력한 충격.
그러나 치명상이라 할 수 있는 대 미지를 받진 않았다.
화살을 맞는 순간 린도 스킬을 사 용해 외날검을 빠르게 움직여 두 화 살을 막았으니.
하나 바로 앞에서 터지는 폭격은 확실히 강하긴 강했다.
막았음에도 강력한 일격.
직격당했으면 어땠을 진 생각하지 도 않았다.
‘판단이 느렸다.’
그저 베어내면 된다 생각했건만, 후에 발동되는 스킬을 생각하지 못 했던 것.
하나 분해하진 않았다.
오히려 마음에 드는지 미소를 짓는 린.
그리고 그런 린을 보며 츠요이가 입을 열었다.
“강하긴 해도 내 상대는 못된다. 아수라를 데려와라.”
츠요이가 말을 그렇게 하긴 했어도 이곳에 아수라가 나타나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처음 츠요이의 군단을 상대로 날린 그래비티 미티어.
그것은 아수라의 그래비티 미티어 라기에는 너무나도 약했다.
즉, 다른이가 사용한 스킬이라는 것.
유리아의 스킬을 과연 누가 사용한 것인진 알 수 없었으나 츠요이는 그 렇게 판단했다.
지금 말한다 해도 아수라는 오지 못한다는 것을.
‘만일을 대비하긴 했으나 아수라는 이곳에 없다.’
그는 확신했다.
반대로 린의 표정은 그리 좋진 못 했다.
한 방을 얻어맞은 것도 그랬고, 기 습의 효과를 똑똑히 보지 못했으니 까.
‘강하다.’
신 등급 직업이라곤 들었다.
그래서 좀 불타오른 면이 좀 있었 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했 다.
하지만.
‘한서아보다는 아니야.’
그녀의 숙적이라 할 수 있는 한서 아. 그녀보다 강하진 않다.
확언할 수 있다.
츠요이가 한서아였다면 방금의 그 공 방으로 린은 이미 지고 말았을 테니.
하지만 아니지 않았는가.
지금 츠요이, 저자도 여유로운 척 을 하고 있을 뿐이다.
‘간다.’
대답을 말 대신 행동으로 전했다.
S자를 그리며 움직이는 린.
움직임만 보면 비효율적이라 볼 수 있었으나 유려한 그 동선에 츠요이 가 눈살을 찌푸리며 아까와 반대로 뒤로 물러선다.
저런 움직임을 한다면 지금 츠요이 가 거리를 좁혀 화살을 쏘더라도 쉽 게 막고 피할 수 있을 터.
이럴 땐 거리를 좁히는 것이 독이 다.
무엇보다
‘ 빠르다.’
너무 빨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너무 빨랐다.
‘그러나 내가 노릴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피슝!
날아가는 화살.
지금 날아가는 곳은 아무것도 없는 곳이다.
한데 화살이 다가가면 갈수록 린이 그곳에 도달했고, 이윽고 린은 검을 휘둘러 화살을 튕겨냈다.
기가 막힌 타이밍.
그리고 그 타이밍을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잡아냈다.
피슝! 피슝! 피슝! 피슝! 피슝!
티잉?! 티잉?! 티잉-! 티잉-! 티 잉-!
하나 그럴 때마다 막히는 화살.
그때마다 화살이 터지긴 했어도 린 에게 들어가는 대미지는 크지 않았 다. 아니, 오히려 회복력에 의해 금 방 사라질 티도 안 날 대미지.
그걸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사용해야 한다.’
아수라 때를 위해 아껴놓았던 기 술
신 등급 스킬.
아직 권능을 사용할 때는 아니다.
하지만 몇 안 되는 신 등급 스킬 중 하나를 써야 한다는 것은 치명적 이긴 했다.
‘인정하마. 넌 강하다.’
강자를 상대로 어쭙잖은 모습으로 상대할 순 없는 법.
그는 사냥의 사도다.
다르게 말한다면.
‘사냥을 시작하지.’
그는 사냥을 할 줄 안다.
“와라!”
S자로 움직이며 이젠 정말 츠요이 의 코앞에 나타난 린.
하나 그녀의 등 뒤에 있던 그림자 에서 검은 무언가가 튀어나와 린의 목을 노린다.
“흡!”
치잉
날카로운 소리.
린 또한 이번에는 스킬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반응 속도를 높여주고 공격력을 더 욱 예리하게 만들어주는 온몸에 기 를 두르는 스킬.
그럼에도 그녀를 덮친 검은 무언가 를 벨 순 없었다.
“그림자?”
“죽어라.”
한눈판 그 순간.
그 틈을 노리고 화살을 쏘는 츠요 이.
여태까지와는 다른 강력한 화살.
푸른 기운이 짙게 담긴 그 화살은 린이 보더라도 강력했다.
그림자로 만들어진 늑대는 린의 검 을 물고 있는 상태.
피할 수 없는 그 순간 린은 빛의 입자로 흩어지며 츠요이의 등 뒤에 서 나타났다.
“ 헙!”
‘비장의 수를 가진 건 당신뿐이 아 닙니다.’
달빛처럼 찬란하게 깨지며 이동된 린이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강력한 일격이 들어갔으나 츠요이 는 미소를 지었다.
일격은 분명히 들어갔다.
다만 린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A A스
--?I ?
그녀의 검에 닿은 것은 다름 아닌 그림자 늑대였으니.
크르르르르-!
까다로운 그 상황.
지원군을 구하긴 애매했다.
다른 영웅 길드원들은 적어도 300 대 후반이 넘는 유저들을 각기 3?4 명씩 맡아서 싸우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그들이 강하다 한들 300
후반대 유저를 3?4명을 상대로 압 도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도움을 생각해선 안 돼.’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거기다.
‘아직 블랙연합 길드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을 위해 신화 길드를 남기고 소수 정예로 이곳에 온 것이다.
신화 길드는 블랙연합 길드를 맡게 말이다.
이런 상황에 지원이 왔으면 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광.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저 그림자 늑대만 어떻게 하면 좋 겠지만.’
그러긴 힘들 터.
그리고 다시 놈이 스킬들을 사용하 기 시작했다.
뒤로 순간이동 하듯 움직이며 그 잔상이 화살로 변해가는 스킬.
신 등급 스킬은 아닌 듯했으나 그 위력 자체를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듯하다.
‘막는다.’
무협에서 흔히 나오는 검기로 만드 는 검막.
린의 스킬에도 그런 스킬이 있었 다.
모든 방어구를 착용하지 못하는 대 신 스킬들이 하나같이 강력한 린이 었기에 츠요이의 화살을 모두 막을 수 있었다.
달처럼 빛나는 검막.
린은 그 검막을 유려하게 회전시켜 츠요이에게 던졌으나 마치 원반던지 기의 원반을 물어버리듯 그림자 늑 대가 그 달빛 검막을 물어 깨뜨렸 다.
크르르르-! 팽팽하게 이어지는 전투.
초조해할 법도 한 츠요이였으나 그 러지 않았다.
이 그림자 늑대는 한번 사용하면 24시간 동안 소환되는 강력한 소환 수였기에.
그런 팽팽하던 끈과 같던 전투.
그 대단한 전투가 고작 하나 때문 에 끊어지고 말았다.
쿠그그그그그긍.
땅이 흔들리며 지반이 뒤틀린다.
무슨 일인지 눈치를 채고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개막식처럼 처음 발동되었던 그래 비티 미티어와는 차원이 다른 크기 의 운석.
그것이 그곳에 떨어지고 있었을 그 때.
그 위에 타고 있는 누군가가 외쳤 다.
“뭐하고 있어! 당장 피해요!”
“ill”
“ill”
린과 츠요이의 팽팽하던 끈이 끊어 졌다. 아니, 끊어지기만 하면 다행이 다.
“피, 피해!”
“후, 후퇴!” 대비?
이런 걸 어떻게 대비하고 막겠는 가.
아까와는 질적으로 다른 그래비티 미티어. 막기보단 피해야 한다는 생 각이 먼저 들었다.
하나 강력한 중력장 때문에 피하기 도 힘들다.
움직이기 힘든 그 상황에 이동기 스킬이 있는 자들은 필사적으로 이 동기 스킬을 남발하면서 그 자리에 서 피했고, 츠요이와 린이 싸우고 있던 자리에 그게 떨어지고 말았다.
게임에 핵이 있다면 이러할까.
사방을 초토화시키는 그래비티 미 티어.
한순간에 전장 한가운데를 폭격시 킨 누군가가 아픈 머리를 긁적이며 나타났다.
“후우, 늦지 않아 다행이네.”
씨익.
너무 화려하게 등장한 주인공이었 다만 그 후폭풍으로 아군이고 적군 이고 할 거 없이 쓸려 있는 전장.
그걸 보면서 현성이 투덜거렸다.
“나 오기도 전에 거의 끝나 있어‘? 하, 아쉽군.”
몇몇 이들은 그 말을 듣고 생각했 다.
웬 미친 또라이 새오가 하나 등장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