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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247화 (247/472)

잠만 자도 랭커 247화

“이, 이곳은 지옥이야.”

신을 모시는 추기경의 입에서 나오 기 힘든 말.

하나 사실이라 할 정도로 상황은 좋지 못했다.

사제들은 죽어 나가고 있으며 플레 이어들 또한 그 공격들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아아.”

절망.

지금 이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오직 그 단어 하나뿐.

블랙 연합길드 역시 이번에는 도망 치지 못했다.

“스, 스크롤을 찢으라고!”

“스크롤이 찢기지 않습니다!”

“이동 방해 마법진이 사방에 깔려 있습니다!”

“도, 도망칠 수 없습니다……

죽어가는 플레이어와 NPC들.

지금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공포에 질려 있다는 것.

“우히히히!”

저 미친 웃음소리라도 듣고 싶지 않았지만 그럴 수도 없다.

그 누구도 그녀에게 닿을 수 있는 존재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또다시 하늘에서 거대한 운 석이 떨어진다.

동시에 발동되는 강력한 중력장.

아수라의 그래비티 미티어도 여기 엔 한 수 접어줘야 할 위력이 이 자리에서 발현되었다.

“아아아아.” 그것을 보며 마텔리온의 국왕은 눈 물을 흘렸다.

수도는 유리아가 깔아준 마법진으 로 버티고 있다고는 하나 그 밖의 지형은 모두 초토화되고 있었으니.

농사를 지을 밭과 논들이 모조리 쓸려나가고 있는데 어찌 눈물을 흘 리지 않겠는가.

물론 유리아가 없었다면 침략당했 을지도 모르지만, 눈물이 나오는 것 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그의 옆에 고개를 숙이는 한 여인.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철혈의 체력으로 미친 듯이 사과하 고 있는 철혈의 기사 단장 이올린.

그녀는 생각했다.

철혈의 기사단을 보낸 이유는 이곳 사람들에게 사과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고.

그도 그럴 것이 전력이라면 유리아, 그녀 혼자로 충분하고도 남았으니.

“아아아아아.”

정신이 있었다면 마텔리온의 국왕 도 괜찮다고 했겠지만, 그럴 정신이 없었다.

쿠쿠구구-궁! 묵직한 운석이 떨어지고 또 수천 명이 사망했다.

그마저도 유리아가 힘을 덜 쓰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

천공의 사도는 그걸 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 당했다.’

아수라에게 당했다.

솔직히 말해 당장은 이곳에 오지 못하리라 생각하긴 했다.

츠요이가 침략한 곳과 이곳은 꽤나 거리가 있었으니.

아무리 대비한다 해도 자신들의 수 와 전력이 더 뛰어나리라 생각했다.

하나 저게 무엇인가.

“헤헤헤. 우리 제자님이 원하는 거 니까 말이야!”

그런 말을 하며 백색의 불을 뿜고 다니는 저 재앙을 보아라.

제자는 핑계고 오랜만에 스트레스 를 푸는 모습 같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지금 이 전력으로 어디 상대나 할 수 있는 존재이던가.

블랙 연합길드를 탓하진 않았다.

저런 규격 외의 존재가 마음만 먹 는다면 어떻게든 속일 수 있었으니.

“실패군요.”

옆에 다가온 잠의 사도.

그가 나선다면 혹시 모른다.

하나 그러지 않을 터. 이미 알고 있기에 그에게 싸워달라는 말은 하 지도 않았다. 잠의 사도가 싸울 의 사가 있었다면 진작 싸웠을 터.

지금 전력은 무려 3분에 2나 사라 졌다.

이 상태로 무슨 전력을 꾸미겠는가.

“다시 포탈을 열 수 있겠습니까.”

굴욕적인 상황이나 어쩔 수 있겠는가. 자신과 간부들은 살아야 하니.

지금도 그들이 살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잠의 사도 덕분이다.

이곳에서 그를 제외하고 가장 강력 한 자는 천공의 사도다.

하나 천공의 사도조차 유리아가 뿜 어대는 저 공격들을 버텨낼 자신이 없다.

버틴다 해도 고작 일격 한 번 정도.

그 일격조차 유리아에겐 장난스러 운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진작 에 포기했다.

“아하하하하, 당연하죠. 우리 주인 님이 참 장난스럽다니까요. 이렇게 함정이 있을 줄이야.”

암흑기사들 자체는 함정이 아니었다.

애당초 함정을 심을 이유가 없다.

저런 재앙이 있는데 함정 따위 뭐 가 필요한가.

“……우리는 후퇴한다.”

그 말에 간부들은 속이 쓰리다는 듯 사라졌다.

그곳에 아직 많이 남은 길드원들과 천공의 사제들을 그저 버려놓고.

거기에 유리아는 무언가 이상하다 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가 빠져나간 거 같았는데…… 기분탓이겠지! 우히히! 이거 오랜만 에 신난다!”

아기자기한 표정으로 백염과 운석, 강력한 중력의 구슬을 뿌려대는 유 리아.

이날 이 전쟁에서 도망친 천공의 사도와 간부들을 제외하면 생존자는 전무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선 마텔리온 왕국의 국왕이 지르는 눈물 소리로 울려 퍼 졌다.

유리아에게 턴을 넘기고 현실로 돌 아온 현성.

누구에게는 끔찍한 일이 될 수도 있었으나 현성이 알 바인가.

‘내가 싸우고 싶긴 했지만 뭐 어쩌 겠어. 내 대비책이 있다는데.’

씨익.

누가 봐도 고의가 가득한 미소를 짓는 현성의 모습은 악독해 보이기 까지 했다.

그보다 오랜만에 휴식이라 할 만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편안히 소파에 앉아 누워 있는 모 습을 보라.

게임이 재미있다고는 하나 오래 하 면 힘들다.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힘들긴 힘 들지 않던가.

휴식은 분명히 중요하다.

‘운동이라도 갈까?’

게임을 하면서 운동을 하는 것을 꾸준히 해온 그이다.

그런데 휴식이 중요하다면서 운동 을 떠올리다니.

워커홀릭도 이런 워커홀릭이 없다.

하기야 20살부터 대기업에서 매일 같이 일을 했으니 그런 게 익숙해질 만도 했다.

‘오늘은 그냥 쉴까?’

그동안 운동이나 게임, 둘 모두를 동시에 쉰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쉬면 무언가를 꼭 하는 편이다.

따지고 본다면 온전한 휴식을 취한 적이 없다는 소리.

‘그러고 보니까 제대로 쉰 적이 없 네.’

사실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회사에 다닌 시절엔 그저 캡슐 안 에 들어가서 잠이나 잤으니까.

쉬는 것도 해봐야 할 줄 아는 것 아니겠는가.

‘좀 놀러 나가야 하나?’

그동안 쉬는 것이라곤 집에서 잠을 자는 것 말곤 하지 않지 않았던가.

노는 것이라고는 가끔 재환을 만나 노는 것 말고 하지 않았고.

거기다 심심한데 집에서 TV만 보 고 있는 것은 그의 성향과 맞지 않 았다.

영웅 길드원들은 여러 처리할 일로 바빠 나오지 못한 모양.

그래서 현아도 없는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상당히 한정되어 있다.

그렇다고 운동을 할 수는 없는 노 릇 아니겠는가.

‘으음. 나가보자.’

가끔 이런 휴식도 매우 중요한 법.

안 그래도 게임, 운동. 이 두 가지 만 병행을 하다 보니 사회성이 떨어 지는 것이 느껴졌다.

사람이란 혼자서 살아가긴 힘든 법. 그게 좋은 사람이라면 또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현성은 그러지 못 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자.

“으흠, 이거 문제네.”

걸음 닫는 곳으로 걷다 보니 보이 는 헬스장.

마치 김유신의 말처럼 움직인 다리 를 한번 힐끔거리고 고개를 저었다.

생각보다 꽤 심각하긴 했던 모양.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재환이 회사나 찾아가 볼까?’ 그러고 보니 확장 이사를 했단 얘 기를 듣긴 했는데 찾아가 본 적이 없다.

아니, 정확히는 전에도 가본 적이 없던 거 같다.

‘완전 히키코모리였잖아.’

나름 반성을 한다는 차원에 택시가 아닌 근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이미 어디 근처라는 건 알고 있었 으니 지하철을 탔다.

오후 2시.

점심시간이 끝나고 난 뒤여서 그런 지 거리는 한산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평일이지?’

그런데도 방금까지 이데아에 엄청 난 수가 접속해 있던 것을 떠올리면 게임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상당한 모양이다.

아이템을 파는 경매장도 있고, 현 물 거래소도 있을 정도니 그 파급력 이 어떤진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지하철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내려 재환이 알려준 장소까지 걸어가자.

“꽤 큰데?”

상당히 큰 빌딩을 보며 다소 감탄 했다.

친구의 성공을 보고 배 아파 할 위인은 아니었기에 흡족한 표정으로 승강기에 올랐다.

10층.

꽤 고층에 위치한 사무실.

승강기에서 내리니 거의 한 층 전 체를 쓰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럴싸한 사무실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오호.”

그렇게 감탄하고 있던 그때.

“어떻게 오셨습니까?”

한 여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가지런한 정장의 차림.

안내를 맡은 직원인 모양.

그걸 보며 절로 흐뭇해 미소가 나 왔으나 그걸 보는 여직원의 표정은 살짝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봐라. 어떤 남자가 자길 보 더니 흐뭇하게 웃는다.

여성으로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 죄송합니다. 혹시 여기 정재환 대표 있습니까?”

“예? 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여직원은 그렇게 말하더니 잠시 어 디론가 사내 전화를 걸었다.

그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여 다소 긴장했다.

‘경비원에게 전화 거는 건 아니겠지?’ 상황만 본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 대뜸 여직원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 다가 갑자기 대표가 있냐고 묻는다.

누가 봐도 수상하지 않은가.

하나 매뉴얼이 있겠거니 생각하며 있던 중 여직원이 물었다.

“누가 왔다고 전해 드릴까요?”

“예? 아, 이현성이 왔다고 전해 주 십 시오.”

“예, 알겠습니다. 예, 대표님. 예?”

현성의 말을 전하려던 중 갑자기 난감해하는 여직원.

그러던 그때.

“야! 네가 여기 웬일이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식.

웃음이 터지며 고개를 돌리자 그곳 에 웬 좀비 한 마리가 흐느적거리며 다가오고 있다.

“……넌 몰골이 왜 그러냐? 일이 많아?”

“아니, 난 네 영상만 하지.”

“음?”

“네 영상만 해도 얼만지 아냐? 이 게임 중독자 새 x 야.”

하기야 안 그래도 플레이 타임이 길다 생각해서 놀기 위해 나오지 않 았던가.

그럴 진데 재환은 어떻겠는가.

아무리 현성이 영상을 골라서 보내 준다 해도 영상이 상당히 밀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나 혼자는 버거워서 회사 에 제일 뛰어난 영상편집자들이 담 당해서 너 영상 하는 중이다. 그나 마도 요즘 네가 영상 안 보내줘서 살 거 같았는데 오늘 막 보내주고.

나 죽는 거 보려고 온 거냐?”

“크큭. 아니 그냥 일이 없어서 와 봤지.”

“왜 쉬려고?”

“어, 생각해 보니까 똑바로 쉰 날 이 없더라고.”

“허어.”

현성의 말에 재환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젠 호화스럽게 살아도 될 친구가 아직 이렇게 고생하면서 살다니.

“그래, 잘 생각했다. 근데 지는 쉬 고 나는 쉬지 말라고 오늘 하필 영 상을 보내? 그것도 그런 전쟁씬을? 후우, 암튼 들어가서 얘기하자.”

“오야.”

재환이 그렇게 사무실을 안내하자 지나가면서 몇몇 직원들이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와 며칠 만에 나오신 거예요? 저, 사장님 죽은 줄 알고 내일도 안 나 오면 신고하려고 했는데.”

“좀 쉬세요, 대표님.”

여러 인사들.

거기다 그걸 일일이 받아주는 재 환. 그걸 보며 조금은 부럽다는 생 각도 했다.

화목한 분위기. 자신이 다니던 회 사와는 정 딴판이었다.

자유롭고, 화목하고, 즐거워 보인다.

거기다.

‘교류가 되는 게 제일 부럽네.’

혼자 사냥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 이 좋아 솔플을 고수했었다.

그리고 길드를 만드는 것은 사치라 생각해 만들지 않았건만.

‘만들면 좋긴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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