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52화
가장 잡기 성가신 몬스터는 뭘까.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라면 하나같이 얘기할 거다.
하늘을 나는 몬스터라고.
기동성도 좋은 데다 아무리 원거리 스킬이라도 타겟팅이 아닌 이상 맞 추기 힘드니까.
특히 유려하게 하늘을 배회하는 용 과 같은 몬스터류가 잡기가 정말 까 다롭다.
물론 그만큼 보상이 좋긴 하지만 그만큼 난이도가 높아지니 꺼리는 건 당연하다.
슈욱! 퍼비버비버버벙!
“캬아아아아아악!”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
거대한 용인 펜살니르가 고통에 몸 부림치고 있었다.
쏘는 마법과 스킬들마다 모두 명중 하고 움직임을 봉쇄한다.
그리고 잠시라도 멈칫거리기만 하 면 근거리 직업들이 움직여 놈에게 공격한다.
서걱! 콰가가강! 티이이이잉!
일제히 이뤄지는 공격들.
저렇게 하는 게 가능한가 싶을 정 도로 틈을 만들지 않고 40명이 한 번에 공격을 해온다.
공중에서 서로 꼬이지 않는 것이 더 신기할 따름.
그러다 펜살니르가 여의주와 같은 것을 쥐고 공격이라고 하려 하면 체 력이 튼튼하고 방어 스킬이 있는 위 주로 앞서 나간다.
쿠우우우우웅!
묵직하다.
하지만 그들은 견뎌낸다.
아주 별거 아니라는 듯이.
‘미쳤네.’
이쯤 되니 그저 넋을 놓고 관람을 했다.
다들 협동심이 장난이 아니었다.
일반 몬스터를 잡을 때도 그랬으나 보스인 펜살니르를 잡을 때가 더 그 랬다.
거기다 아까와는 다른 무언가.
‘내 움직임하고 비슷한데?’
게임상에서 가장 딜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
온몸을 이용하는 거다.
이를테면 허리를 돌리며 주먹을 쓰 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엄청나지 않은가.
그런 식으로 검을 휘두를 때나 창 을 내지를 때, 아니면 둔기를 사용 할 때 모두 적용이 될 수 있다.
그게 아주 상식적인 거라 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자각하지 못한 다.
평소에 해오던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이 현성은 그런 것을 넘어서 게임 캐릭터기에 가능한 최대한 활 용하는 움직임을 사용했었다. 영상으로 본다면 그냥 모르고 지나 칠 부분이었으나 이들은 모두 그걸 숙지하고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것 만 보더라도 이들이 얼마나 자신을 따르는지 알 수 있었으나 한편으로 무서웠다.
‘내 하향 버전이라 해도 그게 40명 이 합을 맞춰서 들어온다면?’
만일 자신에게 저런 식으로 온다면 이기긴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좀 고전을 면치 못할 수도 있으리라.
거기다 저기 구경만 하는 아크와 노인이 포함되면?
‘재밌겠는데?’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거에 관한 영상을 찍는 것도 괜 찮을 거 같다.’
아수라와 아수라 길드원들과의 대 련 영상.
딱 봐도 잘 팔릴 거 같지 않은가.
거기다 다른 사람들에게 아수라 길 드원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릴 수 있지 않은가.
먼저 펜살니르의 영상을 올려도 되 지만, 그래서야 임팩트가 없다.
이젠 현성도 안다. 자신이 인터넷상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말이다.
그 어떤 게이머도 범접할 수 없는 컨트롤의 신.
아수라는 그런 존재다. 그런데 그 런 아수라와 대련을 하는데 꿀리지 않는 모습이다? 거기다 아수라가 최 선을 다한다면 어떻겠는가.
‘대박 영상 되는 거지.’
아직 잘은 몰라도 저들 중 그걸 거절할 이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
그가 흡족한 미소를 지을 때 펜살 니르가 추락했다.
쿠궁.
그러나 아직 놈이 죽기는 이른 모 양.
“캬하아아아아악!”
이미 2페이즈로 넘어간 상태다.
3페이즈로 넘어가려는 모양.
그걸 용인하지 않을 것인지 근거리 직업들이 모두 뒤로 빠지는 그 순간 일제히 폭격이 들어갔다.
콰가가가가가강!
퍼버버버버버벙!
강력한 일격.
그동안 남겨온 MP를 모두 사용한 다.
그러고도 살아 있다면 원거리 딜러 들은 휴식을 취하고 근거리 딜러들 이 나서면 되는 문제.
하지만 안타깝게도 펜살니르의 몸 은 잿빛으로 물들어갔다.
‘완벽하다.’
완벽한 레이드.
솔로로서 가장 완벽하다 할 수 있 는 유저는 현성이다.
그리고 말 그대로 사람들이 모여 레이드를 하는 것에 가장 완벽하다 할 수 있는 플레이. 그것이 아수라 길드였다.
“마음에 드신 모양이십니다.”
옆에서 묻는 아크의 말에 현성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 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자, 그럼 같이 대련을 해볼까요?”
펜살니르를 잡은 영상은 이미 찍었 다.
이제 찍을 것은 현성과 저 40인과 싸우는 영상.
그리고 그 영상에는…….
“두 분도 오시지요.”
전투광 아수라의 재림이었다.
재환은 처음 현성이 전화를 걸어 한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누구라도 그럴 거다.
전화를 걸자마자 말했으니.
그것도 얼마 전까지 심각하게 고민 하던 사항을 쉽게 끝냈다면 더욱이.
-뭐? 길드?
“응, 길드 가입했다.”
-다른 곳에?
아으 ”
"o'-
-네가 안 만들고?
납득이 안되는 상황이다.
남의 밑에 있는 것이 싫어서 만든 다더니 남의 길드에 들어가다니.
근데 이해가 안 되는 말은 그 뒤 였다.
“근데 내가 길드장이다. 큭큭.”
-이건 또 뭔 신박한 개소리냐? 치 와와 소리 같으니까 똑바로 말해봐
“으흠, 그 프로게이머 아크 알지?”
그 뒤로 설명은 쉬웠다.
정말 이해하기 쉽게.
아크가 먼저 연락해서 길드를 바치 고 싶다 해서 가서 확인하니 함정은 아니고 자신의 팬이었고, 모두가 실 력도 상당히 뛰어나다.
거기다 몬스터를 몰이도 기꺼이 하 겠다는 것까지 설명하자 재환이 딱 한 마디 했다.
-……후우, 아까보다 더 이해하기 가 힘든데?
아까보다 더 이해하기 힘들어졌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이해가 하나도 되지 않았 다.
단순히 팬이라고 해서 할 짓은 아 니다.
하물며 영상까지 그냥 올려도 된다 고 한다.
-……그래서 이 영상을 보냈다는 거잖아?
“어, 보고 있어?”
-잠시만.
“응, 보고 연락 줘라.”
-오케이. 알겠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현성은 피식 웃으며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아마 이따 영상에 한창 빠져서 본 후에 현성에게 흥분해서 연락할 게 뻔하다.
현성, 그가 보더라도 영상은 상당 히 멋있었으니.
거기다 펜살니르를 잡은 영상보다 는 자신과 대련하는 것이 더 만족스 러웠지만.
결과는 뻔했다.
‘생각보다 더 강하긴 했어.’ 여러 명을 상대하는 게 아닌 하나 의 거대한 거인을 상대하는 거 같았 다.
특히나 뒤에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듯 흐름을 읽는 노인이 상당히 거 슬렸다. 세바스라고 불린 노인.
거기에 가끔씩 허를 찌르는 아크의 존재까지.
레벨도 올랐고, 거기에 전설 등급 직업을 얻은 아크의 힘은 무시할 바 가 못 되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서아나 레이먼 과 비슷한 느낌.
물론 그 둘이 더 강하긴 했으나 레벨이 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컨 트롤은 거의 대등하다고 봐도 무방 할 거 같았다.
그 둘만 상대해도 꽤 재밌었겠지 만, 다른 40인의 길드원들도 있어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이었지.’
컨셉을 풀고 모든 스킬을 한 번에 사용한 건…….
따로따로 쓰는 것이 아닌 모든 것 을 한 번에 싸웠다.
그동안 모두에게 부여하던 핸디캡 을 해제한 것.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이길 수는 있었을 터.
하지만 장기전이 이어졌을 거다. 그래서 현성이 전력을 다해 그들을 쓰러트렸다. 이것이 그들이 택한 길 드장의 힘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진짜 최고의 영상이었어.’
쌍검을 사용하기도 하고, 한쪽엔 활 한쪽엔 창.
화살 대신 창을 걸고 쏘기도 하고, 때로는 창으로 공격하고 거리를 좁 히면 도끼를 소환해 공격하기도 했 다.
거기에 시시때때로 나오는 투신의 권능.
그 모든 것을 사용하자 속수무책으 로 그들이 당했고, 현성의 승리를 이뤘다.
‘나중에 진짜 이걸 사용할 적이 나 오면 재밌겠어.’
지금 느낀 바로는 타나노스의 꿈속 에서 싸웠던 천둥의 군주와 교황 사 룡, 그리고 암흑기사 모두가 덤빈다 하더라도 이겼으리라.
‘가끔씩 쓰면 재밌겠다. 구독자들 반응도 대박이겠지.’
현성, 그가 보기에도 죽여주는 플 레이 였으니까.
말 그대로 무신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TV를 틀었을 때.
취이이이익.
캡슐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투덜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진짜 너무 피곤하다. 블랙 연합 길드는 왜 이렇게 많은 거야.”
“현이 나왔니?”
“아, 오빠 나와 있었네.”
반가워하는 기색보다는 피곤한 기 색이 심한 현아를 보며 피식 웃었 다.
확실히 피곤할 만하다.
아직도 블랙 길드의 수장인 화린은 잡지도 못하고, 그 간부들만 털었다 고 한다.
그 외에는 진척이 크긴 하나 화린 을 잡지 못한 게 너무 컸다.
“하아, 그년은!”
“어허, 이쁜 말 써야지.”
현성의 말에 움찔거리며 말을 정정 했다.
“진짜 나쁜 여자라니까. 부하들 다 버리고 도망치다니. 뭐 제일 중요한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긴 한데 그래 도 버리는 건 아니지.”
“진척은 있어?”
“그건 당연하지, 이미 길드 순위는 내려간 지 오래고 사람들도 대거 이 탈하고 있어. 너도나도 친일파 딱지 붙기 싫으니까. 근데 한 번 소문 돌 면 다른 길드에서도 안 받아주니까 최대한 빠르게 손절하는 게 답이 지.”
확실히.
현아의 말에 맞다.
“뭐 그래도 다행이네. 미국은 빠르 게 돌아갔고?” “그렇지. 찾기 힘들다더라. 남은 미 국 서버 유저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될 거 같아.”
하기야 유리아에게 그렇게 당했는 데 현성이라도 더 중앙 대륙에 있고 싶지 않을 거다.
문제는
“한 번 실패로 포기할 놈들이 아닌 게 문제지. 반대로 우리는 계속 침 공을 기다려야 하는 거니까.”
현아의 말에 현성도 고개를 끄덕였 다.
언제나 방어하는 측이 불리할 수밖 에 없다.
공격은 언제나 기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니까.
“나는 들어가서 좀 잘게.”
“ 밥은?”
“일어나서 먹을게요!”
씩씩하게 대답하며 방으로 들어간 현아를 보며 현성은 피식 웃으며 천 공의 사도를 떠올렸다.
‘분명 온다.’
다음엔 어떻게 올까.
그게 궁금하다.
하지만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전부는 모르더라도 천공의 사도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 으니까.
‘타나노스의 힘을 봉인하는 그 장 치를 만들었으니까 온 거니까 다음 에 싸울 때는 타나노스의 모든 스킬 을 봉인 당한다고 생각하고 연습 좀 해야겠어.’
상대의 비장의 무기를 적어도 하나 는 알고 있지 않은가.
거기다 라이와 타나로 인해서 얻은 것이 하나 있었다.
‘지금 나를 제외하고 신 등급 직 업, 그러니까 사도 플레이어는 총 3 명. 그리고 그중 나에게 적개심을
품은 건 2명이라.’
투신의 권능도 빼앗아 가긴 했으나 츠요이와 다르게 별다른 행동이 없 었다.
악감정을 품었는지 아닌진 몰라도 지금 투신은 자신의 사도를 빠르게 강하게 만들게 하기 위해 갖은 노력 을 하고 있는 중이다.
라이에 의하면 사도가 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고 한다.
‘자 그러면 조금 더 쉬었다가 우리 타나가 만든 던전에 가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