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57화
광명이 잦아든다.
밝기가 약해진 빛은 더는 장애물따 위 되지 못했다.
거기에 적응까지 했다면, 말 다한 거다.
〈죽인다! 죽일 거다!〉
역린.
용의 턱 아래에 난 거꾸로 난 비 늘.
흔히 치명적인 약점이나 트라우마 를 이르는 말.
저 타천사에겐 날개가 역린이었나 보다.
분노하며 주변에 빛을 흩뿌리는 타 천사. 현성은 놈을 보며 씨익 웃었 다.
‘저렇게 이성을 잃은 상대는 재미 없는데.’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 입가는 기다 란 호선을 그린다.
누가 봐도 통쾌한 표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현성은 그저 아쉽다는 식 으로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지. 시시하게 끝낼 수 밖에.’
놈의 신경?
당연히 뒤로 가 있다.
날개를 하나씩 잃을수록 점점 약해 지는 게 느껴진다. 어떻게 신경이 안 가겠나.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성은 그걸 노릴 줄 아는 맹수 중 의 맹수다.
‘앞을 노린다.’
끊임없이 뒤를 돌며 사방을 경계하 는 타천사.
그리고 날개에 신경이 간 놈의 앞 에 나타났다.
뒤에만 신경 쓰던 놈■의 앞.
다시 습관처럼 뒤를 돌아보려다 앞 에 있는 현성을 발견하고 움직이려 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보고 반응해도 속도가 비슷할까 말 까인데, 다른 생각에 빠져 대처가 늦었다.
콰강!
도끼의 옆면으로 놈의 머리를 강하 게 후려쳤다.
시전 되던 섬광들이 일제히 취소가 되고 이어지는 후속타.
이번에는 아까와 다르게 온몸을 이 용한다.
앞 다리를 축으로 온몸을 비틀며 회전시킨다.
그리고 휘둘러지는 도끼.
옆면 따위가 아니다. 시퍼렇게 빛 나는 흉흉한 도끼의 날. 그것이 놈 의 모가지에 꽂혔다.
까강!
경쾌하지만 강렬한 소리.
강력한 철을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 였으나 타격이 크다.
‘반동이 큰데?’
공격을 한 현성의 손에 느껴지는 반발력.
이만한 반발력이라면 놈은 어떤 충 격을 받았을까.
저 멀리 튕겨져 나간 놈을 보며 씨익 웃은 현성은 흙먼지가 아직 거 치지도 않은 곳으로 달려든다.
그가 홁먼지를 뚫고 들어간 순간. 도끼에 빛이 나며 형상이 바뀌기 시 작했다.
무기를 소환하고 해제한 것.
바뀐 무기는 기다랬다.
푸욱!
〈커 헉.〉
방어를 무시하는 그 창이 놈의 심 장을 관통했다.
그리고 놈을 관통한 것은 한 자루 의 창이 아니었다.
“가시창.”
동시에 사용하는 가시창.
환영투창에 부가적인 스킬로 소환 한 환영으로 만든 창들을 소멸시키 고 그만큼 데미지를 주는 일격.
거기에 놈은 잿빛 피를 토해내며 두 눈동자가 떨렸다.
망설일 법도 한 상황.
현성은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신이 난 듯 다시 창을 회수하고 도끼로 바꿔 놈의 날갯죽지의 날개를 하나 찢어발긴다.
〈크아아아아악!〉
또 한 장의 날개가 떨어진다.
여섯 장의 날개 중 벌써 두 장을 잃었다.
광명은 다시 한풀 꺾여 잦아든다.
그와 동시에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이성을 완전히 잃은 괴성.
지성이 있는 몬스터의 울부짖음이 라 생각이 들지 않았다.
거기다
[타나노스의 타천사가 각성합니다.]
2페이즈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별로다.’
오히려 처음 등장했을 때가 더 강 렬했다.
아까에 비해 속도가 더 늘기는 했 지만, 위력은 확연히 떨어졌다.
섬광의 크기는 커졌으나 위력은 처 음 등장했을 때만 못하다.
다시 말해 1페이즈 초반보다 못한 2페이즈라는 이야기.
이걸 현성이 깨지 못할 리가.
“경험치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씨익.
현성은 차려진 밥상에 대한 예의를 다했다.
이제는 빛을 잃은 성.
한땐 찬란했을 법했으나 지금은 그 색을 잃었다.
저주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초라 한 지금의 상황을 가리키는 걸까.
그것은 알 수 없었으나 확실한 것 이 하나 있었다.
〈우리…… 는 드디…… 어, 완전해 진다.〉
-제길, 완전해지긴 개뿔. 나는 본 체를 찾지 못하는데 무슨 완전! 투덜거리듯 중얼거리는 사룡의 그 림자를 보며 썩어가는 죽음의 황제 는 고개를 저었다.
사룡의 그림자 또한 그 의미를 모 르는 바가 아니다.
곧 암흑기사 퀸살노르가 재료를 구 해온다면 곧 완성이다.
완성이 된다면 썩어가는 죽음의 황 제 또한 원래의 힘을 찾게 된다.
원래도 온건한 퀸살노르이다. 거기 에 썩어가는 죽음의 황제 또한 원래 의 힘을 찾는다면? 사룡의 본체를 찾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 다.
〈완전…… 해진다면…… 그대의 육…… 신 먼저 찾…… 겠노라고 약 조하…… 마.〉
-당연하지.
낮게 으르렁거리며 대답하는 사룡 의 그림자.
그때 그곳으로 다가오는 한 존재.
〈돌아왔다.〉
그 말에 황제와 사룡의 그림자가 고개를 돌린다.
암흑기사 퀸살노르. 그가 도착했다.
그것도 영광을 재현할 재료를 가지 고.
썩어가는 죽음, 아니, 과거 타나노 스에게 영광을 기꺼이 바쳤던 기사 와 사제와 신수.
그들이 다시 뭉쳤다.
〈이게 마지막인가?〉
퀸살노르의 말에 황제는 고개를 저 었다.
황제의 부정에 사룡의 그림자가 인 상을 찌푸렸으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초조해 봐야 좋을 것은 없었으니.
〈아직…… 재…… 료가 남아 있 다.〉
마지막으로 남은 재료.
〈내…… 가 제물…… 을 가…… 져오지.〉
제물.
중앙대륙 침공 때 거의 다 써버린 제물이다.
남아 있는 제물이라고는 전력으로 쓸 병사들뿐. 그러나 그들을 사용할 수 없다.
그들마저 사용해 버린다면 더 이상 그들에게 남은 병력은 존재하지 않 는다.
아무리 암흑기사 퀸살노르가 강력 하다 한들 한 손으로 물길은 막을 수 없는 법.
그렇다면 그 제물을 어디서 구한다 는 것일까.
〈눈감은 자들의 마을로 갈 심산이 군.〉
눈감은 자들의 마을.
타나노스에게 모든 것을 바친 사람 들.
하지만 타나노스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다.
아니, 그 종적을 알 수 없다고 하 는 게 옳은 말. 모든 신도들, 모든 악마, 모든 천사, 그리고 모든 수하 들을 버리고 사라진 타나노스를 향 해 자신들을 바친 이들.
그들이 있는 마을.
〈우……리만큼……타나……노스에 대한 신……앙심과 배……신감이 가 득한 이들이니.〉
좋은 먹잇감.
그것도 자신의 원래 힘을 찾을 수 있을 만큼 강렬한 신앙심과 배신감. 그것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유일하게 눈감은 자들의 마을뿐이다.
〈다……녀오겠다……■> 황제가 일어나려는 순간.
퀸살노르가 그것을 막아섰다.
〈내가 가지.〉 <……?>
-굳이? 네가 나설 필요가 전혀 없 어 보이는데.
사룡의 그림자마저 궁금한 듯 물었 다.
말 그대로 눈감은 자들의 마을은 위험할 것 없는 장소이다.
황제가 가더라도 썩 문제 될 것이 없는.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런 안일한 마음 때문에 네놈들 이 그동안 실패한 것이다.〉
<…….>
뼈를 때리는 말.
거기에 둘 다 침묵을 고수했다.
그런 둘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암흑기 사.
〈확인해 볼 것이 있다.〉
<……무……엇을?〉
〈눈감은 자들의 마을. 그곳은 잠의 사도. 그가 관리하던 마을이었지.〉
〈확실......히.〉
-그랬었지.
〈그가 과연 우리에게 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그 말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잠의 사도. 그들이 타나노스에게 배신당하기 전에도 믿을 수 없는 사 내였고, 종잡을 수 없는 사내였다.
그리고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사 도였다.
〈우리가 속아온 것일 수도 있다.〉
그동안 접촉했던 사도란 그가 유일 했으니까.
자신들이 속았을 확률이 있다.
또 이제와 퀸살노르, 그를 봉인 해 제한 것도 웃기지 않은가. 애당초 밀릴 것 같았다면 썩어가는 죽음에 게 가장 큰 전력이 될 수 있었던 퀸살노르를 해방했었던 것이 맞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무 슨 꿍꿍이가 있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이제와 그런 건 소용없겠지. 하지 만 우리가 그자에게 놀아나는 것만 큼은 용납할 수 없다.〉
〈동……감이다.〉
-맞는 소리지.
평생을 타나노스에게 이용당해 왔 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그것도 그 타나노스의 사도에게 놀아나고 싶겠 는가.
〈우리만의 힘을 키워야 한다. 그리 고 그게 잠의 사도, 놈이 다스렸던 마을인 눈감은 자들의 마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충분히 타당한 말.
거기다 그렇다면 그 변수를 견딜
수 있는 자.
암흑기사만 유일하다.
〈동의……한다.〉
-확실흐], 그런 거라면 퀸살노르 네 가 가는 게 맞겠군.
잠의 사도.
적어도 그들이 아는 그 어떤 사도 보다 강력한 존재였으니. 그리고 어 느 정도 신위에 오른 존재이기도 했 으니 말이다.
암흑기사 또한 당할 수 있으나 한 번 당했던 그였기에 도망칠 자신이 있었다.
이중 가장 강력한 것 또한 퀸살노 르, 그이기도 했고.
〈그럼 다녀오지.〉
말과 함께 사라진 퀸살노르.
그 후 사룡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놈은 믿을 수 있나?
<…….>
잠의 사도에게 오래 봉인되었던 퀸 살노르.
그 또한 믿을 수 없긴 마찬가지였 다.
예전과 달리 서로를 의심하는 셋. 씁쓸함 때문일까. 아니면 썩어가는 육체 때문일까. 한층 더 수심이 깊 어져 보이는 황제의 표정에는 여유 가 사라져 있었다.
〈‘하……루 빨리 완……전해져야 한다…….’>
2페이 즈?
간단했다. 너무 간단해서 양심까지 찔릴 정도.
그리고 3페이즈?
너무하다고 할 정도로 쉬웠다.
3페이즈에 돌입했을 때 놈이 다를 수 있는 섬광은 고작 1개.
그리고 놈에게 남아 있는 날개는 없었다.
〈심……판을……>
그러고 쓰러진 타천사.
죽어가는 직전에도 헛소리를 늘어 놓는 타천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허접하네.”
[타나노스의 타천사를 해치웠습니 다.]
[시련 스택이 20이 상승합니다.]
[누적 시련 스택 225.]
[던전을 나갈 때 얻었던 스택만큼 보상을 얻습니다.]
한 번에 20.
확실히 난이도를 생각한다면 이 정 도 스택은 당연하다.
‘어렵긴 했어.’
초반엔 생각보다 어려웠다.
날개를 자를 생각을 못 했다면 더 어려워졌을 터.
어쩌면 도망쳤어야 할지도 모른다.
‘뭐, 잡았으니 됐어.’
생각보다 아수라 모드에 적응되기 도 했다.
특히 도끼에 대한 이해도가 대폭 증가할 수 있었다.
‘마음에 들어.’
파괴력만큼은 그 어떤 무기보다 뛰 어나다.
그러면서도 절단력을 가진 무기.
힘만 잘 응용한다면 더 강력해질 수 있을 터.
‘일단 보스까지 잡자.’ 그렇게 보스까지 다시 달리려던 찰 나.
바닥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발견되 었다.
“어라?”
타천사가 죽고 난 뒤 다시 어둠이 깔렸는데 유일하게 빛을 내는 물건.
빛 마법을 사용하더라도 금세 사라 지는 곳이건만. 저렇게 빛이 유지되 다니.
도대체 무엇이기에 저렇게 빛이 나 는 것일까.
호기심에 그가 물건을 주워들자.
‘ 열쇠?’
[어떤 사도의 열쇠를 획득하셨습니 다.]
[눈감은 자들의 마을로 가면 열쇠 가 반응합니다.]
두 메시지.
그걸 본 현성은 미소를 지었다.
‘이거 뭔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