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58화
“ 아아.”
탄식 소리가 절로 나는 모니터.
현성의 화면을 담당하는 조민우 팀 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뒤이어 들리는 탄식 소리.
“하아.”
오랜만에 일이 여유로워진 민유라 팀장.
그녀 또한 한숨을 쉬었다.
“저 열쇠를 얻네요.”
“사실 시련에 들어와서는 이제 익 숙하잖아요.”
타나노스의 꿈속.
거기서 대판 해먹은 현성이다.
그러나 그걸 막을 수 있는 방법?
있을 리가 있겠는가. 거기다 있다 하더라도 막을 수 있겠는가.
자칫 잘못하다 고소라든가, 이 일 을 빌미로 이미지가 나빠진다면 회 사에 손해가 가게 된다. 그렇게 된 다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저걸 얻는다면……
“잠의 사도가 훔친, 그러니까 추후 퀘스트 보상들이 우수수 날아가는 거죠.”
퀘스트 보상.
사실 이렇게 덤덤하게 말해도 되는 문제는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한 사건.
비유하자면 이런 거다.
보상을 줘야 하는데 그 보상을 먼 저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보상이 사라지느냐? 그것도 아니다. 퀘스트 를 깼으니 적어도 그에 준하는 보상 을 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그런데 그에 준하는 보상이라는 것 이…….
“다른 신 등급이라는 거죠.”
“……어쩌죠?”
민유라조차 답이 안 나왔다.
아무리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다 는 것.
자그만 희망을 건다면.
“암흑기사 퀸살노르겠죠?”
“근데…… 퀸살노르가 이길 확률이 90%가 훨씬 넘기는 하지만…… 그 전에 템들을 모두 먹으면 현성 유저 가 죽어도 소용이 없긴 하죠.”
“그래도 죽는 게 어디에요.”
“하긴 그렇죠.”
다른 유저들의 항의?
상관없다.
이미 밸런스는 무너져 있으니.
그러나 암흑기사 퀸살노르에게 인 해 죽는다면?
적어도 기분이 통쾌하지 않겠는가.
“퀸살노르에게 모든 걸 겁시다.”
“물론이죠. 거기다 타나노스의 후 예이니 철천지원수 사이 아니겠어 요? 무조건 죽이겠죠.”
“그렇죠.”
퀸살노르.
타나노스의 꿈속에서 현성에게 당 하긴 했다.
하지만 현세에서는 다르다.
현성의 레벨 보정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퀸살노르는 현성이 절대 잡을 수 없는 몬스터였으니까.
아무리 현성이 강해도 압도적인 레 벨 차이는 잡을 수 없는 법이다.
“잘될 거예요.”
“지금 현성 유저라고 해도 퀸살노 르는 절대 못 죽이니까요.”
“그렇죠.”
조민우 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 는 민유라.
그런데 자꾸만 무언가 찝찝했다.
목욕하고 나왔는데 큰일의 신호가 온 것 같은 느낌과 같았다.
하지만 애써 무시하며 미소를 지었 다.
모두 잘될 것이라며. 게임에서 열쇠를 의미하는 바는 꽤 여러 가지다.
하나는 던전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의미하고.
또 다른 하나는
“보물창고!”
게임을 하는 이들 중 누가 이걸 마다하겠나.
금빛으로 은은히 빛나는 열쇠.
밖에서 본다면 그냥 그런 열쇠라 생각했을 거다.
은은히 빛나지만 않았더라면.
‘모든 빛을 흡수하는 이곳에서 빛 이 난다니.’
거기다.
어떤 사도의 열쇠란다.
누가 봐도 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 는가.
‘잠의 사도.’
타나노스의 시련 안에서 발견한 열 쇠이 다.
하물며 타나노스의 타천사가 가지 고 있던 열쇠.
그 열쇠가 어떤 사도의 열쇠라면? 누구의 것이겠는가.
뭐, 그렇다고 해서 잠의 사도 거라 고 할 순 없다.
다만 이곳은 눈감은 자들의 마을.
죽음과 꿈, 둘 다 눈을 감아야 한 다고 할 수 있으나 잠과 연관이 깊 다.
‘아닐 수도 있지만, 잠의 사도일 확률이 높지.’
이런 어두컴컴한 곳에 찬란했던 꿈 의 사도 엘리시움과는 어울리지 않 고, 죽음의 사도 아케론은 명계에 있다.
현세에 존재하는 사도는 오로지 잠 의 사도.
그일 확률이 높다.
개인적으로 잠의 사도였음 한다.
‘뭔가 단서를 얻을지도 모르지.’ 현재로써 가장 의심스러운 존재.
흑막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사 도 아니던가.
더군다나 타나노스의 꿈속에서 그 런 것도 이미 봤으니.
의심스러울 수밖에.
하물며 천공의 사도와 접촉한 것부 터 그렇다.
문제는 왜라는 것. 타나노스와 연관된 이들은 하나같 이 또라이들이다. 타나노스의 꿈속 에서 잠의 사도가 그런 걸 보고 나 서도 최종보스인가 생각이 들었어도 확신할 수 없는 이유.
‘잠의 사도라면 그냥 나를 더 강하 게 해주려고 하는 걸 수도 있어.’
후예를 위한 시련.
잠의 사도가 그런 걸 원할 수도 있지 않은가.
아직까진 최종 흑막이라 보긴 이르 다.
다만 메인 시나리오나 직업 퀘스트 들을 봤을 때 잠의 사도와 연관되었 을 가능성이 높긴 했으니 끝까지 방 심을 놓아선 안 된다.
‘그래서, 무슨 보물이 있을까나?’
벌써부터 기대되는 마음으로 마을 에 도착했다.
길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정말 거짓말 안 하고 이 시련의 던전은 길은 하나뿐이었으니.
그가 돌아오자 처음으로 만난 사내 가 반겨주었다.
“오오 돌아왔군! 일은 다 끝낸 것 인가?”
“아닙니다. 아직 일을 다 끝내지 못했습니다. 잠시 쉬려고요.”
“아아, 휴식은 중요하지. 암! 그렇 고말고! 편히 쉬다 가시게!”
감사하다 하며 몸을 돌리려는 그 때.
현성은 인벤토리에 넣은 열쇠를 떠 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도가 이 마을에 왔었다면 이 사 람들도 뭔가 알지 않을까?’
눈을 잃은 자들이긴 하나 소리조차 못 듣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사도에 대해 무언가 알 수 있을지도…….
“저……
“뭐 물어볼 게 있는가?”
의아하다는 듯 묻는 사내.
현성은 잠시 고민하다 그를 향해 질문을 건넸다.
“혹, 이곳에 사도가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까?”
여기서 사도를 의미하는 말은 꽤 포괄적이다.
타나노스를 모시는 자들이니 당연 히 타나노스의 사도를 묻는 것.
그러나 타나노스의 사도는 여러 명.
이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지. 아 니면 마찬가지로 사도는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일지.
“허어, 사도님 말인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오시곤 하셨 지.”
“몇 달 전까지만 해도요?”
“그렇다네. 다만, 마을에선 항상 볼 수 없었네. 어디에서 계신지 보여야 알지. 껄껄껄!”
“아아, 예. 그렇군요.”
앞이 보이지 않는 걸 이렇게 개그 로 승화하다니.
아무튼 이걸로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었다.
잠의 사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그러니까, 신기들이나, 신물들을 훔쳐 여기 있었다는 건가?’
그렇다는 건!
‘여기 신물들이 있다는 건가?!’
어쩌면 스킬북들도 있을지도 모른 다.
만일 그렇다면 얻어도 되는 것일 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리 고만할 문제도 아니었고.
‘뭐 어때.’
이제 와 그런 걸 신경 쓴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물론 저번에 엘리시움으로 인해 디 아나를 얻었었을 땐 DP상점을 열 수 있는 타나노스의 꿈이 하향되긴 했다.
하지만 이건 정당하게 플레이해서 얻은 것.
하향을 한다면 무얼 하향하겠나.
거기다
‘거의 무한한 자유도를 추구한다고 했는데 설마 제약을 주겠어?’
말대로다.
이미 홍보로 그렇게 써놨는데 이제 와서?
그럴 리가 있겠는가.
있다 하더라도 현성은 세계적인 유 튜버다.
벌써 그의 구독자 수만 하더라도 무려 1,000만을 넘은 수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는 아니 더라도 세계 1위의 성장률을 보여주 고 있다.
고소가 안 된다면 유튜버에 문제 제기를 하면 되는 문제 아니겠는가.
더 이상 현성도 가만히 당할 위치 는 아니었다.
‘좋았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쇠를 꺼냈 다.
은은하게 빛이 나는 열쇠.
하지만 그걸 알아보는 이는 없었 다.
이 마을에 있는 이들은 모두 눈이 퀭하게 파여 있었으니.
‘O 흐’
----rn ?
마을을 샅샅이 뒤지고 있음에도 열 쇠는 반응하지 않는다.
무언가 잘못된 것일까?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었다.
‘뭐지?’
언제까지 시간을 낭비하기도 그렇 다.
그렇다고 그냥 두기엔 열쇠를 사용 할 장소에 뭐가 있을지 너무 궁금했 다.
‘아직 발견 못 한 곳이 있나?’
마을에 가면 반응할 거라 했다.
메시지에서 그랬으니 확실히 반응 한다는 얘기.
설마 메시지에서 그랬는데 발동을 안 할 리도 없다.
고장은 더더욱 아닐 터.
‘마을에 가면 반응할 거라 했는 데……
마을에 들어와도 반응이 없고, 마 을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반응이 없 다.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답답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니.
열쇠의 희미한 불빛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장벽.
그것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부터 저기 있었지?’
생각해 보면 현성은 이곳을 그저 마력탐지를 통해 살폈었다.
사람들의 마력으로 주변을 둘러보 았었다.
그러나 열쇠가 생긴 뒤엔 희미하긴 하지만 열쇠의 빛에 의지해 돌아다 녔다.
시력으로 보이는 게 조금이라도 있 었으니까.
때문에 보지 못했던 거다.
은은하게 빛나는 저 장벽을.
‘저게 원래 저렇게 희미하게 빛이 났던가?’
장벽이 조금 빛나고 있었다.
그것도 그리 밝진 않고, 야광보다 더 은은하게.
‘열쇠가 아니라 다른 게 반응하는 거였다니.’
열쇠의 희미한 빛에 의지하고 있다 보니 눈치채지 못한 게 민망했다.
“커흠.”
헛기침을 하며 슬며시 장벽으로 향 했다.
그리고 보이는 검은 열쇠 구멍.
드디어 찾았다는 기쁨보단 자책이 먼저 들었다.
‘괜히 민망하네.’
혼자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더 민망했다.
‘저 사람들이 못 보는 게 다행이 야.’
그나마 위안이라 해야 할까.
NPC라고는 해도 사람은 사람.
아무리 그래도 민망할 뻔했지만, 다들 앞을 볼 수 없는 게 다행이었 다.
‘크흠. 그럼.’ 유일하게 빛이 나지 않는 검은 열 쇠 구멍에 열쇠를 꽂아 넣자.
반응이 일어났다.
위우우우웅.
다소 요란하게 빛을 내는 장벽.
이걸 만든 게 잠의 사도라는 것을 깨닫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러니까 이곳 사람들이 앞이 보이 지 않는 걸 노리고 이곳에 만든 거 다.
자신의 아지트를 들키지 않으려고.
추후 현성이 찾아와도 찾지 못할 거 아닌가.
마을 사람들이 잠의 사도가 왔다는 것만 알고 어디에 묵었다는 걸 모르 고 있으니까.
‘진짜 고약하네.’
우선 그 생각을 뒤로한 채 안으로 들어서자.
“와.”
절로 감탄이 나왔다.
밖과는 달리 휘황찬란하게 빛이 나 는 방.
거기다 방에 있는 물건들 덕에 꽉 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쳤다.’
감탄이 절로 드는 방.
침이 꿀꺽 넘어갔다.
여기에 있는 것들을 모두 챙긴다 면?
그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히든 장소 잠의 아지트에 진입하 셨습니다.]
이걸로 충분해졌다.
놈에게 엿을 먹일 아주 좋은 기회
그러나 그 뒤에 떠오른 메시지.
[타나노스의 기면증 스킬이 발동됩 니다.]
[강제로 수면 상태에 빠지게 됩니 다.]
[강제로그아웃 때까지 캡슐이 망가 져도 캐릭터는 게임에 남아 있으니 접속을 해제해도 됩니다.]
[타나노스의 알람시계를 설정하실 수 있습니다.] [설정하시겠습니까?] 정말 오랜만에 보는 메시지였다.
그 메시지를 보며 현성은 딱 한 마디를 했다.
“ 젠장.”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