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59화
기사.
기사란 응당 주군을 지키는 방패이 자 검이어야 한다.
방패로 주군을 지키며 검으로 적들 을 베어낸다.
그것이 기사이며 가장 충직한 도구 가 된다.
설사 그게 잘못된 길이라도.
퀸살노르도 그랬다.
그랬었다.
<…….>
눈감은 자들의 마을.
예전에는 자주 갔던 곳이다.
저곳의 주민들과 이야기하고, 타나 노스에게 자신을 바친 것을 후회하 거나 바쳐진 것에 대한 원망을 듣기 도 했다.
가끔이었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며 타나노스를 옹호했다.
그렇게 돌린 제물들이 상당했었다.
다만 지금은.
〈추악하군.〉
모두 과거의 산물일 뿐이다.
그토록 지키려 했다.
어떻게든 믿으려 했다.
자신들을 버린 것이 아니노라고.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끝내 타나노스는 답이 없었 다.
응답하지 않은 넘어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숨겼다.
퀸살노르는 그만한 신이 죽었거나 소멸했다 생각하지 않았다. 한때지 만 믿었던 신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를 직접 느끼고 겪었기에 알 수 있었다.
모든 신을 합쳐도 타나노스를 이길 수 없노라고. 확신했었으니까.
〈결코 용서할 수 없다.〉
타락했다.
너무나도 지쳤기에.
배신당한 게 아닌 배신하는 게 나 았으니까.
그래야 조금은 덜 괴로웠으니.
어둠만이 도래한 그 추악한 땅에 그가 발을 들였다.
앞이 보이지 않으나 괜찮다.
그는 암흑기사니까.
위이잉.
번들거리는 묵빛 안광.
그러나 그 안광도 이내 잦아든다.
모든 빛을 흡수하는 곳이었기에.
하나 보이지 않는 건 아니다. 여전 히 대낮보다 훤히 보인다.
갑옷의 이음새가 달그락거리며 주 변을 울렸다.
처억, 처억.
그러나 몰려오는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으흠.〉
의아하다.
지금쯤이라면 악마가 한두 마리라 도 나왔어야 한다.
그런데 한 마리도 나오지 않는다.
쉬고 있나?
그럴 리가.
〈침입자?〉
이 동굴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자 가 있다고?
그럴 리가 없다.
암흑기사, 그 역시 빛 한 점 들지 않는 통곡의 숲을 지나 무광의 골짜 기를 넘어 간신히 들어온 곳이다.
특히 무광의 골짜기 자체가 구불구 불 미로처럼 되어 있기에 암흑기사 와 같이 암시의 능력이 있다 한들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런데 침입자?
〈불가능하다.〉
그의 말마따나 침입자는 불가능하 다.
애당초 침입자가 올 수 없는 곳이 니.
그렇다는 것은 가능성은 단 하나 다.
〈후예!〉
번뜩!
순간이었으나 안광이 폭사되어 주 변을 밝혔다.
그만큼 강렬한 힘.
쿠그그그.
단순히 눈을 크게 뜬 것만으로 내 부가 울릴 정도이니.
그가 얼마나 강한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더더군다나 분노의 힘까지 섞여 있 다.
타나노스에게 당한 일들. 울분과 원망이 섞인 힘.
〈잘되었군.〉
그러나 그 격렬한 반응은 일순간 벼
길진 않았다.
오히려 가슴에선 더욱 깊게 끓어올 랐고, 머리에선 한없이 차가워졌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부 족함이 없다.
다시 말해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뜻.
퀸살노르, 그 또한 그랬다.
〈‘침착함을 잃어봐야 달라질 건 없 다.’〉
분노에 몸을 맡겨 놈을 찢어발기는 것도 좋을 거다.
아주 좋을 거다.
그러나 시원함은 없을 터.
놈을 그리 죽인다면 통쾌함보단 아 쉬움이 클 터다.
〈‘놈이 불사의 몸이라 해도 달라질 건 없다.’〉
죽일 때마다 지옥을 보여주면 된 다.
놈에겐 원망은 없다.
다만 타나노스의 후예. 그것 하나 만으로 복수의 대상으로 충분하다.
선대가 남긴 후환은 후대가 갚는 것이니.
적어도 퀸살노르, 그는 그리 생각 했다.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다.〉
이미 시련을 받고 있는 중일 터.
그러니 악마가 보이지 않는 것이겠 지.
혹여 이미 떠났다면 속이 쓰릴 테 니 먼저 보스 방으로 향한다.
〈좋군.〉
굳건히 닫혀 있는 방.
아직 놈은 이곳을 나가지 못했다.
하기야.
놈은 아직 여물지 않은 상태라 했 다.
사룡의 그림자 따위와도 팽팽하게 맞섰던 상대.
그따위 무력으론 이곳을 돌파하긴 힘들었을 터.
〈‘천천히 오는 모양이군.’〉
씨익.
잔혹한 미소가 그려지며 놈이 몸을 돌린다.
〈그분께 은총을.〉
〈죽음을 바쳐야 한다.〉
동시에 5마리가 덤벼든다.
빛처럼 쏘아지는 놈들의 신형.
그러나 그걸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퀸살노르는 평안히 걸음을 옮긴다.
무시하는 것일까.
아니다.
〈커 헉.〉
〈아아, 이, 이것은.〉
〈그분 곁으로 가는구나.〉
〈드디어!〉
쓰러지는 악마들.
단 일격.
한 번의 공격으로 한순간에 5마리 를 처치한 그가 뒤도 돌아보지 않았 다.
저런 잡졸들이야 그에겐 걸림돌 따 위 되지 않는다.
그의 의중엔 오직 하나.
타나노스의 후예, 현성뿐이었으니.
〈이곳에 없다면 천천히 찾을 뿐이 다.〉
어차피 길은 외길이다.
오면서 마을에 들릴까 싶었으나 그 러기엔 이미 보스 방까지 왔다.
길이 엇갈리면 안 되었으니.
지금 그의 생각엔 황제를 위한 제 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복수와 살육.
놈에게 지옥을 보이겠다는 생각뿐.
그것을 분노하면서 하는 것이 아닌 아주 냉정하게 한다는 것이 더욱 소 름 돋았다.
천천히 걸어가는 암흑기人E
그러면서 달려드는 악마들을 모두 일격에 쓰러뜨린다.
믿을 수 없는 강함.
가벼운 산책을 나가는 것 같은 발 걸음.
퀸살노르의 걸음이 이윽고 마을에 닿았다.
〈오랜만이군.〉
그 말에 마을 선두에 서 있던 사 내가 반응했다.
“누, 누구십니까……?”
눈이 멀었어도 알 수 있었다.
그의 강함을.
파장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항보단 두려움이 먼저 들 만큼 강대한 힘.
하나 그는 사내를 무시한 채 마을 내부로 들어갔다.
〈이곳에 있군.〉
틀림없다.
이렇게 진한 타나노스의 향기는 정 말 오랜만이었으니.
확신에 찬 걸음.
마을에 있는 자들이 모두 두려워하 며 자신들의 집으로 향했을 때.
퀸살노르, 그만이 향기가 향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향기가 진해지는 곳으로 향하자 그 곳엔 절벽이 그의 걸음을 멈추었다.
〈호오?〉
잠의 사도가 만든 결계.
특별한 열쇠가 없인 열기 힘든 문 이다.
열기 ‘힘든’ 문.
불가능이 아니다.
〈본인도 아니고 본인의 잔재로 나 를 막을 순 없다.〉
한마디면 충분했다.
문을 베어내는 덴. 아니, 절벽 전체에 거대한 검상이 생겨났고, 그 틈으로 문이 베여 그 기능을 잃고 말았다.
더 이상 문이라고 할 수 없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섰다.
그리고 나타난 방 하나.
통로 다음 바로 방이라니.
잠의 사도다운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둥실거리는 구름 침대에 푹신해 보이는 베개를 베고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자고 있는 한 청년.
〈찾았…….>
말을 하던 중.
멈췄다.
압도적인 기세.
그조차 움찔거리게 만든 그 기세를 보고 놀랐다.
지금 덤빈다면 과연 승리할 수 있 을지가 의문일 정도. 그 모습을 보 곤 퀸살노르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이, 이것은?!〉
오랜만에 기면증.
짜증도 났으나 그럴 법했다.
요즘 들어 중요한 순간엔 잘 오지 않았으니.
오랜만이라고는 했으나 하루에 1번 은 거의 꾸준하게 나오긴 했다.
주로 로그아웃을 하려고 했을 때 기면증이 발동되어서 그 비중이 크 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중요한 순간에 기면증이 발동되어 좀 짜증 나긴 했다.
그래도 휴식은 중요하지 않은가.
‘기껏해야 2시간이기도 하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밖으로 나온 현성.
게임 시간으로 10시간.
현실 시간으론 고작 2시간밖에 하 지 않는 시간이다.
적당히 TV를 보다가 가볍게 운동 만 해도 지나가는 시간.
그러나 요즘 새로 생긴 취미가 있 었다.
“흐음. 역시 좋아.”
씨익.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취미?
그게 무엇일까.
컴퓨터 화면. 거기까진 이렇다 할 취미라고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화 면을 빽빽이 매운 댓글들.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아수라 진짜 통쾌하다.
Leo 일본인 새끼 농락하다 이기 는 게 너무 시원시원하다.
亡크, 이 맛에 아수라 구독하지!
Lo X u: ox
-근데 진짜 최고다.
-댓글 보임? 한글만 있는 게 아냐. 뭔 아랍어까지 있더라.
-아프리카 언어도 있는 듯;;
이젠 전 세계인의 붐이 되어버린 현성.
얼마 전까지만 봤어도 2,000만을 넘긴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3,000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스타라 봐도 무 방한 수준.
하기야 이러니 그런 금액이 찍히는 것 아니겠는가.
더더군다나.
-미국 서버도 탈탈 털렸다던데?
L엥? 언제?
匕몰러, 그냥 유리아한테 털렸대.
L아 그래서 안 알려진 듯. 유리아 짜응에게 당한 게 뭔 유명한 일이라 고.
1-그치. 그런 댓글들도 달려 재미있게 해주 었다.
다양한 영상들이 올라오고 다양한 댓글들이 올려온다.
그리고
-그크크크아수라가 뭔데 이렇게 빨아 주냐? 솔직히 난 이해가 안 된다. 기껏 해봐야 템빨, 직업빨 아 님? 내가 저 직업이었음 더 잘했지.
이상한 댓글도 있기 마련.
하지만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좋아요 버튼 옆에 달린 싫어 요 버튼만 꾸욱 누를 뿐.
그 이후론 관심도 갖지 않았다.
‘슬슬 시간 됐네?’
역시 댓글 읽기만큼 시간이 빨리 가는 건 또 없다.
조금 찌뿌둥한지 몸을 풀며 자리에 서 일어난다.
요즘 운동도 좀 쉬긴 했으니 몸이 삐그덕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쉰다 해도 아주 가볍게만 하고 있 었기에 이 정도이지 아예 쉬었다면 체력이 부쳤을지도 몰랐다.
‘오늘 게임 끝내고 난 뒤에 다녀와 야겠네.’
실전무술관은 닫을 시간이니 적당 히 헬스장이나 다녀와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접속하는 현성.
마침 딱 잘 맞춘 것인지 대기 메 시지는 사라진 상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구름침대에 서 자고 있던 모습이다.
‘그래도 푹신해서 좋긴 해.’
베개와 이불, 그리고 침대까지.
솔직히 말해 왜 신기인지 이해가 될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누워 있다 고개를 돌리자.
“??????응?”
<…….>
한 놈과 눈이 마주쳤다.
묵빛 안광을 한 암혹의 기사.
그리고 썩어가는 죽음의 최강의 전 력.
암흑기사 퀸살노르.
현성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눈■이 마주친 존재였다.
“워! 씨x 뭐야!”
얼마나 놀랐는지 욕이 절로 나온 현성.
그리고 바로 무기를 꺼내 들었다.
현성도 안다.
타나노스의 꿈속에서는 레벨 보정 이 있었기에 겨우 이겼다는 사실을.
이미 놈의 손에 놀아난 것은 아닌 가 싶었으나 어쩌겠는가. 싸울 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의 신념이니.
하지만 그런 반응에도 놈은 무릎 꿇은 채 움직이지 않는다.
“어라?”
그러고 보니 무릎을 꿇고 있다.
분명 적 아니었던가?
타나노스에서 본 사룡과 타나노스 교 전대 교황.
지금은 썩어가는 죽음의 황제와 타 락한 신수 사룡과 같이 타나노스에 게 반기를 드는 자 중 하나다.
근데 무릎을 꿇고 있다니.
무언가 이상하다.
<……죄송하나이다!〉
쿠웅!
강하게 머리를 땅에 박는 퀸살노 르.
이게 무슨 상황일까.
여전히 이해 안 되는 표정으로 그 를 보자 그가 입을 열었다.
〈이! 미천한 종이! 감히 주군의 뜻 을 헤아리지 못했나이다! 죽여주시 옵소서!〉
그 말을 들은 현성은 한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게 뭔 상황이야……
뭔진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개이득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