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60화
접속하니, 최종보스 중 하나가 엎 드려 절하고 있다.
뭔 상황인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지 않은가.
개이득이라는 것.
‘일단 들어보자.’
파악이 안 되었을 땐.
가만히 있는 게 최고다.
그래야 중간이라도 가니까.
〈이 무지몽매한 퀸살노르! 위대하 신 주인님의 뜻을 알아보지 못했나 이다. 전 오직 당신만의 검이고, 방 패였거늘. 검과 방패는 늘 생각을 해선 안 된다는 말을 잊고 살아왔나 이다. 부디 처벌을…….>
저 말로 알아낸 게 있다.
우선 놈은 현성을 신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
그것도 타나노스로 말이다.
후예이니 당연하다.
그런데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
썩어가는 죽음의 황제랑 사룡의 그 림자는 오히려 반감을 일으키지 않 았던가.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혹시?…”
차이점.
그거라고 집을 만한 것이 하나 있 었다.
신기?
아니다.
사룡의 그림자를 상대했을 때도.
썩어가는 죽음의 황제가 놈을 데려 갔을 때도.
신기는 가지고 있었다.
물론 베개와 이불은 꺼내지 않았지 만, 그 차이는 아닐 터.
남는 것은 하나뿐이다.
‘기면증 때문인가?’
정답이다.
타나노스의 기면증.
그것이 발동했을 때, 리베우스는 이런 말을 했다.
신의 진정한 모습을 뵈었다고.
물론 현성은 그 후 얼핏 듣긴 했 지만, 한 귀로 흘렸다.
리베우스 말을 귀담아들을 리가.
일단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최종 보스 중 하나가 이러고 있 다, 라.’
문제는 여기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나.
그게 문제다.
자칫 말을 잘못하게 되었다 죽는 거 아니겠나.
‘진짜 세 보이는데......
타나노스의 꿈속 때와는 다르다.
현성도 그걸 인지하고 있다.
꿈속에서는 몬스터들이 현성의 기 준으로 하향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지는…….
싸운다?
고개를 저었다.
하책이 다.
‘강한 몬스터랑 싸우는 건 좋긴 하 지만 의미 없는 전투를 할 이유는 없지. 거기다 나에게 깊은 호감을 가진 최종 보스랑 굳이?’
싸울 이유가 없다.
현성에게 지금 충성을 보이는 것과 다름없지 않나.
그런데 싸운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거기다 질 게 뻔한 싸움을 왜 하 는가.
상황이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데.
고민이 길어진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그때,
<……이 모든 것이 시험이었사옵 니까?〉
황당하다는 표정. 천만 다행히도 놈은 그걸 보지 못 했다.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데 어찌 보겠 는가.
근데 저게 무슨 소리일까.
뭔 시험을 말하는 걸까?
〈잠의 사도로 하여금 저희에게 유 혹을 내고 그걸 견딜 수 있을지를 보신 것이었군요. 한심한 저희는 그 것에 넘어가 타나노스 님이 저희를 버리신 줄 알았나이다. 이 또한 모 두 타나노스 님의 계획이거늘…….>
마지막 말에 분노가 느껴진다.
진심으로 화내고 있는 거다.
자신에게.
그걸 본 현성은 기가 질렸다는 듯 끔뻑끔뻑 놈을 봤다.
아니, 얼마나 충직하면 저런 생각 을 할 수 있을까.
기면증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후예라고는 절대 생각 안 하나보 네.’
후예이기에 신의 모습을 한다.
이 생각은 전혀 없는 듯하다.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볼 법도 한데 말이다.
후예로 나타난 것 또한 타나노스의 계획.
놈은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 다.
〈저에게 엄벌을!〉
이제 진짜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거 같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힌 다.
옛날 사극?
아니다.
뭔가 통할 거 같지 않다.
그렇다면.
“고개를 들어라.”
〈예.〉
감히 그럴 수 없다는 답답한 전개 는 없었다.
하기야 신이 명하는데 고개를 안 들 수가.
이걸로 확실해졌다.
퀸살노르, 저놈은 자신을 완벽히 타나노스로 보고 있노라고.
그렇다면.
‘기대에 응해줘야지.’
씨익.
장난기 가득한 미소.
그러곤 퀸살노르를 보며 말했다.
“나의 검이 되라. 나의 방패가 되 라. 그게 너의 엄벌이다.”
오그라든다.
이불 아래 있는 손발이 허옇게 질 릴 정도로.
그러나 연기이지 않은가.
표정은 완벽하게.
도도하고 장난기 가득하게.
현성이 생각한 타나노스는 그런 신 이니까.
그러자.
〈아아.〉
눈물을 흘린다.
어허, 이런 걸 원한 건 아니었긴 하지만.
뜻대로 된 듯하다.
놈은 감동했고, 거기에 수긍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찌 이리도 자비로우실까. 저는 이미 주군의 검이자 방패였나이다!〉
쿠웅!
그러니까 퀸살노르의 입장은 그거 였다.
이미 검이자 방패였다.
현성이 그걸 굳이 다시 언급했다.
즉, 너를 용서하겠다는 뜻과도 같 았다.
물론 현성도 그걸 알고 노린 것이 다.
오그라들긴 했지만.
‘와 닭살 봐……
오돌토돌하게 일어난 닭살들.
하지만 견딜 만했다. 최종 보스 중 하나가 자신의 수하 가 된 것 아니겠나.
그걸 생각하면 뭔들 못 견디겠는 가.
처억.
〈명령을.〉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기사의 모습.
현성은 그걸 보며 흡족하게 웃었 다.
검과 방패는 생각이 없어야 한다.
오롯이 주인의 뜻대로 움직여야 한 다.
퀸살노르가 했던 말이다.
그리고 이제 놈은 그렇게 움직이겠 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스템 또한 그걸 인정한 모양.
[퀸살노르가 복종의 선약을 외칩니 다.]
[당신의 휘하로 넘어갑니다.]
[당신의 곁에 있을 때 레벨 보정을 받습니다.]
마지막 메시지. 저게 좀 걸리긴 하나 당연하다.
지금 놈을 데리고 다니면 그야말로 치 트이니.
그러니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그러니까 내 곁에만 없으면 원래 대로라는 거네?’
시스템의 틈.
어찌 되었건 NPC의 일종 아닌가.
몬스터 또한 그렇다.
거기다 그냥 NPC나 몬스터도 아 닌 거의 최종 흑막 중 하나. 그런 존재가 쭉 레벨 보정을 받는 다?
말도 안 된다. 그러다 다른 이에게 사냥이라도 당한다면, 시나리오 전 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일. 그러니 막은 것일 터.
하지만 현성에겐 틈으로 보였다.
상당히 커다란 틈으로.
“평소처럼 지내라.”
<……아!〉
처음엔 의아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내 이해했다는 표정이다.
현성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나 보
〈그러려면 눈감은 자들의 마을 주 민들을 모두 제물로 가져가야 하는 데 괜찮겠나이까. 놈들은 그 제물을 이용하여 온전한 힘을 얻으려 합니 다.〉
지금 상황을 알려준다.
썩어가는 죽음이 뭘 하려는지.
그 말에 현성은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제물이라고는 해도 어차피 NPC다.
게임 속의 인물들.
큰 죄책감은 없었으나 하나 걸리는
것은.
‘없어도 퀘스트가 완료되려나?’
퀘스트 때문.
역시 인성은 그리 좋지 못했다.
하지만 당연한 생각이기도 하다.
나름 고민한 뒤 입을 열었다.
“선두에 있는 자들을 제외하고 절 반만 데려가도 온전한 힘을 얻나.”
〈아니옵니다. 어느 정도 회복은 되 겠지만, 온전하진 않을 터. 설사 온 전해진다 하더라도 주군의 검 앞에 선 무력하나이다.〉
사룡과 썩어가는 죽음의 황제가 온 전한 힘을 찾아도 자신보다 못하다.
그걸 돌려서 말하고 있다.
꽤 귀엽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명, 받들겠나이다.〉
그 말만 남기고 사라진다.
신들의 말은 라이가 다 잡아준다.
그러나 썩어가는 죽음은 그렇지 않 다.
다른 신들보다 더 위협적이기도 하 고.
하나 이젠 아니다.
퀸살노르만 있다면 문제없다.
‘좋다.’
생각보다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이거 메인 시나리오가 너무 쉬워 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씨익.
악동과도 같은 미소.
이젠 이 던전을 클리어할 차례다.
“아?…”
“이런??????
탄식 가득한 소리.
두 사람이 고개를 젓는다.
영상으로 본 내용이 참담해서.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어쩌죠?”
눈치를 보며 조민우 팀장이 묻는 다.
어쩌긴 어째.
“ 일해야죠.”
당연한 말을 당연하게 한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이젠 더 이상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손을 떠났다는 소리.
“원래 시나리오랑은 많이 다르죠?”
“그렇죠? 저 셋이 신이 되어서 신 들과 전쟁을 하고, 전 대륙이 그 전 쟁에 참여하는 식이였죠. 그런데 이 제 어떻게 될지……
“이제 현성 유저의 손안에서 놀겠 군요.”
말 그대로다.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현성의 컨트롤이라면.
메인 시나리오의 난이도는 더욱 쉬 워진다.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그건 확실하다.
적어도 현성에겐 너무나도 쉬울 것 이라는 건.
“이데아를 가동시켜서 분석할 수 있지 않나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안다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하나 민유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라고 안 해봤겠는가.
이미 해봤으나 안 됐다.
“이데아라고 해도 만능은 아니에 요. 여러 상황들이 나오는데 그중 확률이 높은 것도 안 될 수도 있으 니까. 이런 건 분석이 불가능하죠.”
“……그렇군요.”
메인 시나리오.
대부분의 게임에서 신경 쓰는 부 분.
이로 인해 유저들을 모으게 마련.
그러나 이데아는 아니었다.
메인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1년간 잘 되어왔으니까.
다만 차기작. 후속 게임이 문제다.
“다음 게임 개발은 잘 되어가고 있 다고 들었는데……
“그렇죠. 근데 이데아에서 말아먹 으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거죠.”
“아??????
메인 시나리오가 그리 중요하지 않 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 다.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이 참여하지 않는다 해도 영상을 안 보는 것은 아니니.
거기다 대부분의 메인 시나리오를 독점하다시피 아수라가 쥐고 있지 않은가.
조회수도 높고 인기도 많다.
관심이 집중이 되어 있는데 망하 면?
과연 차기작에 영향이 없을까.
‘길어야 1년이다.’
이제 1년을 진행한 게임이다.
아직 더 먼 미래를 봐야겠지만.
그것도 그리 길어 보이진 않는다.
민유라 팀장의 생각처럼 길어야 1 년.
길어야 1년이다.
이게 다.
“아수라 때문이죠.”
“하아.”
메인 시나리오.
남들이라면 거의 몇 개월 이상의 텀을 둬야 할 것을 순식간에 깨고 있다.
개발이야 다 되고 있지만, 이미지 가 중요하다.
이러다가는 망할 수도 있다.
“회사에서도 그래서 이미지 관리에 들어가고 있던 거 같은데.”
“그렇죠. 이런 상황이라면 메인 시 나리오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거니 까.”
“혹시 그건 분석해 봤습니까?”
“ 뭘요?”
“아수라, 그러니까 현성 유저가 모 든 메인 시나리오를 깰 때까지의 기 간요.”
말은 하지 않는다.
고개만 끄덕인다.
물론 있다.
하기야 조민우, 자신이라도 그럴 테니.
과연 얼마나 걸릴까?
그리고 그 뒤에 나올 말은 생각보 다 더 충격이었다.
“……6 개월이요.”
“허어, 6개월 만에?”
앞으로 6개월?
그 안에 끝나다니.
믿을 수가 없다.
그러나.
“아뇨.”
“ 예?”
“현성 유저가 플레이한 지 6개월이 된 시점에 메인 시나리오가 완료될 거라 분석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얼마나 플레이했 죠?”
“곧 4개월이 되어가죠.”
이데아의 분석대로라면 고작 2달.
물론 그런다고 게임이 망하는 건 아니다.
메인 시나리오가 없다면 패치를 하 면 그만.
그리고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시나리오를 다 깨면 패치가 있겠 네요.”
“그렇죠.”
새로운 메인 시나리오.
불가피하다.
차기작이 준비가 되었다곤 해도 홍 보는 아직이다.
거기다 세계만 만들어지면 뭐하나.
여러 준비할 것이 아직 한참인데.
거기다 캡슐의 호환도 중요하다.
“그러면……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겠네요.”
“……당분간 저는 여기 못 을 거 같네요. 잘 부탁드릴게요.”
“??????네.”
숙연해진 분위기.
그 속에서 민유라는 터덜거리며 걸 음을 옮겼다.
죽어가는 모습.
어쩌겠는가.
그 방도 말고는 답이 없거늘.
‘개발팀이 아니라 다행이다.’
조민우는 그저 자신이 개발팀이 아 님을 안도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