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77화
윌이 없어졌다.
처음부터 없었던 건가.
들어오지 못했나?
그게 아니라면 들어왔으나 다른 장 소로 이동된 것일까?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
‘ 망했다.’
그나마 윌이 포탈을 넘지 못한 것 이라면?
다행이다.
안전히 레테의 마을에서 있을 테 니.
들어왔는데 다른 곳으로 이동된 것 이라면?
진짜 큰일이다.
아직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지도 못한다.
보기에는 몬스터는 없다.
하지만 있다면?
그것도 강력한 몬스터라면?
가능성도 낮지 않다.
퀘스트 등급이 G등급이니.
‘돌아갈 수도 없다.’
포탈도 사라진 상태.
난감하다.
당혹스럽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없다.
‘후우.’
이곳에서 고민해 보]?야 달라질 게 없다.
일단,
‘움직여야겠지.’ 월이 이곳에 왔으리라 가정한다면 움직이는 게 맞다.
이곳에서 시간을 잡아먹어 봐야 달 라질 거라곤 윌이 죽는 것.
그것 말곤 없다.
차라리 왔다는 가정하에 움직이는 게 편하다.
즈
‘저 마을에 가봐야 한다는 거네.’
답은 정해져 있다.
아주 쉽게.
그걸 그저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무엇이 있든 간에. 답은 나올 테 니.
파팟!
땅을 구르며 빠르게 도약한다.
하늘을 날 듯 허공을 가르는 현성.
도시까지 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거리도 그리 멀진 않았으니.
다만,
‘아무도 없다?’
생명체.
아니,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움직이 는 존재가 없다.
마력감지에도, 시야에도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비어 있는 마을.
혹시 몰라 여러 집에 들어갔다 나 왔다.
아무도 없다.
직접 뛰어다니며 마을을 둘러봤음 에도.
아무것도 없다.
“뭐 하는 곳이지?”
어이가 없어서 나오는 말.
아무도 없고, 있는 것이라곤 집들 뿐.
이걸 마을이라 해야 할까?
뭔가 으스스했다.
‘나 혼자 있는 마을이라……
왜, 공포영화에서도 자주 나오지 않는가.
윌의 흔적이라도 있다면 모르겠는 데, 그것조차 없다.
‘못 들어온 걸까?’
투명망토를 하긴 했지만, 현성에겐 보이게 설정을 했다.
적어도 동료는 볼 수 있어야 하니.
그래서 투명망토를 썼다 한들 현성 도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않으니. 들판에서도 흔적이나 월이 있는 걸 보지 못했으니.
이곳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레테들은 투명망토를 감지할 수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니까.’
한시름은 놓았다.
적어도 문제 하나는 해결한 셈이 니.
아무도 없는 빈 마을.
예전에도 겪은 적이 있었다.
NPC라곤 아무도 존재하지 않고, 빈 마을.
“설마?” 혹시나 싶어 현성이 마을을 샅샅이 돌아봤다.
그리고 보이는 한 집.
“여기는……
초보자 마을.
튜토리얼을 깨기 전 초보자들이 거 쳐 가는 마을.
주로 동작을 움직여보라고 있는 마 을이 었다.
개인당 하나의 마을을 얻는 곳이지 않은가.
확신할 수 있는 이유?
간단하다.
현성은 이곳에서 1년이나 지냈다. 게임 시간이 아닌 현실 시간으로. 처음부터 익숙하다 했더니.
‘진짜 오랜만이긴 하다.’
현성이 회사를 다닐 시절.
자주 애용하던 마을.
원래라면 동작을 익히라고 만든 마 을을 잠을 자는 데 이용하지 않았 나.
거기다 여기서 1만 시간을 잔 덕 에 타나노스의 후예로 전직을 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현성에겐 추억이 있는 곳.
이곳에서 무얼 해야 하는 것일까.
‘옛날 생각이 나긴 하지만, 퀘스트 를 깨야 한다.’
오랜 시간 같이 보낸 곳.
하지만 현혹돼선 안 된다.
여기가 아직 초보자 마을이라 확신 할 수 없다.
같은 장소로 보이는 건 틀림이 없 다.
그건 확신했다.
다만, 이게 환영이 아니라는 보장 은 없다.
엘리시움의 들판과 초보자 마을이 동일 장소라는 증거도 없고.
‘초보자 마을이 엘리시움의 들판이 었나?’
생각이 깊어진다.
이곳이 진짜 초보자의 마을?
엘리시움의 들판이 초보자의 마을 인가?
그게 아니라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걸까?
‘뭐가 뭔지……
복잡하다.
여기서 뭘 깨야 하는 걸까?
레테들의 여왕은 그저 이곳을 탐사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곳에 무엇이 있는진 모른다 했 다.
보통 게임이라면, 이곳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다음 지역으로 넘어간다.
근데 이곳은 이미 엘리시움의 들판 이라는 장소.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으흠. 당장 떠오르는 거라곤 잠자 는 거 말고는 없는데.’
엘리시움.
그녀는 타나노스의 사도다.
잠을 자는 게 너무 좋은 신의 사 도.
사도 자체도 꿈의 사도이지 않은 가.
진짜 잠을 자야 무언가 생기는 것 일까?
“혹시 모르니까.”
현성은 일단 한적한 집으로 들어갔 다.
게임 플레이하기 전 많이 애용하던 집.
자주 바꾸긴 했으나, 이 집의 침대 만큼 좋은 집도 없었다.
정말 피곤할 때 자던 곳이었기에 제일 익숙했다.
‘진짜 오랜만이네.’
이곳이 가짜이든 아니든, 향수에 젖은 건 틀림없다.
정말 오랜만이었으니.
‘진짜 자볼까?’
방심해선 안 된다.
하지만,
‘언제 또 기회가 오겠어.’
이곳에서 잘 수 있는 기회가 말이
유혹에 이기지 못한 현성이 침대에 누웠다.
원래라면 달콤한 꿈을 사용해 잠에 드는 법도 있다.
아니, 오히려 그걸 발동해 상황을 지켜보는 게 안전하다.
그런데 진짜 잠을 자려 하다니.
이럴 때 엉뚱한 면이 나온다.
얼마나 그리우면 저러니 싶긴 하지 만, 아닌 건 아닌 거다.
‘아, 포근하다.’
구름침대보단 아니다.
그래도 그 느낌이라는 게 있지 않 은가.
호텔 침대가 좋다는 건 누구나 안 다.
근데 본인의 집에 있는 침대가 더 편하지 않은가.
딱 그런 느낌.
심리적인 편안함.
그게 있었다.
하기야 이곳에서 1년 넘게 생활했 다.
게임으로 치면 대략 5년. 물론 1년 내내 이곳에 있던 건 아 니지만,
기간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그리운 만큼 끌리는 게 있었다.
이윽고,
“드르르렁. 쿠후우우우우.”
편안하게 들려오는 코골이.
진짜 잠들고 말았다.
편안한 곳에서.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곳.
그곳에서 진짜 잠이 들다니.
태평하딜’까, 멍청하달까.
뭐라 할 수도 없는 그때.
<……편히 잠이 드셨군요.〉
아리따운 선율과도 같은 목소리.
목소리의 주인은 스르르 나타나 현 성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곤히 자는 현성의 캐릭터.
목소리의 주인은 슬며시 웃으며 입 을 열었다.
〈나의 신이시여. 부디 이 세계를, 저의 들판을 지켜주시옵소서.〉
꿈의 사도, 엘리시움.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신기루, 아니, 한여름 밤의 꿈처럼.
* * *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목격했을 때 흔히 사람은 멍하니 그걸 본다.
민유라가 딱 그랬다.
“저긴 또 어딘가요?”
그거야 조민우 팀장이 묻고 싶다.
저긴 또 어딜까?
얼핏 보기에 초보자 마을 같다.
“초보자 마을 아닐까요? 현성 유저 도 그렇다고 말하고 있는 거 같은 데.”
“아니요. 저는 엘리시움의 들판이 라는 곳도 만든 적 없고, 저기 초보 자 마을은 애당초 나가면 데이터가 소실되는 장소예요. 그런 데이터까 지 남겨둘 정도로 여유가 넘쳐나지 않아서, 자동으로 삭제되게 만드는 건데…… 어디인 건지.”
“으음, 그러면 환영 아닐까요?”
“환영이라……
지금으로써는 가장 가능성 있다.
소실된 데이터가 살아날 가능성보 다야.
문제는 그것보다 현성이 잠이 들고 나타난 엘리시움.
저 꿈의 사도가 문제다.
어떻게 나타난 거지?
민유라가 엘리시움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지자 조민우는 공감하진 못했 다.
봉인이 되었다 한들 사념의 일부는 나타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엘리시움이 나타나면 안 되는 건 가요?”
정말 궁금해서 물은 한마디.
개발팀은 민유라이지 조민우 팀장
이 아니다.
다시 말해 알고 있는 정보도 한정 되어있다는 뜻.
그러니 모를 수밖에.
민유라는 미안하다는 듯 조민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혼자 아는 걸 말해주지 않았 으니.
“엘리시움이라는 캐릭터는 죽었어 요.” “네‘?”
엘리시움이 죽었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엘리시움 자체는 살아 있는 NPC 가 아니에요. 그래서 사념만 존재하 고, 여러 물품들에 봉인이 되어 있 는 거죠. 잠의 사도가 괜히 신물들 을 가져다가 엘리시움을 그리워하는 게 아니죠.”
“그럼 예전에 현성 유저에게 엘리 시움의 사념이 본체로 흘러들어가 깨어나게 된다는 건 무슨 소리죠?”
“엘리시움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는 거죠. 사념만으로 강력한 힘이 있으 니까 죽었다고 생각하기 힘든 걸 수 도 있고요. 하지만 확실한 건 설정 상으로 죽어 있다는 거. 그리고 민유라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들 고 있던 단말기를 꺼내 보여주었다.
“여기 보이시죠?”
“예.”
“이곳에 나타난 건 검색창. 그리고 그 밑에는 그 NPC의 생존 여부를 알려주는 건데……
“붉은색이군요.”
“예.”
그리고 그 붉은 색이 의미하는바.
모를 수가 없었다.
죽었다고 이미 민유라가 말해주었 으니.
꿀꺽.
그렇다면…….
“방금 저 현성 유저 근처에 나타난 엘리시움은 뭐죠?”
“그니까, 저도 모르겠어요. 애당초 엘리시움의 들판이라는 곳도 만든 적이 없다니까요? 제가 만든 필드는 분명 명계와 신계까지 만들었는데 엘리시움의 들판이라는 게 도대체 왜 생긴 건지…… 거기다 토스히프 섬도 제가 모르는 지역이고요.”
이해할 수 없는 연속.
그리고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민유라는 자신들의 본부, 그 천장 에 달린 거대한 구를 보며 생각했 다.
‘이데아,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 야?’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너무나도 뛰어나 자신의 손을 떠난 자식 같은 존재.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안 그래도 요즘 말도 잘 안 해주 는 녀석이다.
‘사춘긴가?’
인공지능이 사춘기라니.
그럴 리가 없…… 나?
‘그래도 지능이 있고, 자아가 있으 니 올 수도 있나?’
진짜 그런 건가 고민을 하던 민유 라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저기가 어디고, 엘리시움이 왜 저 기 있냐는 거지.’
토스히프가 엘리시움?
그건 말이 안 된다.
사도들은 타나노스가 만든 존재들 이니까.
신과 같은 힘을 가졌다지만, 그들 은 신이 아니다.
창조신, 그리고 최강의 신인 타나 노스의 사도들일 뿐.
그리고 토스히프는…….
‘벌써 나올 수 있는 이름이 아닌데 말이지.’
타나노스.
그 존재는 만든 적이 없다.
하지만,
토스히프는 아니다.
‘최종 보스의 이름이 벌써 나올 리 가…… 원래라면 썩어가는 죽음, 그들이 죽고 나서 시공간이 비틀리고, 타나 노스에게 추방당한 토스히프가 나타 나는 전개가 되어야 한다.
근데 토스히프의 섬과 엘리시움의 들판이라는 자신이 만들지도 않은 섬이 나타나게 하다니.
토스히프에 관한 것이 이렇게 빨리 나와선 안 되었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앞으로 이곳에 있어야겠네요.”
“예?”
“지금 개발로 다음 에피소드에 나 을 거야 이미 다 만들었고, 할 것도 없으니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조금 심각하 다.
토스히프.
그 이름만 딴 섬이라면 그럴 수 있다.
근데 자신이 만들지도 않은 지역이 또 나왔다.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니 이곳에 서 봐야겠다는 것.
개발 쪽 일이야 다른 개발팀이 마 무리하면 그만이다.
꼭 민유라가 없어도 된다.
하지만 이 일은 아니다.
토스히프, 그걸 제작한 것이 민유 라니까.
근데 그 이름을 딴 섬이나, 엘리시 움의 들판은 아니지 않나.
뭐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이걸로 인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도.
그러니까 지켜봐야겠다.
차후를 위해서.
다만,
‘아 불편한데……
조민우 팀장만 불편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