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78화
“느아아하아아암.”
늘어지는 하품.
저건 진짜 잘 잤다는 증거.
확실히 개운해 보이는 표정이다.
뻐근한 목도 풀어주고.
팔과 어깨를 휘두르곤 주변을 둘러 본다.
여기가 어디지?
잠시 정신이 나간 모습.
그리고 기억이 돌아왔다.
“ 아.”
게임 속에서 자발적으로 자본게 얼 마만이 던가.
예전엔 DP를 얻기 위해서 가끔 자 긴 했다.
근데 이젠 그것도 없으니.
비싼 이용료 내고 잠을 자는 건 좀 미련하지 않나.
회사를 다니던 시절도 아닌데 말이 다.
그래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잘 잤네.” 오랜만에 개운하게 잘 잤다.
이제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야 할 때.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무렵,
[엘리시움의 들판이 꿈에서 깨어났 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웨이브가 밀려옵니 다.]
역시 잠을 자는게 답이었나 보다.
이곳에 윌이 없는게 확실하다. 그리고 위험한 곳에 있는 것도 아 니다.
윌이 죽었다면
[대륙오천 듀라셸에게 사과하라3.]
-등급: SS
-설명: 유리아와 함께 놀았던 당 신. 그로 인해 대륙오천 듀라셸이 상당한 피해를 봤다고 한다. 거대한 용암지대에서 있는 공방이 꽤 파괴 되었다. 그것으로 화가 난 듀라셸이 제국과의 거래를 끊는다고 선언했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황제가 당신을 불렀다.
듀라셸은 이미 화룡의 심장을 받았 으나 당신에게 더 좋은 무구를 만들 어주고 싶어 한다. 다른 재료들을 그의 제자와 함께 가져다주자.
-제한: 유리아와 친한 유저, 대륙 오천의 제자, 듀라셸과의 친분.
-보상: 황제의 스킬 중 하나, 듀라 셸의 무구 중 5개.
-실패 시 쿠크다슨 왕국과의 전쟁.
이 퀘스트는 이미 실패했을 테니 까.
제자와 함께 가져다주다이다.
즉, 실패 조건은 그의 제자인 윌이 사망했을 때.
반대로 실패하지 않았다면,
‘윌이 안전하다는 뜻이지.’
아까는 너무 당혹스러워 떠올리지 못했다.
다시 말해,
‘거리낄 게 없다는 얘기지.’
씨익.
얼마나 상황이 변했으려나.
창문으로 봐선 잘 모르겠다.
그저 날씨가 흐려진 것?
다른 점은 보이지 않다.
‘시야가 좁아지겠어.’
날씨가 흐려졌다.
밤보다야 잘 보이긴 하지만, 꽤 제 약이 있다.
조금 불편한 정도.
그래도 문제없었다.
이 정도야 제약이라 하기도 애매하 다.
밖으로 나가자 날씨가 흐려진 정체 를 알 수 있었다.
‘흐음, 안개인가?’
자욱하게 깔린 안개.
안에서 볼 땐 몰랐는데, 밖에서 보 니 꽤 심각하다.
이 안개 속에서 어떻게 싸워야 할 지.
다만 영상용으론 멋있게 찍힐 거 같았다.
“몬스터는…… 안 보이네. 아직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들판. 꿈에서 깨어났기보다는 악몽을 꾸 는 것 같은 모습.
자욱한 안개 사이로 보이는 희미한 불빛들.
“저건……
점점 가까워질수록 많아지는 걸 느 꼈다.
하나였던 것이 열이.
열이었던 것이 백이.
백이었던 것이 천으로.
점점 늘어간다.
오싹.
“이거 진짜 악몽 아니야?”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살핀다.
아까까지만 해도 없던 몬스터들이 다.
갑자기 나타나 그 수를 늘려간다.
‘붉은 눈, 파란 눈, 그리고 보라색 눈.’
종류는 3종류.
하지만 그 모습이 꽤 익숙하다.
‘티몰라이 아르긴이었던가?’
토스히프 섬에 와서 처음 잡은 보 스 몬스터.
놈과 닮아 있는 외형.
하지만 어둠과 빛을 따로 분리해 만들어진 놈들 같았다.
거기다 온몸이 회색인 놈까지.
마치 빛과 어둠을 섞어놓은 녀석.
그렇게 세 종류의 몬스터들이 몰려 들기 시작한다.
수는 수천.
아니, 만이 넘을 수도 있다.
제아무리 현성이라도 이건,
‘힘들지도.’
죽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피할 구석도 없지 않은 가.
싸울 수밖에.
촬영?
시작한 지 오래다.
가면?
이미 악마의 가면을 착용했다.
준비는 만반이다. 무얼 망설이겠는 가.
승리를 위한 첫 번째 조각.
‘ 간다.’
그것이 발현되기 딱 좋은 때다.
아직 놈들과의 거리가 충분하다.
이때 가장 좋은 스킬.
“그래비티 미티어.”
만전의 상태.
그때의 그래비티 미티어다.
현성의 최강의 범위 공격.
거대한 운석이 사방에 중력을 흩뿌 리곤 낙하한다.
놈들은 중력을 저항할 수도 있으련 만 떨어지는 운석을 가만히 쳐다본 다.
소용없다는 것일까.
상관없다.
현성이 노리는 것은 그래비티 미티 어가 아니니까.
시간만 벌라고 만든 용도.
두웅!
현성은 재빨리 구름침대에 누워 MP를 회복했다.
다음 공격을 위해서 회복한 뒤 하 늘 높게 날아오른다.
그리곤 디아나를 꺼냈다.
이데아에 존재하는 활 중 가장 강 력하고 위대한 활.
디아나를 틀어쥐곤 신력의 화살을 소환했다.
우우우웅!
작게 떨리는 화살.
현성은 우선 그 화살에 사신의 사 슬을 담았다.
촤르르릉!
사슬이 화살에 빨려들어 가며 검게 물들기 시작한다.
그 후에 담은 것은 타나노스의 야 상곡.
검은 벼락이 화살에 담긴다.
파지지직.
검은 전류가 흐르며 위험해 보이는 모습.
하지만 이걸로 끝난 것이 아니다.
처음 써보는 기술.
하지만 이때만큼 제격인 게 없다.
“카론의 검술, 제2식.”
사신의 사슬에도, 검은 벼락에도 떨지 않던 신력의 화살이 떨리기 시 작한다.
강대한 무언가를 담을 때의 모습.
부르르 떨리는 화살에 현성은 이윽 고 최강의 검술을 심어 넣었다.
전설을 넘어 신에 가까워진 황제의 검술을.
“섬 (門).”
검은 아우라가 피어오르는 신력의 화살.
흉흉하다?
아니, 그걸로 설명할 수 없다.
고작 그런 것으론 설명할 수 없다.
콰아아아아아앙!
그래비티 미티어.
터져나가며 놈들을 휩쓸었으나 반 의반도 줄이지 못했다.
아니 사상자 자체가 적은 듯싶다.
고작해야 수백.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엘리시움의 들판을 나갈 시 한 번 에 보상처리 됩니다.]
이번에도 경험치는 나중인가.
수백을 잡은 것만으로 대량의 경험 치를 얻었단다.
그런데 남아 있는 놈들은 아직도 만을 헤아리는 것 같다.
검게 번쩍이는 화살.
그걸 쏠 때인가?
아니다.
아직 남아 있는 것이 있다.
남은 MP를 모두 걸고 현성이 읊 조렸다.
“그래비티 미티어.”
다시 한번 발동되는 그래비티 미티 어.
하지만 이번엔 화살이다.
화살 안에 담겨 있다.
이 이상 담을 수 없다.
그랬다간, 그의 제어를 벗어난다.
아직, 아직은 여기까지가 한계다.
툭.
발사?
발사라기보단 떨어뜨린 것 같은 화 살
하나 섬광이 되었다.
검은 선이 되어 허공에 수를 놓았 고, 그 후 만들어진 장관.
세계가 침묵했다. 공간이 작게 떨었다.
천지가 뒤흔들렸다.
모든 게 어둠의 빛에 물들었다.
“크혹.”
그리고 현성도 무사하진 못했다.
불굴의 의지.
하루에 한 번 HP가 0이 되면 모 든 HP와 MP를 회복시켜 주는 기 적의 기술.
다르게 말한다면 현성 또한 자신의 기술에 자유롭지 못했다는 거다.
사실상 자폭과 같은 위력.
열흘간 방어력이 0이 된 것도 있 지만, 그게 아니었다 하더라도 죽었 을 건 똑같았을 터.
불굴의 의지가 없었다면 현성도 똑 같은 처지가 되었으리라.
세계를 뒤덮은 검은 빛.
그게 사라졌을 때.
들판이었던 흔적에 남아 있는 존재 는 11명이었다.
하나는 현성.
그리고,
“대단하네.”
다른 10명은 어둠과 회색과 빛이 섞여 있는 괴물들.
죽어가는 와중에 동료를 흡수하고 살아남은 놈들이다.
심지어.
‘그 보스보다 강한데?’
하나하나가 티몰라이 아르긴보다 강력해 보인다.
그때야 모든 걸 발동하고 단 한 번에 쓰러뜨렸다.
하지만 지금은.
‘방어력도 0이고, 자각몽도, 죽음의 지휘자도 못 쓴다.’
필살기라 할 수 있는 두 개가 막 혔다.
손발이 잘린 것과 다름없다.
하나 못할 것도 없다.
원래도 티몰라이 아르긴도 빠르게 잡거나, 멋있는 영상 때문에 조금 무리한 감이 있지 않은가.
거기다.
‘그런 게 있으면 좀 시시했을 테니 까.’
이 와중에도 허세다.
씨익 웃으며 하는 말.
“덤벼 무채색 놈들아. 너희에게 컬 러의 힘을 알려주마.”
그렇게 말한 거치고 현성도 검은 옷투성이었지만, 효과가 있는 듯했 다.
〈죽인다!〉
〈감히이!〉
〈죽어라!〉
〈크아아!〉
일제히 덤벼드는 녀석들.
역시 도발하는 맛이 있다니까.
“하압!”
땅을 박차고 달려드는 현성.
그리고 이번에 새로 얻은 검 하나 를 꺼냈다.
전쟁의 신기.
전쟁의 검!
미네르바.
그것을 꺼내며 외쳤다.
“미네르바 군사 소환.”
그리고 그 즉시 소환되는 한 무리.
고작 40여 명밖에 안 되는 자들이 었지만, 하나하나 팔에 문양이 그려 져 있었다.
3개의 머리를 한 악마의 모습이.
다들 의문이나 당황, 어리둥절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감사합니다.”
자신들을 불러주었다는 것에 감사 를 할 뿐.
아수라 길드.
미네르바의 군사.
아직 그것밖에 안 되었지만, 그 누 구보다 믿을 만한 자들.
자신의 길드원들을 보며 말했다.
“갑시다.”
짧지만 명쾌한 한마디.
그 말에 모든 길드원들이 무기를 뽑는다.
일제히 전투 준비를 하는 그들을 보고 현성이 씨익 웃었다.
사전 아무 예고도 없이 소환한 그 =
하지만 다들 싫은 모습이 아니다.
다들 기대하고 현성과 같은 전장에 섰다는 것만으로 영광으로 생각한 다.
애당초 사전에 물어보고 군사로 지 정한 것이었으니.
그들을 보며 현성이 먼저 움직였 다.
선봉은 그의 차지.
“카론의 검술, 제1식.”
참 (所).
모든 것을 베는 그 검술이.
놈의 팔을 갈라낸다.
그것을 신호로.
타탓! 타앗! 팟!
길드원 모두가 움직인다.
혼자서 무리다?
그럼 자신의 동료를 부르면 된다.
믿을 수 있는 동료를.
‘마음에 드네.’
솔플.
그것도 마음에 들었으나 그것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역시 혼자보다 여럿인 게 더 재미 있는 법.
아직 길드원들에겐 버거운 적이다.
현성에게도 조금 힘들었으니.
어느새 레벨이 300 초중반까지 끌 어올린 그들이지만, 무리다.
하나가 안 되면 둘이.
둘이 안 되면 다섯이.
다섯이 안 되면 열이 뭉친다.
그제야 놈들을 막는다.
아크는 홀로 놈들을 막아서고, 그 의 집사도 마찬가지로 홀로 놈을 상 대한다.
길드원들이 막아준 수는 여섯.
남은 넷은 현성이 상대한다.
‘이 정도나 해줬는데 못하면 쪽팔 리지.’
네 마리.
그것만 처리하면 된다.
〈우리의!〉
〈신님의!〉
〈심판을!〉
〈받아라!〉
동시에 달려드는 놈들.
그런 놈들을 향해 현성이 다시 검 을 고쳐 쥐었다.
그리고 외치는 한마디.
“카론의 검술, 제1식.”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 검술.
그것이 다시 섬광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