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79화
분홍, 아니, 연보라?
여러 색의 안개가 피어오른다.
우주인가?
아니면 또 다른 세계인가.
어디인진 몰라도 너무나도 몽환적 인 그곳.
그곳에 누워 있는 한 존재.
〈부디……?>
그자에게 머리를 숙여 조아린다.
아름다운 여성.
위대한 신의 사도라 볼 수 없는 저자세이나 그 존재는 신경 쓰지 않 았다. 그저 아름다운 세계 한복판에 영상을 비추는 거울을 들여다볼 뿐.
영상에 나오는 사내는 강인했다.
용맹했으며 누구보다 강했다.
강자라 할 수 있는 자.
가지고 있는 힘, 그 이상을 끌어올 릴 수 있는 강자다.
존재는 그런 강자에게 흥미가 가는 지 말없이 들여다봤다.
<…….> 여인, 아니, 엘리시움 또한 그 영 상을 보았다.
어둠과 빛, 그리고 혼돈의 씨앗들 을 처치하는 사내의 모습을.
자신이 모시는 신의 후예.
과연 이곳을 통과할 수 있을는지.
〈부디 자비를.〉
존재, 이곳을 통치하는 왕에게 고 개를 숙였다.
신의 이름과 명예를 잊은 자.
그리고 신위를 잊은 자.
토스히프.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간단했 다.
이곳이 꿈의 들판이기 때문.
《네가 감히 나에게 부탁을 할 처 지더냐, 엘리시움?》
그 한마디 말에 입을 닫았다.
할 말이 없다.
입을 열 처지가 아니다.
인지하고 입을 닫았다.
조용해진 세계.
오직 영상만 시끄럽게 울어댔다. 얼핏 보면 공간이 갈라지는 착각까 지 드는 검술.
썩 괜찮은 검술이다.
《호오.》
처음 화살을 쏜 것도 신기했다.
하지만 저 검술.
저 검술은 유독 신기하다.
화살에 담기기도 했던 검술.
어떻게 화살에 검술을 담을 수 있 을까.
그 해답은 간단했다.
《사냥의 신. 그 얄팍한 계집아이 의 신기로군.》
신기이기에 가능한 일.
하지만 어떻게?
놈이 저 신기를 가지고 있을까?
해답은 간단했다.
《네가 관여했군.》
움찔.
그 말에 고개가 더 깊게 숙여진다.
썩 재미있는 반응.
더 두고 보기로 했다.
저리 두려움에 떠는데 어찌 가만히 둘꼬.
어린 동물을 보듯 했다.
다만,
《지금은 타나노스가 없으니 뻔할 뻔 자지. 죽음은 움직일 수 없고, 잠은 힘만 있고, 능력이 없으니. 남 은 하나가 누구겠느냐.》
뻔한 답이었다.
보나 마나 꿈을 이용해 신기를 훔 쳐 전했을 터.
어렸을 때도 치던 장난 아니던가.
기억이 났다.
아주 먼 옛날.
타나노스의 사도들이 아직 어리던 시절.
아아, 얼마나 그립던가.
하지만,
《그때는 돌아오지 않지.》
어딘가 씁쓸한 목소리.
거기에 엘리시움 역시 슬픈 모습이 되었다.
《네년이 부탁하는 것은 차후에 보 고 결정하겠다.》
그 말을 하는 동시.
타나노스의 후예, 현성이 혼돈의 씨앗들을 처치하고 지하로 내려가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강인한 자와 강인한 동료들.
하지만 강한 것만으로 부족하다.
고작 강한 게 끝이라면,
《죽음을 면치 못하겠지.》
그것도 꽤 재미있을 거 같다.
타나노스의 후예가 죽는다라.
상당히 유쾌할 일.
그때가 된다면 과연 타나노스의 얼 굴이 어떻게 변할지.
아주 기대가 되었다.
놈이 죽는다면 어쩌면…….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어딘가 그립고 쓸쓸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엘리시움은 고개를 숙 였다.
쓸쓸한 과거를 떠올리기 싫었기에.
후우, 후우.
거친 숨소리가 일대를 뒤덮는다.
아수라 길드원 전체.
그들이 내뿜는 숨은 그만큼 거칠었 다.
승리에 대한 기쁨, 환호, 그리고 함성.
모든 게 섞인 그 숨소리.
지쳤냐고?
오히려 힘이 넘친다.
정신이 또렷하고, 활력이 넘친다.
아수라와 함께이니.
“대단하십니다.”
아크의 칭찬.
현성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대단한 건 저들이다.
만 마리.
그들 중 살아남은 놈들이 아니다.
죽은 동료를 흡수해 더 강해진 녀 석들.
하나하나가 티몰라이 아르긴보다 강력한 녀석들이었다.
그런 그걸 고작 300 초중반 대에 머물러 있는 저자들이 6마리나 감당 했다.
10명이 1마리씩.
아크와 집사는 각각 1마리씩 맡았 다.
둘 다 혼자서 처리하진 못하고 시 간만 끌긴 했으나 그게 어디인가. 다른 랭커였다면 불가능했다.
‘이 길드를 맡은 거 진짜 잘했다.’
충성도도 너무 뛰어나고 실력도 출 중하다.
이 정도라면,
‘대형은 몰라도 천 명쯤 있는 중형 길드는 찜 쪄 먹을 수 있겠어.’
상위 랭커의 레벨들로만 이뤄진 길 드.
고작 40에 불과하나 이 정도로 충 분하다.
하나하나가 일당백을 넘는 실력자 들이니.
이것을 봐라.
현성도 강하다 생각했던 티몰라이 아르긴보다 강력한 녀석들을 무려 6 마리나 잡았다.
사실상 불가능했음에도 가능하게 만드는 실력.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 다.
‘좋은 길드를 얻었네.’
그야말로 현성이 원하던 길드.
현성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아크가 뿌듯한 듯 미소 지었다.
“그럼 갑시다.” 현성의 말에 다들 오와 열을 맞추 며 장비를 점검했다.
아무 문제가 없는지.
현성도 잠시 기다려주었다.
“모두 준비 끝났습니다.”
들판에 생겨난 지하 동굴.
아래로 내려갈 수 있게 밑으로 파 진 그 동굴을 보자니 섬뜩해졌다.
깊은 어둠.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모습에 그 런 것일까.
원래 던전 내부를 밖에서 볼 수 없다.
그러나 저렇게 어둠이 짙진 않다.
‘으스스하네.’
그렇다고 안 들어갈 건 아니지만.
투명한 막.
던전 입구를 가로막는 그 막을 뚫 고 내부로 입장했다.
현성이 선두를, 그 뒤를 길드원들 이 바로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보이는 공간.
“이게 무슨……
황당하다는 목소리.
그 음성에서 현성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분명 지하로 들어왔다.
보통 그럴 경우 횃불들이 반겨준다 든가, 야광석이 그들을 반겨줄 게 뻔하다.
아니라면 빛의 마법으로 만든 전등 이라든가.
그런데 그런 게 없었다.
오히려.
“태양?”
밝은 태양이 그들을 반겨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더는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게임이지 않은가.
거기다, ‘엘리시움의 들판. 그러니까 꿈의 들판이라는 거지.’
이곳은 꿈의 사도 엘리시움의 공간 이다.
즉, 꿈의 들판이라 해석해도 이상 하지 않다.
그런데 일어났을 때 나왔던 메시지 는 엘리시움의 들판이 꿈에서 깨어 났다고 하지 않았나.
도대체 이곳은 어디일까.
의문을 품고 있던 그때,
[직업퀘스트 타나노스의 사도 다섯 번째 흔적이 추가됩니다.]
[타나노스의 사도(연계)]
-등급: G
-설명: 타나노스에겐 세 명의 사 도가 있었습니다. 잠의 사도, 죽음의 사도, 꿈의 사도.
그들의 이야기를 알아내십시오.
(신 등급 직업 전용 퀘스트는 대륙 에 영향을 끼칩니다.)
-첫 번째 흔적:(완료)
-두 번째 흔적:(완료)
-세 번째 흔적:(완료)
■네 번째 흔적:(완료)
-다섯 번째 흔적: 토스히프 섬의 비밀을 알아내십시오.
토스히프 섬 지하에 살고 있는 레 테 종족. 그들은 토스히프라는 신을 모시는 종족이었다. 하지만 언제고 사라진 토스히프를 기다리는 그들의 여왕이 섬 중앙에 있는 포탈이 의심 스럽다고 한다.
그곳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여왕의 말을 따라 포탈 내부를 조 사해 오라.
그렇게 들어간 포탈.
놀랍게도 그곳은 엘리시움의 들판 이었다.
모든 사념들이 봉인된 엘리시움.
그녀가 이곳에 있는 것일까?
아니라면 그녀와 연관된 장소일까?
영문을 알 수 없는 그곳.
지하로 들어가니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동화 속의 나라일까?
그도 아니면 꿈속의 나라일까?
엘리시움의 들판을 조사하라.
그리고 토스히프 섬과의 연관성을 찾아라.
(연계 퀘스트임으로 추가적인 변동 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 흔적: ???(레벨 400 때 해금됩니다.)
-제한 시간 없음. 흔적을 다른 이 에게 뺏길 경우 실패.
-보상: 으?????
-실패 시 레벨 1로 하락.
상당히 기다란 퀘스트창.
그걸 보며 먼저 든 생각은 간단했 다.
‘그러고 보니 토스히프도 꿈의 신 이라 했었는데……
레테의 말에 의하면 꿈과 악몽, 그 리고 밤하늘의 신이 토스히프라고 했다.
밤하늘의 신은 뭐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으나 고개를 저었다.
중요한 건 아니니.
꿈의 사도와 꿈의 신.
그러고 보니,
‘엘리시움이 타나노스의 사도라고 는 했지만, 타나노스는 죽음과 잠의 신이라고만 알려져 있지.’
이걸 미루어 봤을 때 좀 이상하지 않은가?
타나노스의 사도인 엘리시움.
그녀가 꿈의 사도라면, 타나노스 역시 꿈의 신이라는 것 아니겠는가.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토스히프 역시 꿈의 신이 다?
‘뭔가 있네.’ 연관된 무언가.
다만 타나노스가 사람들에게 꿈의 신이라는 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 너 무 걸렸다.
실제로,
‘엘리시움은 모든 사념이 봉인되었 다고 했으니……
엘리시움이 봉인이 되어 사람들이 타나노스가 꿈의 신이라는 걸 잊었 다?
충분히 타당성 있다.
타나노스가 꿈의 신이 아니라고 하 기에는 꿈과 관련된 권능과 스킬들 이 너무나도 많았다.
꿈의 신이라는 건 맞지만 엘리시움 이 봉인돼 잊혀졌다?
‘ 잊혀졌다?’
어디서 많이 본 대목 아니던가.
씨익 미소를 흘기며 미리 캡쳐해 둔 문구를 다시 떠올렸다.
[토스히프. 잃어버린 그 이름은 찬 란하고 거룩하리라.]
[이름 잃은 신은 잊혀지고, 잊혀진 신은 이름을 잃는다.]
[잊혀지고, 이름을 잃은 신은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노니.]
[죽음과 삶을 동시에 선택한 신은 하나이자 둘이로다.]
[하나이자, 둘인 신은 아름답고, 추 악하도다.]
[하나는 모든 신의 존경을 받으며, 둘은 모든 신의 경멸을 받으니.]
[죽음을 선택한 그 신은 거룩하리 라.]
잃어버렸다. 잊혀지고, 이름을 잃는 다.
그리고 잊혀지고 이름을 잃으면 죽 음을 피할 수 없다.
이 부분.
조금은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엘리시움이 봉인이 되어서 타나노 스는 꿈이라는 걸 잃었다. 그리고 타나노스의 사도이자 꿈의 사도인 엘리시움이 사라지자, 타나노스와 같은 꿈의 신인 토스히프는 잊혀졌 고, 이름을 잃고, 죽었다는 뜻이 되 나?’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퍼즐이 맞춰지듯 딱 떨어지 느 I?낀
1? 1그 ? 현성은 왜인지 이게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엘리시움의 봉인.
그리고 두 명의 꿈의 신.
비록 꿈만이 관장하는 것은 아니나 꿈을 관장하지 않는가.
더더군다나,
‘토스히프를 소개할 때 꿈의 신이 라는 게 먼저 나왔었지.’
레테들의 여왕의 말.
그걸 생각했을 때 토스히프가 가장 주력으로 관장하는 게 꿈이었을 터.
타나노스도 다들 죽음과 잠의 신이 라는 걸 알지만, 죽음의 신으로 유 명하지 않은가.
그것과 같은 것일 수 있다.
그러기에 타나노스는 꿈, 즉 엘리 시움을 잃었음에도 살아남은 거고,
토스히프는 자신의 큰 부분인 엘리 시움을 잃어 죽음을 당했다?
꽤 그럴싸하지 않은가.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게 있었다.
그렇다면 엘리시움은 도대체 왜 봉 인된 것일까.
‘그게 여기 가장 마지막 던전에 나 와 있다는 거겠지?’
이거 갈수록 너무 재미있어진다.
아직까지 녹화 중이다.
재환이 비명을 지를 모습이 선했으 나, 너무 웅미진진하다.
어쩌겠는가.
그럼 찍어야지.
‘대부분의 것은 풀렸어. 이제 그 증거를 얻으면 된다.’
지금 현성이 하는 것은 그저 추측 에 불과하다.
증거가 없는 그저 추리. 그건 가설일 뿐 명확한 증명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증거만 얻으면 퀘스트는 완료된 다.’
토스히프 섬의 비밀.
그리고 과거에 토스히프와 타나노 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걸 알기 위해 현성은 태야 아래 있는 푸르른 들판 위에 있는 저 성 을 보며 말했다.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