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83화
《타나노스의 후예라.》
현성을 화면 너머로 보고 있는 토 스히프.
그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실로 흥미롭지 않을 수가 있겠는 가.
타나노스의 후예라면서 타나노스의 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검술‘?
끝내주긴 하지만, 타나노스의 힘 앞에선 무력할 뿐.
하지만,
《저 검술도 썩 나쁘지 않군.》
다시 감탄했다.
신의 힘?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상당히 위협 적일 터.
신이라도 저 검술이라면 당해내지 못할 지도.
하지만 타나노스의 힘은 아니다.
《어디 전능한 타나노스의 힘을 두 고 저러는지, 쯧쯧. 그걸 깨닫게 해 줘야겠다.》
토스히프의 말에 엘리시움은 부르 르 몸을 떨었다.
두려운 것일까?
그렇다면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토스히프.
그가 몸을 떠는 엘리시움을 봤다.
피식 터져 나오는 웃음.
다시 입을 열었을 땐. 더 이상 떨 지 못했다.
《엘, 네가 전장에 나가야겠다.》
〈예?〉
《푸흐흐.》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놀란 듯 눈을 부릅뜬 엘리시움.
그리고 토스히프가 말했다.
《이곳은 네 들판이지 않은가. 엘 리시움, 아아, 꿈의 사도여. 네년의 사념이라면 이곳에서 넘쳐나지 않는 가. 그걸로 수많은 신물을 봉인한 것이고, 잠의 사도를 추방하지 않았 더냐.》
<……>
엘리시움은 말이 없었다.
그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증스러운 네년 덕분에 잠의 사 도는 상처를 입었지? 그 강하디강한 잠의 사도가 말이야.》
비난.
그 원색적인 말에 엘리시움은 흐느 껴 울었다.
토스히프는 그러고도 멈추지 않았 다.
《일어나라.》
엘리시움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그녀의 사념.
땅속에서 일어난 엘리시움의 사념.
엘리시움과 똑같이 생기고 그저 보 라색 눈을 한 그녀를 보며 토스히프 가 말했다.
《성을 무너뜨리는 놈들을 공격하 라. 군사를 이끌고 말이야.》
〈예.〉
엘리시움과 다른 목소리.
하나는 확실했다.
지금 엘리시움보다 저 사념이 더 강력하다는 것은.
사념을 보낸 뒤, 토스히프는 사신 들과 리베우스를 데리고 월을 해방 시키려는 것을 보며 피식 웃으며 중 얼 거렸다.
《이 전쟁에서도 승리하면 인정하 도록 하지. 네놈이 타나노스, 그분의 후예라는 걸 말이다.》
* * *
어리둥절했다.
윌이 왜 이곳에 있는 걸까.
멍한 그 사이.
리베우스, 이 망할 놈은 눈치가 없 었다.
주인이 왜 멈춘 건지. 왜 놀란 건지.
알지도 못하고 그저 신나서 외쳤 다.
“돌격입니다요!”
-오우우우!
사신들이 신나 외치며 돌격한다.
현성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푸욱푸욱!
윌이 망치를 휘두르기도 전.
사신들은 그 공격을 통과하며 월에 게 낫을 꽂아 넣었다.
일부는 사신의 사슬을 펼쳐 휘감았 다.
움직임이 봉쇄된 윌.
거기다 리베우스가 나선다.
“오우!”
“야야야; 멈춰!”
채앵!
말하면서 달려든 현성.
리베우스의 공격을 막아섰다.
욱씬.
닫기 직전 리베우스가 힘을 빼긴 했지만, 위력이 상당하다.
그렇다 한들 막긴 막아냈다.
레벨 차이가 거의 200이나 나는데 막았다.
대단하지 않은가.
리베우스 또한 감격한 표정이다.
자신의 주인이 엄청나게 성장한 것 이 기쁜 모양.
“주인님! 이렇게나 성장하셨습니다 요! 정말 대단하십니다요!”
“내가 멈추라 했지!”
퍼억!
전력으로 머리를 쳤는데도 방긋 웃 고 있는 리베우스.
이쯤 되면 무서울 정도다.
“죄송합니다요!”
빠른 사과.
그래도 다행이다.
사신들이 윌을 속박해 놔서.
“사신들은 계속 사슬로 속박하고 있어. 버티기 힘드나?”
사신들의 대표가 고개를 저으며 대 답했다.
-아닙니다. 충분히 버틸 만합니다. 그리 강하다는 느낌은 없어서.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는 현성.
다만 그 표정이 무거웠다.
설마 윌이 이곳에 있을 줄은…….
거기다 꿈에 잠식된 윌이라니.
‘토스히프의 짓이다.’
틀림없다.
꿈에 잠식되었다는 건 꿈에게 영향 을 받았다는 것 아니겠나.
방법이 없는 걸까?
윌이 강해진 것 같긴 하지만, 그런 다고 듀라셸에게 데려가서 ‘성장시 키고 왔습니다!’ 하고 말할 수도 없 는 처지 아닌가.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
‘힌트라도 있나?’
사신들이 놈을 봉쇄하고 있을 때.
성 내부를 살폈다.
알현실.
이곳에 뭐가 있을 리가 없지만.
신기하게도 뭐가 있었다.
‘큰 그림들이네.’
다만 그 그림들 밑엔 글귀들이 적 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과 다르게 직 관적이라는 것.
[꿈에 잠식된 자을 되찾고 싶다면]
[또 다른 꿈을 꾸게 하라.]
[꿈은 꿈으로만 거둘 수 있다』
일단 지금 필요한 글귀들이다.
저것들을 보면 알 수 있는 건 하 나다.
꿈 관련 스킬로 윌을 깨워야 한다 는 거.
다만, 현성에게 꿈 관련된 스킬이 별로 없다는 거다.
“버프도 가능한가? 아니면 디버프? 타나노스의 악몽? 아니면 타나노스 의 예지몽?”
알 수 없다면.
다 해보면 그만 아닌가.
윌은 지금 묶여있으니.
다 해볼 수 있다.
발버둥 치려 하는 윌.
현성은 월을 보며 씨익 웃었다.
홈칫.
꿈에 잠식되었다면서도 예리한 감 각.
현성이 뭘 하려는지 알아차린 건 가?
그래도 이미 늦었다.
“급소에 찔러야겠어.”
씨익.
급소에 찔러야만 발동되는 타나노 스의 악몽.
현성이 움직였다.
푸욱! 푸욱! 푸욱!
한 번만 찔러도 되는 걸 굳이 3번 이나 찌르는 추악함.
악몽?
당연히 터졌다.
다만 놈은 그대로다.
아직도 꿈에 잠식된 그 상태.
‘악몽이라서 안 되는 건가?’
악몽도 꿈이긴 하다.
하나 토스히프의 경우.
꿈과 악몽, 그리고 밤하늘의 신이 지 않은가.
즉, 놈은 꿈과 악몽을 구분하고 있 다는 뜻이 된다.
‘다른 꿈이라면……
[타나노스의 예지몽(신)]
〈액티브〉
-Lv.9
-설명: 타나노스의 꿈은 늘 현실 이 되었다고 한다.
-효과: 발동 시 다음 중 랜덤으로 꿈을 꾸게 된다. 꿈마다 제각기 다 른 버프가 적용된다.
1. 일확천금의 꿈: 45분 동안 모든 아이템 드랍률과 골드 획득량 2배 증가.
2. 일취월장의 꿈: 45분 동안 경험 치 획득량 2배 증가.
3. 약육강식의 꿈: 45분 동안 모든 데미지 2배 증가.
-쿨타임: 1시간 반.
일단 이것밖에 없다.
타나노스의 꿈은 DP상점을 여는 것.
그걸로 어떻게 꿈을 깰 수 있겠는 가.
차라리 이거일 확률이 높다.
다만,
‘이거 상대에게도 적용되는 건가?’
그게 좀 불안하다.
상대에게도 적용이 되는 버프인 건 지.
해보면 그만이지 않은가.
조금 아깝긴 했지만, 어쩔 수 없 다.
‘타나노스의 예지몽.’
자신이 아닌 적인 윌에게 사용한다 고 생각했다.
적이 대상이라니.
그것도 버프가.
간혹 힐도 몬스터에게 들어갈 때가 있지 않나.
그렇게 된다면 바랄 것이 없겠건 만.
‘되라, 되라!’
그리고 그 간절한 소망처럼.
[꿈에 잠식된 윌에게 타나노스의 예지몽을 사용합니다.]
[약육강식의 꿈이 깃듭니다.]
메시지가 떠올랐다.
먹혔다!
그리고,
[꿈에 잠식된 월이 해방됩니다.]
[원래의 상태로 돌아옵니다.]
후우.
되었다.
그리고,
[준 보스를 쓰러뜨리셨습니다. 경 험치가 누적됩니다.]
[보상 또한 누적됩니다.]
메시지들과 함께 쓰러진 윌.
윌이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
사신들의 낫과 사슬은 푼 지 오래.
상처가 남긴 했지만, 심하지 않다.
거기다 사신들이 낸 상처와도 다르 다.
아마 꿈에 잠식되기 전 당한 상처.
누구에게 당한 것일까.
“으으, 아수라 님?”
현성을 보며 안도하는 모습.
그러나 무서운지 두려움에 떨고 있 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여기에 왜 윌
님이?”
“그, 그게 정신을 차려보니 이 성 안에 나타났고, 아수라 님은 사라지 셨더라구요. 그래서 최대한 투명망 토로 숨었는데…… 무언가 공격했 고, 그 뒤에 일은 기억이 나지 않습 니다.”
“흐음.”
무언가 공격을 했다?
성에 있던 몬스터인가?
“투명망토를 감지했다면 강한 몬스 터였겠군요.”
“예, 일반 몬스터는 아니었습니다. 희미하게 보이던 모습은…… 여성? 가느다란 손으로 무기를 휘둘렀던 것만 기억납니다.”
가느다란 손이라.
여성일 확률이 높지만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게 보스인 것일까?
아니면 토스히프?
아리송한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일단 윌은 찾았다.’
천만다행이다.
꿈에 잠식된 게 아닌 그저 공격을 받았으면 어쩔 뻔했겠는가.
일단,
“안전한 곳으로 가시죠.”
“그, 그것보다 저 글귀들을 다 확 인하시는 게……
아픈 와중에도 그걸 챙긴다.
기절하기 일보 직전의 모습.
그런데도 저런 걸 챙기다니.
기특하기 짝이 없다.
현성은 윌을 들쳐 들곤 알현실 곳 곳에 뿌려진 글귀들을 캡쳐했다.
마지막으로 왕좌에 있는 글귀까지. 흘낏 보긴 했지만, 잠식된 꿈을 해 치우는 방법 말고는 아리송한 문자 들이었기에 일단 넘어갔다.
지금은 윌의 안전이 우선이다.
‘일단 성 밖으로 나간다.’
그렇게 나가려는 그 순간.
[토스히프 성의 비밀을 알아내셨습 니다.]
[비밀을 빼앗긴 토스히프 성이 무 너져 내립니다.]
[빠르게 탈출하십시오.]
“미친.”
쿠구구궁!
“오우! 성이 무너집니다요!”
“근데 왜 기쁜 듯이 말하냐!”
“재밌지 않습니까요! 오우우우우!”
성이 무너지는 것만으로 골치가 아 픈데, 옆에 있는 놈이 리베우스라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소환한 건 자신이거늘.
하아.
한숨이 나왔지만, 큰 전력이기에 이리 쉽게 깰 수 있었다.
빠르게 창문으로 빠져나와 하늘을 날자 때마침 성이 무너져 내렸다.
그 주변에 모여 있는 아수라 길드 원들.
‘일단 저곳으로 가자.’
윌을 찾고 한시름 놓았다.
그러나,
‘여기도 본성이 아니었다는 거지.’
다소 짜증 난다는 시선.
도대체 얼마나 연계가 되어 있는 것일까.
‘정비 좀 하자.’ 윌을 쉬게 하면서 정비를 할 생각 이었다.
그런데 그때.
“주인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 다요.”
다소 진지한 분위기의 리베우스.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그리고 뒤늦게 현성도 깨달았다.
“?…"저건.”
멀리서 보이는 검고, 희고 잿빛인 군단.
전과 같이 어둠, 빛, 혼돈의 인형 일까?
아니다.
모습이 판이하게 달랐다.
여성의 모습을 한 놈들.
그리고 그 여성의 모습은 상당히 익숙했다.
“엘리시움?”
그 군단을 앞에서 이끄는 한 여성.
어둠, 빛, 혼돈도 아닌 그저 진짜 사람의 모습을 한 엘리시움.
그녀가 그곳의 선봉으로 서 있었 다.
보랏빛 물든 그 눈으로.
“미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