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87화
숲 지형은 그리 좋은 곳은 아니다.
나무와 수풀들.
시야를 가리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 다.
하지만 그건 플레이어들에게만 속 한 이야기가 아니다.
몬스터들 역시 시야가 좁아지게 마 련.
평야에서 싸우다 보면 몬스터들이 몰려들지만, 숲에선 관리만 하면 몬 스터들을 부르지 못하게 할 수 있 다.
시야가 그만큼 막혀 있으니.
덕분에 몬스터들을 한둘 끌어와 사 냥할 수 있어 꽤 인기 있는 지형이 었다.
“요즘 몬스터들이 줄어든 느낌 아 니냐?”
“그러니까.”
플레이어 둘이 마주 보며 투덜거린 다.
꽤 실력도 있는 건지 파티가 아닌 둘만 서성였으나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요즘 들어 그랬다.
몬스터들의 리젠이 느려진 느낌.
정찰을 나갔다 하더라도 이렇진 않 다.
없어도 너무 없었다.
“거대 길드라도 와서 사냥하는 건 가?”
“레벨 100짜리 사냥터에서? 그럴 시간에 상위 사냥터에서 사냥하지.”
“그건 그러네.”
몬스터가 없다는 얘기는 누군가 죽 였다는 말.
대형 길드는 범인이 아니다.
그렇다는 건.
“몬스터들끼리 전쟁이라도 났나?”
“모르지 그건. 그냥 사냥터 바꿀 까?”
“그게 나을 거 같은데?”
“후, 짜증 나네.”
아닌 게 아니라 표정에 드러나 있 다.
짜증이 솟아 있는 표정.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냥터를 바꿀 수밖에
그렇게 움직이려는 그때.
사사삭!
“……들었지?”
끄덕.
고개를 끄덕인다.
레인저.
탐색과 기척에 민감한 직업이기에 더 확연히 느껴졌다.
레인저인 친구가 먼저 움직이고 그 뒤를 암살자가 따라나선다.
둘 다 기동성과 은밀함이 중요한 직업.
그러기에 빠르고 은밀했다. 소리가 들린 쪽으로 추적하며 이상 함을 느꼈다.
‘원래 이 지형은 미노타우르스들의 땅 아닌가?’
속도가 빠를 리 없는 몬스터들.
그 외에도 있는 몬스터라곤 오크뿐 이다.
이렇게 빠른 몬스터?
적어도 이곳엔 없다.
이상함을 느꼈을 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우웅.
노랗게 빛나는 눈. 그것을 마주하자 메시지가 떠올랐 다.
[피어에 노출되었습니다. 3초간 경 직됩니다.]
피어.
맹수들의 고유 능력이라 할 수 있 는 힘.
그리고, 레벨 200이 넘어선 몬스터 들만 다룰 수 있는 힘.
고작해야 레벨 100대의 사냥터에 서 200대 몬스터라니. 놀라움에 두 눈이 번뜩 떠질 땐 이미 늦었다.
크허어엉!
포효와 함께 두 유저의 머리가 터 져 나갔다.
노란 줄무늬의 거대한 손.
호랑이의 손과 같은 그 손이 두 머리를 훑고 지나가자 머리가 터졌 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것인지.
그러나 놈은 유저를 신경도 쓰지 않고 포효했다.
커허어어어어엉!
포효.
그 소리를 들은 이들이 화답했다.
-아우우우우우우!
-끼 오오오오오옥!
?까아아아아아아!
-끼루우우우우우!
-크르러어어어엉!
수많은 포효 소리.
그것들이 뒤엉켜 점점 몰려들기 시 작했다.
모두 모이는 곳은 한곳이었다.
북쪽.
-왕께서 우릴 부르신다.
왕이 있는 그곳으로 그들은 향했 다.
* * *
기존의 수인들은 고통스러웠다.
차별과 핍박.
노예로 끌려가기 일쑤였다.
왕이 태어나기 전까지.
〈모여라.〉
그 한마디 말에 모이기 시작했다. 새들은 널리 왕의 말을 퍼뜨렸고, 달릴 수 있는 자들은 모두 숲을 거 쳐 움직였다.
왕이 존재하는 덕분에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었고, 차별과 핍박받지 않을 수 있었다.
모든 수인의 왕.
엘고르스가 무료한 눈으로 자신들 의 군대를 바라봤다.
<…….>
무심한 눈동자에 그들은 머리를 조 아렸다.
왕께 예의를 취하는 그들.
엘고르스 옆에 있던 그의 제자 뮤 벨이 말했다.
“스승님.”
무심한 그 눈이 옆으로 돌아갔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압박감이 느 껴지는 눈.
뮤벨은 그 눈을 견디며 말했다.
“인간들을 치러 가는 겁니까? 아니 면 드디어 감히 스승님 위라고 자처 하는 황제의 목을 치러 가시는 겁니 까?”
어리석은 질문.
어찌 이리도 어리석을까.
〈닥쳐라.〉
대답조차 없이 그저 고개를 숙였 다.
스승이자 왕이 닥치라 하였으니.
자신의 제자.
아니, 패배한 놈의 얼굴.
그러나 눈까진 패배에 찌들지 않았 다.
그러기에 살려두었건만.
〈한심하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윽고.
촤아아아악!
뮤벨의 머리가 한 줌의 핏물로 흩 뿌려 졌다.
자신의 다음가는 혈통이기에 제자 로 받아주었건만.
이리도 한심할 줄이야.
꿀꺽.
모두가 두려워 몸을 떨고 있을 때.
엘고르스가 한마디 했다.
〈모여라.〉
그저 모이라는 말을.
수인들이라면 들을 수밖에 없는 그 말을.
방금까지만 해도 제자였던 그 시체 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
〈‘드디어 놈과 붙는다.’〉
씨익.
무료했던 왕의 미소가 퍼지자, 수 인들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대륙을 피로 물들 전쟁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잘 안 되었 다.
미네르바의 군사들은 사라졌고 남 은 건 현성과 윌뿐.
근데 나와서 반겨야 할 레테 종족 들이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나라였던 곳.
그곳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
상당히 오래된 흔적.
“꿈을 꾼 거 같네요.”
“……그러게요.”
윌의 말에 현성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떠 있는 메시 지 때문이라도.
[한계 레벨에 도달하셨습니다.]
[직업 특수 퀘스트를 클리어해야지 만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전까지 경험치는 누적됩니다.]
[직업 특수 퀘스트가 지연됩니다.]
[특수 퀘스트가 배정되어 있지 않 습니다.]
[측정 중입니다.]
[측정은 최소 며칠이 걸릴 수 있습 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지금은 퀘스트가 나오지 않는다는 문구.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계 레벨.
다시 말해 레벨의 한계.
린이나 다른 이들에게 들은 적이 있다.
‘특수한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레벨 400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지.’
원래라면 레벨 399가 최고 레벨이 어야 한다.
하지만 그걸 해방하는 것이 바로 특수 퀘스트.
이 문구가 떴다는 것.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어겠는가.
‘나도 이제 399렙이다.’
하기야 몬스터들이 그리 강력했는 데 레벨이 이렇게 안 오르는 게 말 이 되는가.
모르긴 몰라도 아수라 길드원들도 상당히 레벨이 올랐을 거다.
‘여기서 나가면 귓말부터 하자.’
토스히프섬에선 귓속말이 불가능하 다.
그렇다고 미네르바의 군사로 다시 소환하긴 애매하지 않은가.
“……그럼 저희는 이제 뭘 해야 할 까요?”
원래 여기 온 목적.
좋은 광석과 재료를 찾기 위해 온 것을 까먹은 윌을 보곤 일단 현성은 기다리라는 듯 손을 뻗었다.
전리품 먼저 확인하고 싶다.
“잠시만요.”
여러 가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기대되는 것은 하나였다.
‘듄페오르!’
전설+ 등급보다 훨씬 좋아 보이던 옵션이 과연 어떻게 변했을지.
그것이 제일 궁금했다.
거기다,
‘토스히프가 준 정수와 공명하더니 진화한 거면 이거 그거겠지?’
한때 신이었던 자의 신기.
이미 죽은 신의 신기였던 것이라는 게 듄페오르의 설명이었다.
그렇다는 건 역시 토스히프의 옛 신기일 확률이 높다.
그게 아니고서야 토스히프가 준 정 수에 반응해 진화할 리가 없으니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현성은 아이 템창을 열었다.
[듄페오르(신기)]
-종류: 신기
-설명: 한때 신이었던 자의 신기 였다. 이제는 이름을 잃고, 존재를 잃고 죽임당한 신의 신기. 그것이 어떠한 이유로 다시 신기로 변화하 였다.
신기의 힘을 잃었을 때도 수많은 영웅을 배출했던 창이었다.
이 창에 찔린 자들은 모든 방어를 잃었다고 전해진다.
아직은 여러 옵션이 봉인되어 있 다.
-제한: 타나노스의 후예.
-기본 옵션: 모든 방어 무시, 마력 감응 최상.
-옵션1: 창에 찔린 자는 모든 방 어를 잃는다.
-옵션2: 악몽의 창 발동 가능.
-옵션3: ?????
-옵션4: ?????
-옵션5: ?????
추가된 옵션은 두 가지. 하지만 그 두 가지만 해도 사기적 이었다.
‘미친.’
찔린 자는 모든 방어를 잃는다.
기본 옵션에 있는 ‘모든 방어를 무 시한다’를 넘어서는 옵션.
한 번이라도 찔린다면?
‘다른 무기로 변형했을 때도 방어 를 무시하는 대미지를 줄 수 있다는 거잖아?’
천공을 쪼개는 천둥.
그게 여지까지 모든 신기 중 사기 라 생각했다.
근데 이게 뭔가.
‘미쳤다.’
꿀꺽.
진짜 엄청나다.
여태껏 얻었던 신기 중 최고라 할 수 있을 법한 옵션.
하기야 기본 옵션부터 말이 안 되 는 옵션이지 않은가.
이게 있다면…….
‘이 섬도 쓸 수 있.어.’
씨익.
현성은 미소를 지은 채 윌을 봤다. 움찔.
미소가 만개한 현성의 표정.
행복해 보인다.
적어도 현성에게는.
하지만 그걸 보는 윌의 입장에선 불안하다.
섬뜩했다.
‘무, 뭔가 불길한 예감이……
그리고 그 예감은 꽤 정확했다.
“윌 님?”
“예, 예?”
“여기 있는 몬스터들 확 쓸어버리 고 재료들을 구하죠.”
“예, 예? 딸꾹.”
너무 놀라 딸꾹질까지 하는 윌.
현성은 그러거나 말거나 말했다.
“의뢰 보상이긴 하지만 재료를 많 이 들고 가면 현자께서도 많이 만들 어주시지 않겠습니까? 다른 재료들 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말이죠. 이곳 에 있는 몬스터들 보니까 현자께서 만 잡으실 수 있는데 그 수고를 덜 어주는 거니까요.”
“그, 그건 그렇죠?”
틀린 말은 아니다.
확실히 이곳에 있는 몬스터는 현재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쿠크다슨 왕국을 통틀어도 오직 장 인들의 현자인 듀라셸 정도뿐.
거기다 이곳에 출입할 수 있는 것 도 공방의 사람들뿐이니.
여기 있는 몬스터들을 처리해 재료 들을 모아간다?
일을 대신 처리해 준 것이니 어느 정도 더 만들어줄 수 있다.
충분히.
그런데 그 말이라면.
“서, 설마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 을?”
“그럼요, 그럼요.”
고개를 끄덕이는 현성.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을 진짜 쓸어 버릴 생각이다.
원래라면 힘들었겠지만 그곳에서 얻은 힘이라면…….
‘진짜 할 거야 저 사람.’
소름이 돋았다.
거기다,
‘스승님의 무구를 노리는 게 아니 야. 스승님의 무구는 겸사겸사■야. 저 사람…… 현성의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무구를 얻기 위해 하려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건지.
척 봐도 알 수 있었다.
현성의 눈을 보면 무구에 대한 욕 심?
그따위 것은 보이지도 않는다.
오직 투쟁과 투지만 보일 뿐.
다시 말해 그거다.
‘그냥 싸우고 싶어 하는 거야.’
힘을 얻었으니 거기에 적응하는 일 은 당연한 일.
하지만 그걸 이런 위험천만한 섬에 서 한다니.
정상이 아니다.
제정신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강해질 수 있는 건가?’
꿀꺽.
정상이 아니기에.
아무도 하지 않는 도전을 하기에.
그러기에 강해질 수 있는 것이라 면!
“예,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좋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아무리 굳건한 의지도 압도 적인 피로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윌이었 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