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89화
-아수라 정체가 뭘까?
-솔직히 못생겼을 듯, 가면 쓰는 거 보면 말 다했지.
느응, 자기소개.
느아니, 그게 아니면 가면을 쓰는 이유가 뭐야?
l본인 얼굴로 해서 사생활 침해 당하고 싶은 사람이 그렇게 널렸겠 다커 크 그 크
L자기 본래 얼굴로 나오면 그런 일들 많지.
L인기인이라면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님?
L이건 또 뭔 신박한 개소리지?
-어쨌든 아수라 정체가 너무 궁금 하다. 뭐하는 사람일까?
-잘은 몰라도 잘사는 사람이겠지. 유튜브 수익만 생각해도
L 그거 OZ
“흐음.”
댓글들을 보면서 고민한다. 다수의 댓글들은 영문.
하지만 거기에서 눈에 띄는 건 단 연 한국 팬들의 댓글들.
요즘 들어 저런 댓글들이 늘어갔 다.
얼굴이 궁금하다던가, 정체가 궁금 하다던가.
공개할 생각?
추호도 없다.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를 떠나 현 아나 재환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기 에.
자유도 없지는 않았다. 얼굴을 공개하면 지금 같은 생활은 생각도 못 할 테니.
‘재환이랑 그래서 얘기하러 간 거 였는데……
쓸데없는 얘기만 하다 왔다.
원래 수다가 그런 거 아닌가.
뭐 조언을 듣긴 했지만…….
‘브이로그라.’
흔히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다.
한마디로 말해 비디오로 일상을 촬 영하는 것.
얼굴이야 가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해야 하나?’
아직까지는 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팬서 비스?
그거야 게임을 잘하면 그만 아닌 가?
게임을 하는 이유가 그거니까.
물론 무작정 게임만 할 순 없다.
무언가 다른.
조금 다른 그런 컨텐츠가 있어야지 않을까?
‘지금 가지고 있는 내 캐릭터는 너 무 사기야.’
현성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타나노스의 후예.
이 사기적인 직업이라면 컨트롤이 그리 좋지 않더라도 강했을 테니까.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부캐로 컨트 를로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싶기도 했다.
아직 한계 레벨을 돌파할 퀘스트도 받지 못하지 않았던가.
겸사겸사 부캐로 방송을 찍으 면…….
‘좀 별로인가?’
그래도 본캐를 키우는 게 이득이지 않을까?
시간낭비란 생각을 쉽게 버릴 순 없었다.
막혀 있긴 해도 무언갈 해야 뚫을 수 있는 법.
쉽게 부캐로 시선을 돌리는 건 그 리 옳지 않다.
‘그래도 새로운 콘텐츠가 있기는 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기보단 가끔 레벨 낮은 구간에서 레벨 차이 나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영상도 꽤 괜찮 을 거 같기도 하고.
일단 브이로그보단 나아보이지 않 은가.
‘브이로그는 좀 그렇고 부캐를 키 워서 방송해 볼까?’
나쁘지 않은 생각.
가끔 하는 거라면 크게 시간도 안 들이고 괜찮을 거 같다.
재환도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
‘뭐, 이러거나 저러거나 일단 지금 은 쉬는 게 중요하지.’ 컴퓨터 앞에 있는 의자에 앉은 현 성.
두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는 모습 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장기간 플레이한 부작용 같은 것.
그것 때문이라도 쉬어야 한다.
토스히프 섬의 퀘스트 덕분에 제한 시간이 풀려서 대략 3일을 꼬박 세 고 했었다.
게임 시간으로는 무려 15일.
보름이나 되는 시간 동안 미친 듯 이 사냥만 한 것.
윌은 거의 죽어 나갈 때쯤.
처소를 짓고 쉬자고 제안을 한 거 다.
정말 안전한 장소에서.
그러니 당분간 안 들어가 봐도 된 다.
아니, 좀 쉬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무리하긴 했어.’
떨리는 손.
아무리 봐도 부캐고 자시고 캡슐에 들어가면 안 되어 보인다.
운동도 무리.
그래서 어제는 재환의 회사에 놀러 간 거 아니겠나.
뭐, 재환도 바빠서 놀 시간은 없어 보였지만.
‘하.’
재환 말고는 친구라고 할 법한 친 구가 없는 게 이리 서러웠다.
‘현아도 놀러 갔고.’
스터디에서 사귄 친구들.
오늘은 여자끼리 모인다고 나갔다.
그렇다고 남자끼리 모여서 놀자고 하기엔 애매하지 않은가.
‘일단 나가자.’
집에서 쉬기만 한다고 안 될 일이 되진 않는다.
간단하게 옷을 입고 나가려는 때.
‘ 흐음.’
짧게 고민을 했다.
‘브이로그는 어떻게 하는 거지?’
* * *
현성은 말없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검은 몸체에 꽤나 잘빠진 카메라.
그것도 액션캠이라고 불리는 구프
로의 모델.
셀카봉처럼 필 수 있는 액세서리까 지 샀다.
그 밖에 삼단봉이나 고정할 수 있 는 여러 가지.
모두 사고 말았다.
“?…"크흠.”
솔직히 살 줄은 몰랐다.
뭐 돈이야 많긴 하지만 진짜 살 줄이야.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것도 있 지만, 브이로그라니.
심심하긴 했나 보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굳이 유튜브에 올릴 영상이 아니더 라도 이런 영상 한번 찍으면 괜찮지 않은가.
‘찍어볼까? 이 버튼 하고 이걸 누 르면 된다고 그랬는데.’
팟!
화면이 켜지고 촬영이 되는 거 같 다.
“오오.”
처음 찍다 보니 신기했다.
이모저모 살핀 뒤 현성은 일단 다 시 버튼을 눌러 전원을 껐다.
이런 부분까지 촬영이 되면 곤란하 다.
편집하긴 할 거지만 민망하지 않은 가.
거기다 편집을 하는 사람이 재환이 니.
‘음식집 탐방이 인기였지.’
유튜버들.
주로 브이로그하면 음식점 아니겠 나.
가장 대중적이고, 흔한 콘텐츠.
그 뒤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밥만 먹고 끝내긴 아쉽긴 하니까.
구프로 액션캠을 잘 챙긴 뒤 가방 에 넣곤 길을 나섰다.
굳이 가는 것까지 찍을 필요야.
그보다 뭘 먹어야 할까.
딱히 당기는 건 없다.
‘무난하게 라멘?’
얼마 전 이 근처에 생긴 일본 라 멘집.
개장한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워낙 유명한 프랜차이즈이다 보니 인기가 많았다.
일본 라멘을 잘 먹어보지도 않기도 했고, 이번 기회에 한번 먹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쁘지 않지.’
원래 맛집 탐방이란 새로 생긴 집 에 가보는 것도 묘미 아니겠는가.
결정하자 걸음이 가벼워졌다.
목적지가 있다 보니 당연한 일.
오픈한 지 좀 되어서 그런지, 아니 면 평일 점심때라 그런지 사람이 많 진 않았다.
매장 안에는 사람이 좀 있지만, 줄 을 서서 먹지 않아도 되는 정도.
딱 좋았다. 일단,
‘촬영해도 되냐고 묻는 게 예의겠 지?’
규모가 크긴 하지만 아직 초보티가 역력한 현성이다.
거기다 현실 촬영은 또 처음 아닌 가.
이게 또 뭐라고 긴장되는 건지.
“어서 오세요. 한 분이세요?”
“네, 한 명입니다.”
“그럼 이쪽으로 앉으시겠어요?”
“아, 네. 저 근데……
“네?”
아직은 어색해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럴 순 없는 노 르
현성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혹시 매장 내에서 촬영 가능한가 요? 제가 유튜브를……
“아, 네. 가능하십니다.”
싱긋 웃어 보이는 알바생.
1차 관문은 통과다.
후우. 길게 내쉰 한숨을 뒤로하고 자리에 앉아 다시 액션캠을 꺼냈다.
삼각대에 설치를 힘겹게 한 후 메 뉴판을 봤다.
“이걸로 주세요.”
기본 메뉴.
가장 무난한 것으로 시켰다.
“네.”
알바생이 고개를 끄덕이고 오더를 받아 갔다.
뭔가 어색하면서 신기한 기분.
살짝 간질거리는 이 느낌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색다른 것을 하니 더 그랬다.
매일 같이 동생과 회사밖에 없던 그다.
이제는 게임과 운동, 그리고 집밖 에 없어졌다.
챙겨야 할 동생은 어느새 훌쩍 크 고 다리도 다 나았다.
스스로 놀기도, 뛰기도 한다.
뭔가 서글퍼지기도 했지만, 대견하 기도 하다.
‘잘된 일이지.’
더는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일하지 않아도 되고, 더는 동생을 위해 헌 신을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살아와서 그럴 까.
혼자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하는 게 이젠 어색해졌다.
‘맞는 거겠지. 이게 맞는 거야.’
25 살.
누구는 이제 떠나가기 시작한 청춘 을 부여잡고 즐기는 이들도 있을 테 고.
또 어느 누구는 사회에 내던져져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도 있다.
어떤 게 정답이라 할 순 없다.
현성 또한 마찬가지.
마음 가는 대로 가면 되는 법.
남들처럼 즐기지 않아도, 즐기는 법을 몰라도 상관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 그만이 다.
‘좋네.’
무언가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인생.
썩 나쁘지 않았다.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긴 하다.
아직도.
하지만 그게 나쁘진 않았다.
점차 자리를 잡아갈 것이고 현성 또한 익숙해져 갈 거다.
“음식 나왔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후끈하게 피어오르는 열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라멘 위에 놓인 김은 뜨거운 열기 에 조금씩 눅눅해져 가며, 뽀얀 국 물 위론 고소해 보이는 고기 기름이 둥둥 떠다닌다.
후끈한 국물과 그 안에 자리 잡은 면.
일반적인 면보단 얇아 보이는 면 사이로 아삭거리는 숙주들이 몇 가 닥 보인다.
‘맛있겠는데?’
라멘은 생소하다.
예전엔 돈도 쪼들렸기에 꽤 비싼 라멘을 먹기엔 부담스러웠으니.
이렇게 먹어보는 것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일단 카메라를 켜고……
아직은 서투르지만, 잘 켠 거 같 다.
삼각대에 잘 고정하고, 화면을 조 정하자 화면 위로 뽀얀 열기를 뿜어 내는 라멘이 보였다.
좋다.
현성은 먼저 고명으로 얹어진 반숙 달걀을 봤다.
‘우선 이거지.’
넓적한 수저.
달걀과 딱 맞은 수저에 달걀과 국 물을 퍼올린다.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코를 강렬히 찔러온다.
‘오호.’
뭔가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향.
맛있을 거 같은 그 향이 기분 좋 게 코를 감싸 안았다.
“후루룩.”
입안에서 달걀들이 으깨진다.
으깨진 노른자가 살짝 느끼하고 얼 큰한 국물과 만나자 묘한 만족감이 입안에 차오른다.
고소하면서도 얼큰하고, 담백한 맛.
사골보다는 가볍고, 얼큰하다.
고추기름으로 기름을 낸 것일까?
아니면 고기를 우린 것일까?
잘은 모르지만 상당히 맛있었다.
면은 어떨까?
‘면이랑 차슈랑 같이 먹어야지.’
잘 구운 차슈.
그리고 얇은 면.
동시에 집어 올리자 후끈한 수증기 가 벌린 목구멍을 후벼판다.
억지로 참으며 면과 차슈를 입안에 넣자.
아삭, 아삭!
“오오!”
면 사이로 비집고 올라온 숙주의 식감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쫄깃한 차슈의 식감도 빼놓을 수 없다.
‘면도 얇아서 좋네.’
아직은 국물을 머금지 않았지만, 퍽퍽하진 않다.
면이 얇아서 그런가?
그래도 조금 목이 막혀 넓적한 수 저로 국물을 퍼 올린다.
후루룩.
“캬.”
목을 넘어가며 만족감이 차오른다. 뭔갈 더 시킬까 고민도 들지만.
아니다.
이게 딱 좋다.
‘괜히 더 시키면 별로야.’
라멘은 딱 라멘하고만 먹어야 괜찮 을 거 같았다.
다시,
후루룩.
아삭, 아삭.
“후하.”
평소 식사량이 있어 포만감이 가득 하진 않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딱 좋은 포만감.
‘좋네.’
앞으로 자주와도 좋을 거 같았다.
‘다음엔 현아랑 같이 와야겠다.’
피식.
현성은 먼저 캠을 정리한 뒤 가방 에 넣곤, 계산하곤 밖으로 나갔다.
다음엔 뭘 찍을지 고민하며.
그러나 현성이 알지 못한 것이 하 나 있었다.
구프로 단품 모델에는 기본으로 들 어간 SD카드가 없기에 따로 구매해 야 한다는 것.
그리고 SD카드가 없으면 녹화가 안 된다는 것을 모른 채.
현성이 그걸 깨달은 건 온종일 밖 에서 촬영하고 들어와 재환에게 보 내려고 했을 때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