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잠만 자도 랭커-289화 (289/472)

잠만 자도 랭커 290화

유튜브에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루에도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 들은 수백, 수천, 수만을 넘어서니 까.

하지만 특별한 영상은 그중 단 몇 개뿐이다.

그 영상은 시작하면서 이런 문구를 남겼다.

[그저 레벨 낮은 유저의 영상입니 다.]

검은 화면에 흰 글자.

영상은 친절하게도 여러 언어로 번 역되어 올라왔다.

원문은 영어였다.

후웅!

거대한 몽둥이가 휘둘러진다.

그러면서 글자들이 깨지며 시작한

몽둥이가 검은 화면과 글자를 깨뜨 린 것처럼 보였다.

영상에 나오는 몬스터는 오크.

흔하디 흔한 몬스터다.

판타지 게임이라 하면 너도나도 출 현시키는 아주 감초 중에 감초 역 할

오크를 상대하는 유저?

딱히 특별하지 않았다.

초보자의 옷을 입고, 초보자용 무 기를 착용했다는 것을 빼면.

이상한 가면을 쓴 건 이상할 것도

안 된다.

아수라가 나타나고 가면을 쓰는 이 들은 많아졌으니까.

특이한 점이 있다면 하나였다.

-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거지?

오크가 다시 몽둥이를 휘두른다.

후웅!

상체를 뒤로 젖히며 공격을 피한 다.

이때 틈이 있었다.

이런 환상적인 회피를 해냈다면 반 드시 파고들 수 있는 틈이.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파고들기는커녕 초보자 장검을 거 추장스럽게 흔들며 오크를 도발한 다.

“취이익!”

영상 속 오크는 분개해 광전사처럼 달려들기 시작한다.

후웅! 후웅! 후웅!

빠르게 휘둘러도 소용없다.

미리 읽고 뒤로 빠지며, 슬며시 옆 으로 피하고, 마지막은 상체를 젖혀 피한다.

후에 오크가 상체를 젖힌 유저를 향해 발차기를 하는 것 또한 옆으로 구르며 피해낸다.

예측이라기보다 예지에 가까운 회 피술.

하지만 위기가 생긴 것일까.

또 다른 오크가 나타났다.

“취이이익!”

“취이익!”

한 마리가 더 늘어난 상태.

일대일의 상황에서는 잘 피했을지 모른다.

1 대 2.

단순히 1더하기 1이 2가 아니다.

전투에서는 그 이상의 시너지를 발 휘할 수 있었다.

특히 전투 센스가 뛰어난 오크라면 더욱이.

몽둥이를 든 오크는 먼저 유저를 향해 공격에 나선다.

하늘에서 벼락처럼 떨어지는 몽둥 이.

레벨이 높은 몬스터에게서 느낄 수 있는 위압감은 없다.

하지만 현실의 레벨로 생각한다면 충분히 위험해 보이는 위력.

적어도 고목나무는 쪼갤 수 있을 법한 힘을 담고 있다.

그러나 동작이 너무 크다.

휘우웅!

콰아앙!

사뿐히 옆으로 튀어 올라 그 공격 을 피한다.

그러나 오크에겐 동료가 있다.

거대한 해머를 든 또 다른 오크 동료가.

후웅! 해머는 횡으로 휘둘러진다.

유저의 내장을 산산조각내기 위해.

사뿐히 옆으로 튀어 올랐기에 쉽게 피할 수 없을 터.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깼다.

파팟!

후우우우웅!

휘둘러지는 해머의 손잡이를 지지 대 삼아 해머의 범위에서 벗어난다.

스치긴 했다.

하지만 옷이 스쳤을 뿐 데미지는 전무하다.

약이 오르는지 취익거리며 콧바람 을 내뿜는 놈들.

더러운 숨을 내쉬며 다시 유저에게 달려든다.

퉁! 퉁! 퉁! 퉁!

육중한 울림.

강한 발걸음으로 달려드는 오크 두 마리.

유저는 그걸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 히 검을 쓰지 않았다.

손에 쥐기만 할 뿐.

여차하면 사용하려 하는 게 아니 다.

농락하기 위해.

마치 무기를 사용할 가치도 없다는 걸 말하려고 하듯이.

후웅! 휘웅!

몽둥이와 해머가 동시에 휘둘러진 다.

빠르다.

여태까지보다 조금 더 빠르다.

미세한 차이일 뿐이나 고작 그 하 나 때문에 숨이 막혀오는 거 같다.

상체를 젖혀야 하나?

아니다.

그랬다간 조금 느리게 오는 해머에 머리가 깨질 거다.

공교로이 두 무기의 범위에 딱 들 어맞는 위치다.

뒤로 피한다 한들 소용없다.

저들은 달리고 있는 중이니까.

아무리 빠르다 한들 오크의 돌진보 다 느리다.

위로 뛰어올라 피해야 할까?

안된다.

그랬다간 뒤이어올 후속타를 피할 수 없다.

찰나의 순간.

영상은 이 상황에 슬로우가 걸린 다.

시간이 느려진 듯 천천히 움직이는 화면.

그때 유저의 눈동자가 클로즈업되 었다.

-어떻게 저 상황에서 저런 평정심 을 유지할 수 있지?

시청자들은 의문이었다.

피할 수 없는 상황.

사면초가의 상황임에도 유저의 눈 에는 아무런 미동도 없다.

그로 하여금 기대감이 샘솟았다.

무슨 방도가 있는 것일까?

피할 수 있는 것일까?

여태까지 예지에 가까운 그 모습으 로 저 공격도 피하는 것일까?

수많은 생각들이 허공에 얽히고설 킨다.

그 순간이었다.

유저가 움직이기 시작한 건.

후웅!

힘이 담겨 있는 몽둥이.

언제든 유저의 가면과 머리를 쪼개 없애 버릴 거 같은 몽둥이를 먼저 고개를 틀어 피했다.

여기까진 괜찮다.

하지만 뒤이어 날아드는 해머가 남 아있다.

화면은 어느새 유저의 시점으로 전 환되어 눈앞에 보이는 해머가 당장 에라도 머리를 쪼갤 듯 보인다.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때 였다.

유저가 검을 사용한 것은.

공격을 위해서?

아니다.

그렇다면 방어를 위해서?

그 또한 아니다.

푸욱!

땅을 찔러 지팡이 삼아 검을 집곤 림보를 하듯 허리를 젖혀 버린다.

순간 그의 머리가 훅 꺼지듯 사라 지고, 달려오던 관성에 의해 그는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갔다.

?와. 시청자들은 이 영화와도 같은 한 장면에 숨을 들이마실 수밖에 없었 다.

다른 방법으로도 피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정면에서 이렇게 피함으로 써 자신의 실력을 내보인 유저.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상은 거기서 끝나있었다.

몬스터를 사냥하는 영상도, 압도적 인 무력으로 전투하는 영상도 아닌 그저 초보자가 오크의 공격을 피하

는 것일 뿐인 영상.

- 와아아아아아아 [

- 미쳤다아아아아아!

-이거 진짜인가??

- 대박이다.

?예술적이야!

-이런 환상적인 영상은 아수라 이 후 처음이라고!

열광은 당연했다.

유저가 보여준 모습은 그러기에 충 분했으니까.

그러나 더 열광한 것은 그 뒤의 메시지였다.

[Asura2]

무슨 영화 제목처럼 올라온 글자 하나.

그리고

〈플레이어: Asura2>

레벨: 1 직업: 없음.

칭호: 없음.

[HP: 100/100] [MP: 50/50]

[근력: 5] [순발력: 5] [체력: 5]

[마력: 5] [지력: 5]

잔여 능력치: 0

그 후에 나온 캐릭터 정보들.

이데아 영상을 유튜브에 올릴 때 할 수 있는 특수 기능.

바로 캐릭터 정보를 올릴 수 있다 는 것.

이데아답게 이건 조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그 기능을 이용하는 이는 거 의 없었다.

어느 누가 자신의 귀한 정보를 알 리고 싶어 하겠는가.

하지만 이런 경우 달랐다.

부캐릭터로 영상을 찍을 때.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 올리는 경우 르

시청자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또 다른 신화의 시작이라는 것을.

몇몇 이들이 늘 의문을 품어왔었 다.

아수라는 그저 직업빨이지 않느냐 고.

그런 의견들이 그리 많았던 건 아 니다.

아무리 스텟과 직업, 스킬이 좋다 한들 보여줄 수 있는 컨트롤이 아니 었기에.

하지만 이걸로 모든 논란이 종결되 었다.

컨트롤?

얼마든지 보여주겠다.

이 보잘것없는 캐릭터로.

영상에서 아수라가 이렇게 말하는 거 같았다.

-진짜 대단하다. 그냥 아수라 채널 에 올린 게 아니라 새로운 계정을 파서 올리다니.

-다시 쌓을 수 있는 명성이다, 이 거지.

-거기다 외국인들 배려하게 영어 로 자막 깐 거 봐봐. 진짜 대박이 네.

자막으로 한글이 나가긴 했으나 세 계화를 위해 영상 본문엔 영어로 들 어가 있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수라의 부캐릭터는 이것으로 방 송할 것이며, 세계인들에게 자신의 컨트롤을 보여줄 것이라고.

지금 아수라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 라고.

물론,

-네가 브이로그 찍다가 녹화 안 된 게 너무 민망해서 다신 브이로그 안 하려고 부캐를 팠다는 건 아무도 모를 거야.

“제발 닥쳐.”

- 낄낄.

낄낄거리며 놀리는 재환의 전화를 끊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하아.

한숨을 쉬는 현성.

어쩌겠는가.

재환이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는 것 을.

-브이로그는 진짜 안 찍을 거야? 내가 촬영해 줄게. 저거 부캐도 같 이 촬영하면서 재밌었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부캐릭터.

단순히 브이로그를 실패하고 화풀 이로 만든 게 아니었다.

좀 들어가 있긴 하지만, 그 이유만 이 아니었다.

재환의 촬영용 캐릭터.

그걸 시험해 보기 위한 테스트라고 해야 할까.

결과는 보다시피.

-확실히 내가 찍으니까 시너지가 쩔지?

“당연히 그래야지. 야 내가 찍는 거랑 별다를 바 없으면 네가 자존심 상해야 하는 거야 인마.”

-그건 그렇지.

“그보다 본캐도 그렇게 해야겠지?”

-어, 일단 링크 만들어서 네 본캐 링크에도 내 촬영용 캐릭터로 링크 잡으면 될 거 같긴 한데.

“좋네.”

말 그대로 좋았다.

솔직히 이번 영상의 퀄리티?

장난이 아니었다.

현성, 그가 보기에도 너무 마음에 들 정도로.

‘그냥 찍는 거 보내주는 거랑 차원 이 다르네.’

아수라의 영상들도 좋았다.

누가 배우인데 당연한 것.

하지만 거기서 더 좋게 만들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뛰어난 재료.

이건 누가 요리해도 맛있을 수 있 다.

아니, 날것으로 먹어도 맛있다.

그러나 이 뛰어난 재료를 뛰어난 쉐프에게 맡긴다면?

‘더 맛있어지는 법이지.’ 그 뛰어난 쉐프가 재환이라는 거 다.

이번에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거면 라이브도 재밌어질 수 있 어.’

촬영용 캐릭은 다른 이들에겐 보이 지 않지만, 링크한 캐릭터만 볼 수 있었기에 재환이 현성에게 이것저것 주문을 넣을 수도 있게 된 거다.

아직까진 현성은 방송에 대해 초보 다.

브이로그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그러나 재환은 다르다.

프로 중의 프로.

어떻게 해야 영상이 사는지, 또 어 떻게 해야 재밌는지 잘 안다.

편집자의 일이 그런 것이지 않은 가.

“당장 본캐릭터에도 링크를 걸자.”

-후, 좀 긴장되긴 하는 데 문제없 다.

“좋아. 그럼 20분 있다 접속하는 걸로 하자.”

-그래. 그런데 지금 어디 부분이라 고 했더라?

“ 나?”

-어. 무슨 토스히프 섬? 거기라고 하지 않았어?

“아니, 지금은 거기 아니야.”

-그럼 지금 어디인데?

“ 명계.”

-……뭐?

“명계라고.”

재환은 맡을 수 있었다.

새로운 대박 영상의 냄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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