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92화
이리해서 현성이 명계에 도착한 거 다.
물론 명계에 도착하고 난 뒤 로그 아웃을 하고 부캐릭터를 키운다고 안 들어갔지만.
현성과는 반대로 재환은 흥분한 채 로 외쳤다.
-미친놈?아! 그걸 빨리 말했어야지! 부캐보다 본캐가 낫겠다. 당장 들어 가자.
“그게…… 차라리 지금 부캐를 좀 더 해보는 거 어떨까? 그냥 컨트롤 만으로 밀어붙이려니까 솔직히 개꿀 잼이더라. 거기다 아수라2는 아예 레벨 업 안 하고 어디까지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지를 보는 거니까 재밌 지 않겠어?”
.......?
이해할 수 없는 반응.
대중들이 과연 뭘 좋아할까?
좋아하는 틀에서 새로운 걸 보고 싶어 한다.
이를테면 이데아는 좋지만 여태까 지 보지 못한 걸 보고 싶어 한다는 것.
그런데 명계.
새로운 지역이지 않은가.
불과 어제다.
어제 해금되었다고 전 대륙에 퍼진 곳에 아수라가 등장한다?
그것만큼 대단한 게 어디 있을까?
지금 근데 부캐를 키운다고?
-그게 말이야 방귀야! 아니, 미친 놈아. 이런 기회가 어디 있다고 부 캐를 키워?
“어…… 그렇지. 나도 그래. 나도 아는데 좀 그렇다.”
-왜? 이유나 들어보자.
“……그 새끼들 또라이야.”
-……넌 그게 이유가 된다고 생각 하냐?
“안 되겠지?”
뭔 일이 있어도 반대는 하고 싶다.
그런데 재환의 반발을 봐라.
부들부들.
보자.
명계?
좋다. 얼마나 새로운 콘텐츠인가.
그런데,
‘거기 있는 애들이 나한테 하는 걸 보여주기 싫어서 그렇지.’
광신도.
아니, 광신도도 한수 접어줄 모습
그런데 그걸 보여주라고?
그럴 수 없다.
-너, 이 새끼. 지금 사신들이나 명 계에 있는 애들이 광신도처럼 따르 는 거 보여주기 싫어서 그러는 거 지?
“뭐, 그치.” -아니, 이 똥멍청이야. 그러면 명 계에서 사냥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되는 거잖아. 라이브 방송을 한다 해도 내가 촬영하잖아! 그럼 촬영 타이밍 잡고 하면 되는 거지! 거기 다 방송 딜레이를 생각해 즉석편집 할 수 있는 게 촬영용 캐릭 특징인 데 이걸 어디다 살려먹으려고?
“ 어?”
-어휴, 세상 사람들이 이걸 다 알 아야 하는데. 그래야 우리 직원들이 날 좀 더 존경할 텐데. 어휴, 젠장.
“그, 그러네.”
얼빠진 목소리로 수긍하는 현성.
거기까진 몰랐으니 반대를 했다. 솔직히 이미지를 챙긴다는 것도 한 몫했다.
요즘 들어 체면을 유난히 신경 쓰 지 않았던가.
그런데,
“흐음.”
- 음?
고민을 한다.
상황?
알려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데 명 계 방송을 꺼려 한다?
“당장 까는 것도 좋은데 조금 묵히 는 것도 좋지 않아?”
-으흠, 일리는 있네.
“그치? 우리 보면 사람들이 추측하 기도 전에 먼저 까서 뭔가 기대치 충족이 좀 덜 된 느낌이었잖아. 워 낙 아수라가 유명한 메이커인 것도 있어서 그렇게 해도 괜찮지만, 다른 방송들 보면 좀 뜸 들이는 것도 많 은 거 같던데.”
-확실히 그런 면이 많지.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혹은 광고 보고 오시죠!
등등.
뜸을 들이는 건 예전부터 많이 나 오던 클리셰다.
아수라는 여태까지 보여준 적이 없 던 클리셰.
거기다 아직 명계가 아수라가 했다 는 것도 나오지도 않은 상황.
여기서 아수라가 명계에 갔다는 것 을 알린다?
이슈는 될 것이다.
아무도 가지 못한 곳을 갔으니.
되지 않을 리가 없다.
거기다 아수라이지 않은가.
그러나 그 효과를 증대할 순 없을 터.
- 괜찮은데?
“그치? 좀 기대치를 올릴 만한 영 상들 있잖아. 이전에 내가 보낸 사 신들 소환되어서 나를 둘러싸던 모 습도 좋고. 그런 식으로 뭔가 기대 감을 높이고 촬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그때 라이브로 공 개하는 거 어때?”
-오올, 이제 유튜버 다됐네. 나도 그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더 신경 써야 하는데 영상적인 것만 신경 쓰
다 보니 미안하다.
“미안하긴. 아무튼 어때?”
이미 답은 들은 거 같지만, 굳이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확실히 좋을 거 같다. 그러니까 너의 말은 지금은 부캐로 이용한 방 송을 조금 뽑아낸 뒤에 명계 부분을 찍자 이거지?
“그렇지.”
-부캐로 뭐 할지는 정했어?
“그거야……
-이제 정하는 거구만.
다 안들어도 뻔하다.
정답이라는 듯 웃는 현성.
재환은 알았다는 듯 말했다.
"일단 좋다. 현성이 네가 좀 피곤 하긴 했나 보네.
“좀 그런 편이지.”
확실히 지쳤다.
명계 부분 라이브?
한다면 기껏해야 게임 시간으로도 2시간이 한계다.
그런데 지금 현성은 조금 많이 피 로한 상태.
‘천공의 사도나 이런 부분은 라이 를 시켜서 영웅 길드에게 알리라 했 으니까.’
그동안 너무 많이 하긴 했다.
덕분에 엄청난 성장을 이뤘지만, 아직도 레벨 400을 넘을 수 있는 한계 돌파 퀘스트는 요지부동이다.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전력으 로 달릴 필요가 있겠는가.
조금 이상한 낌세가 보이긴 했지 만.
‘남쪽에 수인들이 모인다고 했었 지?’
거기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다.
수왕 엘고르스.
대륙오천 중 하나이자 최악이라 불 리는 대륙오천.
유일하게 인간에게 호의가 없는 대 륙오천이기도 한 그가 움직이기 시 작했다는 것.
그것도 천공의 사도에 의해서 말이 다.
‘막을 수 있으려나?’
일단 스승님들에게 일러두긴 했다.
유리아와 황제에게.
하지만 큰 반응은 없었다.
그러려니 하는 반응.
뭔가 있나 싶긴 했지만, 둘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오히려 썩어가는 죽음에 신경을 썼 다.
‘좀 불안한데.’
두 스승님이 없으면 엘고르스를 막 을 수 있는 자?
솔직히 없다.
제아무리 리베우스라 한들 대륙오 천에겐 몇 수 접어줘야 하는 게 정 상이니.
‘작전을 잘 짜긴 했네.’
천공의 사도.
그 배후에 있는 누군가.
현성이 생각하기엔 잠의 사도였다.
몇 번의 언급이 있었다고 했으니.
‘무슨 생각인지 원.’
배신?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렇게 만 생각할 수 없었기에.
그렇게 딴생각을 하던 중.
재환이 소리를 질렀다.
_왁!
“와씨 깜짝이야. 뭔 지X이야?
-……야 듣고 있었어?
“어어? 듣고 있었지.”
-내가 지금 뭐하자고 했는데.
“……미안하다.”
빠른 사과.
재환의 속 끓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지만, 뭐라 하겠는가.
저리 빨리 사과를 하는데.
후우.
그저 한숨을 쉬고 대화를 이어갔 다.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엘고르 스가 중요한 게 아니지.’
당장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 니.
일단 두고 봐야 한다.
수인들만 모이고 있지 않았던가.
-일단 부캐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 하는 것도 좋을 거 같아.
“다양한 용도?”
-어. 굳이 아수라2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현성은 흥미 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드는 제안.
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들.
이건 좀 기대되었다.
-그럼 섭외부터 해올게.
“그래그래.”
* * *
파지지직.
번개가 휘몰아친다.
산꼭대기.
암벽으로 둘러싸인 그 산은 무슨 피뢰침이라도 된 듯 정중앙에 벼락 이 내리꽂힌다.
콰드드드드등!
대기를 찢고 세상을 찢을 거 같은 벼락.
그것이 산봉우리를 향해 내리친다.
쿠구구구구구구 ! 콰아아아앙 !
터지는 소리.
무언가 터진 것일까?
봉우리에 있던 무언가가?
아니다.
파지지직.
파지지 지지직!
전류가 흐르며 산에 있던 모든 전 기의 기운이 도리어 봉우리로 솟아 오른다.
흩어지지 않고 한 곳으로.
그리고 그 봉우리에 명상을 하듯 앉아있는 한 여인.
뇌신이라 불리는 레이라.
그녀가 번뜩이는 눈으로 메시지를 노려봤다.
아직.
아직이 다.
[9997/10000] 아직 3번 남아 있다.
만 번의 벼락과 천둥, 그리고 번 개.
그거까지 앞으로 3번이다.
고통스럽고 데미지가 상당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녀가 가진 정수 때문에.
[뇌신의 정수로 변하'[9998/1000이]
순수한 벼락을 맞아야 한다. 스킬이나 마법이 아닌 순수한 벼락.
이데아에서 가장 벼락이 많이 치는 지역.
그 산봉우리에서 현실 시간으로 일 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기다렸다.
문제는 벼락이었다.
벼락을 맞는다?
쉬운 일로 보이는가?
자연의 힘.
그게 가진 데미지는 늘 달랐다.
어느 때에는 전기 내성으로 어느 정도 참을 만한 데미지가.
또 어느 때에는 즉사를 당할 뻔한 데미지가 들어오기도 했다.
레벨 300 후반대인 그녀에게 말이 다.
“후우, 스읍, 후우.”
무슨 무인마냥 다시 번개를 기다린 다.
콰직!
콰드드드드등!
떨어진다.
파지지 지지지 지직 !
온몸에 전류가 휘몰아치며 복용한 천둥의 정수가 변화해가기 시작한 다.
천둥의 신을 넘어선 뇌신이 되기까 지.
그때가 되면 모든 걸 얻을 수 있 다.
무려 게임 시간으로 한 달이나 버 려가며 경쟁자들이 위로 올라가게 둔 이유?
모든 걸 만회할 수 있으니까.
신의 후예가 된다면.
‘그놈도 이거까지 몰랐을 거다.’ 과거 천등의 신조차 도전에 실패한 일을 도전한다는 것을.
천공의 사도가 어떻게 알겠는가.
전대 천둥의 신도 실패한 그것.
그걸 그녀가 해내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구구궁 .
하늘이 심상치 않다.
먹구름 사이로 보여오는 번개의 가 닥.
굵직하다.
이제는 피부로 느껴질 정도.
저 정도라면 견딜 수 있을지가 의 문이다.
하지만,
‘ 견딘다.’
아수라?
그가 아닌 자신의 목표를 넘어서기 위해서.
아수라에겐 개인적인 원한은 없다.
사실 하나의 관문이라고만 생각하 기도 했다.
그를 이긴다면 자신의 목표도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이미 아수라의 영상을 통해 보지 않았던가.
‘아수라만 이기면 도H. 그럼 나도 이긴 거야.’
그래서 집단에 속했었다.
근데 이게 웬 떡인가.
신 등급 직업을 얻을 수 있다니.
전설 등급의 직업도 좋다.
하지만 신 등급은 차원이 다르다.
지금도 보라.
파지지 지직.
‘의지만으로 벼락이 움직여.’
전직하지 않은 지금도 이렇다.
그저 목전에 둔 것으로 만으로.
꿀꺽.
그러기에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야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콰드드드등!
피부로 느껴지고 소리로 느껴진다.
남은 두 번은 여태까지와는 다를 것이라고.
방금 친 그 번개는 경고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지만 일어서지 않았다.
도전한다는 의지.
그것으로 그녀는 눈을 뜨지 않았
일어서지도, 움직이지도 않은 채.
세상이 번쩍였다.
가공할 만한 위력.
전기 내성을 최대한 맞췄다.
98%.
100%가 된다 하더라도 면역은 아 니다.
말 그대로 내성이니까.
하지만 상당히 버틸 수 있는 건 사실.
그런데도…….
‘죽는다!’
죽을 거 같다.
데미지?
계산할 수 없다.
즉사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
메시지가 떠올랐다.
[치명적인 일격에 당하셨습니다.]
[자연치유가 불가능합니다.]
[HP가 1%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주의하십시오!]
경고하듯 떠오르는 메시지들.
체력?
회복이 안 된다.
포션을 마셔도.
곧 온다.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시, 실패한다.’
번개를 쌓는 동안 사망하면 퀘스트 실패다.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되는 것.
하지만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포, 포기할 순 없어.’
물거품이 되는 거?
싫다.
끔찍이도 싫다.
하지만,
‘도망치는 게 더 싫다.’
굳은 의지.
여기서 살아서 고작 천둥의 신, 트 오르의 후예가 되는 게 아닌 뇌신의 후예가 되리라. 차라리 실패하더라 도 도전하리라.
그 의지가 그녀의 몸을 돌덩이처럼 굳게 했다.
움직이지 말라고.
의지가 몸을 지배하고 다시 평온한 자세로 돌아간다.
마치 명상을 하는 듯한 그 모습.
피부로 느껴진다.
아까보다 더 거대한 벼락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체력은 아까와 달리 1% 이하.
맞으면 죽는다.
무모하다.
아니, 어리석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피하지 않는다.’ 두 눈을 감은 그때.
산 전체를 집어삼킬 뇌룡이 떨어진 다.
그리고,
[신 등급 직업, 뇌신의 후예를 획 득하셨습니다.]
도전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었던 것을.
피했다면 얻을 수 없었던 것을.
그녀가 손에 넣었다.
“멋지잖아, 이거.”
또 다른 신의 후예가 탄생한 순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