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98화
난장판.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전장이었다.
병장기들 소리가 울리며 사방에 피 가 난무한다.
수인들은 자신들의 발톱을.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각자 자신의 무기들을.
온갖 스킬들이 난무하는 그곳.
전쟁터가 딱 어울리는 곳이었다.
영상으로 최고의 장면.
그것을 재환이 촬영하고 있었다.
_ 미쳤네.
현성이 이곳에 도착한 것은 다름 아닌 천공의 사도가 나타난 이후였 다.
다만 조용히 은신을 한 상태다.
‘상황을 우선 살피자.’
누가 보더라도 현성 측이 불리했던 상황이다.
좋은 상황은 아니지 않은가.
적들은 모인 인원만 수십만을 넘는 다.
기본적으로 중앙대륙 반아수라 연 합만 하더라도 10만 정도 되어 보 인다.
거기에 천공의 사도가 데려온 길드 원들도 그 정도.
수인들은 또 어떤가.
적어도 5만은 되어 보인다.
적측 전력은 대략 20?30만 정도.
그러나 아군 측은 빈약했다.
‘수 차이가 엄청나긴 하네.’
영웅 길드와 신화 길드.
이 둘을 합쳐야 1만이 될까 말까 다.
거기다 타나노스의 사제들을 포함 하면?
10만이 조금 안 된다.
수의 차이는 대략 3배 정도 나는 상황.
그러나 그렇게 불리하다고 생각하 진 않았다.
우선,
“오우우우우! 주인님에게 충심을 받칩시다요!” “오우!”
“하아, 졸려.”
“리베우스 저 자식!” 용을 타고 싸우는 캐럿.
나른한 표정으로 검을 휘두르는 암 흑기사.
그리고 신이 난 듯 날뛰고 있는 리 베우스까지.
저들만 보더라도 불리해 보이진 않 는다.
나른해 보이는 암흑기사의 수장.
현 타나노스의 암흑기사들은 잠의 기운을 강하게 물려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나태한 모습이 강했 지만 그 강함은 허황되지 않았다.
적어도 캐럿과 비슷한 수준의 힘. 전투형 추기경인 캐럿과 비슷할 정 도로 강력했다.
서걱! 서걱서걱!
“하아아, 진짜 쪽팔린다.”
암흑망토를 펄럭이며 말하는 암흑 기사는 고개를 저었다.
빨리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가 자 고 싶은 심정이 강했다.
“집중합시다요!”
그리고 옆에 있는 짜증 나는 리베 우스까지.
모두가 최악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주인의 뜻이기 때문.
“하아, 그래 그래.”
나른하게 검을 휘두르나 그것을 피 하는 상대는 여태까지 없었다.
뇌신 레이라.
그녀 역시 정신이 없는 건 마찬가 지였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야.”
갑자기 난입한 수인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천공의 사 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는 틈에 사라진 이덴과 린. 도망이라 볼 수 있지만 현명한 일 이다.
이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싸우 려고 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흐음.”
하지만 레이라는 신경 쓰지 않았 다.
싸워서 재미있는 상대도 아니지 않 았는가.
거기다 강해 보이는 인원들도 생겨 났다.
“아수라가 오기 전까지 유흥거리는 되겠네.”
오만한 말투.
하지만 그 오만함이 꽤나 어울렸 다.
그러던 그 순간.
“강해 보이는군요?”
“ 으음?”
신사다워 보이는 한 검사.
방긋 웃으며 다가오는 남자를 봤 다.
뇌신의 후예로 전직하고 다른 신의 기운을 볼 수 있었다.
저 빛나는 검정색의 기운.
타나노스의 기운이다.
“타나노스의 성자 레이먼이라고 합 니다.”
씨익 웃으며 자신의 소개를 하는 레이 먼.
그걸 보며 레이라는 웃었다.
이덴과 린보다 훨씬 강해 보인다.
거기다,
‘아수라의 영상에 나오던 자다.’
눈을 빛냈다.
아수라가 유일하게 패배했던 영상.
물론 2 대 1로 싸웠기에 그런 것 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가 약한 건 아니 다.
주력 스킬들이 빠진 상태에서 2대 1 이었으니.
얼마나 강할까?
기대가 피어올랐다.
Ae로 ‘ ? - _ o ?
부디 이덴과 린에게서 느꼈던 허무 함을 이번에도 느끼진 않길.
“한번 어울려 볼까요?”
“좋지.”
콰직!
번개와 검은 충돌이 이어지며 파동 을 주변에 흩뿌렸다.
휘말린 이들 중 몇몇 이들은 죽을 정도의 강력한 파동.
그걸 보며 카이저와 린이 중얼거렸 다.
“저 싸움에 끼면 안 되겠어.”
“동감이에요.”
자존심?
이제 그런 건 없었다.
린도 인정하게 되었다.
자기보다 강한 자들이 너무 많다 고.
한서아와 아수라만 해도 그렇지 않 나.
거기다 타나노스교까지.
아무리 NPC라 한들 강자들이 즐 비해 있다.
더는 자존심을 부려봐야 추하다는 걸 깨달은 지 오래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분수를 알아야죠.”
속이 좀 쓰렸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사실이니.
린과 카이저, 그리고 이덴은 자신 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복잡한 전황.
거대한 전장을 훑어보는 이는 현성 만이 아니었다.
“흐음.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군요.”
신 등급 직업.
천공의 사도를 제외하고도 이곳에 셋이나 모여 있다.
뇌신의 후예 레이라와 전쟁의 사도 루시퍼, 그리고 투신의 사도까지.
‘뭐, 그중 가장 중요한 건 레이라 씨지만요.’
씨익.
비틀린 웃음.
부디 아수라와 붙을 기회가 있으면 좋으련만.
레이라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야말로 비장의 수라고 할 법한 모습.
선택이 틀림없었다.
‘컨트롤도 대단하군요.’
강함?
말할 것도 없다.
다른 사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역시 후예는 달랐다.
거기다.
‘엘고르스 님이 잘하고 있는 모양 이네요.’
대륙오천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 는다.
유리아와 황제.
그 둘은 다른 전장에 있다.
천공의 사도가 계획한 대로다.
이 전장을 방해할 대륙오천은 더 이상 없다.
괴물들은 다른 전장에 있으니.
그것도 엄청난 전장에.
중앙대륙의 최남단.
그곳에서의 전투, 아니, 전쟁은 수 십만이 모여 있는 평원과는 많이 달 랐다.
규모 면에서.
물론, 압도적인 규모를 가진 건 최 남단. 이곳이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운석들.
그곳을 압박하는 중력은 이미 산을 짓누르는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 다.
〈고작 이것뿐이냐.〉
가소롭다는 듯 웃는 엘고르스.
하지만 유리아는 냉정히 엘고르스 를 봤다.
“너도 알잖아. 내가 그냥 마법사는 아니라는 거.”
〈그러니 묻는 거다. 진심으로 덤벼 라.〉
수왕 엘고르스.
그리고 재앙 유리아.
둘이 진심으로 붙었다.
백색 털을 휘날리며 움직이는 엘고 르스의 위용은 대단했다.
순수한 육체만으로 산을 날릴 수 있는 힘.
그것도 아주 작은 힘으로 가능하 다.
거기에 재앙을 담은 검을 휘두르는 유리아.
중력을 넘어선 과도한 인력.
그걸 휘두르자 공간이 갈라진다.
엘고르스의 주먹 역시 과도한 힘의 응집 때문에 공간을 파괴시키며 둘 이 충돌한다.
천지개벽.
마치 그거처럼 세상이 흔들린다.
대륙오천이 붙으면 일어나는 현상.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걸 보며 로브를 쓴 남자가 미소 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오랜만이군요, 황제.”
“내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었는지.”
황제 역시 감개무량한 표정이다. 이 얼마만의 도전자의 입장이란 말 인가.
“그대를 만나길 내 그렇게 바랐건 만. 제자 덕분에 드디어 그 소원을 이루는구나.”
아수라.
모두 그 덕에 이룰 수 있었다.
타나노스의 후예.
그 특수한 상황 덕이다.
제자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고 싶 었건만.
‘그건 힘들 듯싶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적어도 상위 신의 힘이다.’
타나노스의 사도.
정확히는 잠의 사도라고 한단다.
세 타나노스의 사도 중 유일하게 현실에 존재하는 사도.
드디어 만났다.
힘을 적당히 감춘 것 같은데도 상 위 신과 맞먹을 힘이라니.
그러나,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우우우우우우웅.
힘을 모두 드러낸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공간이 울리는 힘.
응집한 것도, 기술을 사용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전력을 다한 유리아와 엘 고르스의 힘처럼 공간을 가르고 있 다.
파장만으로.
이 얼마나 강한 것일까.
“하아, 솔직히 말하자면 그거 이상 한 겁니다.”
“뭐가 말이지?”
“인간이 신의 힘을 넘어서다니 그 게 말이 됩니까? 아니, 그 정도면 진작 신위에 오를 수 있었을 텐데 왜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겁니까?”
진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묻는 다.
황제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신위에 오르면 너보다 강한 상대를 만날 수 있나?”
그 되물음에 잠의 사도는 웃었다.
“어림없는 소리죠. 저는 위대한 타
나노스 님의 사도입니다.”
“내 대답은 충분한 걸로 알고 있으 마.”
“후우, 좋습니다. 저 역시 당신과 싸우려면 힘을 좀 써야겠군요.”
“좋지.”
“제 계획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 죠.”
잠의 사도가 힘을 개방한다.
황제조차 찌릿찌릿거리는 느낌.
최상위 신?
이제 그런 건 상관 없다.
이곳은 그 어떤 신조차 관전할 수 도, 훔쳐볼 수도 없다.
이미 다른 차원이었으니까.
너무나도 강대한 두 힘에 공간이 붕괴하여 새로운 세상이 되었다.
“그럼 우리도 즐겨볼까요?”
“좋다.”
자신의 스승과 잠의 사도가 싸우는 지 모르는 현성.
그는 전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레이먼이 조금 밀리네.’
뇌신 레이라.
진짜 강력했다.
거기다.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한계돌파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한계돌파 퀘스트]
-등급: 직업 퀘스트.
-설명: 신의 사도와 후예들이 모 인 전장에 섰습니다.
타나노스는 항상 악신을 벌해왔습 니다.
후예인 당신 역시 그래야 합니다.
타락한 신의 후예와 사도들.
그들에게 천벌을 내리십시오.
-보상: 한계돌파.
-실패 시 레벨 1로 강등.
위험천만한 퀘스트.
자칫 잘못했다가는 레벨 1로 떨어 진다.
하지만,
‘루시퍼랑 또 다른 놈, 천공의 사 도, 거기다 저 번개를 쓰는 여자인 가?’ 저들을 모두 죽이면 된다니. 이 얼마나 꿀인가.
물론 제일 강해 보이는 건 레이라 다.
그렇다는 건,
‘제일 나중에 상대한다.’
레이먼이 싸우고 있긴 하다.
거기다 꽤 오래 버틸 거 같다.
그러니 저기는 두고 제일 먼저 상 대할 것은.
“안녕?”
“……아수라.” 신화 길드원을 베어버린 루시퍼. 그가 불타오르는 눈으로 현성을 바 라봤다.
악마 가면을 착용한 아수라.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떤 가면이든 무슨 상관이냐.
상대가 아수라인 것은 틀림이 없건 만.
“이날을 기다려왔다.”
적개심이 가득한 루시퍼.
조금 불안하긴 했다.
‘신기와 권능은 없다. 하지만 그래 도 나는 강하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아수라와 견줄 수는 없더라도 어느 정도 데미지는 줄 수 있으리라.
그리 믿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그때.
“아, 맞다 루시퍼, 너 전쟁의 사도 로 전직했더라고.”
눈빛이 가늘어지며 놈을 노려본다.
어떻게 그걸 알았냐는 듯이.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현성이 꺼내 드는 한 자루의 검.
루시퍼는 느낄 수 있었다.
“너, 너! 그 검!”
“어? 알아보네? 맞아. 네 검이야.”
씨익 웃으며 말하는 현성.
그가 꺼낸 검은 다름 아닌 미네르 바였다.
전쟁의 신기이자 전쟁의 사도가 가 졌어야 하는 그 무기를.
“가지고 싶지? 어디 가져가봐.”
“죽여주마.”
눈이 돌아간 루시퍼.
그리고 그런 루시퍼를 보며 빙그레 웃는 현성.
역시 리베우스에게 많이 감화된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