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99화
전쟁의 사도, 루시퍼.
사실 전쟁의 사도가 가진 힘은 확 고했다.
전쟁.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행위.
사전적인 정의로 단체 사이에 무력 을 이용한 싸움을 가리킨다.
그러다 보니 전쟁의 사도가 가진 힘은 명확했다.
[아군의 수만큼 능력치가 증가합니 다.]
수십만이 다.
하나하나는 증가 폭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그게 수십만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후웅!
투콰앙!
스킬 따위도 아니다.
그저 맨주먹을 휘둘렀을 뿐.
하나,
“꽤 하네?”
“이익!”
한 손으로 막아낸 아수라.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란 말인가.
레벨 차이?
알겠다. 하지만 특수능력의 효과가 있지 않은가.
지금 루시퍼는 천공의 사도조차 뛰 어넘는 능력치다.
그런데 그런 능력치의 공격을 한 손으로 받다니.
도대체가.
‘무시무시하네.’
속내는 조금 달랐다.
여유롭게 막았다?
아니다.
‘강한데?’
능력치는 엇비슷하다.
루시퍼 쪽이 조금 더 높은 거 같 긴 하지만, 그 정도야 문제없다.
대등한 싸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았다.
이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지 않았는 가.
“대회에서도 능력치는 같았는데 시 시하게 끝나지 않았어?”
“............이번에는 다를 거다.”
파앙!
땅을 걷어차며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검을 꺼내는 루시퍼.
검과 검의 대결인가.
재미있겠다 생각한 현성은 빠르게 가면을 바꿨다.
악마 가면에서 흰 가면으로.
루시퍼는,
‘타나노스의 기운은 안 써도 그만 이지.’
미네르바.
이 신기하나만 있으면 그만이다.
후웅!
뒤로 물러나 다시 달려들 때에는 그 속도가 배가 되었다.
도약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든 것일 까?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 루시퍼. 그가 검을 휘두른다.
오른쪽 사선으로 그어진 검.
현성은 그 검을 보며 자신의 검인 미네르바로 검면을 미끄러지듯 타며 공격을 흘린다.
부드럽게 흘려진 공격.
하지만 루시퍼도 여기서 끝낼 자가 아니다.
쉬익! 쉭! 쉬쉬쉬쉬쉬쉭!
한 번.
두 번.
그리고 몰아치는 검격.
폭풍과도 같은 검들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경기에서 봤던 크 로스맨과는 차원이 다른 검술이다.
급소만 노리지 않는다.
간혹가다 페이크도 섞고, 허를 찌 르는 공격까지.
채채채채채채채챙 !
그러나 무슨 투명한 막에 막히는 마냥 튕겨져 나간다.
“칫
그다지 의미 있는 공방은 아니었 다.
루시퍼에겐 더더욱.
‘빌어먹을 놈.’
강해도 너무 강하다.
저 반응속도가 말이 되는가.
공격들을 보고 막고, 그 막은 것을 통해 다음 수를 예측한다.
페이크?
먹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 페이크와 진짜를 둘 다 막는데 어쩌라는 것인가.
이미 공방은 손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다.
사방은 검의 충돌로 인해 파괴되어 가고 지반은 무너져 간다.
무시할 수 없는 위력.
다른 인원들은 이 둘의 싸움에 휘 말리지 않기 위해 자리를 물러났다.
‘시간이 없다……
찰나의 순간!
번뜩.
후웅!
누군가 눈을 번뜩이며 붉은 아지랑 이를 피우며 주먹을 내지른다.
까아아아아앙!
검면으로 막자마자 현성은 자신을 향해 달려들던 루시퍼의 복부를 강 하게 찼다.
퍼억!
“커헉.”
타나노스의 기운이 살짝 섞여 마음 에 들지 않았지만, 쓰지 않았다면 꽤 큰 데미지를 입었을 터.
무엇보다,
‘약하지 않네.’
그렇다고 강하지도 않다.
다만,
‘루시퍼가 버프를 넣어줬군.’
레벨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붉은 아지랑이.
그와 별개로 MP 보유량이 현저히 적다.
거기다 힘의 차이가 명백하지 않은 가.
기껏해야 레벨 200 후반대.
그러나,
“투신의 사도?”
“용케도 알아보는군.”
“너도 네 권능 찾으러 왔니?”
“ O 1三드”
-?-- I ?
이를 갈며 분개하는 투신.
슬쩍 힘을 주자 힘을 이기지 못하 고 뒤로 밀려난다.
“흐음.”
신의 사도가 무려 둘이다.
거기다 투신의 사도는 지금 전쟁의 사도의 버프를 받은 상태.
고작해야 200 후반으로 보이지만, 그 힘은 최소 300 중반에 가까운 상태다.
이렇게 보니 전쟁의 사도가 가진 능력도 상당했다.
하기야,
‘미네르바를 보면 그런 느낌이긴 하지.’
군사들을 강화하는 느낌.
하지만,
“아군을 강화할 수 있는 건 너만이 아니야.”
씨 익.
현성은 웃으며 권능을 사용했다.
자신의 권능이 아닌 전쟁의 신, 그 권능을.
쿠그그그그그긍!
전쟁의 권능.
모든 아군의 힘을 증폭시키는 사기 적인 힘이다.
그것도 무려 30분 동안 10%나.
현성의 아군, 즉 타나노스교, 그리 고 영웅 길드, 신화 길드 이 모두가 모든 능력치와 최종 공격력, 이동속 도 등이 모두 10% 증가했다.
믿기지 않는 버프.
“너, 너 그!”
눈앞에서 자신의 권능을 사용했다.
부들부들 떨려오나 진정했다.
여기서 말리면 안 된다.
“투신의 사도, 해낼 수 있겠나?”
“물론이다.”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현성에게 달 려든다.
1 대 1로는 가망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2 대 1이 가망이 있냐 한다면,
잘 모른다.
‘우리 목적은 어느 정도 데미지를 주는 거다.’
둘의 목적은 아수라를 죽이는 게 아니니까.
아수라를 죽일 자는 따로 있다.
그러니,
‘힘을 뺀다.’
철저한 목적.
그 하에 둘이 움직였다.
휘웅!
콰가가가강!
하늘에서 떨어진 투신의 사도.
그러나 현성은 가볍게 주먹으로 맞 받아줬다.
간단히 막혀버린 그 모습에 허무해 할 틈도 없이 현성의 검이 움직인 다.
카론의 검술 제3식.
“섬 (I춧D.”
아름다운 찌르기.
하나의 빛과도 같은 그 찌르기가 이곳에서 현현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투신의 사도를 찔렀다.
아니, 관통했다.
“커헉.”
그걸로 끝이 아니다. 뛰어오른 현 성은 검을 하늘을 향해 올려 베었 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검.
막긴 힘들다. 그렇다면!
서걱!
콰득!
팔 하나를 버리며 현성에게 달려든 투신의 사도.
그리고 꼭 끌어안았다.
움직일 수 없게.
희생하겠다는 건가?
“죽어라.”
그때였다.
루시퍼가 나타난 것은.
푸욱.
“제길.”
욕을 내뱉는 루시퍼.
그리고 그런 루시퍼 뒤를 잡은 현 성.
“순간이동은 폼으로 쓰는 게 아니 야.”
다시 한번 검이 휘둘러진다.
“으아아아야야아아아!”
투지를 불태우며 투신의 사도가 달 려든다.
까아아아아앙!
검을 막은 투신의 사도.
그가 허물어지듯 자리에 쓰러진다.
그리곤 잿빛 가루가 되어 흩날렸 다.
[신의 사도 하나를 처치하셨습니 다.]
신기나 권능을 얻었다는 메시지가 없었다.
아쉽게도 신기는 없었던 모양.
뭐, 큰 기대도 하지 않았다.
남은 건 이제 루시퍼.
-야, 근데 너무 악당 같은 거 아니 냐?
“시끄러워.”
현성도 조금 느끼긴 했다.
너무 양학의 느낌이 강했기에.
능력치?
비슷하다.
하지만 지닌 스킬과 힘은 다르지 않은가.
스킬 숙련도와 위력, 그것들의 차 이가 나는데 어찌 비슷한 강함이라 할 수 있겠는가.
루시퍼도 알고 있었기에 절망하지 않았다.
이 정도야 이미 알고 있지 않았던 가.
“씨X!”
그러나 자존심이 상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강하다는 거?
알겠다.
아수라가 역대 최강의 재능과 센스 를 가졌다는 거?
안다.
그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 나.
하지만!
단 한 번의 공격도 닿지 못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투웅.
달려든다.
거리가 좁혀진다.
지금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쥐어 짜 달려든 거다.
근육을 최대한 활용하여.
그리고 최대한 공기 저항을 덜 받 는 자세로.
누구보다 빠를 수 있게.
“흡!”
현성조차 눈을 번뜩 뜬다.
놀란 모양.
동공 안에 그 감정을 읽을 수 있 다.
생각보다 더 빠른 움직임이라는 걸.
루시퍼는 자신하지 않았다.
고작 이걸로 만족하기에 잃은 것이 너무나도 많다.
자존심, 명예, 그리고 힘.
모든 것을 잃었다.
더 이상 잃을 수 없다.
‘ 집중한다.’
검을 뽑았다.
마치 검집에서 막 뽑듯 발도하듯 이.
처음 아수라의 묘기 중 하나로 유 명하던 발도식 검술.
그것이 루시퍼의 손에서 펼쳐졌다.
빠르게 발검하는 그 속도!
거기에 루시퍼의 속도까지 더해진 다.
형용할 수 없는 소리가 울렸다.
고작 움직임이 아닌 그 검에 루시 퍼의 스킬들을 담았다.
전쟁의 사도가 쓸 수 있는 힘을 응집했다.
그러나,
우우우우우웅.
놈의 검은 그저 잘게 떨며 그걸 막아냈다.
너무나도 쉽게.
주르륵.
아니, 쉽게는 아니다.
놈이 밀려났다.
조금이긴 하지만, 밀려났다.
‘ 빠진다.’
충돌을 이어가지 않았다.
찰나의 영역.
선택은 빨랐고, 움직임 역시 빨랐 다.
현성의 왼쪽으로 스쳐 지나가는 루 시퍼.
그에 따라 현성의 검도 그대로 이 어져 나갔다.
혹시라도 이어질 놈의 검을 막기 위해.
‘이런.’
당혹스러워하는 현성.
중심이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그걸 간과할 루시퍼가 아니 다.
“흐읍!”
끼기 기기기기기 긱 !
콰앙!
불쾌한 쇳소리.
그리고 그 끝에는 폭음이 터져 나 온다.
지지지지직.
뒤로 밀려나는 현성.
승기는 지금 루시퍼가 잡았다.
투웅!
다시 달려든다.
투우처럼.
‘ 집중한다.’
찰나의 영역.
모든 것이 느리다.
루시퍼, 자신의 몸 또한.
하지만 또렷이 보인다.
흔들린 현성의 중심이.
저 허를 찔러야 한다.
천재일우의 기히.
‘집중해!’
그 순간.
현성의 표정이 달라졌다.
놀라움이 가득하던 동공에서 진지 해진 눈빛으로.
여태껏 루시퍼는 볼 수 없었던 눈 빛으로.
루시퍼는 집중했다.
고작 저런 것에 흔들려선 이 천재 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 없으니까.
‘전쟁의 검, 승리를 알리는 포효, 선봉대장의 긍지, 전장의 사도.’
남아 있던 모든 스킬을 사용한다.
이것으로 승리할 수 있을까?
그따위 고민 따위 하지 않았다.
승리?
중요하지 않다.
이 순간.
지금 일어나는 이 전투가 더 중요 하다.
‘벤다.’
오로지 아수라, 그를 베기 위해서 집중한다.
루시퍼의 몸을 휘감싸는 기운.
전쟁의 신.
그가 자신의 사도를 위해 축복을 내린다.
모든 스킬들이 루시퍼와 그의 검을 감쌌을 때.
둘 사이의 거리가 사라졌다.
느리게 움직이는 팔이 원망스럽다.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예리하게!
그래야 놈을 벨 수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게 한계다.
“크아아아아아!”
괴성에 가까운 포효!
그 소리와 함께 휘둘러지는 검.
현성은 그것을 보며 검집에 넣었던 검을 강하게 쥐었다.
카론의 검술, 제3식.
“발(拔).”
그리고
“커 헉.”
무엇에 당했는지도 보지 못했다.
다만,
[HP가 1% 미만으로 떨어졌습니 다. 위급합니다.]
[상처를 치유하지 못할 시 사망합 니다.]
[알 수 없는 기운에 침식당했습니 다. 치유가 불가능합니다.]
[상태이상 악몽에 빠지셨습니다.]
수많은 메시지들. 그것들이 알려주었다.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씁쓸한 그 입맛을 다시며 눈을 감 았을 때.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좀 위험했다.”
그 한마디 말.
루시퍼는 그 말에 피식 웃고는 눈 을 감았다.
[사망하셨습니다.] 졌지만, 잘 싸웠다.
자신의 인생에서 두 번 오지 않을 순간.
그걸 경험한 것으로 만족하리라.
잿빛으로 사라지는 루시퍼를 보며 현성은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훌륭했다.”
그리고 그 영상을 찍은 재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어, 진짜 대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