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300화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이데아는 가상현실게임이라는 것 을
그러나 NPC들에게도 그저 게임일 까?
치명적인 상처를 입으면 HP가 줄 어든다.
그리고 0이 되면 죽는다.
과연 NPC들에게도 이데아의 세계 는 게임일까?
적어도, 사람들의 유희 거리로 죽 어 마땅한 하나의 게임일 리는 없 다.
투웅.
확연히 들리는 폭음.
폭음 사이에서 두 남녀가 세차게 튕겨 나온다.
일격 하나하나에 공간이 뒤틀리는 위력.
하지만 서로에게 치명상은 남기지 못하고 있었다.
“꽤 하네.”
<……성장했군.〉 엘고르스.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 자부하던 자 다.
하지만 고작 엘프에게 당하고 있다 니.
겉모습으로는 어엿한 여인이나, 그 속은 아직 덜 여문 청소년과 같은 녀석에게 말이다!
三7 o o o
낮게 울리는 짐승 소리.
유리아는 그걸 듣곤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사람 다 됐나 했는데 원숭이 티는 못 벗었구나? 흥분하면 털로 뒤덮이잖아.”
꺄르르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
듣기 거북하다.
영락없는 소녀의 웃음소리이지 않 은가.
저런 연약해 보이는 녀석에게 당할 쏘냐!
풍!
슉!
육중하게 대기를 가르는 소리.
동시에 들리는 가볍게 가르는 소 리.
소리의 무게는 차이가 났으나 속도 는 그리 차이 나진 않는다.
〈‘속도는 동수.’〉
‘승부처는 화력이지.’
어느 때보다 진지한 유리아다.
듀라셸과 장난치던 때가 아니다.
생사를 가르는 결투이다.
여기서 패배는 즉, 죽음을 의미한 다.
잡념은 진작 버렸다.
그래 봐야 사망 플래그만 세우는 거 아니겠나.
번쩍!
흰 털의 주먹.
기운으로 똘똘 뭉친 그 주먹이 휘 둘러진다.
소리보다도 빠른 주먹.
그러나 유리아는 그걸 우습다는 듯 이 그 주먹을 향해 지팡이를 휘두른 다.
검은색 지팡이.
원래부터 검진 않았다.
마법적인 영향 때문.
고요하다.
압도적인 소리?
그따위 것이 아닌 그저 모든 소리 를 집어삼킨 것이다.
유리아의 탐욕이 가득한 지팡이가.
소리와 충격, 그리고 엘고르스의 기운까지.
주르르르륵.
그러나 방금의 공방에서 승리하진 못했다.
모든 기운을 집어삼키진 못했으니 까.
그 일부만으로 이렇게 밀려난 것이
마찬가지로 엘고르스 역시 승리를 점하지 못했다.
오히려 유리아보다 상황이 좋지 못 했다.
〈‘기운을 빼앗겼군.’〉
많은 기운은 아니다.
방금 공격의 80% 정도.
하지만 누적된다면 결코 무시하지 못할 터.
안타깝게도 저기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기운조차 빨아들이는 인력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고강한 마법이란 말 인가.
심지어,
〈‘내 기운을 마력으로 치환한다.’〉
장기전은 불리하다.
이거 참.
원래는 황제를 죽이려 했다.
자신만만하게.
그런데 그 친우인 정신이 덜자란 엘프조차 넘기 힘겹다.
이 얼마나 한심스럽냔 말인가.
〈‘사지의 절반.’〉 그걸 희생하지 않으면 승리를 점하 기 힘들다.
어쩔 수 없다.
〈사지를 포기하는 수밖에.〉
번들거리는 탐욕.
입맛을 다시는 엘고르스를 보며 유 리아는 짧게 숨을 내뱉는다.
후우.
놈이 각오를 다졌다.
저 승리광이 사지를 버릴 각오를 하고 덤벼든다면, 마도사인 유리아 는 한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짧게 읊조리는 목소리.
영창을 하는 중이다.
용언을 넘어서 의념만으로 마법을 다루는 대마도사가 말이다.
풍!
다시 한번 공간을 가르듯 움직인 엘고르스.
유리아의 앞에 나타났건만,
〈짓.〉
이미 늦었다.
압도적인 기운을 담은 발차기. 그러나 허망하게 통과하고 말았다.
분신인가?
아니다.
『헤헤, 우리 비겁하다고 하기 없 기다?』
〈비겁한 년.〉
『비겁하긴? 마법사가 거리를 두고 싸우겠다는데 그게 왜 비겁한 거야 핸디캡을 없앤 것뿐이지.』
그 거리가 다른 세계와 연결해 어 디에도 속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는 건 다소 비겁해 보이긴 했지만, 어쨌든 유리아에겐 상관할 바가 아 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유리아가 움직인다.
반투명한 몸으로.
지금 유리아의 상태는 어느 세계에 도 속하지 않은 상태이다.
후웅.
그런 상태에서 지팡이를 휘두르자,
위웅! 위웅! 위웅!
위웅! 검은 구슬과 빛의 구슬들이 생성되 었다.
하나하나 그래비티 미티어와는 차 원이 다른 위력이 담겨있는 마법.
극도의 인력과 척력이 뭉쳐진 구슬 들.
하나라도 공격을 허용해선 안 된 다.
슈슈슈슈슉!
그러나 벌떼처럼 몰려드는 구슬들 을 모조리 무시할 순 없다.
하얀 구슬이 등 뒤에 2개가 나타 났다.
츠즈즈즈즈즈!
극강의 척력이 엘고르스를 밀어낸 다.
버틴다.
그러나,
『그 앞은 인력이라고!j
〈쓸데없는 공격 따위를!〉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벙 !
공격을 날려 인력의 구슬들을 소멸 시킨다.
그러나 소모되는 기운이 많다.
절대 장기전으로 못 가는 상황. 사지를 포기한 상황에 남는 기운조 차 없으면 안 된다.
이미 각오를 다졌다.
<……?>
엘고르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다름 아닌.
r……미친놈.J
유리아가 만든 척력의 구슬.
그것을 쥐어 잡고는 유리아를 향해 달려든다.
기운을 떠나 영혼까지 밀어내는 척 력의 구슬을 쥐었다?
살갗이 찢겨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두 손 모두 살점과 근육, 뼈 따위 가 찢기는 것은 우습다.
하지만, 그걸 견디며 달려든다.
슈욱!
「후우.』
짙은 한숨.
놈의 손은 팔꿈치까지 너덜너덜해 졌다.
피륙이 된 지 오래건만.
r……제길, 힘들어지겠네.」 놈의 재생력? 뛰어나다.
하지만 그것도 저걸 오래 쥐고 있 으면 소용이 없다.
세포 단위로 소멸시키는 척력의 구 슬이 다.
아무리 재생력이 뛰어나다 한들 막 을 수 있는 종류 따위가 아니다.
「‘통제권을 잃었다.’」
놈이 쥐고 있는 척력의 구슬의 지 배력을 잃었다.
예상은 했지만,
「‘진짜 위험하잖아.’」 어느 세계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리아의 마력으로 만든 구 슬은 예외지 않겠나.
아니 정확히는 유리아의 마력은 둘 다 속하기 때문에 유리아를 타격할 수 있다.
지배력을 잃었다고는 하나 놈의 손 에 들린 저 두 구슬 유리아의 마력 으로 만든 척력의 구슬이 맞다.
〈자, 싸우자.〉
웃으며 달려드는 엘고르스.
섬뜩한 그 모습에 유리아는 욕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제길!」
유체화를 푸는 건 더 위험하다.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
정면승부.
하나뿐인 해답이다.
또 놈?이 원하는 것도 그거이지 않 은가.
말리는 기분이지만 어쩔 수 없었 다.
『으아아아! 진짜 짜증 나!』
꽤 오래전.
두 남자는 만났었다.
그리고 다시 만났었을 때, 상황은 달라졌다.
천지를 가를 듯 떨어지는 검.
아니, 검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가 추락하고 있다.
황제, 그의 의지가 곧 세계의 의지 가 되었다.
이 일대의 공간이, 아니, 세계가 그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끄응.”
세계가 추락한다.
그 사이에서 피할 곳이 존재할 리 가.
황제의 지배력은 그랬다.
모든 것을 지배하려 했다.
피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간단하다.
만들면 된다.
몸을 돌려 피한다.
“이거 위험하네요.”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진심이다.
잠의 사도.
위대한 타나노스의 사도.
제아무리 그일지라도 위기를 겪은 적은 꽤 여럿 있다.
그리고 그중 한 번이 바로 지금.
‘이 정도면 무슨 최상위 신을 상대 하는 것 같군요.’
난처하기 짝이 없다.
잠의 권능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 어 냈다.
그러나 임시방편일 뿐.
오래 갈 수가 없다.
“그곳인가.”
세계가 급변한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비유 또한 아니다.
세계 자체가 무기가 되어 황제는 그것을 휘두른다.
검술?
의미가 없다.
그 자체로 이미 검술일지니.
속도의 의미가 사라진 공간.
“끄응.”
투웅.
막혔다.
세계의 의지가.
곧 황제의 의지가 막힌 것.
그러나 그는 미소 지었다.
“흡족하군.”
“이런 말씀 드리기 혐오스럽지만, 인간 주제에 너무 강한 거 아니십니 까?”
어디 중2병 소년에게나 들어볼 법 한 대사.
정말 하기 싫었으나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황제의 강함을 보라.
인간의 몸으로 저게 가당키나 한 지.
상식선으로 인간이 신이나 사용할 수 있는 지배력을 저렇게까지 운용 할 수 있다는 것부터 믿기지가 않았 다.
“특이점인지는 알고 접근하긴 했지 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고개를 젓는 잠의 사도.
황제는 그런 그를 보며 입을 열었 다.
“그런 식으로 할 거라면 지금 관둬 라.” “……무엇을 말이죠?”
“네가 하려는 모든 것을.”
“허어.”
“어쭙잖은 전투를 위해 나는 이곳 에 있는 것이 아니다. 투지를 보여 라.”
날이 서 있는 목소리.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다는 게 느껴 졌다.
이건, 계획에 어긋난다만…….
어쩔 수 없다.
“사과드리지요.”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잠의 사도.
사과를 받아들이는 황제는 미소 짓 지도 분노하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의지를 발현할 뿐.
황제는 검을 쥐었다.
세계라는 이름의 검을.
잠의 사도는 슬며시 눈을 감곤 로 브를 벗었다.
저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황제 는 모른다.
그러나 방금 사과했다는 것을 생각 한다면,
“좋구나.”
광풍이 몰아친다.
그러나 광풍은 황제의 검 앞에 무 력하게 베일 뿐.
황제는 광풍이 몰아친 그곳을 향해 천지를 갈랐다.
하늘과 땅. 그것을 구분하는 경계 선. 그곳을 정확히 갈랐다.
평범한 횡 베기였을 뿐일 진데.
천지가 갈라진다.
“이곳입니다.”
“ 안다.”
세계와 세계가 충돌한다.
서로 다른 지배자의 의지가 충돌한 다.
세계는 붕괴하며 다시 합쳐지고, 돌아오면 다시 붕괴한다.
“스스......”
e e ?
“……시작하지.”
황제는 자신이 쥔 검을 오른쪽 위 에서 왼쪽 아래로 벤다.
잠의 사도는 그것과는 반대로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벤다.
두 검이 충돌했다. 올려 베는 것보단 아래로 내리 베 는 것이 더 강하다.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시간을 끌어봤자 무의미하다.
힘은 비슷하다.
방금의 일격으로 확인했다.
고요하다.
다시 둘의 검이 휘둘러진다.
위에서 때론 아래에서. 잠의 사도가 막노라면, 황제는 공 격했다.
황제가 막노라면, 잠의 사도는 공 격했다.
먼 옛날 보았던 사내가 아니다.
애송이였던, 모든 것을 발아래에 두었다며 허무해하던 애송이가 아니 다.
지배자.
그야말로 황제.
황제가 된 사내에게 잠의 사도는 눈을 감았다.
“예전엔 그거에 당했었지.”
잠의 권능.
예전에는 당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까아아앙!
검끼리 충돌한다.
그리고 울렁거리는 소리.
위이이 이이이 이이 잉.
최면을 거는 것 같다.
아주 오래전 들었던 소리.
다만, 이제는 통하지 않은 그 소 리.
?좋군.” 옛 생각을 떠올리는 소리다.
저 소리를 듣고 패배했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러나 이젠 저항했다.
다만, 찰나의 움찔거림.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으나, 잠의 사도에겐 커다란 틈과도 같은 그 순 간.
잠의 사도는 그 틈을 비집고 검을 찌르고 들어선다.
찰나의 틈을 내주었어도 황제는 황 제다.
검의 주인이자 세계의 주인.
“이곳은 신들이 어찌할 수 있는 땅 이 아니다.”
황제의 의지가 터져 나왔고, 마찬 가지로 잠의 사도 역시 멈칫했다.
아주 찰나 동안.
그리고 그 찰나는 틈이 되었고, 황 제의 검이 움직였다.
서걱.
“끄응, 이거 계획하고 너무 멀어지 는 것 같네요.”
한숨이 가득한 목소리.
다만, 아까와 다른 게 있다면 그의 왼쪽 팔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설마 당신에게 제 팔을 잃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거 마음에 드는군.”
“아무리 특이점이라지만,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그대가 오래전 나에게 했던 짓을 생각하게.”
“끄응.”
최면을 걸어 대륙에 있는 모든 사 도들을 죽이게 했던 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황제 는 마음이 걸렸었다.
자의로 싸웠다면 그럴 수 있다. 모든 신의 사도들을 죽였으니까.
하지만, 그게 자의가 아닌 타의라 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그대의 그 위대한 타나노 스께서 명령을 내리신 거라지만, 불 쾌한 건 어쩔 수 없더군.”
“하아, 이미 거기까지 알고 계셨군 요.”
“더한 것도 알고 있지.”
움찔.
그 말에 감겼던 눈이 떠지며 황제 를 노려본다.
섬뜩한 잿빛 눈.
동공은 보이지도 않았고, 그저 눈 에 보이는 것이라곤 잿빛밖에 없었 다.
“이거, 위험한 발언을 하시는군요.”
“얼마 전에 알아낸 거였지만, 진짜 였군.”
“후우. 이거 좀 더 힘을 내야겠군 요.”
의지를 불태운다.
그것만으로 힘들다.
잿빛의 기운이 잠의 사도를 감싸더 니 새로운 왼쪽 팔이 생겨났다.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충분할 겁 니다.”
“마음에 드는군.”
“자, 제 계획대로 가시지요.”
묵빛 세계와 잿빛 세계.
그 두 개의 세계가 그곳에서 충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