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309화
명계의 몬스터는 대부분 영혼이다.
강했던 몬스터의 영혼.
혹은, 강했던 악인의 영혼.
대부분이 그들이다.
명계란 이름에 딱 걸맞지 않은가.
그래서 물리 공격에 대한 나름 내 성이 존재한다.
영혼들이 까다로운 점은 그것뿐만 이 아니다.
채앵!
영혼이 쥐고 있는 검은 두 자루다.
그걸 마치 허공에서 사선으로 회전 하며 공격한다.
마치, 팽이가 된 듯이.
까가가가가가강!
검으로 일일이 막기엔 손이 부족하 다.
그렇다고 피하기엔 공격이 빠르다.
타나노스의 기운을 사용하면 물리 내성을 줄일 수 있다.
푸욱.
회전하는 검들 사이에 찔러 넣은 검.
파팟.
찔리긴 했으나 뒤로 물러나니 상처 는 전무하다.
영혼의 가장 큰 이점.
상처가 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고통이 없다는 것.
이 두 가지 장점만으로 그들의 전 투력이 한층 올라간다.
고통과 상처가 나질 않는데 망설일 이유가 어디 있겠나.
스탯. 즉, 움직임과 힘은 엇비슷하 가끔가다 현성이 밀릴 때도 있지 만, 다양한 상황에선 엇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영혼들이 과감해지면 현성으로서는 골치가 아팠다.
‘저 봐, 버서커가 따로 없다니까?’
까가가가강!
다시 한번 돌격하는 영혼.
이도류에 힘을 준다.
마치 도끼질을 하듯 검을 휘두르는 놈.
그것을 일일이 흘려 뒤로 물러나 현성 역시 검을 두 자루를 꺼낸다.
오랜만에 쓰는 스타일.
한쪽은 단검과 한쪽은 장검.
정통적인 이도류와 둘 다 장검을 든 이도류.
먼저 달려든 건 저쪽이다.
푸웅!
고무공이 튕기는 소리.
우스꽝스러우나 그 결과는 전혀 그 렇지 않다.
까앙
빠르게 달려들어 검을 휘두른다.
예리한 그것에 허리가 베일 거 같 으나 단검으로 쉽게 홀리곤 놈의 머 리를 향해 기술을 건다.
타나노스의 악몽, 평타의 기운을 응용한 카론의 검술.
타격.
콰- 강!
강렬한 소리가 울렸으나 놈은 멀쩡 하다.
물리 내성이 약해졌다 한들 고통은 느끼지 못하니.
단점이 있다면,
“으어어어어.”
자신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지 못하
고 마지막 일격을 당했음에도 덤벼 드는 것이다.
체력 분배를 못 한다는 것.
‘컨트롤은 좀 더 늘겠네.’
하기야 이곳은 레벨 400 중후반을 위한 곳이다.
그런 곳을 초반이 왔으니 난이도가 있을 수밖에.
실질적인 느낌으론 모두 500 이상 의 느낌이지만.
“후우.”
긴 숨을 내뱉고 있었을 때.
옆에서 중년인 하나가 나타났다. 이곳 명계를 다스리는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사내.
아케론이 다.
〈역시 뛰어나신 실력이옵니다.〉
현성의 실력이야 사신들을 모두 제 압했을 때 알지 않은가.
기술의 최상위에 올라있는 사신들 을 같은 능력일 때 666명을 모두 제압했다.
이는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 이다.
그러기에 상급 죄수를 잡는 것 또 한 놀라지 않았다.
“뭐, 그냥저냥이지. 그보다 무슨 일 이야?”
아케론.
죽음의 사도이자 타나노스에게 명 계를 다스리라는 명을 받는 사도.
원래라면 이런 일은 없었다.
현성의 사냥이 끝나면 그때 찾아오 거나 사신을 보내 자신의 말을 전하 지 이렇게 직접 찾아온 것은 처음이 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다름이 아니오라 송구하게도 제 가 명계를 잠시 비워야 할 일이 생 겨 주인님을 챙기지 못할 거 같아 이리 사죄를 드리고자 찾아왔습니 다.〉
“괜찮아 신경 안 쓰니까 잘 다녀 와. 중요한 일일 거 아냐.”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옵니다!〉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는 아케론 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목소리.
〈빨리 처리하고 오겠나이다. 부디 조심하시길.〉
이럴 때만 보면 무슨 손자를 걱정 하는 할아버지 같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아케론이 말린 것도 있긴 하지만, 오래 하지 않았던가.
거기다 2일 만에 레벨이 올랐다.
그렇다는 건 한동안 레벨은 오르지 않는다는 소리고,
사냥하기엔 고위 사냥터만 남아 있 다.
진입한다면 할 수야 있겠지만,
‘타나노스의 기운을 아끼고 들어가 기엔 부담스럽긴 하지.’
당장 들어가면 다소 힘들 거 같다.
적당한 휴식은 늘 좋지 않나.
‘하긴 요 며칠 힘들게 오긴 했지.’
3일 동안 거의 운동-밥-게임-잠 순으로 바쁘게 살아왔다.
하루는 좀 쉬어주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조급해하지 말자.’
전쟁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원정대와는 따로 가긴 할 거지만, 전쟁이지 않은가.
비슷한 시기에 출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다른 원정대들.
다른 대륙들의 원정대와 교신 중이 라고 하니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는 셈.
조급할 이유가 전혀 없다.
‘모인 기운은 신살자 발동 때보다 조금 더 많나?’
신살자가 발동되었을 때의 배라고 는 할 수 없지만, 그것과 비교해선 꽤 많아졌다.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차근차근 잘 모이고 있다.
여기서 신살자가 발동되면 좋겠지 만, 썩어가는 죽음은 아쉽게도 신이 아 니기에.
더 준비를 해야 한다.
‘다른 방법도 생각해야겠어.’
방어구.
곧 완성된다.
그건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으로서 현성이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
타나노스의 기운을 쌓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다면…….
‘스킬이 지.’
휴식 후에 찾아가 볼 사람이 생겼
“오랜만에 찾아뵈어야겠네.”
* * *
요즘 어느 길드나 바쁘지 않은 곳 이 없다.
메인 시나리오 4.
모든 대륙이 참여하는 이벤트.
거기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에 더욱 효과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휴가 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휴가를 내 면서까지 이데아에 몰두하고 있을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될 정도면 말 다 한 것 아니겠는가.
“으으으으 ”
현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즘 놀러 가지도 못하겠네.’
현아, 그녀의 친구들 역시 바쁘긴 마찬가지다.
팀 스터디.
그들 또한 이번 이벤트로 바빴으니 까.
놀 시간이 없는 건 그녀뿐만이 아 니었으니까.
절로 한숨이 나오지만, 그만큼 기 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저번과는 차원이 다르겠지?’
대륙 전체가 언데드로 물들고 있 다.
이미 물들었을 지도.
그런 곳을 상대로 전쟁을 펼치다 니.
솔직히 기대되지 않는가.
대규모 전쟁.
늘 꿈꿔왔던 것이지만, 막상 이렇 게 찾아오니 해야 할 것이 많아 귀 찮긴 했다.
그래도 전쟁.
많이 기대되었다.
‘오빠도 바쁜 거 같고.’
주역이라 할 수 이는 현성.
현존하는 유저 중 이제 최강에 도 달하지 않았던가.
신을 잡았던 그 영상은 지금까지도 막대한 조회 수를 높이고 있었다.
아름답고 신성한 그 전투.
이젠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 이데아의 최강은 현성이라는 것을.
거기다 아수라 길드가 나타나고 나 서 그 관심은 더 쏠릴 수밖에 없었 다.
너도나도 가입하려 했으니.
‘그 덕에 영웅 길드랑 신화 길드에 라도 가입하려고 나온 사람들이 많 아졌지.’
아수라 길드는 철저히 소수 정예이 다.
정말 강자들만 들어올 수 있는 길 이를테면 한서아와 레이먼같이 말 이다.
그 둘은 천공의 사도와의 전쟁이 끝나고 가입을 했다고 한다.
한서아는 다른 일이 있어 전쟁에 나오진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다르 다고 한다.
적일 땐 껄끄러웠지만, 같이 싸운 다니 솔직히 많이 안도가 되었다.
‘대형 함선을 짓는 것도 힘드네.’
원정대가 늦어지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
함선.
다른 대륙의 원정대들과 교신도 있 긴 하지만, 원초적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함선 제작.
이게 없다면 원정이고 뭐고 없다.
장인 유저들 모두가 들러붙어 있는 상태다.
이렇게라도 전쟁에 참여해야 하지 않겠는가.
생산직은 이렇게라도 참여를 해야 하지 않겠나.
다들 활기를 띤 상태였다.
이만한 이벤트는 없다면서.
‘속도를 보면 조만간이겠어.’
현실 시간으로 일주일.
물론 더 느려질 수도 있다.
저들의 휴가가 무한정은 아니니까.
그래도 그걸 감안해도 일주일.
아마 충분할 터.
“현아.”
“응? 아 예은이구나.”
린의 여동생이자 영웅 길드의 일원 예은.
반갑게 인사를 한 것치곤 상당히 어두운 표정이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아니나 다를까.
“후우. 나는 좀 걱정되네.”
“응? 뭐가?”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아직 레벨 300도 안 되잖 아.”
누가 들었으면 개나 소나 300은 찍고 시작하는 게임인 줄 알겠지만 전혀 아니다.
200중후반대의 레벨도 엄청난 레 벨이지 않은가.
거기다 직업이 유일 등급이라면?
더 대단한 것이다.
일반 등급보다 2배 이상 경험치가 들어감에도 그 정도의 성장도는 엄 청난 것이다.
다만, 주변에 그걸 초월한 괴물들 이 많아서 그럴까.
자신감이 많이 위축되어 보였다.
그럴 수밖에.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는데……
현아도 그리 느꼈기 때문.
어쩔 수 없다.
현아 또한 어디 가서 꿀릴 스펙은 아니다.
이제 공식 랭킹으로 친다면
100위권 안에 드는 고위 랭커다.
거기다 직업은 영웅 등급.
엄청난 것이다.
그럼에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워 낙 괴물 같지 않은가.
린 또한 괴물 같으나 그녀 역시 압도하는 괴물들이 즐비한 곳인데 현아나 예은이 어떻게 버티겠는가.
무리일 수밖에.
그래도,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면 되는 거야.”
“우리 할 일?”
“우리가 잡을 수 있는 몬스터를 잡 으면 그만이지. 그게 안 되면 우리 보다 강한 사람을 돕는다던가. 그런 걸로 자신감을 잃을 이유는 되지 않 아. 잘하는 사람들이랑 비교해서 원 동력을 얻는 건 좋지만, 왜 이것밖 에 못하냐고 하면 안 되는 거지.”
“아?…”
“거기다 예은이 네가 노력한 걸 나 도 아는데 네가 모를 리가 없잖아? 누구보다 잘 알걸? 네가 거기까지 어떻게 도달했고, 어떤 고생을 하면 서 갔는지.”
“그렇지.”
“그러니까 그런 비난은 그만두고 대비하면 그만이지.”
어른스러운 조언과 말.
거기에 예은은 진짜 졌다는 듯 고 개를 저었다.
동갑인데도 저리도 성숙하다니.
역시 아수라의 동생인 건가?
그런 생각을 하곤 고개를 저었다.
‘실례되는 생각이야.’
아수라의 동생이라서가 아니다.
현아라서 그런 것이다.
“헤헤, 이제 알았으면 빨리 준비하 자. 새로운 스킬이라도 하나 얻고 들어가면 좀 더 나을지도 몰라.”
“응. 그러자.”
그렇게 몸을 돌리려던 그때.
예은이 다시 몸을 돌려 웃으며 물 었다.
“다음에 한번 보자.”
“응?”
“여기서 말고 현실에서.”
예은의 말에 현아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대단한 일이라고.
“당연하지.”
거대한 전쟁.
그것을 준비하는 각자의 방법.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였다.
대륙 간의 전쟁이.
생명체와 살아 있지 않은 것들의 전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