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312화
세상이 손안에 들어온 기분이 이러 할까.
모든 것을 내려다본다.
비유나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말 그대로.
검은 태양.
그것이 곧 그이며 그가 곧 검은 태양이다.
내려다본 광경은 장관이 따로 없
손을 휘두르기만 하면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는 전능적인 힘.
아직은 부족하다.
휘두를 수 있는 손이 없다.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눈뿐.
귀 또한 없어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
놈들이 왔다.
하지만, 나설 때는 안 되었다.
움직여야 할까?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니다.
타나노스를 대신한다는 그 후예가 보이지 않지 않나.
때가 아니다.
<…….>
하지만
〈그냥…… 두어서도 안 될 터.〉
아무리 하찮은 자들이라 한들 철저 해야 한다.
방심과 오만 따윈 도움 되는 것이 아니니.
전쟁을 치러야 한다.
타나노스와의 전쟁을.
그러기엔 저런 놈들에게 심력을 허 비해서는 안 된다.
<……가서 죽여라.〉 결코, 방심하지 않았으며 가벼이 여기지도 않는다.
철저히 부셔놓을 뿐.
린의 예상이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다.
방심하지 않았으며, 결코, 기습을 허용치도 않는다.
그러며 진군한다.
침입자들을 위해.
경비를 배치하지 않은 이유?
간단하다.
필요가 없으니까.
발견 즉시 처단할 수 있는 군단이 있으니.
〈생명체들을 모조리…… 말살하 라.〉
쿵!
〈받들겠나이다!〉
썩어가는 죽음. 죽음이 피해가는 존재들.
언데드 군단이 진군하기 시작했다.
척! 척! 척! 척!
지성이 없는 그저 그런 언데드들 따위가 아니다.
죽음.
그것조차 피해 가는.
썩어 문드러진 죽음의 군단.
놈들이 가는 것을 본 황제는 읊조 렸다.
〈타나노스의 군대는 어디 있느 냐……?>
보이지 않는 타나노스의 군단을 찾 고 있었다.
그들을 척살해야 하거늘.
아직 이곳에 오지 않았다.
어디 있는 것일까.
스산한 바람.
역시 예정대로 되는 것일까.
이올린은 주변을 둘러봤다.
사령관은 선두에 서면 안 된다.
총사령관은 더욱이 안 된다.
지휘층을 잃으면 그 군단은 이지를 상실하는 것과 같으니.
하지만 다른 사령관들은 선두에 서 있다.
‘내가 부족하구나.’
이올린?
유저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한다.
하지만, 최강은 아니다.
NPC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
그러기에 그녀는 중위에 서 있었 다.
안전하게 지휘를 하기 위해.
싸우고 싶다.
그러나 안 된다.
군단을 위해.
최대한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무능한 자신을 욕하며.
“전군 정지!”
예상과는 다르긴 하다.
조금이긴 하지만.
놈들은 방심한 적이 없다.
그러기에 이리 쳐들어온 것이겠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
다른 사령관들은 선두에 서 있다.
가장 중요한 명령은 그녀의 입에서 떨어진다.
숨이 가빠지고, 어깨는 납덩이가 짓누르듯 무겁다.
피부가 짓눌리듯, 뼈가 짓눌리듯.
폐부에 찬 공기마저 무겁다.
하지만.
[승리하라.]
단 하나의 명령.
그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무겁다.
아직도.
저 멀리 보이는 적군들.
두렵다.
자신들의 힘은 약화되었으며 저들 의 힘을 강인하게 만드는 검은 태 양.
검은 태양을 올려다본다.
“지독히도 어둡구나.”
분명 빛을 밝히고 있다.
그러니 이리도 밝게 보이는 것 아 니겠는가.
그럼에도 어둡다.
지독히도.
싸워야 한다.
아니, 승리해야 한다.
“승리하라!”
외쳤다.
자신의 안에 있는 그 명령을.
체계적?
조직적?
그런 것 따위는 잊었다.
자신의 가슴속에, 머릿속에 깊이 간직한 그 명령.
그것을 외쳤다.
““우와0}0}0}0}0}0}0}0}0}0}0卜””
모두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총사령관은 눈을 떴다.
“선두에 방패병--!”
처억-!
방패를 쥔 탱커들이 일렬로 앞에 선다.
체계적이다.
“그 뒤로 창병一!”
치잉-!
방패병 뒤로 창병이 뒤로 나선다.
조직적이다.
“진격하라-! 그리고 막고 찌르라
-I”
쿵-! 세련되진 않았다.
오히려 무식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
[승리하라.]
모두가 단 하나의 명령을 가슴에 품고.
그 마음으로 진격한다.
쿵?! 쿵-! 쿵-! 쿵-! 대지가 울부짖는다.
힘찬 발걸음이 아니다.
승리의 갈구하는 진군.
그 기백에 잠시, 아주 잠시 썩어 문드러진 죽음의 군단이 움찔거렸 다.
잠시 멈춰섰다.
아주 짧은 시간에.
틈.
“궁병 효시를 발사하라-! 우리가 이곳에 왔음을! 승리가 왔음을! 모 두에게 알려라!”
퓌이이이이이이이이익 !
요란한 화살들.
각종 스킬들이 난무하는 그 화살들 이 하늘에 물든다.
천공이 울부짖는다.
대지와 마찬가지로.
죽음조차 피해 가는 저 군단을 상 대로.
승리하겠노라고.
아니, 승리하리라고!
외치는 그 함성에.
천공이 울부짖는다.
콰앙-! 콰앙-! 쿠웅-!
사방에서 들리는 폭음.
썩어 문드러진 죽음의 군단 또한 활을 쐈다.
그러나 대부분이 힘없이 떨어지거 나 효시에 막혀 부서졌다.
그리고!
콰아앙!
두 군단이 충돌했다.
썩어 문드러진 죽음의 군단은 밀려 났다.
묵직한 방패의 울림.
그것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밀려난 그 틈 사이로.
창이 비집고 들어간다.
푸욱! 푸욱! 푸욱!
창들은 놈들의 숨을 끊었다.
놈들의 시체는 그대로 짓밟힌다.
그들의 시체론 중앙대륙의 진군을 막을 수 없다.
쿠웅-! 쿠웅-! 쿠웅-!
진군은 계속된다.
[승리하라.]
NPC뿐만이 아니다.
유저들 또한 무언가에 현혹되듯이.
치열하게 덤벼든다.
목숨이 하나뿐인 NPC들에게도, 다 시 살아날 수 있는 유저들도.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진군한다.
하나의 명령을 위해.
승리를 위해.
“후방, 지원에 나서라-! 암살자들,
출격-!”
후방, 마법사들과 궁사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성직자들도 분주해졌다.
상처가 난 이들에게 축복과 치유를 위해.
바삐 움직이는 전황.
이올린은 눈을 빠르게 돌렸다.
총사령관.
그녀가 해야 하는 일은 명령을 내 리는 것이니.
군단의 머리가 되어야 한다.
피슉!
채앵.
눈먼 화살이 날아와 튕겨냈다.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기라도 한다면 목숨이 날아간다.
그게 전쟁이다.
하지만.
‘전투도 못 해보고 죽을 수 없다.’
허무하게 죽고 싶지 않다.
치열하게.
그리고 승리를 위해-!
죽더라도 승리를 위해.
‘암살자 부대가 잠입했다.’
방패병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암 살을 시작한 부대들.
부족하다.
아직 승리한다고 보기엔 부족하다.
“전사들, 모두 전진하라-!” 모든 근거리 딜러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을 휘두르고.
창을 내지르고.
도끼를 휘두른다.
무수한 무기들이 움직이며 상처 입 고 상처를 입힌다.
때로는 숨을 거둬가며. 때로는 더 이상 진군할 수 없는 몸을 억지로 이끌어가며.
전진한다.
많은 이가 죽어나가고 죽여나간다.
“우욱.”
어지럽다.
이 모든 전황을 혼자 살피기 너무 나도 힘들다.
그러나,
“후방! 광범위 마법을-!”
명령과 동시에.
콰가가가가가가가강 !
쿠그그그그그그그긍 !
퍼??엉!
투쾅-!
강렬한 소리들.
그에 따라 적군은 사라져간다.
그러나 부족하다.
승리라기에 부족하다.
‘수가 너무 많아.’
정말 승리할 수 있을까?
승리할 수 있는 것일까?
[승리하라.]
옅어져 간다.
희미해져 간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전쟁의 열기.
그 후끈한 열기가 머리에 직격했 다.
사방에 피가 흩어지고, 적의 검은 연기는 거세져만 간다.
검은 태양.
그것이 내리쬐며 턱밑까지 죽음이 차오른다.
죽는 것일까?
아니다!
[승리하……』
승리할 수 있다.
있을까?
“전군 전력을 다하라-!”
흔들린다.
머리가 흔들렸다.
이올린은 고개를 흔든다.
아직 흔들려선 안 된다고.
더.
더!
강인해져야 한다.
명령을 내려야 한다.
그때 보인 데스나이트.
‘놈의 주변으로 병사들이 모인다?’ 순간 자신의 주변을 살폈다.
자신의 주변에 모인 병사들.
지키려고 하고 있다.
마찬가지다.
놈들도.
“데스 나이트를 노려라-! 놈이! 사
령관이 다-!”
외쳤다.
명령을 내렸다.
그에 따라 전군이 움직인다.
놈들의 머리를 치기 위해.
적군 역시 막아선다.
머리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반대로 이올린을 향해 마법 을 날린다.
마찬가지로 머리를 치기 위해.
그러나.
채앵!
마법이고 화살이고 모두 튕겨내었 다.
고작 그것으로 자신을 흔들 수 없 다고.
그렇게 포효했다.
“으아아아아아!”
짙어지는 글자.
[승리하라.]
명령을 이행해야 한다.
채앵-!
퍼 엉-!
쿠구구구-!
수많은 전쟁의 소리들.
그리고 나팔 소리가 울렸다.
뿌우우우우-----!
승리의 나팔 소리가.
“마지막 데스나이트 처리했습니 다!”
“마지막 리치 처리했습니다!”
“마지막 적군! 처리했습니다-!”
““모든 적군 섬멸했습니다!””
거대한 외침이 울렸다.
“승리하라!”
““승리했습니다-!””
이올린의 외침에.
화답하는 병사들.
승리했다.
수백의 군단을.
무찔렀다.
검은 태양 아래서.
승리했다.
그리고 눈을 뜬 그때.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소리가 들려온다.
대지가 울부짖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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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군의 북소리가.
놈들이다.
또 다른 놈들이다.
[승리하라.]
전쟁이 끝났다.
그리고 또 다른 전쟁이 나타났다.
[승리하…….]
글자가 옅어진다.
쿠웅-! 쿠웅-!
놈들이 다가온다.
또 다른 전쟁이 다가온다.
다시 수백만의 적군.
그에 비해 우리는 지쳤다.
수도 줄었다.
다시, 다시 승리할 수 있을까?
[승리…….]
글자가 옅어진다.
“총…… 사령관님, 명…… 령을.”
터무니없는 소리임을 안다.
하지만 물어야 한다.
옆에 있던 기사가 물었고 이올린은 멍하니 그 기사를 봤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적군을 바라봤 다.
아직은 멀리 있는 그 적군.
점차 가까워져 가는 적군을.
[…….]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글자.
하지만 눈을 떴다.
“전군 대비하라. 장비를 추스르고 몸을 최대한 휴식하라. 성직자들은 휴식을 취하고, 신성력을 전쟁에 쓸 수 있게 대비하라.”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말.
다음 전쟁을 준비하라는 명령.
들을 수밖에 없다.
승리…… 해야 하니까.
다들 움직이며 휴식을 취했다.
놈들이 오기까지 아직 남아 있다.
그 틈을 타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쉬어야 한다.
퓌이이이이 이이이이이이 ? !
효시.
전쟁을 알리는 그 화살들이 날아든 다.
“방패를 들어라!”
화살을 막기 위해 방패를 들어 올 린다.
몇몇 마법사들은 마법을 전개해 화 살을 막았다.
그러나 화살에 당한 이들이 나왔 다.
효시에 당했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진…… 군 하라.”
힘을 잃은 명령.
군단은 바들거리며 일어나 무기를 쥐었다.
무기의 끝이 흔들린다.
총사령관의 목소리처럼.
거기에 모두의 글자가 사라졌다.
무엇을 하라는 그 글자가.
그 순간.
[승리하리!]
전과 다른 글자가 나타났다.
아니, 글자가 아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현성.
아수라라 더 잘 알려진 그가.
아니, 빛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