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314화
모두의 머릿속에 거대한 물음표가 생겨났다.
후퇴라니?
아니, 어쩌면 좋은 작전일 수도 있 다.
이곳에 모인 이들 중 머리가 나쁜 이는 없으니.
다만, 납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을 끌려는 걸까?’
‘아니면 다른 변수가 있는 걸지도.’
‘뛰어난 묘책이 있을지도 몰라.’
‘합리적이긴 하지만 태양은 어쩌 고?’
여러 생각들이 뒤엉키는 순간.
현성은 그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여러분들이 염려하는 바를 모르는 게 아닙니다. 후퇴를 한다면 지금 만든 저 태양이 제일 걸리시겠죠?”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검은 태양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지금 저 태양밖에 없다.
그러나 그 태양을 버리고 간다?
좋은 전략으론 보이지 않는다.
까놓고 말해서 그냥 도망치는 것 아닌가.
“아포론. 태양에 대해서 설명해.”
《예, 신이시여. 저의 태양은 온전 히 저의 몸과 같습니다. 언제든 만 들 수 있고, 언제든 거둘 수 있습니 다.》
““아!””
역시 빛의 신.
언제나 거둘 수 있으며 언제나 만 들 수 있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태양을 버려서 손해가 전혀 없다는 소리.
그중 린이 제일 먼저 눈치챘다.
“그러니까 아수라님의 말씀은 후퇴 를 해서 전력을 뺀 뒤에 다른 방법 을 모색하시겠다는 뜻인가요?”
“우선은 그렇죠.”
“결과적으로 시간을 더 벌 수 있게 되겠네요.”
당장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것은 토벌대들이다.
사실 시간을 버는 게 아닌 버린다 고도 볼 수 있으나 현성의 작전대로 라면 반대로 만들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놈들은 우리를 쫓아올 겁니다. 변 수를 모두 제거하고 혹여 준비되지 않은 변수를 없애기 위해서 전력으 로 진군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때 우리가 사라져 있다?”
상대입장에선 초조해질 수밖에.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변수가 무어일 진 몰라도 그걸 준비하기 위 해 후퇴했다고 생각할 터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다면.
“놈들은 다시 자신의 본진으로 돌 아가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그때 놈들의 본진 을 노리면 되는 것이군요.”
즉 놈들이 본진에서 전력을 이끌고 나왔을 때를 노려 놈들의 본진을 공 격하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 다.
그러곤 다른 대륙의 토벌대들과 합 류할 수 있는 시간을 얻는다.
이게 현성의 작전의 주요 목적이 다.
놈들을 초조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흐트러뜨리는 것.
짧은 시간에 생각했다기엔 상당히 괜찮은 전법이다.
“마침 다른 대륙 토벌대들이 모이 려면 이틀은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린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습 니다.”
“거기다 검은 태양이 미치지 않는 빛의 태양 쪽으로 정박하라고 해야 겠군요.”
“연락을 넣겠습니다.”
“실로 뛰어난 전법입니다.”
NPC들과 유저들 모두가 감탄했다.
다만,
‘재환이 녀석 아이디어긴 했지만, 결과는 좋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물론 현성도 의견을 내고 같이 짜 긴 했으나 틀은 기본적으로 재환이 짰다.
이런 곳으론 머리가 진짜 잘 돌아 간다니까.
물론 현성이 퀸살노르의 마지막 보 고로 황제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같이 짤 수 있었던 전략이 었지만.
아무튼, 지금 중요한 것은 놈들의 움직임.
“당장 후퇴를 하고 놈들의 본진을 습격할 정예를 뽑겠습니다. 우선 저 와 영웅 길드의 일부만으로 생각하 는데 혹시 반대 의견 가지신 분 계 십니까?”
그 말에 대부분이 고개를 저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입 밖으로 꺼 내는 이들은 없었다.
아수라와 가장 친하다 할 수 있는 영웅 길드.
그러나 친분을 떠나서 가장 실력 있는 길드 또한 영웅 길드이다.
그런데 누가 반대를 하겠나.
당연한 이치.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와 린 님, 카이저 님, 그리고 제가 데려온 한 분을 모셔서 이렇게 넷만 갈 생각입니다.”
다른 하나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린과 카이저 둘 다 속도 위주의 검 사였다.
본진을 털라면 써니와 같은 대규모 범위를 공격할 수 있는 마법사가 낫 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아수라가 있었으니.
“그럼 작전명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본다’ 작전 시행하겠습니다.”
씨익 미소 짓는 현성을 보며 몇몇 은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 아수라의 적이 아니라는 것 에 안도하며.
“신나게 가보자고요.” 썩어가는 죽음의 황제.
그가 있는 본진은 대륙의 중앙이었 다.
가장 크던 왕국의 왕성.
화려하며 웅장한 성에서 모든 수하 들이 모여 있었다.
<…….>
흡족하진 않았다.
검은 태양의 영향력이 반이나 깎인 결과는 참담했으니.
그 절반만큼 이미 언데드들이 사라 져 있었다.
물론 그리 강한 놈들은 아니었으 나, 수적으로 밀어붙여도 될 만한 전력이긴 했다.
그걸 잃었으니 당연히 뼈가 아플 수밖에.
언데드이지 않은가. 뼈밖에 없으니 달리 아플 곳도 없었다.
썩어가는 죽음의 황제는 그들을 보 며 외쳤다.
〈저 가증스러운 태양을 부순다.〉
그가 가리키는 빛의 태양.
전군은 그걸 보며 외쳤다.
-크아아아아아아!
분노의 외침이 울려 퍼지고, 황제 는 그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모든 전력을 이끌고 향한다.
피로도 없는 군단.
그러기에 하루 안에 도착할 터.
그때가 된다면,
〈증오스러운 타나노스의 후예를 죽일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진정한 신이 되리 라.
아니, 이미 진행되고 있다.
자신은 신이다.
그러나 보다 더 완벽한 신이 되기 위해, 놈이 필요하다.
〈모두 진군하라.〉
-크아아아아아!
-명을 수행하겠나이다!
처억!
쿠응! 쿠웅! 쿠웅!
대군의 진격 소리.
황제는 황홀함에 빠지며 멀리 보이 는 검은 태양과는 대조되는 빛의 태 양을 바라봤다.
우선 저것을 없애야 할 터.
놈들에게 자유를 끊어놓을 생각이 다.
다만,
-폐하, 외람된 말씀이옵니다만, 함 정일 가능성도 있사옵니다.
황제의 옆에서 말하는 아크 리치 한 마리.
일리 있는 말이다.
황제 또한 생각해 본 것이 아니었 으니.
그러나,
〈놈들의 생각보다 빠르게 이동하 면 된다.〉
정론이 다.
놈들이 무엇을 준비하건 그것보다 빠르게 가 쳐부순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
그러나 책사인 아크 리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오나, 폐하. 놈들이 그걸 노리 고 자신들의 병력을 뺐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경우에 놈들 의 태양을 잃는 실책이 있겠지만, 그걸 신경 쓰지 않는다면 남는 변수 들이 너무나도 커지옵니다.
역시 책사다.
뛰어난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로 현성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러나,
〈네놈은 내가 불완전하다는 뜻이 군.〉
-예‘? 그, 그것이 아니오…….
책사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 다.
그 뒤 바로 머리가 터져 실 끊어 진 연처럼 몸이 흐트러졌으니.
황제의 손짓 하나로 사망한 것이
틀린 소리를 한 것이 아닌 오히려 정론을 말한 책사를 죽인 것이다.
광기 어린 눈빛.
그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다른 책사 들을 보며 물었다.
〈또 그렇게 생각하는 자가 있느 냐‘?〉
혹여 있더라도 고개를 저을 터.
모두가 고개를 젓자 흡족해하며 웃 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그래! 그래야지! 나는 신이다! 나는 곧 죽음이며! 모든 것
은 나의 아래에 있다!〉
무언가 이상하다.
내부에서 무언가가 깨진 듯이.
그걸 바라보는 사룡의 그림자는 침 묵했다.
저것이 신의 정수를 탐낸 자의 말 로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저 입을 닫았다.
아무리 말한다 하여 정신을 차릴 게 아니었기에.
그리고 황제가 아니라면 타나노스 를 이길 방도가 없었기에.
침묵했다.
복수를 위해.
〈진격한다.〉
그 말과 함께 황제는 사룡의 그림 자를 불렀다.
한때는 동료였던, 대등했던 사룡의 그림자를 타고 올랐다.
굴욕적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내 복수를 위해 침묵한다.’
사룡은 그리 생각하며 눈을 감았 다.
한땐 동료였고, 친우였던 자의 몰 락을 그리 외면했다.
그들의 진군이 시작되었다.
〈놈들의 허를 찌르겠노라.〉
황제의 말처럼 되었다.
진군은 그 누구의 생각보다 빨랐 다.
검은 태양의 영역까지는.
그리고 가증스러운 태양의 영역에 서는 다소 느려지긴 했으나 상정 외 였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
오히려 검은 태양의 힘이 있었기에 빠르게 진군할 수 있었다.
본디 하루나 걸렸을 거리를 반나절
만에 도착했으니.
다만, <……놈들은 어디에 있는 것이지.〉 싸늘한 목소리가 퍼졌다.
수백만의 군사들이 침묵했다.
그 목소리 하나에.
〈크아아아아아!〉
퍼서서서석!
그의 분노에 책사들이 터져나갔다.
〈이것도 예측하지 못하고 무얼 한 것이냐!〉
했다.
분명히 했었다.
그러나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은 황 제였다.
그러나 그걸 잊기라도 하듯 분노를 터뜨렸다.
〈후우, 되었다. 저 태양이라도 없 애고 돌아간다.〉
그리 말하는 순간.
뽕.
그런 소리가 난 건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 그런 느낌이 들었 다.
뿅 하는 소리가 난 것 같다는 느 낌이.
말 그대로 빛의 태양이 사라졌기 때문.
아직 공격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사라졌다는 것은…….
샤아아아아아.
황제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빌어먹을.〉
머릿속이 차가워졌다.
자신들의 본진에 떠오른 빛의 태양 을 보고.
너무 안일했다.
대처를 너무 안 한 것일까?
아니다 했다. 하고말고.
자신은 신이지 않은가. 이것보다 더 뛰어난 대처가 어디 있겠나.
그런데도 당했다.
〈뭐가 문제인 것이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뭐가 문제일까.
우선,
〈회군한다.〉
지금으로써는 방도가 없다.
본진은 무너져 있을 것이며, 저기 로 가도 놈들이 있으리란 보장이 없 다.
그러나 그리 움직여야 한다.
증오스러운 타나노스의 후예를 죽 여야 하니.
왜인지 놈의 손에 놀아나고 있단 생각도 들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 다.
그럴 리가.
회군하려던 그때.
“깡패 같은 연놈들이 아닐 수 없 어. 에잉. 노인네를 부려먹다니. 이 값은 톡톡히 받아내겠다.”
“에이, 그래도 스승님 아수라님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영광 인데요! 다른 사람들은 바라마지 않 는 거라니까요?”
“하아, 하나뿐인 제자가 저 모양이 니. 내가 죽을 수가 없다.”
구시렁거리는 노인 하나와 그 옆에 서 노인의 속도 모르고 떠들어대는 청년 하나.
불락 텅스턴과 그의 제자 타이탄이 었다.
“미안하지만, 잠시 나와 어울려주 어야겠구나.”
그 말을 하며 힘을 드러내는 텅스 턴.
황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강력한 파동.
적어도 자신의 바로 한 수 아래거 나 반 수 아래.
그러나 자신은 힘을 소진해선 안 된다.
〈퀸살노르, 네놈이 상대해라.〉
처억. 황제의 명에 앞으로 나온 암흑기사 하나.
퀸살노르가 앞에서자 불락은 침음 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쯧, 이거 도망쳐야 할지도 모르겠 는데. 괴물 같은 놈이군.”
그 말과 함께 퀸살노르가 포탄처럼 쏘아졌고, 텅스턴은 거대한 방패를 하나 꺼냈다.
전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한편 썩어가는 죽음의 본거지에서 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쇠를 망치 로 두드리는 거랑 성을 두드리는 것 과는 큰 차이가 있네.”
“그렇다고 못 하시는 건 아니잖아 요‘?”
“끄응.”
듀라셀이 현성의 말을 듣고 이마를 짚었다.
그야말로 그 스승의 그 제자 아니 랄까 봐.
거기다 황제와 유리아의 부탁도 있 어 거절할 수도 없다.
이렇게 된 거.
‘이젠 나도 모르겠구나.’
그리 말하며 망치를 휘둘렀다.
“넘어간다!”
유쾌한 그 소리와 함께 놈들의 성 이 그렇게 무너져내렸다.
“자 다음 스팟도 가죠!”
왠지 모르게 서글퍼진 듀라셀이었 다.
‘차라리 불락 놈과 같이 전장에 보 내졌으면 좋았으련만.’ 철거나 하고 앉아 있어야 하다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듀라셀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