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327화
현성이 황제가 되는 장면을 보며 뛸 듯이 기뻐하는 두 사람이 있었 다.
조민우 팀장과 민유라 팀장.
“됐다!”
“아아, 이제 드디어!”
눈물이 앞을 가리듯 기뻐하는 두 사람.
이제 현성을 묶을 수 있다.
처음부터 이걸 예상하진 못했다.
그를 황제로 만들려는 시도는 황제 가 신들을 죽인 후에 민유라가 떠올 렸다.
다른 대륙오천과 황제, 유리아를 신으로 만들고 중간계인 대륙들에 손을 못 쓰게 만들면 어떨까?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치고 괜찮았다.
어차피 대륙오천들도 균형을 깨던 존재들 아니던가.
‘이참에 다 넣자!’
황제가 신이 되어버리면 공석인 황 제의 자리는 자연스럽게 현성에게 돌아간다.
유리아와 황제의 제자인 그보다 더 정통성 있는 인물이 어디 있나.
그 누구도 반대할 수 없으며, 딱 맞아 떨어지는 전개!
현성, 그러니까 아수라만 묶는다면 시즌 2는 크게 걱정할 게 없을 터.
‘상향 평준화도 충분히 가능해!’
아수라가 독식하는 게 원래 문제였 다.
하지만 죽어버린 신들과 그 신의 자리를 새롭게 차지한 대륙오천까 지.
없던 아이디어도 솟아올랐다.
그리고 시행이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현성이 황제가 되는 부분을 보며 기뻐했다.
이제 퇴근을 할 수 있다.
그 기쁨에 둘은 환호했다.
“어어? 저거 뭐죠?”
앞으로의 행복을 미리 만끽하고 있 던 그때, 조민우가 말을 걸어왔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
“어?”
현성이 사라졌다.
사라지는 건 그럴 수 있다.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아예 화면이 안 나온다?
“흐음?”
현재 둘이 보고 있는 모니터는 현 성이라는 유저에게 맞춰진 모니터 다.
즉, 현성을 비춘다는 이야기.
그런데 봐라.
“아무것도 안 나오는 거 맞죠?”
“네, 무슨 일…… 아?”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다르게 말하면 차단되었다는 뜻.
로그아웃이 된다 한들 화면은 남아 있다.
메시지가 뜨면서 현재 캐릭터의 상 태를 보여 준다.
그런데 그런 화면조차 없다는 건 차단되었다는 건데…….
민유라를 제외하고 그게 가능한 존 재는 딱 하나.
“이데아?”
아니나 다를까 민유라의 응답에 대 답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현성이 본 메시지는 타 나노스의 안식처로 향한다는 메시지 였다.
그렇다면,
“이데아가 타나노스였습니까?”
“그, 그런 거 같은데요?”
“허어.”
“후우, 어쩐지 이제야 좀 이해가 되네요.”
타나노스에 관한 모든 꼬인 현상 들.
그것들이 이제야 설명이 되었다.
개발자 민유라라고 한들 모든 스토 리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르게 말하면 모든 것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큰 틀, 딱 그 정도만 관여한다.
그 외에 일들은 모두 이데아가 한 다.
어쩌면.
‘내가 심한 일을 시킨 거 같네.’
썩어가는 죽음과 토스히프는 타나 노스의 아이들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민유라의 틀 에 따라 버려졌으니 그게 심한 일이 아니면 무엇일까. 왜인지 이데아의 심정도 이해가 되 었다.
‘당장은 인기가 시들해질 수도 있 겠지만…… 억지로 스토리를 짜면 안 되겠네.’
또 다른 일이 발생할 수 있었으니.
그리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그 미안함도 오래 가진 않 았다.
쿠그그그그.
“뭐, 뭐지?”
“지진? 이곳에?”
민유라와 조민우 팀장이 있는 장소 가 세차게 떨렸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지금 그들이 있는 장소는 이데아 서버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이 다.
그 무엇도 방해할 수 없는 장소일 터인데.
이게 무슨 일일까?
둘 다 당황하고 있는 그때.
유저관리팀의 직원 하나가 달려오 더니 말했다.
“지, 지금 모든 대륙 인근에 새롭 계 포탈들이 생겨났습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립니까?”
당황해하는 조민우 팀장.
그러나 그 직원 뒤로 개발팀 직원 이 달려와 외쳤다.
“팀장님! 큰일입니다! 여태껏 없었 던 대륙이 나타났습니다. 동시에 전 대륙에 그 대륙과 이어진 포탈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네?”
조민우와 민유라는 둘을 바라봤다.
그리고 모니터로 현성 유저에게서 풀고 대륙들을 둘러보았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두 직원의 말처럼 되고 있었다.
포탈.
특정한 퀘스트를 받은 자만 들어갈 수 있는 포탈이었다.
거기다,
“아이라스의 대륙?”
민유라가 계획한 것이 전혀 아니 다.
심지어 아이라스라는 인물을 만들 긴 했으나 그건 전설적인 대장장이 로 만들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많은 아이템들을 만든 위대한 대장 장이.
그게 아이라스였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라스의 대륙이 라니.
“제, 제가 한 거 아닙니다.”
“압니다. 여기 같이 있지 않으셨습 니까. 후우. 이건 보나 마나……
“……현성 유저겠네요.”
거대한 대륙.
특정한 조건을 얻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대륙이라니.
시즌 2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되었다.
고작 한 유저 때문에 얼마나 손해 를 보는 것일까.
그렇다고 따질 수도 없다.
무한한 자유도를 권고한 것은 다름 아닌 인페르노 사측이었으니까.
[민유라 팀장님, 회장님께서 보자 고 하십니다.]
안 그래도 보고가 올라간 모양이 다.
이렇게 시즌이 끝나는 것조차 좋은 일은 아니었다.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그리 흥행한 에피소드는 아 니었으니까.
문제는 그 모든 에피소드가 끝났다 는 것이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봤자, 유 저들의 흥미는 식을 수도 있는 일.
이때 이데아와 비슷한 수준의 게임 이라도 출시 된다면?
‘ 망했다.’
고개를 푹 숙인 민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가겠습니다.”
“예, 수고하십시오.”
터덜거리며 걸음을 옮겨 로그아웃 을 하는 민유라를 보며 조민우 팀장 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저러던 때가 있었거늘.
참 불쌍하게 되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조민우 팀장님, 회장님께서 호출 하셨습니다.]
“ 아.” 자신도 별반 다를 게 없는 처지라 는 걸 깨달은 조민우가 힘없는 걸음 으로 로그아웃을 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꽤 큰 펜션 하나.
그곳으로 상당히 고가의 차들이 몰 려들기 시작했다.
페라리를 비롯해 부가티, 포르쉐, 맥라렌 등등.
합치면 빌딩이라 할 수 있을 정도 의 고가의 차들이 몰렸고, 그 차주 들이 내리며 서로를 보며 웃었다.
“와, 현실에선 진짜 오랜만이죠? 카이저 오빠.”
“……민망하니까 그렇게 부르지 마.”
“아니, 그럼 실명으로 불러? 원래 게임 정모나 번개는 닉으로 부르는 게 국룰이야.”
아이의 말에 카이저가 부르르 떨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게 왜 하필 닉네임을 카이저로 지어서 저 고생인지.
낄낄거리며 아이와 스티가 웃었고, 옆에 있던 써니도 깔깔대며 웃었다.
“하하, 저도 왔구먼유.”
“탱구리 아저씨!”
“우리 길드 사람들은 거의 모인 거 같네요.”
“안녕하세요. 예은이라고 합니다.”
린과 그 옆에 허리를 숙여 인사하 는 예은까지.
카이저, 린, 예은, 아이와 스티, 써 니, 탱구리까지.
신규로 모집했던 셋은 오지 않았 다.
아직 끼기 어색하다며 거절했다.
“현아랑 현성 씨는 아직인가요?”
조금은 기대 어린 눈으로 말하는 린이 주변을 둘러보자 써니가 음흉 하게 웃으며 물었다.
“오호? 언니 기다리고 있나 보지?”
굳이 대답하지 않고 새롭게 오는 차를 봤다.
혹시? 하고 봤던 린은 살짝 표정 을 구기며 차에서 내린 이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어서 와.”
“뭔가 실망한 눈치긴 한데 나랑 베 른 형이 온 게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지?” 공식 랭킹 1위.
아수라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목이 쏠렸던 비운의 랭커이자 신 화 길드의 길드장 이덴과 신화 길드 의 강자 베른.
둘의 등장에 다들 환영해 주었다.
그리고 도착하는 2대의 차.
둘 다 고급차는 마찬가지였다.
람보르기니와 포르쉐.
람보르기니는 우르칸이었고, 포르 쉐는 파나메라였다.
평소 현성을 떠올린 린은 파나메라 에 눈길을 주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현성이라면 저런 세단류를 좋아할 거 같았으니.
그러나
“이런, 다들 모여계셨군요. 처음 뵙 겠습니다. 레이먼 킴이라 합니다.”
“오오! 게임에서와 이미지가 똑같 으시네요!”
“반가워요!”
“오느라 수고하셨어요.”
“나는 보이지도 않지?” 레이먼만 반기는 영웅 길드를 보며 퉁명스럽게 쏘아 말하는 한 여성.
누군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 었다.
“우리 길드를 전멸시켰던 상대를 보고 어떻게 환영하겠어요?”
“하! 이제 큰 고비 넘겼다 이거 지?”
“흐 ”
흐 ?
“아아, 언니도 참. 암튼 서아 언니 도 환영해요!”
활기찬 써니가 중재하려 했으나 둘 다 상대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그러던 그때.
“모두 서 있는 것보다 들어가는 것 이 어떻습니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다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어 두운 팬션 안에서 나오는 인물이 하 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제일 처음 도착했던 써니가 봤을 때 차가 한 대 있었건 만.
저 인물이었던가.
아수라 길드의 부길드장이자 한때 는 세계 2위였던 프로게이머, 아크 였다.
“아, 먼저 오신지 모르고 있었습니 다, 아크 씨.”
“아닙니다. 밖에서 그러고 있는 것 보다 들어오셔서 얘기하는 게 좋을 거 같군요. 꽤 좋은 펜션이더군요.”
외국인이라기에는 유창한 한국어로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여기서 계속 서 있을 이유 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다들 그렇게 들어가려던 그때.
아크만 밖에 서 있었다.
“아크 씨는 왜 안 들어가십니까?”
“부길드장이 된 도리로서 길드장님 을 맞이해야지 않겠습니까?”
살며시 미소 지으며 한 말에 린은 두 눈을 끔뻑였다.
아크라면 그녀 역시 잘 아는 인물 이다.
경기 중 단 한 번도 웃지 않았고, 인터뷰 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저렇게 웃다니.
린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얼마나 대단한 팬심이란 말인가. 하기야 자기도 기대되었으니 말 다 한 셈이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기대하고 있겠 지만.’
이미 현성을 만나봤다는 레이먼은 모르겠지만, 모두가 기대 중이었다.
세계 제일의 게이머와의 만남을.
“그럼 저도 먼저 들어가 있겠습니 다.”
린도 그렇게 말하며 들어갔다.
괜히 같이 마중을 하려고 기다렸다 가 저 안에 있는 이들이 무슨 말을 할지 몰랐으니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으니 까.
린까지 들어가자 펜션 밖은 말 그 대로 고요했다.
북적거리며 떠들고 있는 펜션 안과 다르게 고요한 그곳을 바라보며 아 크는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해가 저물어가는 탓에 헤드라이트 를 킨 차 한 대가 들어왔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주 소박한 차.
택시 한 대.
아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 를 지으며 기다렸다.
그렇게 택시가 멈춰 서고.
두 사람이 내렸다.
“아씨! 그러니까 오빠! 차 좀 사자 니까! 이사만 가서 무]해! 차가 있어 야 삶의 질이 올라간다는데 우린 이 게 뭐야!”
“알았으니까 좀 조용히 해.”
“아니, 약속 시간에도 늦었잖아.”
“야, 그게 차 없어서 그런 거냐? 길이 막히니까 그런 거지!”
“아 몰라! 난 들어갈래.”
그렇게 내린 여성.
누군진 이미 알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어어, 아, 안녕하세요.”
현아가 그렇게 인사를 하고 아크는 뒤따라 오는 남성을 보며 긴장한 얼 굴로 자기를 소개했다.
“부족하지만 아수라 길드의 부길드 장을 맡은 아크라고 합니다.”
떨리는 음성.
남성은 그 말을 듣곤 살며시 웃었 다.
굳이 소개라니. 역시 엉뚱하다니까.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반갑습니다. 현성, 아니 아수라라 고 합니다. 마중 나와주셔서 감사합 니다. 들어가시죠.”
“예!”
힘차게 대답하는 아크를 보며 현성 은 펜션을 올려다봤다.
게임에서 사귄 사람들과 현실에서 보는 것도 처음이었고, 같이 파티를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무언가, 정말 무언가 미묘한 그 감 정.
‘……기분이 이상하네.’
뭔가 예전 친구들과 놀러 가던 때 나 느껴봤던 느낌이다.
재환이와 둘이서가 아닌 여러 친구 들과 놀러 온 느낌.
이 얼마 만이던가.
청춘의 대부분을 포기해 왔던 그였 기에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뭐해! 빨리 들어가자!”
현아의 땍땍거리는 소리.
그 말에 현성이 대답했다.
“그래.”
잠만 자도 랭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