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프롤로그
새로운 게임을 시작했다.
그런데 왜……?
익숙한 소리가 들리는 걸까?
“오우!”
“하아.”
“오우! 주인님이라는 것입니다요! 오우! 오우우우!”
기뻐하는 함성 소리.
현성은 작아졌음에도 기쁨의 함성을 내지르는 리베우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절로 골치가 아파졌지만.
뭐, 나쁘진 않네.
“반갑다, 리베우스.”
“오우!”
잠만 자도 랭커 2부 1화
1장. 새로운 무대, 로스트 이데아(1)
가상현실 산업을 크게 일군 가상현실게임 이데아.
그런 이데아가 추락하고 난 뒤 여러 게임들이 우후죽순 나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이데아의 그늘에 가려져 개발을 끝내도 오픈하지 못한 게임이 한둘이었겠나.
하지만 당연하게도 과거 이데아만큼 흥행한 게임은 단 하나도 없었다.
하나의 산업을 일군 역사적인 게임인 이데아 아닌가.
대부분의 게임들은 그런 이데아의 전성기보단 못했다.
그런 와중에 이데아의 개발자인 민유라의 스승인 최유성이 만든 게임.
판시아.
역시 과거 이데아의 아성을 넘진 못했다.
하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게임들을 정평하는 데는 충분했다.
물론 그것도 3년간은 말이다.
“어느 게임이나 유통기한이 존재하지. 그 위대하던 이데아조차도 유통기한이 있었잖아?”
영원할 거 같던 이데아도 끝이 났는데.
이데아를 넘지도 못한 게임들은 오죽하겠는가.
꾸준한 사랑?
당연히 받을 수는 있으나.
영원한 전성기를 누리는 게임은 쉽지 않았다.
과거에 꽤 많긴 했지만, 가상현실게임이 호황을 이루고 난 뒤부터는 쉽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게이머들 사이에서 조용히 도는 소문이 하나 있었다.
“야, 이데아 후속작 나온다는데?”
“엥? 인페르노에서 절대 없을 거라 했잖아.”
“그니까! 근데 그 이데아를 사실상 혼자 개발했다는 민유라 개발자가 독립하고 새로 회사를 하나 만들었다는데?”
“이런 씨바! 그럼 이데아 같은 게임이 또 나온다고?”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하던가?
알음알음 퍼지던 소문이 순식간에 게임 업계를 뒤덮었다.
그만큼 이데아의 파급력이 엄청나다는 증거기도 했다.
물론 그뿐만이 아니다.
모든 이들이 그리워했다.
과거 이데아의 그 재미.
언제나 압도적이었던 그 게임의 향취를 다시 느끼고 싶어 했다.
이제는 추억에 되어버린 게임이니.
그러던 와중에 정식으로 발표가 났다.
로스트 이데아.
잃어버린 이데아라는 타이틀로 만들어진 새로운 게임.
이데아를 만들어낸 그 민유라가 만든 후속작!
소문으로만 들리던 게임이 드디어 출시를 하고야 만 거다!
그에 따라 모든 이들이 기대했다.
“야! 그러면 아수라도 다시 복귀하는 거 아니야?!”
“당연하지! 이데아 하면 아수라고 아수라 하면 이데아 아니야?!”
“은퇴했던 아수라가 돌아온다고!?”
“이데아도 돌아왔으니 당연하지!”
“아수라가 돌아온다!”
“그는 신이야! 그는 신이야! 그는 신이야!”
모두가 열광하던 세계 제일의 게이머.
아수라의 끝을 냈고, 판시아에서도 자신이 최고라는 걸 증명한 최고의 게이머!
그리고 어느 날 홀연히 은퇴를 해버린 모두가 기다려온 게이머!
로스트 이데아와 함께 같이 돌아오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로스트 이데아라는 타이틀과 너무 잘 맞아버린 걸까?
그 누구도 아수라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로스트 이데아가 출시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잠잠했기에.
모두가 포기했다.
정말 은퇴했구나.
아쉬웠지만, 상념에 젖을 시간은 없었다.
로스트 이데아는 과거 이데아의 아성을 깨부수고도 남을 어마어마한 게임이었으니.
많은 이들에게 잊혀간 아수라.
아니, 게이머 현성.
기억 속에서 잊혀가고 있었을 때 현성은….
“충성!!! 20XX년 X월 XX일부로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드디어 군대에서 나올 수 있었다.
* * *
삐비비빕! 삐비삐빕!
뚝~!
“으갸으거끄억.”
밖을 보니 해가 중천이다.
이제 이런 여유를 부릴 수 있구나.
별거 아닌 거에 현성은 피식 웃었다.
군대를 다녀오니 별거 아닌 거에도 감사하게 되는구나.
현아가 낫고 군대를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뭐 담담했다.
이왕 가는 거 또 차라리 현역으로 가자.
라고 생각하고 갔건만.
평생을 후회할 선택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뭐,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이렇게라도 생각 안 하면 괴로워지니 이렇게 생각할 참이다.
“하아아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거실로 나오니 펜트하우스의 끝내주는 전망이 그를 반겨주었다.
집 하나 잘 사긴 했구나.
절경도 이런 절경이 없다.
느긋하게 밥을 차리고 식탁 위에 앉았다.
순간 현아랑 같이 먹을까 했지만, 출근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나만 노는구나?’
지금 현아는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게 아니었다.
판시아의 개발자 중 하나로 참여하고 있었다.
과거 영웅 길드 인원들이 모두 중책을 맡고 있다고 했지.
로스트 이데아가 나오고 예전처럼 다른 가상현실게임들이 죽기 시작했다고는 한다.
판시아도 그중 하나.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상당한 인기를 몰이 중이다.
물론 로스트 이데아만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세계적인 게임이었던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
그러다 보니 다들 바쁘다고는 들었다.
스터디팀도 다들 방송도 떡상하다 보니 게임 한다고 바쁜 거 같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성만 백수였다.
물론 누구나 원하는 돈 많은 백수라 걱정은 없었다.
‘평생 다 못 쓸 돈을 벌긴 했지.’
이미 이데아 때 벌어놓은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는데, 판시아 때도 소름 돋을 정도로 벌지 않았던가.
게다가 영상 수익은 은퇴한 지금도 꾸준히 나오는 중이었다.
아수라 계정으로 재환이 잘 관리해 주고 있어서 쉬고만 있어도 돈이 나온다는 말이다.
덕분에 너무 한가해져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였지만.
다행히도 현성이 마침 하고 싶은 게 있긴 했다.
삐비비빕, 삐비비빕.
때마침 밥을 다 먹었을 때 울린 전화.
누군지는 안 봐도 뻔했다.
오후 2시밖에 안 되었는데 올 전화?
예린은 회사 일로 바쁘고, 현아는 원래 전화를 안 한다.
소거법으로 나올 당연한 후보는 딱 하나.
“어, 왜?”
-이 자식이? 친구가 전역했다고 해서 친히 만나자고 연락을 했건만!?
“푸하하, 그래, 나도 알고 있어. 근데 밥은 이미 먹었는데?”
-그럼 카페라도 조지자. 수다라도 떨어야지.
“남자 새끼들끼리 카페?”
-싫냐?
“아니, 나간다!”
현성도 그간 심심했으니!
오히려 좋았다.
재환 저 녀석도 참 바쁠 시긴데.
이렇게 생각해서 나오라는 것도 고맙기도 하니.
마침 밥 먹기 전 다 씻었기에 준비도 간단했다.
준비가 생각보다 빨리 되어 후딱 나왔건만.
현성이 카페에 들어서자 손을 들고 여기 있다고 어필하는 재환을 볼 수 있었다.
왜 저 녀석이 먼저 나와 있는 건지.
미리 나와 있었나 보다.
“오랜만이다.”
“오랜만이긴, 말년 때 봤으면서 또 그러네.”
“뭐, 한창때 보던 거에 비하면 오랜만이긴 하지.”
“그렇긴 하지.”
현성은 피식 웃으며 음료를 주문하고 난 뒤 재환의 앞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 재환은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현성에게 물었다.
“아수라는 복귀할 거냐?”
“흐음.”
꽤 민감한 질문이긴 하지.
군대를 가면서 아수라는 공식적으로 은퇴했으니까.
세계적인 유명세.
최고의 게이머라는 명예를 버린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러나 마땅한 이유가 있었다.
단순히 군대를 가기 때문에 은퇴한 건 아니었다.
재환도 그걸 알았기에 조심스레 물은 거였다.
세계 최고.
누군가에겐 자랑스러운 일이긴 하다.
현성에게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지.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감을 충족해야 한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언제나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 압박감이 얼마나 심하던가.
판시아 때 그게 최고조로 늘어났다.
그래서 재환도 조심스럽게 물어본 거였다.
마침 군대도 전역했으니.
“으으으음, 고민 중이긴 해.”
현성이 그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긴 했지만.
그럼에도 최고로 남았다는 건 그만큼 잘했기 때문.
은퇴 후에도 아수라의 아성을 넘어서는 게이머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그리워하는 전설의 게이머.
군대를 다녀온 약 2년간 현성은 전설로 남게 된 거다.
그래서 복귀가 더 망설여졌다.
괜히 끝난 전설을 꺼내는 건 아닌가 싶어서.
재환도 그걸 눈치챈 건지 피식 웃었다.
굳이 여기서 더 묻지 않아도 알 거 같으니까.
그래도 10년이 넘은 친구다.
이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면 복귀는 안 한다는 거고. 로이는 할 거냐?”
“로스트 이데아 말이지?”
그 물음에 피식 웃는 현성.
마치 고양이 앞에 쥐라도 놓은 듯한 웃음이다.
저 장난기 가득한 미소.
괜한 걸 물었다는 듯 재환도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하는 거지.
이데아는 현성에게도 의미가 깊은 게임이니까.
처음으로 한 가상현실게임이자.
그의 이름을 알린 게임이지 않나.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게임인데.
안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나.
“야, 그러면 비밀로 하고 하겠네?”
“크흠, 아무래도…….”
비밀은 최대한 안 만들려고 했지만.
별수 있나.
“하긴, 여자친구 아버지가 만든 게임의 최대 적대 게임을 한다고 어떻게 말하냐.”
“크흠흠.”
좀 그렇긴 하다.
현아에게라도 말할 수 없었다.
말하는 순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바로 예린의 귀에 들어가 버릴 테니.
재환도 피식 웃으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친구 좋다는 게 뭔지 아는 친구다.
물론 여기서 끝나면 재환이 아니긴 하지.
“대신 영상은 넘겨라.”
“영상?”
아수라는 은퇴했는데 무슨 영상을?
설마?
“부계정 만들려고?”
“야! 당연하지! 너 영상 놓치면 얼마나 아쉬운데!”
“흐음, 그건 그렇긴 해.”
“네가 우리 회사 사실상 주인이긴 해도 꾸준히 영상으로 돈도 벌어야 좋지 않겠냐?”
“그렇긴 해.”
“게다가 네 영상을 부계정으로 만들면 우리 회사도 더 크고.”
하나같이 맞는 말이다.
재환의 영상 회사는 이미 재환과 현성이 공동 대표로 되어 있었다.
그에 따라 수익은 당연히 나눠 가지고 있었다.
현성이 없었다면 재환의 회사도 만들어질 수 없었으니.
아무튼 재환의 말도 맞는 말이었다.
그냥 게임만 플레이하면 아깝긴 하지.
“좋아. 플레이하면서 영상 남길게.”
“좋았어!”
“크흐흐, 근데 로스트 이데아가 그렇게 재밌어? 들어보니 이데아 때보다 훨씬 재밌다던데?”
현성이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말.
재환은 그런 현성을 보며 피식 웃고는 말했다.
“어, 이데아는 비교도 안 될 정도다.”
현성의 마음속의 기대감이 더 커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