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3화
2장. 낯선 게임, 익숙한 녀석(1)
신등급 직업 타나노스로 전직한 거까진 당혹스럽지만, 이해라도 할 수 있는 정도였지.
이건 아니지 않나!
“오우! 오우우우! 오우우우우우. 보고 싶었습니다요, 주인님.”
작은 몸으로 현성의 몸에 파묻혀 얼굴을 부비적거리는 리베우스.
좀 귀엽긴 했다.
그리고 또 짠하기도 했다.
판시아를 하면서도 간간이 접속하면서 리베우스를 보긴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군대에 가면서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데아는 서비스 종료되었으니까.
솔직히 이렇게 보니 좋긴 했다.
이런 특전을 받을 줄이야.
좀 묘한 기분이었다.
“그래, 그래. 좀 진정 좀 해봐.”
“오우. 돌아오실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요.”
떨리는 목소리가 현성에게도 느껴질 정도였다.
애잔한 그 목소리에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늦어서 미안하다.”
“아닙니다요! 당치도 않습니다요! 저는 그저 이리 뵐 수라도 있어서 감사합니다요! 오우! 오우! 오우우!”
어찌나 기뻐하는지 작은 몸으로 방방 뛰는 걸 봐라.
뭐, 저리 좋아해 주니 고맙긴 하네.
펫이라고 해서 타나나 라이를 생각하긴 했다.
그 둘은 진짜 펫이었으니.
반면 리베우스는 펫이 아닌 NPC였지 않나.
뭐가 더 좋냐고 하면 어떻게 고르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급이다.
셋 모두가 골치가 아프다는 게 있긴 했지만.
다들 도움이 된다는 건 똑같았으니.
“오우! 타나와 라이가 저를 몹시 부러워할 게 눈에 선합니다요! 뭐, 둘이야 너무 바빠서 그럴 시간도 없다는 것이지요.”
“둘이 바뻐?”
“오우! 물론입니다요! 주인님의 충직한 심복이었지 않습니까요! 당연히 다른 곳에 채용되어서 열심히 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요!”
신의 역할?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바쁘다니 다행이다.
서비스 종료된다는 말에 데이터까지 삭제가 되는 건가 했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인공지능 이데아가 이들을 데리고 뭘 하는 것 같다.
다행이다.
현성이 그리 생각하는데, 리베우스가 은은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보다 주인님, 전보다 약해지셨군요? 이거 큰일입니다요.”
“흐음, 그렇긴 한데 괜찮아.”
“오우! 물론입니다요! 이 리베우스가 있으니요……? 오우?”
리베우스는 말을 하며 자기 몸을 바라봤다.
이제야 눈치챈 건지 몹시 당황해하는 손짓이다.
막 자기 몸을 더듬거리더니, 이내 약해진 자신을 보며 오들오들 떨면서 현성을 바라본다.
마치 이제 어쩌냐는 듯이.
“이, 이게 어, 어떻게 된 것입니까요? 제, 제가 난쟁이땅딸보똥자루가 되었습니다요?!”
꿀꺽.
난쟁이땅딸보똥자루는 뭔 말인지.
알 수 없다는 듯 현성도 한숨을 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잠만 기다려 봐.”
“오우!”
일단 사태 파악 좀 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다.
갑작스럽게 타나노스로 전직을 했다든가.
특전을 얻었다든가.
칭호까지 얻었다.
일단 모든 걸 확인해 봐야겠다.
가장 우선으로는 직업부터 확인하자.
상태창 먼저다.
【상태창】
『현성』
-Lv1
-직업:『타나노스《신》』
-칭호:『넌 전설이냐? 난 신인데.《신》』외 1.
「근력: 5(+20)」「순발력: 5(+20)」
「체력: 5(+20)」「마력: 5(+20)」
「신성력: 10(+20)」
-잔여 능력치: 0
현성은 보자마자 이게 뭐냐는 듯 쳐다봤다.
과거 이데아를 시작했을 때와 상당히 판이한 상태창.
스텟이야 좀 차이가 있긴 했지만.
그걸 제외한다면 비슷했다.
다른 점을 꼽자면 인터페이스 정도?
그 외에는 직업과 칭호도 같았다.
이게 특전?
타나노스라니.
판시아에서 잊고 있었던 직업이다.
오랜만에 보니 참… 좋은 기억은 많이 없었다.
미화를 해도 이 정도이니.
말할 것도 없었다.
‘미치겠네.’
타나노스.
신 이름이자 이제는 2대 타나노스가 된 현성이 그대로 이어져온 거다.
그렇다는 건….
‘설마?’
스킬도 완전 같다는 걸까?
혹시나 싶어서 마른침을 삼키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스킬창을 소환했다.
‘완전 똑같으면 좀 지루할 거 같은데… 제발.’
현성은 그렇게 속으로 기도하며 슬며시 눈을 떴다.
그러자 묘한 스킬창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타나노스의 기면증】
《신》
『패시브』
「LvMax」
-설명: 죽음과 잠의 신 타나노스는 신답지 않게 기면증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잠을 자다 보니 그의 부하들은 이를 골치 아프게 여겼다고 한다.
-효과: 하루에 한 번 발동한다. 1시간 동안 기면증에 빠진다. 기면증에 빠진 동안 특수한 스킬이 없는 이상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조종할 수 없다. 이때 캡슐에서 나가도 캐릭터는 게임 내에 잠을 잔다. 기면증에 빠진 후 깨어났을 때는 다음 중 보상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잔여 능력치+5][랜덤 스킬][랜덤 아이템]
【타나노스의 몽유병】
《신》
『패시브』
「LvMax」
-설명: 죽음과 잠의 신 타나노스는 잠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하루종일 잠을 잤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기면증까지 있어 불만인 부하들 때문에 자는 상태로 움직일 수 있는 스킬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것이 몽유병의 시초라고 전해진다.
-효과: 수면 동안 플레이어의 컨트롤 그대로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게 한다. 누군가 공격을 해오거나 몬스터들이 있는 곳이면 잠을 자는 상태에서 발동된다.
【타나노스의 악몽】
《신》
『패시브』
「Lv1」
-설명: 타나노스는 다른 이들이 악몽을 꾸는 걸 보며 즐거워했다. 그래서 때때로 자신의 부하들이나 다른 신들에게 악몽을 걸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효과: 악몽을 다뤄 모든 무기를 다룰 수 있게 된다. 모든 무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스킬이다. 모든 무기 추가 공격력 200% 상승한다. 치명타를 입힐 때마다 10%의 확률로 상태이상 악몽을 건다.
【신의 권위】
《신》
『액티브』
「Lv1」
-설명: 모든 신들의 위에 있는 타나노스의 권위는 그 무엇보다도 높다.
-효과: 신도의 수에 따라 신성력의 수치가 증가한다. 또한 신성력의 수치에 따라 신성 스킬들을 획득할 수 있다.
-현재 획득한 신성 스킬:
「레서 힐Lv1《일반》」
「미약한기도Lv1《일반》」
「신성돌진Lv1《희귀》」
총 네 개의 스킬.
타나노스의 기면증, 타나노스의 몽유병, 타나노스의 악몽.
여기까지는 같다.
다만 전에 있던 꿈이 사라지고 신의 권위라는 스킬이 생겨났다.
참, 묘했다.
일단 읽어볼까 싶어서 먼저 기면증을 살폈는데.
이게 웬걸?
‘미친?!’
기면증 수면 시간이 대폭 줄었다.
무려 1시간!
1시간으로 줄어 있었다!
원래 기면증에 빠졌으면 강제 로그아웃될 때까지 쳐잤더니만.
이제야 1시간으로 줄어든 거다.
사실 1시간 플레이 못 한다는 것도 엄청나게 크다.
한데 이전은 강제 로그아웃될 때까지 쳐잤으니까.
그걸 생각하니 선녀가 따로 없었다.
무엇보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보상 역시 달라졌다.
‘어쩐지 DP가 생겼다는 메시지가 없더니. 이래서였군.’
기면증으로 원래는 능력치와 DP를 얻을 수 있었다.
한데 그게 바뀌고 기면증이 끝났을 때 보상을 고를 수 있었다.
잔여 능력치와 랜덤 스킬, 랜덤 아이템.
이렇게 셋 중 하나로 말이다.
DP로 자유롭게 고를 수 있었던 게 사라진 건 좀 아쉽지만, 오히려 좋았다.
훨씬 낫다.
하루에 한 번 원하는 보상을 얻는다.
그야말로 신에 걸맞은 효과.
몽유병이나 악몽은 효과가 그대로였다.
다시 복습할 것도 없었다.
그럼 이제 생소한 스킬 신의 권위.
‘어쩐지 없던 신성력이 생겼더라니. 이것 때문이군.’
읽어보니 신 전용 스킬이라 생각하면 편했다.
신등급 전용이 아닌 신 전용.
타나노스가 다른 신등급과는 차별화를 둔다는 게 여기서 드러났다.
신성 스킬.
흔히 사제나 성기사, 뭉크 등.
스킬들을 얻을 수 있는 스킬인 모양.
하기야 신이 신성 스킬을 못 쓰는 것도 이상하긴 했다.
확실히 컨셉을 잡아주는 모양이다.
이러면 훨씬 재미있어지긴 하지.
지금 스킬을 보면 사제 스킬이 더 많았다.
서포터는 또 처음인데.
‘괜찮네.’
스킬은 다 둘러봤고, 그럼 다음은 칭호 차례인가?
이름 자체는 이전과 같던데.
효과도 완전 같으려나?
싶어서 확인해 보니.
같은 것도 있었고, 아닌 것도 있었다.
【칭호창】
『아니 시작도 안 했는데 전직?』
《신》
-설명: 튜토리얼 시작 전 전직한 유저에게 주는 칭호이다.
-효과: 경험치 추가 +50% 획득
『넌 전설이냐? 난 신인데.』
《신》
-설명: 신등급 직업으로 전직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칭호이다.
-효과: 모든 능력치 +20, 랜덤 뽑기 시 신등급 확률 1% 상승.
원래 ‘아니 시작도 안 했는데 전직?’ 효과는 잔여 능력치 +50이었다.
근데 바뀌어서 경험치 추가 획득?
많이 좋아졌다.
심지어 등급도 상향되었고.
신등급 직업은 경험치가 항상 부족하니.
반면 ‘넌 전설이냐? 난 신인데.’ 효과는 살짝 부족했다.
이거는 좀 하향되어 있었다.
이전은 모든 능력치 +30이었던 거 같은데.
+20으로 줄어 있었다.
대신 신등급 확률이 1% 증가했다고는 하는데…….
사실상 없는 효과 아니겠나.
‘쩝.’
좀 아쉽긴 했지만, 초반에 저 둘보다 좋은 게 없긴 했다.
꽁으로 얻은 건데 아쉽다는 것도 웃기긴 했지만.
속으로 생각한 현성은 가장 마지막으로 리베우스를 바라봤다.
펫이라면 상태창이 뜨겠지?
그런 생각으로 열어본 리베우스의 상태창.
【펫 정보】
『리베우스』
-종류:『타나노스의 사도』
-등급:『신』
「근력: 4(+16)」「순발력: 4(+16)」
「체력: 4(+16)」「마력: 4(+16)」
「신성력: 8(+16)」
*리베우스의 능력치는 주인의 능력치 80%로 적용됩니다.
-스킬:
「순결Lv1」「겸손Lv1」
「관용Lv1」「근면Lv1」
「인내Lv1」「절제Lv1」
「자비Lv1」
‘미친.’
스킬이 무려 7개.
보니까 7대죄의 대척점에 있는 7주선.
효과들도 보니 상당히 괜찮았다.
‘서포터로서 최고겠는데?’
파티를 구해 사제로 코스프레를 할 수도 있고, 리베우스랑 둘만 다녀도 충분했다.
이렇게까지 컨셉이 확실하면.
오히려 너무 재밌겠는데?
시작이 너무 좋았다.
이러면 무서울 게 없어지지.
확인할 건 다 확인했다.
그러면 남은 것은?
딱 하나지.
“그럼 튜토리얼로 가볼까?”
“오우! 좋습니다요! 주인님의 위대함을 설파할 준비가 다 되었다는 것입니다요!”
여전한 리베우스를 보니.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재미없진 않겠네.
이런 특전을 준 이데아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현성은 떠오른 메시지를 봤다.
[튜토리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예스!”
“오우!”